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법 중고차’ 인천 매매단지 가보니…

“우리도 좀 먹고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팔아야 하는데 누가 도로에 내놓겠어요.” 한 인천 남동구 소재 중고차 단지의 매매업자는 이같이 말했다. 상품 차량이 매매단지에 전부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중고차 매매업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며칠간 비가 퍼붓던 지난 18일 오후 12시.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간석자동차매매단지 앞을 찾았다.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가 있다. 공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지만 시설 낙후와 인프라 부족으로 청년층 기피 대상이 됐다. 산단 근처는 식사할만한 편의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1970년대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활력을 잃은 채 을씨년스러웠다.

빼곡한 
상품들

매매단지 옆에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자동차 공업사들이 줄 서 있었다. 도로에는 번호판이 떼어져 있는 차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장기간 방치된 차량 옆을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발길이 끊긴 인도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나뒹굴고 있었다.

중고차 업체서 매물로 내놓은 차들이 도로를 침범했다. 지난해 말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 하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중고차 시장 거래가 급감했다. 업체마다 불어나는 중고차 재고를 쌓아둘 곳이 사라진 것이다.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차는 수리받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이었다. 수리 대기 중인 차량은 상가 단지 안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공업사가 많다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가 한 건물에 많게는 3곳이 영업 중이었다. 근처 모든 상가 간판에는 외제차 수리 전문, 자동차 광택, 소모품 교체 등 자동차공업사 관련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로 옆 인도를 피해 나무가 우거진 공터를 지나던 공장 인부는 “하도 옛날부터 차들이 도로에 서 있어서 걸어 다닐 곳이 못 된다”며 “어차피 여기는 사람이 잘 다니는 곳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도로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매단지에 들어가야 할 상품 차량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로 안 공터에 있는 상품 차량도 눈에 띄었다. 도로 바로 안쪽 사유지에 있는 차에는 매매단지에 위치한 업주 명함이 꽂혀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타인 사유지에 방치한 차량을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최소 두 달은 방치해야 강제 처리 대상으로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일대 차로 점거
허위 매물 업자 탓에 쌓인 편협한 시선

매매단지 앞 도로는 타 구청 관할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도로 한쪽은 인천 서구청 관할인 데다 매매단지가 위치한 도로는 남동구청 관할이다. 또 매매단지 뒤편은 미추홀구 관할이다.

인천 서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서구청 관할 지역 도로에 나와 있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과태료를 적용하는 곳은 남동구청 관할”이라며 “사실상 도로가 6차선이어서 1차선에 주차된 차량이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전시 차량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남동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차가 무단으로 주차되고 있는데 몇 가지 정비업소가 수리 차원서 정비 대기 중인 전시 차량은 시정명령을 내려 20일간 유예기간을 준다”며 “현재도 집중적으로 단속 중인 지역이라 구민들이 통행하시는 데 불편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매사업조합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A씨는 “차를 10년 넘게 관례처럼 도로에 세워두기도 하는데 거의 다 정비를 맡긴 차다. 차 한 대에 월 5만원 정도 지불하고 공터에 세워두기도 한다”며 “길가에 이렇게 세워 두면 구청 직원들이 수시로 단속이 오는데도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뿐만 아니라 차를 직접 몰고 찾아온 고객 차량도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공업사도 모르는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놓고 가기도 한다.

사고 난 차량 중 폐차 비용보다 견인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매매단지와 자동차공업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무단으로 주차된 차 하나 정도는 익숙한 분위기다.

A씨는 “누가 갖다 놓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차들이 있다. 차들을 끌어 놓고 접수하기 전에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며 “폐차장에 가면 최소 수십만원 정도 받는데. 공업사에 수리 대기 중인 차들도 있고, 고객들 소유 차도 있고 오래된 차들은 누구 소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빠진 
이미지

A씨는 도로에 상품 차량이 나와 있는 것을 두고 중고차 업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이 오면 차를 직접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요즘은 고객들이 직접 상품 차량이 있는 곳으로 직접 확인한다”며 “저렇게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이니 업소용 차량이니 고객들이 매매단지 들렀다가 저 상태를 보면 누가 사겠느냐? 절대 안 산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자 자동차 할부 금리가 5%대로 하락하면서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캐피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금융 부문에 토스·카카오페이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0%대 초저금리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안정화되자 중고차 수요도 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A씨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예전에 매매 사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중고차를 사다가 좀 수리해서 고객들한테 판매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며 “현재도 2년 사이에 인천 지역 매매업자만 37곳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명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소속된 업체는 138곳에 불과하다. 2021년 8월에는 175곳이었다. 현재 가입된 업체 중에서도 6곳이 휴·폐업 수순을 밟았다.

