<단독> ‘악취 진동’ 냄새나는 대장동, 왜?

‘하수 스캔들’ 과태료 때리면 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원주민 L씨는 매일 매일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오늘은 좀 나아졌을까? 그대로다. 해결책은 딱히 없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생물을 투여하는 게 전부다. 구청에 해결책을 물어도 별다른 답이 없다. 이제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전문가가 다 됐다. 21세기. 2023년에 누가 내 집 앞 오수 때문에 고통받을 줄 알았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자리한 조용한 한 빌라. 바로 앞에는 하천이 흐른다. 앞으로 흐르는 동막천의 물로 이곳 주민들은 농사도 짓는다. 어렸을 때는 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칠 만큼 맑았다. 대장동 원주민 L씨(대장동 우계이씨 31대손)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문 열고 
나가면…

그러나 최근 빌라에 터를 잡은 L씨와 이곳의 주민들에게 악몽이 닥쳤다. 몇 명 살지도 않는 조용한 빌라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L씨의 집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다리를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 차에서 내려 동막천을 마주했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여름이 다 지났음에도 악취는 계속 났다. 

물에는 이끼 대신 찌꺼기가 채 걸러지지 못한 채 관에 걸려 있어 냄새가 더욱 심했다. 물을 배출하는 커다란 관에서는 오염수가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뿌연 오염수는 그대로 낙생저수지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L씨는 “이 관을 통해 인분까지 나온다. 물 사용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냄새가 덜하지만,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하천 오염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누군가로부터의 민원으로 빌라 내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수질이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처음 주민들은 정화조 청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하수구에는 새카만 물이 고여 있었고, 거기엔 각종 오염물질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채 악취를 뿜어냈다. 

결국 성남시 물순환과로부터 ‘물을 더럽게 써서 그렇다’는 답변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차 과태료는 120만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물을 더럽게 쓴 탓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물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을 정화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물순환과서 알려준 수질개선 업체 3개사와 주민이 알아본 업체 1개사를 통해 수질개선 작업을 의뢰했으나 모두 의뢰를 거절했다.

결국 L씨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케미컬 업체를 알게 됐고, 미생물을 주입하는 장치를 설치 및 매주 대량의 종균제(폐수정화용 고활성 미생물 제제로서 오수 및 유기성 산업폐수를 처리·정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미생물 약품)를 투입하는 작업을 3개월간 진행했다. 

L씨는 매일 아침 배달된 미생물(짚신벌레, 아메바 같은 종류)을 양손 가득 들고 하루에 100ℓ씩 아침·저녁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쏟아부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침전물 제거에는 8톤 차량 5대를 동원할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루에 몇 번씩 하수구 열어봐
빌라 요건에 충족 못 하는 시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차 수질 측정 결과도 기준초과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오히려 1차로 수질 측정을 했을 때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3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 10월까지 이곳 주민들이 받은 과태료는 1800만원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수질관리를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장동과 석운동은 공공하수관이 연결돼있지 않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위해서다. 공공하수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자기 땅이라도 건축물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 결국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이란 건물서 발생한 오수를 침전 및 분해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빌라에 사는 주민이 평생 하수구를 열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 L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횟수만 100회가 넘는다. 매일 수질 걱정에 하수구 두껑을 열다보니 하수구 뚜껑 역시 몇 개가 깨졌다. 

도면도 함께 뒤졌다. 도면상 L씨의 빌라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30톤(150인용)과 14톤(70인용)짜리로 시공돼있었다. 2m 높이의 정도 시설이다. 알고 보니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용량이 빌라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내부가 파손됐는지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L씨는 “그나마 현재 수질이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검은색 물은 미생물이 없다는 뜻이다. 미생물이 있는 것은 갈색빛을 띤다. 단순히 주민들이 오염을 시킨 게 아니라 시공이 잘못됐다고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수도법을 근거로 1일 오수 발생량 2톤 이상인 주택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시공해 오수를 흘러 보내게 돼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정화조가 앞에 있고, 뒤에 정화시설이 있는 구조다. 오염물질을 걸러 방류해 유기물질이 쌓여 있으면 다시 정화할 수 있는 곳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통받는
원주민들

해당 빌라의 전체 통의 용량은 30톤으로 시공과 동일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폭기(반응조나 저류지 내 오수나 처리물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생물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 처리 능력은 그보다 낮은 8톤이었기 때문이다. 폭기를 담는 통만 컸던 셈이다.

