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레바뮌’ 첫 코리안리거 김민재

아시아 넘은 월클 센터백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 김민재가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는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그는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3대 클럽 중 한 곳에 입단하기까지 단 2년 걸렸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 2028년까지 5년간 계약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센터백 김민재와 2028년 6월30일까지 5년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재는 전 소속팀 나폴리에서 사용하던 등번호 3번을 달고 뛴다.

장 크리스티안 드리센 뮌헨 CEO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을 세웠고, 시즌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뤄낸 선수”라며 “그의 개인적인 능력인 정신력, 스피드 모두 인상적이다. 김민재는 자신의 플레이로 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밟은
꿈의 무대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식서 포부를 드러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항상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이 기대된다”며 “구단과 대화하면서 나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고 가능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뮌헨은 김민재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뮌헨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나폴리에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으로 5000만유로(약 710억원)를 지불했다. 앞서 축구선수 손흥민이 기록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유로(약 410억원)를 뛰어넘으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김민재는 뮌헨 구단 역사에도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 마티아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뮌헨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세계 축구 클럽 주축인 유럽 축구를 꼽을 때 사용하는 단어인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뮌헨)이라 불린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김민재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현주(베헨 비스바덴)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뮌헨 자체 육성시스템으로 영입한 유망주다. 김민재는 구단 역사상 이적료 3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주전급으로 분류된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서 인정한 최고의 수비수다. 2019년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로 입단한 김민재는 전북서 두 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리그 베스트11과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는 당시 유럽 무대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을 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민재를 향해 “커리어보다 돈이 우선이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민재는 무대를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아가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는 2021-2022시즌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처음 입성했다. 튀르키예 리그에 합류함과 동시에 곧바로 뛰어난 존재감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입단 1년 만에 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나폴리로 이적하게 됐다.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명문 클럽으로
몸값 28억→857억 2년 만에 30배 상승

나폴리는 나폴리 수비진을 오랜 기간 책임진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했다. 당시 시즌 시작 전 합류한 김민재를 향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민재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유럽 2년 차인데다 쿨리발리의 자리를 메우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첫 시즌부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데뷔 전부터 헤딩으로 득점포를 쏴 올리는가 하면, 철벽수비도 선보였다. 이후 그는 매 경기 놀라운 기량을 선보여 시즌이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철벽수비를 펼치면서 세리에 A 이달의 선수상만 세 번 선정됐다. 

김민재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나폴리는 2022-2023 시즌 세리에A 정규리그서 38경기 28승6무4패의 성적을 거두고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 3054분 동안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태클 1.6회, 가로채기 1.2회, 클리어링 3.5회, 슈팅 블록 0.7회의 성적표를 일궈냈다. 나폴리 수비진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았다.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나폴리 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나폴리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준 팬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저의 열정적인 클럽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님, 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폴리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나폴리를 기억하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김민재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서 대형 구단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뮌헨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관심을 보였고 최근 이강인이 입단한 파리 생제르맹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매 시즌 각 리그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구단인 데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구단이다.

수많은
러브콜

이적시장 초반 가장 적극적으로 김민재를 원하는 곳은 맨유였다. 구단 재건을 노리고 있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를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맨유 수비진에는 라파엘 바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빅토르 린델로프 등이 있지만 부상이 잦아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맨유는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진 경쟁을 견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연봉과 계약기간까지 김민재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맨유는 김민재와 영입 협상을 한 달 넘게 끌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맨유는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로프 등 백업 수비진을 이적 및 방출 시킨 이후 김민재를 영입해 수비진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맨유 측은 나폴리와 한 협상서 김민재의 이적료 중 일부에 린델로프를 포함시킬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맨유는 센터백 포지션의 백업 선수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과이어와 린델로프 등 백업 선수들은 기량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다른 구단에서도 영입을 제안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실력에 비해 고액 연봉을 받는 백업 선수들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이적료 및 주급 마련에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맨유가 주춤하자 타 구단들은 김민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김민재와 나폴리 간 계약에는 지난 1일부터 해외 구단 한정으로 유효한 바이아웃이 존재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구단 입장에서는 김민재의 이적료인 5000만유로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금액이었다.


