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 후 1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18 14:01:40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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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참사는 예고하지 않고 급습하지만, 예견해 방지할 수 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일어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기구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핼러윈데이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태원 참사 1주기도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태원 참사는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와 해밀톤호텔 서편 좁은 골목 등지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발생한 압사사고다.

끔찍했던
압사사고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했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는 도로 상황이 원활하지 못해 최초 신고 이후 40분 이상이 지나 도착했고, 경찰의 도로 통제 후에야 구급차 진입이 원활해졌다. 이날 사고는 과밀한 핼러윈 축제 인원, 경찰‧행정당국의 안전관리와 통제 부족, 국민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지만, 사고 징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우선 이태원 뒷골목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엔 항상 사람이 많았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구간에서는 정체가 길어진 적도 있다. 게다가 이전부터 클럽들이 즐비해 택시가 잡히지 않고 차가 막히는 구간으로 유명했다. 또 사고 당일에는 오후부터 차량이 통제되지 않았고, 인파가 몰려들어 수많은 사람이 위험을 감지했다.

사고 발생 직전까지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만 11건이었다. 신고 내용은 모두 압사사고에 대한 우려였는데, 경찰은 사건을 종결시켰다. 심지어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가 사고 지점 바로 건너편에 있었는데도 대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문 교수는 “시스템, 법에 다중 인파 밀집을 재난 유형으로 넣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잘 짜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전관리위원회, 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구조통제단이 한국 재난관리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3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태원 참사가 예방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었으며, 이 문제를 미리 해결했다면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피해자가 운이 나빠서 사고를 당한 게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되는 시점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 독립적 조사기구도 만들어지지 않아 유가족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의결했다. 특별법은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한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는 규정 명시 ▲피해 배·보상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특조위는 국회의장 추천 1명, 여야 추천 각각 4명, 유가족 단체 추천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독립적 조사 기구 없이 흐지부지
유가족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반면 여당은 특조위 구성 비율 등을 문제삼으며, 이태원 참사의 성격을 단순 사고라고 주장했다. 특조위를 통한 진상조사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특조위 11명 구성을 4대7(여당 대 야당)로 할 수 있게 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느냐”고 물었고,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난 사고로, 그 원인이 간단하다. 우리 국민은 사고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조위가 꾸려지지 않으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게 된 원인 규명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 이 경우,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국내 대형 참사로는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인천서 제주로 오가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서 침몰해 승객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영구 실종된 대형 참사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탑승해 학생 250명, 교사 11명이 사망했다. 일반인 사망자는 43명으로, 학생 75명, 교사 3명, 일반인 94명의 총 172명이 구조됐다.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당시 사회적 충격이 엄청났다.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시와 사고 해역이 있는 전라남도 진도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영정을 안고 도보 행진을 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만들었지만, 유가족들은 이 시행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고 특별법을 만들었으나 정부의 시행령으로는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철회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을 공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유가족과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아는 정부가 배‧보상 액수가 얼마니 하며 돈으로만 대답하고 있다.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이 과정 중 정부, 유가족,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언성을 높였지만,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국 조사기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유가족이 요청해야만 조사기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유가족이 요청하지 않으면 조사기구가 만들어지지 않고 사고는 유야무야 끝날 확률이 높다.

반복되는 
후천적 인재

물론 모든 분야가 이런 것은 아니다. 항공·철도·도로 분야의 대형 교통사고를 중심으로 조사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있다. 이곳은 항공·철도 사고 등의 원인 규명과 예방을 위한 사고 조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대표적으로 ▲2013년 대구역 3중 충돌사고 ▲2014년 7월 태백선 누리로 충돌사고의 사고 원인 분석과 예방에 힘썼다.


한국철도공사는 ‘2022 철도안전관리 수준 평가’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경북 영천시 중앙선 북영천역 근처를 지나던 화물열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포항과 태화강 등지서 동대구역을 오가는 대구선 무궁화호 열차 10여편이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은 열차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이때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 규명을 했다.

반복되고 있는 후천적 인재 참사를 막기 위해서 시민단체는 입을 모아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생명안전기본법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습 과정서 인권을 보호하는 것 ▲사고의 원인과 문제점 조사 ▲유사 문제의 재발 방지 ▲안전영향평가제도 ▲시민참여 ▲추모와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한 목적이 있다.

이 법은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2015년 논의되기 시작했고, 2020년 11월 국회서 발의됐다. 생명안전기본법에는 사고가 발생한 후 독립 조사기구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이 들어 있다. 지금도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 수사하고 재판을 진행해도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용균재단 등 46개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와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지난 5월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 동행’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159명 사망 196명 부상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이날 발족식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스텔라데이지호 참사·세월호 참사·가습기살균제 참사·이태원 참사·삼풍백화점 생존자, 한익스프레스 참사 가족, 고 이한빛 PD 어머니, 경동건설 산재가족, 고교실습생 산재 가족, 청년건설이용 노동자 김태규씨 가족, 쿠팡 코로나 피해 가족, 어린이 교통안전 피해 가족 등 참사 피해 가족을 비롯해, 김훈 작가, 어린이, 장애인, 시민, 종교인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이들은 “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비롯한 안전관련법령들은 안전과 재난관리를 위한 행정체계와 기능을 주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 문제를 국가의 관리 대상으로 삼았을 뿐 국민과 피해자의 생명과 인권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후진적인 대형 재난과 일터에서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끊임없는 재난과 산재, 억울한 희생을 막고자 생명안전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20년 11월13일 국회에 발의된 이후 2년6개월째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재난·참사 피해 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발족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훈 작가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생명안전을 정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청원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관한 입법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청원자는 김순길 4·16연대 사무처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시민의 관점서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려면 생명과 안전이 이윤보다 중요하다는 가치가 형성돼야 한다. 피해자 권리와 함께 독립 조사기구 설치와 안전에 대한 국가와 기업 책무 등을 규정한 기본법 제정으로 생명 존중 안전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참사의 원인을 알아야 재발 방지 대책도 가능하다. 참사의 원인을 안다는 것은 누가 어떤 법률적 잘못을 저질렀는지 파악하는 것만이 아니다. 수사는 누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인 알아야 
방지 대책도

이 관계자는 “당자사들이 구조적 원인을 밝힐 순 없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많은 이들이 구조요청을 보냈지만, 경찰과 소방관이 바로 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는, 왜 그들이 구조요청을 위험신호로 인식하지 못했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그래서 구조적 원인을 밝히는 독립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고, 생명안전기본법에 독립적 진상조사기구를 담고 있다. 참사를 개인의 불운이나 어쩔 수 없는 재난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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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