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레바뮌’ 첫 코리안리거 김민재

아시아 넘은 월클 센터백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 김민재가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는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그는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3대 클럽 중 한 곳에 입단하기까지 단 2년 걸렸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 2028년까지 5년간 계약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센터백 김민재와 2028년 6월30일까지 5년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재는 전 소속팀 나폴리에서 사용하던 등번호 3번을 달고 뛴다.

장 크리스티안 드리센 뮌헨 CEO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을 세웠고, 시즌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뤄낸 선수”라며 “그의 개인적인 능력인 정신력, 스피드 모두 인상적이다. 김민재는 자신의 플레이로 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밟은
꿈의 무대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식서 포부를 드러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항상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이 기대된다”며 “구단과 대화하면서 나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고 가능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뮌헨은 김민재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뮌헨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나폴리에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으로 5000만유로(약 710억원)를 지불했다. 앞서 축구선수 손흥민이 기록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유로(약 410억원)를 뛰어넘으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김민재는 뮌헨 구단 역사에도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 마티아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뮌헨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세계 축구 클럽 주축인 유럽 축구를 꼽을 때 사용하는 단어인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뮌헨)이라 불린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김민재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현주(베헨 비스바덴)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뮌헨 자체 육성시스템으로 영입한 유망주다. 김민재는 구단 역사상 이적료 3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주전급으로 분류된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서 인정한 최고의 수비수다. 2019년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로 입단한 김민재는 전북서 두 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리그 베스트11과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는 당시 유럽 무대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을 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민재를 향해 “커리어보다 돈이 우선이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민재는 무대를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아가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는 2021-2022시즌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처음 입성했다. 튀르키예 리그에 합류함과 동시에 곧바로 뛰어난 존재감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입단 1년 만에 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나폴리로 이적하게 됐다.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명문 클럽으로
몸값 28억→857억 2년 만에 30배 상승

나폴리는 나폴리 수비진을 오랜 기간 책임진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했다. 당시 시즌 시작 전 합류한 김민재를 향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민재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유럽 2년 차인데다 쿨리발리의 자리를 메우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첫 시즌부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데뷔 전부터 헤딩으로 득점포를 쏴 올리는가 하면, 철벽수비도 선보였다. 이후 그는 매 경기 놀라운 기량을 선보여 시즌이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철벽수비를 펼치면서 세리에 A 이달의 선수상만 세 번 선정됐다. 

김민재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나폴리는 2022-2023 시즌 세리에A 정규리그서 38경기 28승6무4패의 성적을 거두고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 3054분 동안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태클 1.6회, 가로채기 1.2회, 클리어링 3.5회, 슈팅 블록 0.7회의 성적표를 일궈냈다. 나폴리 수비진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았다.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나폴리 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나폴리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준 팬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저의 열정적인 클럽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님, 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폴리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나폴리를 기억하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김민재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서 대형 구단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뮌헨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관심을 보였고 최근 이강인이 입단한 파리 생제르맹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매 시즌 각 리그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구단인 데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구단이다.

수많은
러브콜

이적시장 초반 가장 적극적으로 김민재를 원하는 곳은 맨유였다. 구단 재건을 노리고 있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를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맨유 수비진에는 라파엘 바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빅토르 린델로프 등이 있지만 부상이 잦아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맨유는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진 경쟁을 견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연봉과 계약기간까지 김민재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맨유는 김민재와 영입 협상을 한 달 넘게 끌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맨유는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로프 등 백업 수비진을 이적 및 방출 시킨 이후 김민재를 영입해 수비진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맨유 측은 나폴리와 한 협상서 김민재의 이적료 중 일부에 린델로프를 포함시킬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맨유는 센터백 포지션의 백업 선수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과이어와 린델로프 등 백업 선수들은 기량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다른 구단에서도 영입을 제안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실력에 비해 고액 연봉을 받는 백업 선수들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이적료 및 주급 마련에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맨유가 주춤하자 타 구단들은 김민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김민재와 나폴리 간 계약에는 지난 1일부터 해외 구단 한정으로 유효한 바이아웃이 존재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구단 입장에서는 김민재의 이적료인 5000만유로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금액이었다.