업체당 매매 딜러는 평균 20~25명 정도 된다. 중고차에 관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 상황이 더 나빠졌다. A씨는 “상사당 딜러가 한 25명서 20명 정도 된다. 2년 사이 800명의 딜러가 없어졌다”며 “가족까지 생각하면 몇 명이 지금 못 먹고 사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판매 개시 시점은 오는 10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처음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한 건 2020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리면서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계속 이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한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된 조합인 경기자동차매매사업조합 용인시 지부와 오토허브 입주자 협의회 회원사들은 지난 3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오픈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현재 기존 중고차 판매 사업체 70개가 입점해 있다.

당시 연합회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며 상생을 언급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입주해 있는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 안에 입점하는 것은 상생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을 책임지던 중소업체들은 한숨이 늘었다. 대기업이 매매단지에 들어오게 되면 대자본을 앞세워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침수차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발각되면서 이미지는 더 나빠졌다. 간석매매단지서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는 양모씨는 최근 민원과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사고 난 차들이 도로에 있는 게 업자들도 너무 보기 싫어서 한 번씩 얘기는 했었다. 꼭 이렇게 놔둬야 하냐”며 “일반 시민들이 보시기에 중고차 매매단지가 크게 있으니까 괜히 저거 수리해서 무사고로 파는 거 아닌가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도 했다. 공업사에 맡기기 위해 전시된 차량까지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업자 소유인 것처럼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랬든 저랬든 사실 핑계다. 상품 차량이 나가 있으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매매단지 안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30여대밖에 안 된다”며 “30대 갖고는 사업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다 다 얻어서 쓰고 예전에는 문학경기장 쪽에다가도 얻어 쓰기까지 했다. 지금은 얻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몇몇 상품 차량이 밖에 나와 있는 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국 어느 매매단지도 중고차를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간석매매단지 앞 공터에 위치한 창고에 상품 차량을 보관할 수 있었다. 

“단지에 상품 차량 전부 수용 못 해서…”
계속된 부지 확보 노력에도 오해 쌓여 

하지만 현재 공터는 흰색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패널에 붙여진 안내문에는 지난해 12월 자로 “불법 점유자, 동산 적치자, 자동차 무단 주차한 차들은 즉시 퇴거”라고 쓰여져 있다. 한 매매업자는 2년 치 유료 주차비를 내고도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양씨는 “땅 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지에 주차할 거면 보증금하고 월세를 내라고 했다”며 “차는 많은데 지금은 차가 줄어서 이 정도다. 전에는 훨씬 많아서 아쉬운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 7~8년 됐다며 보증금 회수를 못 받은 업체들이 꽤 된다고 회상했다.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던 관리인은 땅 지분 소송서 패소해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 관련 명도 소송을 진행했던 법무법인 중원종합 관계자는 “실질적인 소유자가 부지 관련 명도소송서 승소해 기존에 있는 건물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실질적인 부지 소유자를 만나 상품 차량 몇 대를 수용할 수 있는지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앞 공터 주인과 계속 연락을 취하다가 관계자를 만나는 데만 거의 반년이 걸렸다”며 “현재 차 몇 대를 더 보관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공터에 주차하려는 상품 차량은 몇 ㎞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보관돼있다. 고객들을 상담하는 단지서 상품 차량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은 소수다. 

중고차 매매단지 옆에 2중, 3중 주차된 차량은 근처 B 마트 고객들 차량으로 B 마트 앞은 더 혼잡했다. 해당 마트 손님들은 길가에 무단 주차하고 마트로 뛰어들었다. 도로 6차선 중 중앙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주차 단속 차량서 내린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주차한 차량에 과태료 딱지를 붙였다.

차들이 멈춰서고 혼잡해지자 무단횡단도 벌어졌다. 한 손님은 카트에 상품을 가득 담은 상태로 6차선을 건너다 상품을 전부 쏟기도 했다. 다른 손님은 2차로에 주차돼있는 차 뒤로 주차하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주차 요원이 “주차하시면 안 된다.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고 고지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도
자영업자”

해당 마트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불법주차 관련 단속이 증가한 이유를 두고 마트 앞에 불법주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손님으로 보이는 주민은 “바나나 한송이를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 정육점 코너 고기들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반값이나 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물건을 실었다. 공업사 사고 차량이 전시된 장소 옆이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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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