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가 깃든 계곡 ④부안 봉래구곡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의 숲

바다와 산을 두루 품은 전북 부안군에 자리한 변산반도는 매번 새로운 자연을 발견하는 여행지다. 최근 봉래구곡의 직소폭포와 퇴적암이 층층이 쌓인 채석강(명승) 등을 포함한 전북서해안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시간이 빚은 자연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변산반도는 서해 쪽을 외변산, 내륙 쪽을 내변산으로 구분하며, 내변산에는 봉래구곡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약 20㎞에 이르는 신비로운 하천 지형 아홉 곳을 봉래구곡이라 부른다. 상류부터 1곡 대소, 2곡 직소폭포, 3곡 분옥담, 4곡 선녀탕, 5곡 봉래곡이라 한다. 아쉽게도 6~9곡은 1996년 부안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겨 볼 수 없다.

신비로움

봉래구곡 여행은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서 출발한다. 5곡부터 1곡까지 거슬러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왕복 2시간 남짓 걸린다. 숲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계절 속 시원한 틈새가 느껴진다.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이 깊게 드리워 청량하다.

10분쯤 지나 아담한 자생식물관찰원에 닿는다. 변산반도 곳곳에 미선나무와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 군락이 띄엄띄엄 자리하는데, 자생식물관찰원서 네 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곧이어 실상사 터(전북기념물)가 나온다. 통일신라 신문왕 때 창건한 실상사는 한국전쟁 와중에 소실되기 전까지 변산반도서 가장 큰 사찰이었다고 전한다. 현재는 미륵전과 삼성각만 복원되어 옛 명성에 비해 쓸쓸한 모양새다. 그 옆에는 원불교 교법을 제정한 봉래정사가 있다. 원불교 순례 성지로 유명하다.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서자,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리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5곡 봉래곡이 슬며시 보이기 시작한다. 너른 암반 사이로 굽이치며 흐르는 감입곡류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 가운데 ‘逢萊九曲’이 눈에 띈다. 나라가 어지럽던 일제강점기, 명산을 유람하며 바위에 글씨를 새긴 유학자 김석곤의 필체라고 전해진다.

내변산 물길에 반해서 ‘무릉도원 같은 상상의 산’을 뜻하는 봉래와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하천’을 의미하는 구곡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봉래곡서 10여분 더 가니 저수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부안댐이 완공되기 전, 부안 일부 지역의 식수 공급처 역할을 하던 직소보다. 보를 곁에 두고 자박자박 걷는데, 어느 결에 세찬 물소리가 난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고 전해지는 4곡 선녀탕과 분화구를 닮은 3곡 분옥담이다. 지름에 비해 깊은 항아리 모양 포트 홀 하천 지형으로, 물이 맑고 영롱한 에메랄드빛이다.

무릉도원 같은 산…굽이치는 하천
한여름에도 그늘 덕에 시원한 곳

느린 걸음이어도 출발점서 2곡 직소폭포까지 한 시간이면 닿는다. 직소는 ‘폭포수가 바위에 걸리지 않고 폭포 아래 연못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폭포가 칼날같이 꽂히는 듯하다. 직소폭포는 빼어난 풍경이 기록으로 면면히 전해온다.

조선 중기 문신 심광세는 부안현감으로 재직할 때 기행문 〈유변산록(遊邊山錄)〉에 “곧바로 못 가운데로 떨어지며 흩날리는 것이 흰 명주와 같고, 소리는 맑은 날에 우레가 치는 것과도 같다”고 감상을 남겼다.

조선 후기 학자 소승규는 명승고적을 답사하며 쓴 〈유봉래산일기(遊蓬萊山日記)〉에 “한 줄기 폭포가 곧바로 날아 흘러 푸른 용소 위에 흰 비단 더욱 기이하구나”라며 극찬했다. 시인 최남선은 호남 기행문 <심춘순례>에 “여러 골의 물이 합한 물이 7, 8장 되는 흰 비단을 똑바로 드리우고 있다”고 했다. 모두 하얗고 웅장하며 찬란한 폭포를 묘사한다.


조선 후기 화가 강세황은 ‘우금암도(禹金巖圖)’에 변산 일대 풍경을 담았는데, 특히 직소폭포 부근은 주상절리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시간이 흘러도 자연의 힘은 그대로인 듯, 직소폭포는 여전히 우리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1곡 대소로 향하는 길은 봉래구곡 여정서 가장 신비롭다. 많은 이가 직소폭포서 발길을 돌리지만, 대소로 가는 길은 원시림 느낌이 나는 오롯한 숲길이다. 직소폭포에 비해 소담한 대소는 넓은 암반에 앉아 맑은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쉬기 좋다. 봉래구곡 여행은 대소서 끝나지만, 내변산 정상 관음봉과 고즈넉한 내소사까지 길이 이어진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서 자동차로 10분쯤 가면 부안을 대표하는 바다,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1933년에 개장한 이곳은 하얀 모래밭과 솔숲이 길게 이어지고 물빛이 맑아 해수욕하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캠핑장과 전망대, 물놀이장, 인공 암벽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채석강

변산해수욕장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채석강(명승)이 있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풍경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악기 퇴적암이 바닷물의 침식을 받아 만들어진 절벽으로, 수만 권이나 되는 책을 쌓은 듯하다. 성층의 완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미리 물때를 확인하자.

변산마실길 7코스(곰소 소금밭길)에 있는 곰소염전은 해방 이후 천일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염전에 비친 풍경과 70년이 넘은 소금 창고 등이 볼만하다. 이곳은 천일염으로 담근 갖가지 젓갈을 내는 식당이 근처에 모여 있고, 부안의 핫 플레이스 ‘슬지제빵소’도 가깝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봉래구곡→변산해수욕장→채석강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봉래구곡→변산해수욕장→채석강
-둘째 날: 내소사→곰소염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공원공단(변산반도국립공원) www.knps.or.kr
-부안군 문화관광 www.buan.go.kr/tour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063) 582-7808

문의 전화
부안군관광안내콜센터 063)581-5114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3회(06:50~ 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3회(09:00, 14:00, 19: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안시외버스터미널서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탐방지원센터까지 택시 이용, 약 24㎞.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부안 IC서 변산·부안 방면→영성로 돈지·청호리·내변산 방면→영성로 하서 방면→신지길 우측 도로→하서길 우회전→내변산로 중계 방면→실상길서 직소폭포·변산반도국립공원 방면→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분소

숙박 정보
-샤니모텔: 부안읍 동중3길, 063)584-9935
-한옥펜션 나비의꿈: 진서면 내소사로, 063)582-7651, www.nabidream.net
-소노벨 변산: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bs

식당 정보
-새전주횟집(활어회정식·백합정식): 변산면 변산해변로, 063)582 -8711, https://newjeonju.modoo.at
-김인경원조바지락죽(뽕잎바지락죽): 변산면 묵정길, 063)583-9763, http://kim ingyeong.com
-마츠자카목포길47(돈코츠라멘·돈가스덮밥): 상서면 목포길, 010-5276-4525

주변 볼거리
적벽강, 부안누에타운, 줄포만갯벌생태공원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