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법 중고차’ 인천 매매단지 가보니…

“우리도 좀 먹고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팔아야 하는데 누가 도로에 내놓겠어요.” 한 인천 남동구 소재 중고차 단지의 매매업자는 이같이 말했다. 상품 차량이 매매단지에 전부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중고차 매매업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며칠간 비가 퍼붓던 지난 18일 오후 12시.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간석자동차매매단지 앞을 찾았다.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가 있다. 공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지만 시설 낙후와 인프라 부족으로 청년층 기피 대상이 됐다. 산단 근처는 식사할만한 편의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1970년대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활력을 잃은 채 을씨년스러웠다.

빼곡한 
상품들

매매단지 옆에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자동차 공업사들이 줄 서 있었다. 도로에는 번호판이 떼어져 있는 차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장기간 방치된 차량 옆을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발길이 끊긴 인도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나뒹굴고 있었다.

중고차 업체서 매물로 내놓은 차들이 도로를 침범했다. 지난해 말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 하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중고차 시장 거래가 급감했다. 업체마다 불어나는 중고차 재고를 쌓아둘 곳이 사라진 것이다.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차는 수리받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이었다. 수리 대기 중인 차량은 상가 단지 안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공업사가 많다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가 한 건물에 많게는 3곳이 영업 중이었다. 근처 모든 상가 간판에는 외제차 수리 전문, 자동차 광택, 소모품 교체 등 자동차공업사 관련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로 옆 인도를 피해 나무가 우거진 공터를 지나던 공장 인부는 “하도 옛날부터 차들이 도로에 서 있어서 걸어 다닐 곳이 못 된다”며 “어차피 여기는 사람이 잘 다니는 곳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도로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매단지에 들어가야 할 상품 차량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로 안 공터에 있는 상품 차량도 눈에 띄었다. 도로 바로 안쪽 사유지에 있는 차에는 매매단지에 위치한 업주 명함이 꽂혀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타인 사유지에 방치한 차량을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최소 두 달은 방치해야 강제 처리 대상으로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일대 차로 점거
허위 매물 업자 탓에 쌓인 편협한 시선

매매단지 앞 도로는 타 구청 관할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도로 한쪽은 인천 서구청 관할인 데다 매매단지가 위치한 도로는 남동구청 관할이다. 또 매매단지 뒤편은 미추홀구 관할이다.

인천 서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서구청 관할 지역 도로에 나와 있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과태료를 적용하는 곳은 남동구청 관할”이라며 “사실상 도로가 6차선이어서 1차선에 주차된 차량이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전시 차량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남동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차가 무단으로 주차되고 있는데 몇 가지 정비업소가 수리 차원서 정비 대기 중인 전시 차량은 시정명령을 내려 20일간 유예기간을 준다”며 “현재도 집중적으로 단속 중인 지역이라 구민들이 통행하시는 데 불편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매사업조합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A씨는 “차를 10년 넘게 관례처럼 도로에 세워두기도 하는데 거의 다 정비를 맡긴 차다. 차 한 대에 월 5만원 정도 지불하고 공터에 세워두기도 한다”며 “길가에 이렇게 세워 두면 구청 직원들이 수시로 단속이 오는데도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뿐만 아니라 차를 직접 몰고 찾아온 고객 차량도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공업사도 모르는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놓고 가기도 한다.

사고 난 차량 중 폐차 비용보다 견인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매매단지와 자동차공업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무단으로 주차된 차 하나 정도는 익숙한 분위기다.

A씨는 “누가 갖다 놓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차들이 있다. 차들을 끌어 놓고 접수하기 전에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며 “폐차장에 가면 최소 수십만원 정도 받는데. 공업사에 수리 대기 중인 차들도 있고, 고객들 소유 차도 있고 오래된 차들은 누구 소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빠진 
이미지

A씨는 도로에 상품 차량이 나와 있는 것을 두고 중고차 업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이 오면 차를 직접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요즘은 고객들이 직접 상품 차량이 있는 곳으로 직접 확인한다”며 “저렇게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이니 업소용 차량이니 고객들이 매매단지 들렀다가 저 상태를 보면 누가 사겠느냐? 절대 안 산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자 자동차 할부 금리가 5%대로 하락하면서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캐피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금융 부문에 토스·카카오페이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0%대 초저금리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안정화되자 중고차 수요도 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A씨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예전에 매매 사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중고차를 사다가 좀 수리해서 고객들한테 판매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며 “현재도 2년 사이에 인천 지역 매매업자만 37곳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명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소속된 업체는 138곳에 불과하다. 2021년 8월에는 175곳이었다. 현재 가입된 업체 중에서도 6곳이 휴·폐업 수순을 밟았다.

