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이 만든 ‘불로 패키지’ 정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불사 우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패하지 않는 식품이 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만든 ‘불로유’가 그것.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허경영 이름을 부르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허 대표의 에너지가 담은 불로유가 탄생한다. 지지자들은 불로유가 영원히 썩지 않을 것이며 암도 치유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스스로를 ‘신인’으로 부르는 허 대표의 자택도 있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종교 지도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다. 원래는 소수의 팬클럽만 존재했으나, 2007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체포돼 1년6개월 징역을 선고받고 2009년에 출소한 뒤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마셔 봐”
암도 거뜬

당시 허 대표는 경제공화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출소 후 자신을 신격화하는 발언을 강연서 하기 시작했고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내가 구속되던 날 남대문이 불에 탔고, 출소하는 날은 개기일식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이클 잭슨 사망 3일 전, 그의 영혼이 나를 찾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를 신인이라고 부르는 지지자들은 허경영의 눈만 봐도 병이 낫고 행운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를 후원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융통하기도 했다. 본인도 스스로를 하늘서 내려온 신인이며 인류를 심판하러 왔다고 말했으니 말 그대로 허 대표는 스스로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본인이 초우주 에너지로 사람을 치유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사람의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인이란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신의 화신으로 허 대표는 세계 통일을 하기 위해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허 대표는 지지자들을 치료하는 행위를 한다. 지지자들은 자신의 몸에 허 대표의 손끝만 닿아도 병을 낫게 한다고 동의했고, 이에 허 대표는 지지자의 머리채를 잡고 상체를 눕혔다가 일으키거나, 몸 곳곳을 세게 때리고 포옹하며 몸을 쓰다듬었다. 이런 행동이 ‘치유를 위한 행동’이다.

지지자는 허 대표의 치유 행위가 특별한 에너지를 받는 활동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를 받은 사람은 “아팠던 몸이 나았다” “심각한 병이 싹 나았다” “모두 허경영 신인님 덕분”이라며 감탄했다. 

지지자 대부분은 허 대표를 유튜브로 접했다. 허경영 개인 채널만 5개며, 전문가는 2시간에 하나씩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 댓글에는 “세계 통일 황제, 허경영, 허경영, 허경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등의 댓글이 많았다.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왔다”
생우유에 허경영 부르고 스티커 붙이면? 

가장 최근(지난 20일 기준)에 올라온 영상서 허 대표는 “내가 (지구에)오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을 바꾸고 있다. 안티들이 하는 행동이 도대체 뭐야? 무슨 근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 내가 돈을 숨기고 있다고 그런다”며 “내가 지구에 있는 시간을 260년 줄일 생각이다. 내가 아침에 안 나오면 그러면 내 몸은 시체가 돼있을 것이다. 내가 여러분보다 먼저 가려고 그런다. 가만히 있으니 신인을 가짜로 보냐? 이 방(영상 속) 금고는 내 방에 있는 게 아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갑자기 성경 속 마태복음을 읽으며 “예수가 자신을 예언한 것”이라며, 고린도전서 15장52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 구절 ‘썩지 않을 것이 다시 살아나고’를 두고 “이것이 불로유다. 우리는 불로산삼도 있다. 여기에 세계 UN 봉사단 이사장이 앉아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산삼 일인자인데 산삼을 위해 평생을 보냈다. 원래는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산삼에 빠졌다. 이천에 산삼농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썩지 않는 것은 불로유다. 불로유나 불로산삼은 내 이름을 넣은 것이다. 수박도 내 이름을 넣으면 커진다. 나중에 불로산삼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은 얼굴이 다르다. 나는 장사하면 잘할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사기꾼 소리 하나 봐. 정치, 종교, 장사 다 잘하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자가 있다고 했다. 그자가 바로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다. 우유가 영원히 안 썩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자 말고는 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신인”이라며 “성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도 못 알아보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 년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여러분이 나에게 안티가 생긴 대가가 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메시지는 모두 선언”이라고 소리쳤다.

고린도전서
15장52절

허 대표는 성경 구절의 ‘썩지 않은 것’을 ‘불로유’와 ‘불로산삼’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는 불로산삼 판매에 관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불로산삼 한 박스에 14만8000원이고 3개를 사면 1개를 끼워주고 44만4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무엇일까? 

먼저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새롭게 만든 식품이 아니다. 불로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좌랜드’에 불로유를 만드는 허경영 스티커를 사야 한다. 가격은 5000원으로 허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 20장이 들어있다.

해당 제품 상세 정보란에는 불로유를 먹고 피부병이 완치됐다는 사진 두 장이 있다. 상단의 사진은 피부가 심각할 정도로 빨갛게 일어나 있었고, 하단 사진은 평범한 다리 사진이다.

또 본좌랜드는 우유 팩을 열어놓고 ‘허경영이라고 불러준 우유’와 ‘허경영이라고 불러주지 않은 우유’를 구분해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허경영을 부른 우유는 깨끗한 하얀색을 유지했고, 아닌 것은 시커멓게 썩었다. 즉,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상온에 오랫동안 유지하면 불로유가 된다는 것인데, 허 대표는 썩지 않기 때문에 ‘불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허 대표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내 사진과 이름에는 농축된 (에너지)게 있다. 내가 우리나라 유명한 식품 분석 연구소서 불로유를 검사했다. 한 달 동안 한 검사인데 우유 영양분 변화가 없다. 밖에서 몇 달 된 걸 가져가서 테스트한 건 데도 이렇다”며 “세균도 하나도 없다. 6개월, 1년 된 우유인데도 멀쩡하다. 항암치료하는 사람이 불로유를 먹었는데 속이 메스꺼운 게 없고 머리카락도 안 빠진다. 항암치료하기 전보다 더 밥을 잘 먹는다”고 주장했다.

