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필리핀 유모, 믿고 맡길 수 있나?

저출생 대책이 고작 ‘값싼 유모?’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황무지서 낱알을 찾는 마음으로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 시범사업을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리자 이같이 말했다. 해당 사업은 저출생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차원서 값싼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저출생 대책이 차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100명가량 받아들여 서울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개최한 공청회서 정책 실효성, 외국인 육아의 신뢰성, 내국인 가사도우미 종사자에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빠르면 올해 내로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도입해 서울 지역 내 가정서 가사·육아 업무를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간은 6개월 이상으로 서울시 전역서 시행할 방침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직장에 다니며 아이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임산부 등이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인력 도입을 국무회의를 통해 제시했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인력 확보를 위해 고용허가제 송출국 16개국 중에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 중인 필리핀을 우선 검토할 방침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E-9 비자(비전문취업)를 통해 입국한다. 대상자는 가사 노동과 관련해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 검증을 거쳐 선발된다.

입국 전후로 한국어·문화, 노동법 등 교육을 받고, 국내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이후 아동학대 방지를 비롯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서울시는 1억5000만원을 들여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숙소비·교통비 등 초기 정착 비용을 지원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제안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서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비용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해당 시범사업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자는 법안 발의가 논란의 발단이 됐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난 3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고용개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차별 논란이 일었다.

오 시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이 넘는다.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인건비가 낮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서울시 관계부서도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고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근로기준법과 ILO(국제노동기구) 국제 협약 위반이라는 외국인 차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국인 고용주 부담이 커져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내국인 가사노동자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명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3만명 넘게 감소했다. 특히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63.5%가 60대 이상, 28.8%가 50대로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논란 끝 최저임금 맞춘 외국인 가사노동자
“누가 쓰나?” 고소득층 혜택 전락 우려도

찬성하는 쪽에서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를 채용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내국인 가사인력의 경우 출·퇴근 시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시간당 9620원인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론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서 먹고 자는 내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서울 기준으로 한 달에 350만원서 450만원을 줘야 한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업체인 홈스토리 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종사자는 점점 줄고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4주 전 이틀간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요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150명 이상이 이용 의향을 표명했다”며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합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관련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 육아 인력이 감소하고 있어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지, 중년·고령 내국인 노동자를 가사노동자 시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가사서비스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 수요자인 육아 당사자들은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쌍둥이 자녀를 둔 김고은씨는 “아이에 관련된 일은 돈이 비싸다고 안 쓰고 싸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인데, 이주노동자들이 한두 번 교육으로 한국문화를 습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고령화되는 사회서 지금의 중년여성 일자리를 빼앗고 돌봄의 질이 저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복직을 앞둔 워킹맘 강초미씨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20·30대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진환씨도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그는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부분이고 어떤 가정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00명
검증은?

정부가 졸속으로 제도를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데 짧게 봐도 10년 걸렸는데, 1년 만에 제도가 만들어지고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공청회도 5일 전에야 공지가 됐다”며 “제도 관련된 의견을 취합했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절차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매년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관련 정책을 마련할 때마다 논의돼왔던 제도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내국인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덜고, 여성 인력의 경력단절을 해소하는 등 저출생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하는 점을 근거로 제도 도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9월 오 시장은 자신의 SNS에 “한국은 합계출산율 0.81명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출산율과 관련 하향세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도쿄, 오사카 등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시행 이후 저출생 문제 해결과 경제활동 참여율의 상관관계는 없었다. 오히려 합계출생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홍콩과 대만은 2020년부터 합계출생률이 1명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실효성
갑론을박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의 주요 정책 목표로 여겨지는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아시아 4개 국가서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약 1년밖에 경과하지 않은 시점서 내국인 인력 유입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 인력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한국에서는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추구하는 만큼, 그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 등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현재 민간시장서 외국인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가 실질적으로 어느 규모인지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으므로, 실질적인 수요와 내국인 인력 부족 여부를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사업 수행기관을 정부 인증기관으로 한정하거나 세액공제, 이용자 바우처 제공과 같은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보다 싸게 고용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9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더 나은 급여 조건을 찾아 다른 일자리로 떠날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국내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려면 방문취업 자격인 H-2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재중동포가 대부분이다.

고용부는 “가사서비스 일자리는 대표적인 중년층·고령층 여성 일자리”라며 “외국 인력 도입 확대 시 내국인 일자리 잠식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저임금 외국인력이 도입되면 내국인의 노동 조건이 저하된다”며 “외국 인력이 고임금 일자리로 이탈하는 사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부가 개최한 토론회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와 소비자 현장 의견도 가사서비스 영역의 저임금 상황 때문에 외국 인력 이탈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아이 돌봄을 담당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이탈은 제조업의 이탈과 매우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출산율 높이려는 고육지책 
벤치마킹 외국 사례 보니…

한국은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불법체류자 단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당수의 싱가포르·홍콩 가정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 대다수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필리핀 국적 출신이다. 홍콩은 높은 물가로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가 도입하는 방식은 민간 서비스 기업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이용 계약을 맺는다. 가사도우미는 제공기관 기업이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 제도를 한국이 도입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이 일본처럼 숙소를 제공한다면 수익 창출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한국 가정서 마주할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일정 시간 이상 입국 전·후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 내용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가사 관련 기술이 포함된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문화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어머니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어서 아동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며 “어머니도 아닌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돌봄이 이뤄지면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필리핀 출신은 영어회화 능력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고용부가 2021년 11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부모들은 영어 능력 때문에 필리핀 가사노동자 고용을 선호한다며 “일상적 의사소통에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의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은 홍콩 어린이들의 영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대만 가정도 아이 돌봄을 위해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서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없애는 나라도 생겨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오페어’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페어는 해외서 일하고 언어와 문화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서양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다.

다른 국가
제도 철폐

노르웨이의 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노동자 일부는 착취와 학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노르웨이 당국은 제도의 근본적인 비윤리성을 인식하고 폐지를 결정했다. 

한편 고용부는 대안으로 오페어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문화를 경험하기 희망하는 외국 젊은이나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안 중 하나로 네덜란드나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오페어 제도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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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