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이 만든 ‘불로 패키지’ 정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불사 우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패하지 않는 식품이 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만든 ‘불로유’가 그것.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허경영 이름을 부르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허 대표의 에너지가 담은 불로유가 탄생한다. 지지자들은 불로유가 영원히 썩지 않을 것이며 암도 치유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스스로를 ‘신인’으로 부르는 허 대표의 자택도 있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종교 지도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다. 원래는 소수의 팬클럽만 존재했으나, 2007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체포돼 1년6개월 징역을 선고받고 2009년에 출소한 뒤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마셔 봐”
암도 거뜬

당시 허 대표는 경제공화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출소 후 자신을 신격화하는 발언을 강연서 하기 시작했고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내가 구속되던 날 남대문이 불에 탔고, 출소하는 날은 개기일식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이클 잭슨 사망 3일 전, 그의 영혼이 나를 찾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를 신인이라고 부르는 지지자들은 허경영의 눈만 봐도 병이 낫고 행운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를 후원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융통하기도 했다. 본인도 스스로를 하늘서 내려온 신인이며 인류를 심판하러 왔다고 말했으니 말 그대로 허 대표는 스스로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본인이 초우주 에너지로 사람을 치유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사람의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인이란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신의 화신으로 허 대표는 세계 통일을 하기 위해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허 대표는 지지자들을 치료하는 행위를 한다. 지지자들은 자신의 몸에 허 대표의 손끝만 닿아도 병을 낫게 한다고 동의했고, 이에 허 대표는 지지자의 머리채를 잡고 상체를 눕혔다가 일으키거나, 몸 곳곳을 세게 때리고 포옹하며 몸을 쓰다듬었다. 이런 행동이 ‘치유를 위한 행동’이다.

지지자는 허 대표의 치유 행위가 특별한 에너지를 받는 활동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를 받은 사람은 “아팠던 몸이 나았다” “심각한 병이 싹 나았다” “모두 허경영 신인님 덕분”이라며 감탄했다. 

지지자 대부분은 허 대표를 유튜브로 접했다. 허경영 개인 채널만 5개며, 전문가는 2시간에 하나씩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 댓글에는 “세계 통일 황제, 허경영, 허경영, 허경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등의 댓글이 많았다.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왔다”
생우유에 허경영 부르고 스티커 붙이면? 

가장 최근(지난 20일 기준)에 올라온 영상서 허 대표는 “내가 (지구에)오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을 바꾸고 있다. 안티들이 하는 행동이 도대체 뭐야? 무슨 근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 내가 돈을 숨기고 있다고 그런다”며 “내가 지구에 있는 시간을 260년 줄일 생각이다. 내가 아침에 안 나오면 그러면 내 몸은 시체가 돼있을 것이다. 내가 여러분보다 먼저 가려고 그런다. 가만히 있으니 신인을 가짜로 보냐? 이 방(영상 속) 금고는 내 방에 있는 게 아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갑자기 성경 속 마태복음을 읽으며 “예수가 자신을 예언한 것”이라며, 고린도전서 15장52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 구절 ‘썩지 않을 것이 다시 살아나고’를 두고 “이것이 불로유다. 우리는 불로산삼도 있다. 여기에 세계 UN 봉사단 이사장이 앉아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산삼 일인자인데 산삼을 위해 평생을 보냈다. 원래는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산삼에 빠졌다. 이천에 산삼농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썩지 않는 것은 불로유다. 불로유나 불로산삼은 내 이름을 넣은 것이다. 수박도 내 이름을 넣으면 커진다. 나중에 불로산삼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은 얼굴이 다르다. 나는 장사하면 잘할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사기꾼 소리 하나 봐. 정치, 종교, 장사 다 잘하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자가 있다고 했다. 그자가 바로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다. 우유가 영원히 안 썩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자 말고는 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신인”이라며 “성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도 못 알아보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 년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여러분이 나에게 안티가 생긴 대가가 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메시지는 모두 선언”이라고 소리쳤다.

고린도전서
15장52절

허 대표는 성경 구절의 ‘썩지 않은 것’을 ‘불로유’와 ‘불로산삼’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는 불로산삼 판매에 관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불로산삼 한 박스에 14만8000원이고 3개를 사면 1개를 끼워주고 44만4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무엇일까? 

먼저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새롭게 만든 식품이 아니다. 불로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좌랜드’에 불로유를 만드는 허경영 스티커를 사야 한다. 가격은 5000원으로 허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 20장이 들어있다.

해당 제품 상세 정보란에는 불로유를 먹고 피부병이 완치됐다는 사진 두 장이 있다. 상단의 사진은 피부가 심각할 정도로 빨갛게 일어나 있었고, 하단 사진은 평범한 다리 사진이다.

또 본좌랜드는 우유 팩을 열어놓고 ‘허경영이라고 불러준 우유’와 ‘허경영이라고 불러주지 않은 우유’를 구분해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허경영을 부른 우유는 깨끗한 하얀색을 유지했고, 아닌 것은 시커멓게 썩었다. 즉,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상온에 오랫동안 유지하면 불로유가 된다는 것인데, 허 대표는 썩지 않기 때문에 ‘불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허 대표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내 사진과 이름에는 농축된 (에너지)게 있다. 내가 우리나라 유명한 식품 분석 연구소서 불로유를 검사했다. 한 달 동안 한 검사인데 우유 영양분 변화가 없다. 밖에서 몇 달 된 걸 가져가서 테스트한 건 데도 이렇다”며 “세균도 하나도 없다. 6개월, 1년 된 우유인데도 멀쩡하다. 항암치료하는 사람이 불로유를 먹었는데 속이 메스꺼운 게 없고 머리카락도 안 빠진다. 항암치료하기 전보다 더 밥을 잘 먹는다”고 주장했다.