업체당 매매 딜러는 평균 20~25명 정도 된다. 중고차에 관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 상황이 더 나빠졌다. A씨는 “상사당 딜러가 한 25명서 20명 정도 된다. 2년 사이 800명의 딜러가 없어졌다”며 “가족까지 생각하면 몇 명이 지금 못 먹고 사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판매 개시 시점은 오는 10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처음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한 건 2020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리면서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계속 이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한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된 조합인 경기자동차매매사업조합 용인시 지부와 오토허브 입주자 협의회 회원사들은 지난 3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오픈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현재 기존 중고차 판매 사업체 70개가 입점해 있다.

당시 연합회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며 상생을 언급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입주해 있는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 안에 입점하는 것은 상생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을 책임지던 중소업체들은 한숨이 늘었다. 대기업이 매매단지에 들어오게 되면 대자본을 앞세워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침수차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발각되면서 이미지는 더 나빠졌다. 간석매매단지서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는 양모씨는 최근 민원과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사고 난 차들이 도로에 있는 게 업자들도 너무 보기 싫어서 한 번씩 얘기는 했었다. 꼭 이렇게 놔둬야 하냐”며 “일반 시민들이 보시기에 중고차 매매단지가 크게 있으니까 괜히 저거 수리해서 무사고로 파는 거 아닌가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도 했다. 공업사에 맡기기 위해 전시된 차량까지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업자 소유인 것처럼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랬든 저랬든 사실 핑계다. 상품 차량이 나가 있으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매매단지 안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30여대밖에 안 된다”며 “30대 갖고는 사업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다 다 얻어서 쓰고 예전에는 문학경기장 쪽에다가도 얻어 쓰기까지 했다. 지금은 얻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몇몇 상품 차량이 밖에 나와 있는 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국 어느 매매단지도 중고차를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간석매매단지 앞 공터에 위치한 창고에 상품 차량을 보관할 수 있었다. 

“단지에 상품 차량 전부 수용 못 해서…”
계속된 부지 확보 노력에도 오해 쌓여 

하지만 현재 공터는 흰색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패널에 붙여진 안내문에는 지난해 12월 자로 “불법 점유자, 동산 적치자, 자동차 무단 주차한 차들은 즉시 퇴거”라고 쓰여져 있다. 한 매매업자는 2년 치 유료 주차비를 내고도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양씨는 “땅 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지에 주차할 거면 보증금하고 월세를 내라고 했다”며 “차는 많은데 지금은 차가 줄어서 이 정도다. 전에는 훨씬 많아서 아쉬운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 7~8년 됐다며 보증금 회수를 못 받은 업체들이 꽤 된다고 회상했다.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던 관리인은 땅 지분 소송서 패소해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 관련 명도 소송을 진행했던 법무법인 중원종합 관계자는 “실질적인 소유자가 부지 관련 명도소송서 승소해 기존에 있는 건물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실질적인 부지 소유자를 만나 상품 차량 몇 대를 수용할 수 있는지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앞 공터 주인과 계속 연락을 취하다가 관계자를 만나는 데만 거의 반년이 걸렸다”며 “현재 차 몇 대를 더 보관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공터에 주차하려는 상품 차량은 몇 ㎞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보관돼있다. 고객들을 상담하는 단지서 상품 차량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은 소수다. 

중고차 매매단지 옆에 2중, 3중 주차된 차량은 근처 B 마트 고객들 차량으로 B 마트 앞은 더 혼잡했다. 해당 마트 손님들은 길가에 무단 주차하고 마트로 뛰어들었다. 도로 6차선 중 중앙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주차 단속 차량서 내린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주차한 차량에 과태료 딱지를 붙였다.

차들이 멈춰서고 혼잡해지자 무단횡단도 벌어졌다. 한 손님은 카트에 상품을 가득 담은 상태로 6차선을 건너다 상품을 전부 쏟기도 했다. 다른 손님은 2차로에 주차돼있는 차 뒤로 주차하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주차 요원이 “주차하시면 안 된다.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고 고지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도
자영업자”

해당 마트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불법주차 관련 단속이 증가한 이유를 두고 마트 앞에 불법주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손님으로 보이는 주민은 “바나나 한송이를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 정육점 코너 고기들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반값이나 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물건을 실었다. 공업사 사고 차량이 전시된 장소 옆이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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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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