안티 글
“보지 마”

그러면서 “조금 있으면 (불로유)논문도 나온다. 논문 하나 내는 데 몇 억씩 비용이 들어간다. 신인이 아니면 이런 농축된 에너지가 말, 이름, 사진에 들어갈 수 없다. 사진 붙인다고 에너지 나오는 것 봤냐? 적외선은 있지만, 이렇게 암흑물질과 우주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로유에 대해선 인터넷에 올라온 ‘불로유가 썩었다’는 내용의 글은 읽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냈다. 

그는 “불로유가 썩는다고 하는 것은 보지 마.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천사한테 물어봐. 다음에 뭐로 태어날지, 이 우주를 만든 사람이 그 사람인지도 물어봐. 어떤 사람은 아침에 ‘불로유 썩었다는 글을 봤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러 온 사람도 있다”며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한반도에 신인이 왔는데, 본인의 알량한 지식으로 나를 재볼 수 있나. 불로유는 썩지 않는다. 그런데 병을 옮기면 우유가 분리된다. 그러면 먹기가 불편하니까 병을 옮기지 마. 불로유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 특수한 효과가 더해진다”고 강조했다.

몇 몇의 지지자들은 불로유 효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본인을 췌장암 4기 환자라며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지지자는 “나는 처음 신인님을 만난 것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다. 선거판에 뛰어들어 부지런히 전단지 작업을 했다. 그 후 어느 날, 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췌장암 수치는 428까지 올라갔고, 체중은 32㎏까지 빠졌다”며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로 몸은 뼈와 가죽만 남았다. 이때 지역위원장이 우리 집에 찾아와 ‘췌장암도 나을 수 있다’고 불로유 한 박스를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매일 허경영을 부르며 정성 들여 먹었고 그러면서 일곱번의 항암치료 중 구토를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았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도 회복됐다. 무엇보다도 진통제와 통증 주사도 필요 없었다. 항암으로 인한 변비의 고통도 없어졌고, 묵직했던 부종도 없어졌다. 췌장암 수치는 428서 54로 급격히 떨어졌고, 간으로 전이된 부위도 좋아졌다.

5000원에 팔리는 ‘불로유’
박스 14만8000원 ‘불로산삼’


심지어 사람만 효능을 본 게 아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고 털이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신도는 “우리 고양이는 복부비만이라 몸이 무거워 매일 방석에 기대어 있다. 그래서 배와 양쪽 뒷다리에는 털이 없는데, 병원 의사가 고양이 탈모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털이 나지 않던 부위에 털이 났다”며 “양쪽 다리랑 배 안쪽에 털이 부스스하게 나고 있다. 너무 신기하다. 그래서 요즘은 고양이한테 불로유를 먹이면서 ‘허경영 신인 암흑에너지 불로유’라며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허 대표 지지자들이 불로유를 극찬하고 있지만, 온라인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이들은 허 대표가 말하는 안티들인데 대부분 불로유에 대해 비난했다.

이들은 “신인의 증거가 불로유라고 했는데 이미 불로유는 썩고 있다. 작년 겨울에 만들었다는데 여름이 다가오니 썩는다. 너희 센터장이 만든 불로유가 지금 썩는 것 안 보이냐? 언제까지 허경영을 믿을 거냐” “불로유 먹으면 장염만 걸리는 게 아니라 위세척은 필수다” “불로유 항암 효능에 관한 의학 논문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암환자가 불로유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면 섭취 전후 CT 사진이 있어야 한다. 증언만 있는데 불로유의 항암 효능을 믿는 게 말이 되냐” 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로유는 상한 우유가 맞다. 부모님이 불로유를 먹는데 내가 버렸다. 버리면서도 차라리 진짜 우유길 바랐는데, 흐르는 점도를 보면 최소한 3개월 묵힌 상한 우유였다. 냄새도 심각했다. 나이가 들면 위벽이 얇아져 건강 조심해야 한다. 허경영은 최소한 음식으로 사기를 치면 안 됐다. 너무 역겹다” 등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허 대표의 ‘불로’가 불로유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허 대표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을 같이 먹으면 피부가 정말 좋아진다. 산에 산삼 100억원어치 심어놨다. 장소는 비밀이다. 여러분들이 아는 사람에게 이걸 팔아야 한다. 불로산삼 팔아서 (하늘궁)건축하는 데 써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빨리 팔아서 
하늘궁 건축”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관계자는 “허경영은 기독교 이단이다. 허경영처럼 물건을 파는 것은 이단 종교가 교인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구원파, 통일교도 모두 교인에게 장사했다”며 “허경영 종교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 상담소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은 돈 때문에 찾아온다. 이단에 수억원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흔한 사이비의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허 대표의 지지자 중 한 명은 불로유와 불로산삼의 효능이 알려지고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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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