바이아웃 조항이 시작되자 김민재를 향한 빅클럽의 구애가 이어졌다. 바이아웃 조항은 특정 액수가 넘어가면 소속 구단과 상관없이 선수 개인과 협상이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김민재 영입전에 후발주자로 나섰던 뮌헨이 최종 승자가 됐다. 뮌헨 구단은 김민재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 뮌헨은 주전 센터백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대체 선수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근거 있는
다재다능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직접 김민재와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진정성을 보였다. 김민재가 뮌헨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는 “뮌헨 측이 김민재를 구단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발표 이후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너무 기쁘다”며 “김민재와 몇 차례 영상 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이며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던 김민재는 3주 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퇴소했다. 이에 뮌헨 구단은 퇴소일에 맞춰 독일서 의무팀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메디컬 테스트 진행 모습을 담은 비디오 클립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뮌헨 의무팀이 독일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과 함께 국내 병원서 김민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대화를 나누며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 뮌헨서 준비한 선물을 받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파격적인 대우에 독일 현지 매체도 놀랄 정도였다.

독일 현지 매체는 김민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아웃 조항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 뮌헨은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이제 뤼카 에르난데스를 잊게 할 사람이 뮌헨에 있다”고 환영했다. 

같은 현지 매체인 <란>은 “김민재는 에르난데스와 벵자맹 파바르를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며 “통계에 따르면 김민재는 여러 방면서 뮌헨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통해 마티어스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로 이어지는 센터백 라인을 구축한다.

김민재의 시즌 초반 목표는 전 주전 센터백인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을 잊게 하는 것이다. 

독일 <스포르트1>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에르난데스를 대신할 김민재에 관한 강점을 분석했다. 매체는 통계 정보를 두고 에르난데스보다 김민재가 훨씬 좋은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야프 스탐과 같은 선수”
뮌헨 가자마자 주전 예약

이 매체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세리에A서 3050분을 뛴 반면에 에르난데스는 가장 많이 뛴 2021-2022년 시즌 조차 2030분을 뛰었다”며 김민재가 내구성 면에서 우위라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막강한 신체 스펙을 이용해 공중볼 경합을 따낸다. 공중볼 경합서 김민재는 90분당 2.69번을 승리했고, 에르난데스는 1.77번”이라고 분석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에 ‘김민재에 대한 7가지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대대적인 김민재 홍보에 나섰다. 뮌헨은 김민재가 자라온 일대기를 소개했다. 구단 측은 김민재에 대해 “1996년 11월15일 한국의 항구도시 경남 통영서 태어나 과거 인터뷰를 통해 횟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 시절에는 아버지가 트럭으로 밤새 이동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로 데려다 줬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통계자료를 통해 스피드, 패스, 제공권, 빌드업 능력, 태클을 두루 갖춘 수비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뮌헨은 “190㎝의 신장을 갖춘 김민재는 지난 시즌 두 번째로 많은 92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했다”며 “63%의 태클 성공률은 시즌 1위였고, 상대가 그를 제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빌드업 능력도 치켜세웠다. 뮌헨은 “김민재는 빌드업 과정서 91%의 패스 성공률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며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서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했고 3번째로 많은 패스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서 빠른 스피드로 인정받았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수비라인에 있으면 상대팀이 역습을 할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서 최고 속도 34.2km/h를 기록했다. 같은 소속팀 수비수인 우파메카노(34km/h), 파바르(32.9km/h)를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김민재가 달고 뛸 등번호 3번에 관한 역사도 재조명했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레전드들이 거쳐간 등번호를 이어간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매체 <키커>는 “등번호 3번은 파울 브라이트너, 빅상트 라자라쥐, 루시우 등 뮌헨의 전설들이 사용해왔다”며 “김민재가 등번호 3번을 달고 바이에른 뮌헨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전했다.

김민재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2년 새 수직 상승한 몸값서 알 수 있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21년 650만유로(약 92억원)서 현재 6000만유로(약 860억원)로 이적료가 10배가량 상승했다.

김민재의 시장가치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으로 전 세계 축구선수 중 61번째로 높다. 소속팀 뮌헨이 속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전체 10위고 포지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8위다. 뮌헨은 이적료 지출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구단이다. 그만큼 뮌헨은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유례없는
파격 대우

실제로 뮌헨은 현재까지 선수를 영입할 때 1억유로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최근 이적시장서 선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뮌헨이 5000만유로 이상을 이적료로 지출한 사례는 김민재가 3번째다.

김민재는 이제 뮌헨 선수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뮌헨은 독일 테게른제에 훈련캠프를 차려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2023-2024시즌 준비를 알리는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시작으로 새롭게 팬들과 인사를 건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뮌헨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동행해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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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