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감장 가는 김민종

K팝 스캔들 휩싸인 30년 한류스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감사 시즌 때면 증인으로 출석하는 인물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국감 증인은 대부분 사회적 책임을 지거나 특정 논란에 관해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류스타로 꼽히는 김민종이 그렇다. 이른바 ‘K팝 사업 의혹’에 휩싸인 그는 오는 26일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논란에 관해 해명할 전망이다.

김민종은 배우이기 이전에 가수였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엔터테이너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런 그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김민종이 공동대표로 있는 KC컨텐츠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K팝 콘텐츠시티’ 조성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이유다.

1988년 데뷔
당대 최고 스타

김민종은 안양예고와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정식 데뷔 전에는 광고모델로 업계에 얼굴도장을 찍다가 1988년 영화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로 데뷔했고, 1989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는데, 드라마만 나왔다 하면 히트를 쳐서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다.

<느낌> <머나먼 나라> <미스터Q> <수호천사> 등의 숱한 드라마서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호흡을 맞춰 성공가도를 달린 김민종은 드라마 OST까지 직접 불러 명성을 더 했다. 특히 김희선과는 <머나먼 나라> <웨딩드레스> <미스터Q> 세 작품서 주연으로 만나 커플로서 찰떡궁합 콤비를 과시햐 1990년대 드라마 남녀 캐스팅 1순위였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여러 하이틴 스타들 군단의 일원이자 톱가수로서 인기까지 누려 1990년대 초반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크게 활약했다. 지금은 결혼한 배우 이승연과 6년 넘게 공개 열애를 하며 1990년대 대표적인 톱스타 커플이었으나 2001년 결별했다.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 쪽으로는 잘 풀리지 않았다. 데뷔 초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들이 나름 성공하고 인지도를 쌓아가다 인기스타가 된 이후 찍은 영화 <귀천도>로 일약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 출연한 영화들은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인 <3인조> <마지막 방위>와 <홀리데이 인 서울>은 왕가위 영화 기법 표절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로 출연한 <이것이 법이다> <패밀리> <나비> <낭만자객> 등은 영화 평론계서까지 반응이 냉랭했다.

김민종은 진지하게 정극 연기를 펼친 <나비>와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고 연기한 <낭만자객>을 연달아 찍었다. 특히 <나비> 흥행이 실패하면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는 각오로 작업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낭만자객> 이후 그는 영화계에서는 제작자, 감독 그 아무도 찾지 않는 배우가 됐다.

단 <나비> 같은 경우는 본인도 매우 진지하게 작품에 임했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가 <매트릭스 리로디드> <엑스맨 2> <살인의 추억> 등이었다.

1990년대 드라마·영화 종횡무진
손지창과 활약 더 블루 스타덤

토크쇼 <힐링캠프>서 김민종이 직접 밝혔듯 영화 <낭만자객>이 자신의 연기 커리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드라마와 음반에서는 성공하며 최고의 대우를 받았으나 영화에서는 매번 실패해온 김민종은 당시 하이틴 스타의 틀을 벗어나 영화배우로서의 성공이 절실했다.


하지만 <낭만자객>은 전국 관객 90만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혹평을 받았다.

2003년 KBS 주말 드라마 <진주 목걸이>, 2004년 SBS 수목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 2005년 MBC 수목 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서 주연을 맡아 드라마 커리어는 이어갔지만 1990년대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수표란 말은 서서히 힘을 잃었다.

2006년 tvN 개국기념 미니시리즈 <하이에나>를 끝으로 원톱 주연의 자리서 내려왔고, 2008년 MBC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 2009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2010년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2011년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을 거치며 주연 자리서도 확실히 물러나게 됐다.

그러다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복귀했다. 팬들의 기다림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완벽한 연기로 부활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덕분에 미중년 콘셉트로 다시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드라마서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자신이 <신사의 품격>서 맡은 변호사 역을 그대로 활용해 선배 변호사로 등장했다.

2019년에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윤한기 역할로 출연했는데, 2010년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 이어 두 번째 악역을 맡았다.

흥행 실패
부활 날개

김민종은 가수로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1992년 솔로 1집 ‘또 다른 만남을 위해’로 데뷔해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바로 10위 안에 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93년 솔로 2집 ‘하늘 아래서’가 1위를 하고 록발라드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솔로 1집 활동이 끝나가던 시기인 1992년 12월에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중 하나인 손지창과 함께 2인조 그룹 ‘더 블루’를 결성해서 투유 초콜릿 CF송이자 더블루 1집 타이틀 ‘너만을 느끼며’ (1992), 손지창과 함께 주연을 맡은 드라마 <느낌>의 OST ‘그대와 함께’ (1994년), 더블루 2집 후속 ‘친구를 위해’ (1995)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듀엣 그룹으로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정규 앨범뿐만 아니라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의 OST도 직접 불러 많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열정시대>의 ‘내가 알고 있는 미소’, <느낌>의 ‘그대와 함께’, 드라마 <머나먼 나라>의 ‘Endless Love’, <미스터Q>의 ‘세상 끝에서의 시작’, 드라마 <사랑하세요>의 ‘항상 그 자리에’, 드라마 <수호천사>의 ‘난 다를거야’, 영화 <패밀리>의 ‘추억애’ 그리고 2010년대로 넓히면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아름다운 아픔’ 등이 있다.

