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필리핀 유모, 믿고 맡길 수 있나?

저출생 대책이 고작 ‘값싼 유모?’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황무지서 낱알을 찾는 마음으로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 시범사업을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리자 이같이 말했다. 해당 사업은 저출생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차원서 값싼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저출생 대책이 차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100명가량 받아들여 서울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개최한 공청회서 정책 실효성, 외국인 육아의 신뢰성, 내국인 가사도우미 종사자에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빠르면 올해 내로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도입해 서울 지역 내 가정서 가사·육아 업무를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간은 6개월 이상으로 서울시 전역서 시행할 방침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직장에 다니며 아이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임산부 등이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인력 도입을 국무회의를 통해 제시했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인력 확보를 위해 고용허가제 송출국 16개국 중에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 중인 필리핀을 우선 검토할 방침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E-9 비자(비전문취업)를 통해 입국한다. 대상자는 가사 노동과 관련해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 검증을 거쳐 선발된다.

입국 전후로 한국어·문화, 노동법 등 교육을 받고, 국내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이후 아동학대 방지를 비롯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서울시는 1억5000만원을 들여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숙소비·교통비 등 초기 정착 비용을 지원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제안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서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비용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해당 시범사업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자는 법안 발의가 논란의 발단이 됐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난 3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고용개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차별 논란이 일었다.

오 시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이 넘는다.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인건비가 낮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서울시 관계부서도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고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근로기준법과 ILO(국제노동기구) 국제 협약 위반이라는 외국인 차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국인 고용주 부담이 커져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내국인 가사노동자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명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3만명 넘게 감소했다. 특히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63.5%가 60대 이상, 28.8%가 50대로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논란 끝 최저임금 맞춘 외국인 가사노동자
“누가 쓰나?” 고소득층 혜택 전락 우려도

찬성하는 쪽에서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를 채용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내국인 가사인력의 경우 출·퇴근 시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시간당 9620원인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론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서 먹고 자는 내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서울 기준으로 한 달에 350만원서 450만원을 줘야 한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업체인 홈스토리 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종사자는 점점 줄고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4주 전 이틀간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요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150명 이상이 이용 의향을 표명했다”며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합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관련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 육아 인력이 감소하고 있어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지, 중년·고령 내국인 노동자를 가사노동자 시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가사서비스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 수요자인 육아 당사자들은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쌍둥이 자녀를 둔 김고은씨는 “아이에 관련된 일은 돈이 비싸다고 안 쓰고 싸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인데, 이주노동자들이 한두 번 교육으로 한국문화를 습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고령화되는 사회서 지금의 중년여성 일자리를 빼앗고 돌봄의 질이 저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복직을 앞둔 워킹맘 강초미씨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20·30대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진환씨도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그는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부분이고 어떤 가정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00명
검증은?


정부가 졸속으로 제도를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데 짧게 봐도 10년 걸렸는데, 1년 만에 제도가 만들어지고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공청회도 5일 전에야 공지가 됐다”며 “제도 관련된 의견을 취합했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절차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매년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관련 정책을 마련할 때마다 논의돼왔던 제도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내국인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덜고, 여성 인력의 경력단절을 해소하는 등 저출생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하는 점을 근거로 제도 도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9월 오 시장은 자신의 SNS에 “한국은 합계출산율 0.81명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출산율과 관련 하향세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도쿄, 오사카 등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시행 이후 저출생 문제 해결과 경제활동 참여율의 상관관계는 없었다. 오히려 합계출생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홍콩과 대만은 2020년부터 합계출생률이 1명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실효성
갑론을박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의 주요 정책 목표로 여겨지는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아시아 4개 국가서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약 1년밖에 경과하지 않은 시점서 내국인 인력 유입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 인력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한국에서는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추구하는 만큼, 그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 등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현재 민간시장서 외국인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가 실질적으로 어느 규모인지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으므로, 실질적인 수요와 내국인 인력 부족 여부를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사업 수행기관을 정부 인증기관으로 한정하거나 세액공제, 이용자 바우처 제공과 같은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보다 싸게 고용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9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더 나은 급여 조건을 찾아 다른 일자리로 떠날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국내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려면 방문취업 자격인 H-2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재중동포가 대부분이다.

고용부는 “가사서비스 일자리는 대표적인 중년층·고령층 여성 일자리”라며 “외국 인력 도입 확대 시 내국인 일자리 잠식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저임금 외국인력이 도입되면 내국인의 노동 조건이 저하된다”며 “외국 인력이 고임금 일자리로 이탈하는 사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부가 개최한 토론회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와 소비자 현장 의견도 가사서비스 영역의 저임금 상황 때문에 외국 인력 이탈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아이 돌봄을 담당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이탈은 제조업의 이탈과 매우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출산율 높이려는 고육지책 
벤치마킹 외국 사례 보니…

한국은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불법체류자 단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당수의 싱가포르·홍콩 가정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 대다수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필리핀 국적 출신이다. 홍콩은 높은 물가로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가 도입하는 방식은 민간 서비스 기업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이용 계약을 맺는다. 가사도우미는 제공기관 기업이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 제도를 한국이 도입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이 일본처럼 숙소를 제공한다면 수익 창출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한국 가정서 마주할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일정 시간 이상 입국 전·후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 내용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가사 관련 기술이 포함된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문화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어머니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어서 아동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며 “어머니도 아닌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돌봄이 이뤄지면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필리핀 출신은 영어회화 능력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고용부가 2021년 11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부모들은 영어 능력 때문에 필리핀 가사노동자 고용을 선호한다며 “일상적 의사소통에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의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은 홍콩 어린이들의 영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대만 가정도 아이 돌봄을 위해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서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없애는 나라도 생겨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오페어’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페어는 해외서 일하고 언어와 문화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서양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다.

다른 국가
제도 철폐

노르웨이의 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노동자 일부는 착취와 학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노르웨이 당국은 제도의 근본적인 비윤리성을 인식하고 폐지를 결정했다. 

한편 고용부는 대안으로 오페어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문화를 경험하기 희망하는 외국 젊은이나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안 중 하나로 네덜란드나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오페어 제도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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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