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가 깃든 계곡 ④부안 봉래구곡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의 숲

바다와 산을 두루 품은 전북 부안군에 자리한 변산반도는 매번 새로운 자연을 발견하는 여행지다. 최근 봉래구곡의 직소폭포와 퇴적암이 층층이 쌓인 채석강(명승) 등을 포함한 전북서해안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시간이 빚은 자연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변산반도는 서해 쪽을 외변산, 내륙 쪽을 내변산으로 구분하며, 내변산에는 봉래구곡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약 20㎞에 이르는 신비로운 하천 지형 아홉 곳을 봉래구곡이라 부른다. 상류부터 1곡 대소, 2곡 직소폭포, 3곡 분옥담, 4곡 선녀탕, 5곡 봉래곡이라 한다. 아쉽게도 6~9곡은 1996년 부안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겨 볼 수 없다.

신비로움

봉래구곡 여행은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서 출발한다. 5곡부터 1곡까지 거슬러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왕복 2시간 남짓 걸린다. 숲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계절 속 시원한 틈새가 느껴진다.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이 깊게 드리워 청량하다.

10분쯤 지나 아담한 자생식물관찰원에 닿는다. 변산반도 곳곳에 미선나무와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 군락이 띄엄띄엄 자리하는데, 자생식물관찰원서 네 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곧이어 실상사 터(전북기념물)가 나온다. 통일신라 신문왕 때 창건한 실상사는 한국전쟁 와중에 소실되기 전까지 변산반도서 가장 큰 사찰이었다고 전한다. 현재는 미륵전과 삼성각만 복원되어 옛 명성에 비해 쓸쓸한 모양새다. 그 옆에는 원불교 교법을 제정한 봉래정사가 있다. 원불교 순례 성지로 유명하다.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서자,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리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5곡 봉래곡이 슬며시 보이기 시작한다. 너른 암반 사이로 굽이치며 흐르는 감입곡류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 가운데 ‘逢萊九曲’이 눈에 띈다. 나라가 어지럽던 일제강점기, 명산을 유람하며 바위에 글씨를 새긴 유학자 김석곤의 필체라고 전해진다.

내변산 물길에 반해서 ‘무릉도원 같은 상상의 산’을 뜻하는 봉래와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하천’을 의미하는 구곡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봉래곡서 10여분 더 가니 저수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부안댐이 완공되기 전, 부안 일부 지역의 식수 공급처 역할을 하던 직소보다. 보를 곁에 두고 자박자박 걷는데, 어느 결에 세찬 물소리가 난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고 전해지는 4곡 선녀탕과 분화구를 닮은 3곡 분옥담이다. 지름에 비해 깊은 항아리 모양 포트 홀 하천 지형으로, 물이 맑고 영롱한 에메랄드빛이다.

무릉도원 같은 산…굽이치는 하천
한여름에도 그늘 덕에 시원한 곳

느린 걸음이어도 출발점서 2곡 직소폭포까지 한 시간이면 닿는다. 직소는 ‘폭포수가 바위에 걸리지 않고 폭포 아래 연못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폭포가 칼날같이 꽂히는 듯하다. 직소폭포는 빼어난 풍경이 기록으로 면면히 전해온다.

조선 중기 문신 심광세는 부안현감으로 재직할 때 기행문 〈유변산록(遊邊山錄)〉에 “곧바로 못 가운데로 떨어지며 흩날리는 것이 흰 명주와 같고, 소리는 맑은 날에 우레가 치는 것과도 같다”고 감상을 남겼다.

조선 후기 학자 소승규는 명승고적을 답사하며 쓴 〈유봉래산일기(遊蓬萊山日記)〉에 “한 줄기 폭포가 곧바로 날아 흘러 푸른 용소 위에 흰 비단 더욱 기이하구나”라며 극찬했다. 시인 최남선은 호남 기행문 <심춘순례>에 “여러 골의 물이 합한 물이 7, 8장 되는 흰 비단을 똑바로 드리우고 있다”고 했다. 모두 하얗고 웅장하며 찬란한 폭포를 묘사한다.


조선 후기 화가 강세황은 ‘우금암도(禹金巖圖)’에 변산 일대 풍경을 담았는데, 특히 직소폭포 부근은 주상절리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시간이 흘러도 자연의 힘은 그대로인 듯, 직소폭포는 여전히 우리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1곡 대소로 향하는 길은 봉래구곡 여정서 가장 신비롭다. 많은 이가 직소폭포서 발길을 돌리지만, 대소로 가는 길은 원시림 느낌이 나는 오롯한 숲길이다. 직소폭포에 비해 소담한 대소는 넓은 암반에 앉아 맑은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쉬기 좋다. 봉래구곡 여행은 대소서 끝나지만, 내변산 정상 관음봉과 고즈넉한 내소사까지 길이 이어진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서 자동차로 10분쯤 가면 부안을 대표하는 바다,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1933년에 개장한 이곳은 하얀 모래밭과 솔숲이 길게 이어지고 물빛이 맑아 해수욕하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캠핑장과 전망대, 물놀이장, 인공 암벽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채석강

변산해수욕장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채석강(명승)이 있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풍경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악기 퇴적암이 바닷물의 침식을 받아 만들어진 절벽으로, 수만 권이나 되는 책을 쌓은 듯하다. 성층의 완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미리 물때를 확인하자.

변산마실길 7코스(곰소 소금밭길)에 있는 곰소염전은 해방 이후 천일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염전에 비친 풍경과 70년이 넘은 소금 창고 등이 볼만하다. 이곳은 천일염으로 담근 갖가지 젓갈을 내는 식당이 근처에 모여 있고, 부안의 핫 플레이스 ‘슬지제빵소’도 가깝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봉래구곡→변산해수욕장→채석강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봉래구곡→변산해수욕장→채석강
-둘째 날: 내소사→곰소염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공원공단(변산반도국립공원) www.knps.or.kr
-부안군 문화관광 www.buan.go.kr/tour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063) 582-7808

문의 전화
부안군관광안내콜센터 063)581-5114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3회(06:50~ 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3회(09:00, 14:00, 19: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안시외버스터미널서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까지 택시 이용, 약 24㎞.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부안 IC서 변산·부안 방면→영성로 돈지·청호리·내변산 방면→영성로 하서 방면→신지길 우측 도로→하서길 우회전→내변산로 중계 방면→실상길서 직소폭포·변산반도국립공원 방면→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분소

숙박 정보
-샤니모텔: 부안읍 동중3길, 063)584-9935
-한옥펜션 나비의꿈: 진서면 내소사로, 063)582-7651, www.nabidream.net
-소노벨 변산: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bs

식당 정보
-새전주횟집(활어회정식·백합정식): 변산면 변산해변로, 063)582 -8711, https://newjeonju.modoo.at
-김인경원조바지락죽(뽕잎바지락죽): 변산면 묵정길, 063)583-9763, http://kim ingyeong.com
-마츠자카목포길47(돈코츠라멘·돈가스덮밥): 상서면 목포길, 010-5276-4525

주변 볼거리
적벽강, 부안누에타운, 줄포만갯벌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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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