L씨가 거주하는 빌라 주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세대 중 33%만 거주한다. 많은 인원이 살고 있지도 않음에도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오염도는 심각하다. 인근 다른 빌라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직접 하수구 뚜껑을 열어봤을 때 오염도는 더욱 심각했다. 석유 같은 검은색으로 아예 오수가 고여 있는 지경이었다. 심지어 폭기는 부숴져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하수도법에 명시돼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오수 발생량은 1인당 200ℓ로 규정하고 있다. 1세대는 440ℓ로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거실 수를 보통 하나로 계산하는데, 계산법은 N=2.7+(r-2)*0.5(N=세대 인원, r=주택의 거실 수)다. 이때 세대 인원은 2.2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이 빌라는 1차 24세대로 계산법을 적용하면 10.5톤의 오수발생량이 도출되고, 2차 15세대는 6.6톤의 오수발생량이 평균 발생량이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폭기 용량보다 많은 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 결과처럼 해당 빌라는 10.5톤 이상의 폭기가 필요한 곳이다. 단순히 주민들의 잘못인 줄 알았으나 처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상식적으로 만수가 돼있는 상태서 8톤의 능력을 가진 시설로는 10.5톤 이상의 오수가 유입되면 정화가 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민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폭기 용량이 왜 갖춰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은 기술지원까지 받아가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나섰다. 

책임 돌리기
법적인 한계

당시 기술지원은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서 공무원과 함께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현장에 참여한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빌라 1차 24세대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정화 능력은 8톤, 빌라 2차 15세대의 정화 능력은 3.77톤이다. 현재 세대의 오수를 정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씨는 준공 당시 구청의 공무원들이 나와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L씨는 “(공무원들이 나와)사진을 찍고 규격에 맞게 했는지 시운전을 하면서 물이 정확하게 정화됐는지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당구청서 환경부에 인증받은 제품을 환경부서 인증한 시공업체서 서류 몇 장으로 결재를 요청하니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L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요청한 시험 성적서와 시운전 자료는 구청서 갖고 있지 않았다. 참을 수 없던 주민들은 결국 구청에 항의하러 찾아갔지만,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바뀌는 게 없었다.

L씨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청서 허가를 해줬으니, 악취 문제도 개선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하수도법과 관련해 수질 측정은 1년에 4회 이뤄지는데, 수질 측정을 중지 또는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수질개선이 시설의 능력이 떨어져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또 그동안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청은 여전히 이곳 주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과태료 부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잘못해놓고 떠넘긴다”
분당구청 안일한 대처

주민들은 과태료 소송서 패배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수질 측정 대상이 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태료를 내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버티자는 의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연결 역시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씨와 주민들은 분당구청뿐 아니라 시공사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매립할 때, 환경부 인증 제품을 사용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용량인데 과연 제대로 따져본 게 맞냐는 의구심에서다.

<일요시사>는 해당 빌라에 개인하수처리시설 시공을 한 업체에 직접 물었다. 해당 업체는 “분당구청에 문의하라”며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빌라의 처리 능력에 떨어지는 제품을 설치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정당하게 오수량을 산정해서 합당한 공사를 해 준공까지 난 사안”이라며 “사후관리를 못한 주민 탓이며 과학적으로 산정된 근거에 따라 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수질 기준 초과로 발생하는 과태료는 오롯이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도록 법이 변경됐다. 이때 환경부서 인증받은 업체만 제작 및 시공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개정법은 여러 폐단을 낳았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오폐수 문제 발생은 당연했고, 불량하수처리시설도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도 등록 제품에 대한 준공 취소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비로소 성능 검사와 관련된 법안이 강화됐다. 

통상 건축 허가가 신청되면 편의상 건축과서 하수처리시설, 정화조 허가가 나간다. 과거에는 제품이 인증, 등록이 돼있으면 시험 조사가 다 통과돼 그대로 사용했다.

책임 소재의 여지가 있는 분당구청에도 이 빌라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검증됐다고 건축과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아니다. 등록된 제품을 써 당연히 검증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분당구청의 말 대로라면 제품이 이미 인증됐기 때문에 구청서 별다른 처리를 할 의무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 법의 테두리가 조금 세밀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부연했다. 

소유주들은 분당구청서 준공 승인을 내줘 주택을 분양받은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범법자가 돼있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지역은 현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허가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 2016년 분당구청은 해당 빌라 인근에 건축물 허가를 승인해주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시에 관련 조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멋대로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

“시공업자
알았을 것”

기술지원에 나섰던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등록 제품이기 때문에 허술한 과정에 따라 등록이 나 문제가 생겼다. 건축주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성능검사를 받은 제품을 선택해 묻었는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시공업자가 정상적으로 중공 채수했을 때 방류 기준이 초과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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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