1996년부터 약 2년간 가수로서는 활동을 하지 않다가 미련이 남았는지 작곡가 김도형과 가수 신승훈, 가수 이소라 등 주위의 설득에 김민종은 그의 대표곡으로 아직도 사랑받는 록발라드 명곡 ‘착한 사랑의 작사’를 직접하면서 2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다.

‘착한 사랑’은 1998년에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수차례 기록하며 대히트를 기록하였고 김민종은 과거 인기가수의 영광을 되찾는다. 그 뒤 발매하는 앨범마다 큰 인기를 끌고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쓸어담으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 1990년대 대표 남자 인기가수이자 록발라드의 대표 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5년 영화 <종려나무숲>의 OST ‘좋은 사람 만나요’, 2008년 드라마 <천하일색박정금>의 OST ‘이별도 사랑이다’ 등의 OST를 발매했으나 정규앨범은 2003년 솔로 8집 이후로 더 이상 발매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음반을 발매하지 않는 이유는 음악을 잘해낼 자신이 없고 잘하는 후배가 너무 많아서 가요계에 나서기가 부끄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뷰나 방송에 나오면 여전히 음악적 갈증은 마음속에 있다고 하고 <라디오 스타>나 <복면가왕> 게스트로 나와서 가끔 본인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히든싱어4> 보아 편에 패널로 나왔을 때는 자기는 1라운드서 떨어질 거라며 <히든싱어> 출연을 고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김민종의 모창자를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시즌 6까지 방영했음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7 모집 티저에 얼굴을 비추면서 드디어 <히든싱어> 출연이 성사됐고, <히든싱어7>의 3번째 원조 가수로 출연했다.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김민종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경제청이 추진 중인 복수의 개발사업이 시끄러운 가운데, 약 6조원대 ‘K-콘텐츠시티’ 사업에 뛰어든 업체의 대표가 김민종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김민종은 지난 7월 KC컨텐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민종의 취임과 동시에 해당 업체는 K-콘텐츠시티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서 사업부지 제공과 관련된 특혜 시비가 있었고, 수주 방식이 수의계약서 공모로 변경된 직후였다.


문제 지점은 시점이다. 김민종은 사업 공모 6개월 전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CES(세계전자박람회) 현장에 김진용 청장 등 인천경제청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두 사람 외에도 시행업자 A씨, 이수만 전 SM 대표 등도 동석했다.

K-콘텐츠시티 사업 구상이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A씨가 운영하는 시행업체의 부회장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이사 B씨다. 사실상 김민종의 회사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거두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의 ‘미국 투자유치 IR 국외출장 결과 보고’에는 김 청장을 비롯한 인천경제청 소속 공무원 6명이 지난 1월4일부터 6박8일간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CES에 참석했고, 로스앤젤레스(LA)도 방문했다.

50대 들어 사업 쪽으로 발 넓혀
자신 대표 회사 인천 특혜 의혹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민종은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왔고, 그날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같은 달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가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K-콘텐츠시티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324일대(R2블록) 부지 약 21만㎡에 약 2만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K팝 공연장(아레나) 등을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부지 중 대부분에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짓고, 주택 분양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아레나와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인 셈이다.

일례로 KC컨텐츠는 사업 제안에서 토지비를 포함해 총사업비를 7조원 가까이 상정했는데, 아레나 건립에 쓰이는 금액은 4000억원 규모다.

특혜 논란의 다른 한 축은 토지 ‘저가 매각’ 시도다. 지난 7월14일 KC컨텐츠 측은 인천경제청에 K-POP FUTURE CITY 컨소시엄(가칭)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서를 보냈다. 그러자 인천경제청은 당일 ‘R2 블록’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인천도시공사(iH)에 양해각서(MOU) 체결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R2 블록 부지를 주변 시세 대비 저가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애초 인천경제청이 KC컨텐츠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 청장은 특혜 의혹을 피하기 위해 수의계약이 아닌 제안 공모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혜 의혹’의 대상이었던 KC컨텐츠는 김 청장의 발표 직후 6조8000억원대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발표와 제출 사이만큼 김 청장과 KC컨텐츠 사이가 예사롭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전 미팅 등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되면서 ‘원점 재검토’ 의견이 제출된 상태다.

김 청장은 미국서 A씨를 만나는 등 사전 미팅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 (MSG가) 라스베이거스에 ‘MSG 스피어’(공연장)라고 하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웅장한 시스템이다. 그런 것을 송도에 유치하기 위한 관심이 있었다”며 “거기서 같이 만나 MSG 스피어 관련 얘기를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KC컨텐츠
무슨 관계?

인천시와 KC컨텐츠의 연결고리에는 인천유나이티드 이사이자, 시행업체 N사의 부회장인 B씨가 존재한다. 유 시장은 인천유나이티드의 구단주고, B씨와는 학연도 얽혀있다. A씨가 설립한 N사는 과거 인천경제청이 추진한 또 다른 사업인 ‘송도 R1블록’에 참여해 오피스텔 약 2500세대를 분양했던 곳이다.

N사는 김민종이 KC컨텐츠의 대표로 취임한 직후 이 회사에 지분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했던 KC컨텐츠는 김민종의 취임 이후 자본금이 10억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송도 R1블록 사업에 참여했던 N사가 또다시 송도 R2블록에 참여하고, 김 청장은 미국에서 김민종과 N사의 A씨를 만나고 온 셈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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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