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뒤죽박죽 딜레마

의사 표현도 못 하는데 자립교육?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복지정책은 선의서 시작된다. 정책 예산은 국고서 반영돼 선의로만 집행될 수 없다.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 소수를 위한 정책으로 시작된 탈시설 정책은 되레 소수를 무시하는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말하는 소위 ‘탈시설 반대파’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거주시설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책을 확대해 나가자는 뜻이다. 서울시도 탈시설을 하지 말자는 입장이 아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모두 없애는 것이 모든 장애인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전장연은 정부 탈시설 예산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증대하라며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를 진행해왔다. 이후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상정될 때까지 지하철 선전을 강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는 멈추되 이동권 예산안 증대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를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남아있는 현재 거주시설 장애인들도 모두 탈시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정부가 탈시설 예산안에 48억을 편성한 것을 두고 예산안을 확대하라 요구했다.  

누굴 위한? 

반면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일단 효과를 검증해봐야 한다”며 “그동안 10년 넘게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효과 분석 자료조차 없다”고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탈시설 장애인 1000여명을 상대로 만족도 등을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첫 전수조사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향유의집서 퇴소한 40여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앞서 향유의집은 일부 중증장애인이 의사와 상관없이 퇴소동의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자립생활주택 전수조사, 맞춤형 공공일자리 수행기관 현장 조사도 이어갔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전수조사 문항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들은 ▲탈시설 장애인 표적 수사를 위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항목 삭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및 탈시설 가이드라인 위반 항목 삭제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 환경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묻는 항목 보완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위한 권리지원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탈시설과 전장연을 죽이기 위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갔다. 시는 전장연이 철도안전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열차나 철도이용자는 철도의 안전·보호와 질서유지를 위해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전장연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교통공사 사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면서 맞불을 놨다.

전장연은 향유의집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주장에 서울시 관계자는 “향유의집 관련 조사는 전수조사를 하기 위한 예비조사 성격이 강하다. 자립 실태조사 대상이 향유의집서 퇴소한 장애인이라고 하나, 거주시설을 퇴소하신 분이라는 건 같다”며 “그분들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고 애로사항들을 반영해 이번에 퇴소 장애인 700명을 수합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 조사가 표적 수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탈시설 10년, 제대로 된 분석 없어
첫 전수조사에 으름장 놓는 전장연

전장연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탈시설을 스스로 결정했느냐’는 식의 강압적인 조사를 문제로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가 우리의 주장은 다 빼버리고 그쪽(탈시설 반대 진영)서 주장하는 것만 조사한다면 형평성, 공평성, 중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시설서 나온 장애인을 조사한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수조사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하 정보원)을 통해 거주시설을 퇴소하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700명 명단을 수합한다. 앞서 정보원은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대상자 실태 분석을 통한 복지 지원율을 증가시킨 바 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공공일자리 수행기관에 대한 현장조사를 이어가자 반발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국민의힘 김종길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사업에 참여한 보조사업자 15개 중 7개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원 이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보조사업자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실적 보고서 적정성 검사를 받고 시에 제출해야 하는데, 서울시서 최근 후속조치를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보조사업자가 제공한 일자리는 평균 516회였는데 절반 이상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라는 등을 주장하는 시위나 캠페인이었다.

무연고 중증장애인 강제 퇴소 논란
“의사소통도 안 되는데 동의했다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서울시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탈시설 관련 예산 내역서 2020년부터 진행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 지원’ 예산이 2020년 11억9100만원서 올해 58억300만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2019년 박대성씨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향유의집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강제 퇴소시켰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박씨는 앞서 프리웰서 근무했던 물리치료사다.

그는 무연고 중증장애인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 거주시설에서 강제 퇴소당하는 것은 장애인 학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충분히 자립교육을 한 점, 장애인거주시설장이 무연고 중증발달장애인이 금전출납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으로 퇴소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장애인 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이에 박씨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박씨가 인권위에 낸 소송에 대해 변론기일을 연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박씨에게 향유의집 퇴소 사례가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을 반영하였다는 점 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에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증거를 제출하라며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원고에 대한 주장을 자세히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내달 25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원고적격이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행정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은 행정관청이 어떤 처분을 내렸을 때, 해당 처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행정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원고에 적격을 판단한다. 행정소송법 제12조에 따르면 원고적격에 대해 ‘취소소송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앞서 2020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박씨가 속해 있는 프리웰 비상대책위원회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무연고 발달장애인 집단퇴소 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각하했다. 

인권위 결정은?

당시 재판부는 “양천구청 측이 장애인 복지실시 기관으로 시설 퇴소 보고에 대한 수리절차를 거치더라도 시설 이용자의 퇴소 효력을 좌우하지 않는다”며 “가령 장애인들의 동의 절차 없이 퇴소 절차를 받아들이더라도 이 행위가 장애인에 대한 학대나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 등은 별론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이 장애인이 퇴소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부적격 심사를 내린 바 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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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