바이아웃 조항이 시작되자 김민재를 향한 빅클럽의 구애가 이어졌다. 바이아웃 조항은 특정 액수가 넘어가면 소속 구단과 상관없이 선수 개인과 협상이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김민재 영입전에 후발주자로 나섰던 뮌헨이 최종 승자가 됐다. 뮌헨 구단은 김민재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 뮌헨은 주전 센터백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대체 선수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근거 있는
다재다능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직접 김민재와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진정성을 보였다. 김민재가 뮌헨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는 “뮌헨 측이 김민재를 구단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발표 이후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너무 기쁘다”며 “김민재와 몇 차례 영상 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이며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던 김민재는 3주 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퇴소했다. 이에 뮌헨 구단은 퇴소일에 맞춰 독일서 의무팀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메디컬 테스트 진행 모습을 담은 비디오 클립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뮌헨 의무팀이 독일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과 함께 국내 병원서 김민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대화를 나누며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 뮌헨서 준비한 선물을 받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파격적인 대우에 독일 현지 매체도 놀랄 정도였다.

독일 현지 매체는 김민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아웃 조항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 뮌헨은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이제 뤼카 에르난데스를 잊게 할 사람이 뮌헨에 있다”고 환영했다. 

같은 현지 매체인 <란>은 “김민재는 에르난데스와 벵자맹 파바르를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며 “통계에 따르면 김민재는 여러 방면서 뮌헨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통해 마티어스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로 이어지는 센터백 라인을 구축한다.

김민재의 시즌 초반 목표는 전 주전 센터백인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을 잊게 하는 것이다. 

독일 <스포르트1>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에르난데스를 대신할 김민재에 관한 강점을 분석했다. 매체는 통계 정보를 두고 에르난데스보다 김민재가 훨씬 좋은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야프 스탐과 같은 선수”
뮌헨 가자마자 주전 예약

이 매체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세리에A서 3050분을 뛴 반면에 에르난데스는 가장 많이 뛴 2021-2022년 시즌 조차 2030분을 뛰었다”며 김민재가 내구성 면에서 우위라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막강한 신체 스펙을 이용해 공중볼 경합을 따낸다. 공중볼 경합서 김민재는 90분당 2.69번을 승리했고, 에르난데스는 1.77번”이라고 분석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에 ‘김민재에 대한 7가지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대대적인 김민재 홍보에 나섰다. 뮌헨은 김민재가 자라온 일대기를 소개했다. 구단 측은 김민재에 대해 “1996년 11월15일 한국의 항구도시 경남 통영서 태어나 과거 인터뷰를 통해 횟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 시절에는 아버지가 트럭으로 밤새 이동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로 데려다 줬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통계자료를 통해 스피드, 패스, 제공권, 빌드업 능력, 태클을 두루 갖춘 수비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뮌헨은 “190㎝의 신장을 갖춘 김민재는 지난 시즌 두 번째로 많은 92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했다”며 “63%의 태클 성공률은 시즌 1위였고, 상대가 그를 제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빌드업 능력도 치켜세웠다. 뮌헨은 “김민재는 빌드업 과정서 91%의 패스 성공률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며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서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했고 3번째로 많은 패스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서 빠른 스피드로 인정받았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수비라인에 있으면 상대팀이 역습을 할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서 최고 속도 34.2km/h를 기록했다. 같은 소속팀 수비수인 우파메카노(34km/h), 파바르(32.9km/h)를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김민재가 달고 뛸 등번호 3번에 관한 역사도 재조명했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레전드들이 거쳐간 등번호를 이어간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매체 <키커>는 “등번호 3번은 파울 브라이트너, 빅상트 라자라쥐, 루시우 등 뮌헨의 전설들이 사용해왔다”며 “김민재가 등번호 3번을 달고 바이에른 뮌헨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전했다.

김민재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2년 새 수직 상승한 몸값서 알 수 있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21년 650만유로(약 92억원)서 현재 6000만유로(약 860억원)로 이적료가 10배가량 상승했다.

김민재의 시장가치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으로 전 세계 축구선수 중 61번째로 높다. 소속팀 뮌헨이 속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전체 10위고 포지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8위다. 뮌헨은 이적료 지출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구단이다. 그만큼 뮌헨은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유례없는
파격 대우

실제로 뮌헨은 현재까지 선수를 영입할 때 1억유로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최근 이적시장서 선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뮌헨이 5000만유로 이상을 이적료로 지출한 사례는 김민재가 3번째다.

김민재는 이제 뮌헨 선수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뮌헨은 독일 테게른제에 훈련캠프를 차려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2023-2024시즌 준비를 알리는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시작으로 새롭게 팬들과 인사를 건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뮌헨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동행해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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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