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숲으로의 초대 ①강릉솔향수목원

낮과 밤, 모두 즐겁다!

여름은 숲이 가장 다정해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초록빛 숲은 누구에게나 싱그러운 휴식을 선물하고, 어둠이 내린 상쾌한 숲에서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시원한 수평선까지 눈에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여름 숲이 주는 모든 즐거움이 강릉솔향수목원에 있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자리한다. 구정면 어단리와 왕산면 도마리·목계리 사이에 있는 칠성산은 산꼭대기에 7개 바위가 칠성(七星)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높이 953m에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이 주민들 사이에서도 꽤 험한 등산 코스로 꼽힌다. 1996년 강릉 안인해변에 침투한 무장 공비가 칠성산을 도주로로 이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이곳은 2013년 강릉솔향수목원이 개원하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떠오르는 관광명소

여러 나무가 섞여서 자생하는 일반적인 산과 달리, 칠성산은 능선을 경계로 동쪽에는 참나무가, 서쪽에는 키 큰 노송이 군락을 이룬다. 특히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한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다량 발산하고 자태가 빼어나 ‘나무의 제왕’이라 일컫는다. 오랜 세월 강릉의 흙과 물, 바람이 키워낸 금강소나무 원시림 덕분에 강릉솔향수목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이다. 대표적인 관찰로가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천년숨결치유의길은 금강소나무 외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피톤치드는 물론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놀이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나무 사이로 경사가 완만한 덱이 설치돼 어린아이나 어르신도 걷기에 부담 없다.

강릉솔향수목원에서 놓치면 안 될 또 다른 볼거리, 하늘정원이다. 이름 그대로 수목원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소나무뿐 아니라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이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마침 상쾌한 바람이 불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온 길인데, 전망대에서 만난 호사스러운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만끽한다.


강릉솔향수목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맑은 계곡을 만난다. 예부터 용소골이라 불린 이곳은 칠성산과 매봉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으로, 주민들이 즐겨 찾은 피서지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한 일급수여서 버들치와 가재도 흔하다. 계곡 상류에는 용소가 신비로운 푸른빛을 뽐낸다. 비가 내린 직후엔 관찰로 일부에 계곡물이 흘러 징검다리를 건너는 낭만도 누릴 수 있다.

전국 유일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수국원이 한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수국은 흙이 산성이면 푸른색 꽃을, 염기성이면 붉은색 꽃을 피운다. 그래서인지 흰색 수국은 ‘순결’, 보라색 수국은 ‘진심’, 분홍색 수국은 ‘처녀의 꿈’으로 꽃말도 제각각이다. 산수국은 바깥쪽 크고 화려한 색 꽃잎이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헛꽃이다. 안쪽에 있는 작고 소박한 꽃이 진짜 꽃이고, 헛꽃은 꽃가루받이하고 나면 고개를 숙인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솔숲광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도 좋다. 널찍한 잔디밭과 귀여운 곰을 형상화한 포토 존이 인기다. 여름을 맞아 비비추원에는 보랏빛 꽃이 만발했다. 산지 냇가에서 자라는 비비추는 생명력이 강한 약용식물로, 어린잎을 무쳐 먹기도 한다. 광장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쉬었다 가기 적당하다.

강릉솔향수목원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 바로 야간 개장이다. 수목원 입구부터 알전구로 장식한 쉼터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화려한 꽃이 주인공이라면,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숲길이 주인공이다. 초록빛 조명이 반짝이는 숲길은 반딧불이의 향연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비롭다. 어둠이 내린 용소에는 빛으로 구현한 용 한 마리가 솟아오른다. 강릉솔향수목원 하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야간 개장 오후 8~11시 / 월요일 휴원), 입장료는 없다.

강릉에 왔으니 커피거리를 들러봐야겠다. 해마다 가을에 커피축제가 열릴 정도로 커피 관련 콘텐츠가 다양한 강릉은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커피거리가 형성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늘어선 커피 자판기에서 시작한 강릉커피거리는 이제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로 채워졌다. 카페마다 맛과 향이 다른 커피가 유혹하고, 푸른 바다가 풍미를 돋운다.

해 질 무렵엔 월화거리를 거닐어보자.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들의 자손인 명주군왕이 강릉 김씨 시조다. 낙후한 구도심에 월화거리가 조성되면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밀집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남대천철교를 리모델링한 월화교에선 분수 쇼가 벌어진다. 화~일요일 오후 2시에 분수 쇼를, 8시에 분수 쇼와 어우러진 조명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금·토요일에는 9시에 분수 쇼가 한 번 더 펼쳐지고, 오후 6~11시에 야시장도 열린다.


색다른 하룻밤

강릉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계획한다면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추천한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가 그림 같은 연곡해변에 자리하고, 덱이 대부분 울창한 솔숲에 마련돼 강릉의 멋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캠핑장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했다. 캠핑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캐러밴도 운영 중이며, 올여름부터 간편하게 캠핑을 맛보는 글램핑 시설이 추가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강릉솔향수목원→강릉커피거리→월화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릉솔향수목원→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월화거리
-둘째 날: 강릉커피거리→강릉 선교장→아르떼뮤지엄강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릉관광 www.gn.go.kr/tour
-강릉솔향수목원 www.gn.go.kr/sol hyang
-강릉커피거리 https://ggcoffeestreet.modoo.at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https://camping.gtdc.or.kr

문의 전화
-강릉시청 관광정책과 033)640-5424
-강릉역관광안내소 033) 642-8692
-강릉솔향수목원 033)660-2322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033)662-290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29회(06: 20~22:20) 운행, 2시간20분~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00~20:2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강릉시외·고속터미널에서 강릉의료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3㎞, 104번·104-2번 일반버스 이용, 강릉솔향수목원 정류장 하차, 도보 약 66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is.gn.go.kr 

[기차] 서울역-강릉역, KTX 하루 14회(05:11~22:11)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릉역에서 용지각 정류장까지 도보 약 780m, 104번 일반버스 이용, 강릉솔향수목원 정류장 하차, 도보 약 6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is.gn.g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강릉 방면→강릉 IC에서 강릉 방면→강릉톨게이트→강릉 IC에서 대관령·성산 방면→금산2교차로에서 가톨릭관동대학교·제비리 방면→구정면·굴산사지·솔향수목원 방면→강릉솔향수목원

숙박 정보
-하이오션 경포: 강릉시 경포로463번길, 033)646-9999, http://hiocean.kr
-강릉오죽한옥마을: 강릉시 죽헌길, 033)655-1117~8, https://ojuk.gtdc.or.kr
-호텔탑스빌: 강동면 헌화로, 033)643-10 54, www.정동진호텔.com

식당 정보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본점(원조짬순·안송자청국장):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9885, www.instagram.com/donghwagarden
-배니닭강정(닭강정·프라이드): 강릉시 금성로13번길, 033)643-9038, https://gsbaenni.modoo.at
-테라로사커피공장 강릉본점(커피·판나코타): 구정면 현천길, 1668-2764, https://terarosa.com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손성목영화박물관, 경포가시연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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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