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법 중고차’ 인천 매매단지 가보니…

“우리도 좀 먹고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팔아야 하는데 누가 도로에 내놓겠어요.” 한 인천 남동구 소재 중고차 단지의 매매업자는 이같이 말했다. 상품 차량이 매매단지에 전부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중고차 매매업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며칠간 비가 퍼붓던 지난 18일 오후 12시.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간석자동차매매단지 앞을 찾았다.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가 있다. 공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지만 시설 낙후와 인프라 부족으로 청년층 기피 대상이 됐다. 산단 근처는 식사할만한 편의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1970년대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활력을 잃은 채 을씨년스러웠다.

빼곡한 
상품들

매매단지 옆에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자동차 공업사들이 줄 서 있었다. 도로에는 번호판이 떼어져 있는 차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장기간 방치된 차량 옆을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발길이 끊긴 인도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나뒹굴고 있었다.

중고차 업체서 매물로 내놓은 차들이 도로를 침범했다. 지난해 말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 하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중고차 시장 거래가 급감했다. 업체마다 불어나는 중고차 재고를 쌓아둘 곳이 사라진 것이다.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차는 수리받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이었다. 수리 대기 중인 차량은 상가 단지 안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공업사가 많다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가 한 건물에 많게는 3곳이 영업 중이었다. 근처 모든 상가 간판에는 외제차 수리 전문, 자동차 광택, 소모품 교체 등 자동차공업사 관련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로 옆 인도를 피해 나무가 우거진 공터를 지나던 공장 인부는 “하도 옛날부터 차들이 도로에 서 있어서 걸어 다닐 곳이 못 된다”며 “어차피 여기는 사람이 잘 다니는 곳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도로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매단지에 들어가야 할 상품 차량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로 안 공터에 있는 상품 차량도 눈에 띄었다. 도로 바로 안쪽 사유지에 있는 차에는 매매단지에 위치한 업주 명함이 꽂혀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타인 사유지에 방치한 차량을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최소 두 달은 방치해야 강제 처리 대상으로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일대 차로 점거
허위 매물 업자 탓에 쌓인 편협한 시선

매매단지 앞 도로는 타 구청 관할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도로 한쪽은 인천 서구청 관할인 데다 매매단지가 위치한 도로는 남동구청 관할이다. 또 매매단지 뒤편은 미추홀구 관할이다.

인천 서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서구청 관할 지역 도로에 나와 있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과태료를 적용하는 곳은 남동구청 관할”이라며 “사실상 도로가 6차선이어서 1차선에 주차된 차량이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전시 차량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남동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차가 무단으로 주차되고 있는데 몇 가지 정비업소가 수리 차원서 정비 대기 중인 전시 차량은 시정명령을 내려 20일간 유예기간을 준다”며 “현재도 집중적으로 단속 중인 지역이라 구민들이 통행하시는 데 불편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매사업조합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A씨는 “차를 10년 넘게 관례처럼 도로에 세워두기도 하는데 거의 다 정비를 맡긴 차다. 차 한 대에 월 5만원 정도 지불하고 공터에 세워두기도 한다”며 “길가에 이렇게 세워 두면 구청 직원들이 수시로 단속이 오는데도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뿐만 아니라 차를 직접 몰고 찾아온 고객 차량도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공업사도 모르는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놓고 가기도 한다.

사고 난 차량 중 폐차 비용보다 견인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매매단지와 자동차공업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무단으로 주차된 차 하나 정도는 익숙한 분위기다.

A씨는 “누가 갖다 놓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차들이 있다. 차들을 끌어 놓고 접수하기 전에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며 “폐차장에 가면 최소 수십만원 정도 받는데. 공업사에 수리 대기 중인 차들도 있고, 고객들 소유 차도 있고 오래된 차들은 누구 소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빠진 
이미지

A씨는 도로에 상품 차량이 나와 있는 것을 두고 중고차 업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이 오면 차를 직접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요즘은 고객들이 직접 상품 차량이 있는 곳으로 직접 확인한다”며 “저렇게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이니 업소용 차량이니 고객들이 매매단지 들렀다가 저 상태를 보면 누가 사겠느냐? 절대 안 산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자 자동차 할부 금리가 5%대로 하락하면서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캐피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금융 부문에 토스·카카오페이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0%대 초저금리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안정화되자 중고차 수요도 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A씨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예전에 매매 사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중고차를 사다가 좀 수리해서 고객들한테 판매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며 “현재도 2년 사이에 인천 지역 매매업자만 37곳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명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소속된 업체는 138곳에 불과하다. 2021년 8월에는 175곳이었다. 현재 가입된 업체 중에서도 6곳이 휴·폐업 수순을 밟았다.