안티 글
“보지 마”

그러면서 “조금 있으면 (불로유)논문도 나온다. 논문 하나 내는 데 몇 억씩 비용이 들어간다. 신인이 아니면 이런 농축된 에너지가 말, 이름, 사진에 들어갈 수 없다. 사진 붙인다고 에너지 나오는 것 봤냐? 적외선은 있지만, 이렇게 암흑물질과 우주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로유에 대해선 인터넷에 올라온 ‘불로유가 썩었다’는 내용의 글은 읽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냈다. 

그는 “불로유가 썩는다고 하는 것은 보지 마.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천사한테 물어봐. 다음에 뭐로 태어날지, 이 우주를 만든 사람이 그 사람인지도 물어봐. 어떤 사람은 아침에 ‘불로유 썩었다는 글을 봤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러 온 사람도 있다”며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한반도에 신인이 왔는데, 본인의 알량한 지식으로 나를 재볼 수 있나. 불로유는 썩지 않는다. 그런데 병을 옮기면 우유가 분리된다. 그러면 먹기가 불편하니까 병을 옮기지 마. 불로유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 특수한 효과가 더해진다”고 강조했다.

몇 몇의 지지자들은 불로유 효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본인을 췌장암 4기 환자라며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지지자는 “나는 처음 신인님을 만난 것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다. 선거판에 뛰어들어 부지런히 전단지 작업을 했다. 그 후 어느 날, 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췌장암 수치는 428까지 올라갔고, 체중은 32㎏까지 빠졌다”며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로 몸은 뼈와 가죽만 남았다. 이때 지역위원장이 우리 집에 찾아와 ‘췌장암도 나을 수 있다’고 불로유 한 박스를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매일 허경영을 부르며 정성 들여 먹었고 그러면서 일곱번의 항암치료 중 구토를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았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도 회복됐다. 무엇보다도 진통제와 통증 주사도 필요 없었다. 항암으로 인한 변비의 고통도 없어졌고, 묵직했던 부종도 없어졌다. 췌장암 수치는 428서 54로 급격히 떨어졌고, 간으로 전이된 부위도 좋아졌다.

5000원에 팔리는 ‘불로유’
박스 14만8000원 ‘불로산삼’


심지어 사람만 효능을 본 게 아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고 털이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신도는 “우리 고양이는 복부비만이라 몸이 무거워 매일 방석에 기대어 있다. 그래서 배와 양쪽 뒷다리에는 털이 없는데, 병원 의사가 고양이 탈모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털이 나지 않던 부위에 털이 났다”며 “양쪽 다리랑 배 안쪽에 털이 부스스하게 나고 있다. 너무 신기하다. 그래서 요즘은 고양이한테 불로유를 먹이면서 ‘허경영 신인 암흑에너지 불로유’라며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허 대표 지지자들이 불로유를 극찬하고 있지만, 온라인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이들은 허 대표가 말하는 안티들인데 대부분 불로유에 대해 비난했다.

이들은 “신인의 증거가 불로유라고 했는데 이미 불로유는 썩고 있다. 작년 겨울에 만들었다는데 여름이 다가오니 썩는다. 너희 센터장이 만든 불로유가 지금 썩는 것 안 보이냐? 언제까지 허경영을 믿을 거냐” “불로유 먹으면 장염만 걸리는 게 아니라 위세척은 필수다” “불로유 항암 효능에 관한 의학 논문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암환자가 불로유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면 섭취 전후 CT 사진이 있어야 한다. 증언만 있는데 불로유의 항암 효능을 믿는 게 말이 되냐” 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로유는 상한 우유가 맞다. 부모님이 불로유를 먹는데 내가 버렸다. 버리면서도 차라리 진짜 우유길 바랐는데, 흐르는 점도를 보면 최소한 3개월 묵힌 상한 우유였다. 냄새도 심각했다. 나이가 들면 위벽이 얇아져 건강 조심해야 한다. 허경영은 최소한 음식으로 사기를 치면 안 됐다. 너무 역겹다” 등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허 대표의 ‘불로’가 불로유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허 대표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을 같이 먹으면 피부가 정말 좋아진다. 산에 산삼 100억원어치 심어놨다. 장소는 비밀이다. 여러분들이 아는 사람에게 이걸 팔아야 한다. 불로산삼 팔아서 (하늘궁)건축하는 데 써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빨리 팔아서 
하늘궁 건축”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관계자는 “허경영은 기독교 이단이다. 허경영처럼 물건을 파는 것은 이단 종교가 교인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구원파, 통일교도 모두 교인에게 장사했다”며 “허경영 종교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 상담소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은 돈 때문에 찾아온다. 이단에 수억원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흔한 사이비의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허 대표의 지지자 중 한 명은 불로유와 불로산삼의 효능이 알려지고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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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