업체당 매매 딜러는 평균 20~25명 정도 된다. 중고차에 관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 상황이 더 나빠졌다. A씨는 “상사당 딜러가 한 25명서 20명 정도 된다. 2년 사이 800명의 딜러가 없어졌다”며 “가족까지 생각하면 몇 명이 지금 못 먹고 사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판매 개시 시점은 오는 10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처음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한 건 2020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리면서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계속 이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한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된 조합인 경기자동차매매사업조합 용인시 지부와 오토허브 입주자 협의회 회원사들은 지난 3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오픈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현재 기존 중고차 판매 사업체 70개가 입점해 있다.

당시 연합회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며 상생을 언급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입주해 있는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 안에 입점하는 것은 상생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을 책임지던 중소업체들은 한숨이 늘었다. 대기업이 매매단지에 들어오게 되면 대자본을 앞세워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침수차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발각되면서 이미지는 더 나빠졌다. 간석매매단지서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는 양모씨는 최근 민원과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사고 난 차들이 도로에 있는 게 업자들도 너무 보기 싫어서 한 번씩 얘기는 했었다. 꼭 이렇게 놔둬야 하냐”며 “일반 시민들이 보시기에 중고차 매매단지가 크게 있으니까 괜히 저거 수리해서 무사고로 파는 거 아닌가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도 했다. 공업사에 맡기기 위해 전시된 차량까지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업자 소유인 것처럼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랬든 저랬든 사실 핑계다. 상품 차량이 나가 있으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매매단지 안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30여대밖에 안 된다”며 “30대 갖고는 사업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다 다 얻어서 쓰고 예전에는 문학경기장 쪽에다가도 얻어 쓰기까지 했다. 지금은 얻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몇몇 상품 차량이 밖에 나와 있는 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국 어느 매매단지도 중고차를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간석매매단지 앞 공터에 위치한 창고에 상품 차량을 보관할 수 있었다. 

“단지에 상품 차량 전부 수용 못 해서…”
계속된 부지 확보 노력에도 오해 쌓여 

하지만 현재 공터는 흰색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패널에 붙여진 안내문에는 지난해 12월 자로 “불법 점유자, 동산 적치자, 자동차 무단 주차한 차들은 즉시 퇴거”라고 쓰여져 있다. 한 매매업자는 2년 치 유료 주차비를 내고도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양씨는 “땅 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지에 주차할 거면 보증금하고 월세를 내라고 했다”며 “차는 많은데 지금은 차가 줄어서 이 정도다. 전에는 훨씬 많아서 아쉬운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 7~8년 됐다며 보증금 회수를 못 받은 업체들이 꽤 된다고 회상했다.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던 관리인은 땅 지분 소송서 패소해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 관련 명도 소송을 진행했던 법무법인 중원종합 관계자는 “실질적인 소유자가 부지 관련 명도소송서 승소해 기존에 있는 건물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실질적인 부지 소유자를 만나 상품 차량 몇 대를 수용할 수 있는지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앞 공터 주인과 계속 연락을 취하다가 관계자를 만나는 데만 거의 반년이 걸렸다”며 “현재 차 몇 대를 더 보관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공터에 주차하려는 상품 차량은 몇 ㎞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보관돼있다. 고객들을 상담하는 단지서 상품 차량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은 소수다. 

중고차 매매단지 옆에 2중, 3중 주차된 차량은 근처 B 마트 고객들 차량으로 B 마트 앞은 더 혼잡했다. 해당 마트 손님들은 길가에 무단 주차하고 마트로 뛰어들었다. 도로 6차선 중 중앙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주차 단속 차량서 내린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주차한 차량에 과태료 딱지를 붙였다.

차들이 멈춰서고 혼잡해지자 무단횡단도 벌어졌다. 한 손님은 카트에 상품을 가득 담은 상태로 6차선을 건너다 상품을 전부 쏟기도 했다. 다른 손님은 2차로에 주차돼있는 차 뒤로 주차하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주차 요원이 “주차하시면 안 된다.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고 고지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도
자영업자”

해당 마트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불법주차 관련 단속이 증가한 이유를 두고 마트 앞에 불법주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손님으로 보이는 주민은 “바나나 한송이를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 정육점 코너 고기들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반값이나 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물건을 실었다. 공업사 사고 차량이 전시된 장소 옆이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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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