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뒤죽박죽 딜레마

의사 표현도 못 하는데 자립교육?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복지정책은 선의서 시작된다. 정책 예산은 국고서 반영돼 선의로만 집행될 수 없다.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 소수를 위한 정책으로 시작된 탈시설 정책은 되레 소수를 무시하는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말하는 소위 ‘탈시설 반대파’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거주시설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책을 확대해 나가자는 뜻이다. 서울시도 탈시설을 하지 말자는 입장이 아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모두 없애는 것이 모든 장애인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전장연은 정부 탈시설 예산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증대하라며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를 진행해왔다. 이후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상정될 때까지 지하철 선전을 강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는 멈추되 이동권 예산안 증대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를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남아있는 현재 거주시설 장애인들도 모두 탈시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정부가 탈시설 예산안에 48억을 편성한 것을 두고 예산안을 확대하라 요구했다.  

누굴 위한? 

반면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일단 효과를 검증해봐야 한다”며 “그동안 10년 넘게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효과 분석 자료조차 없다”고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탈시설 장애인 1000여명을 상대로 만족도 등을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첫 전수조사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향유의집서 퇴소한 40여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앞서 향유의집은 일부 중증장애인이 의사와 상관없이 퇴소동의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자립생활주택 전수조사, 맞춤형 공공일자리 수행기관 현장 조사도 이어갔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전수조사 문항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들은 ▲탈시설 장애인 표적 수사를 위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항목 삭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및 탈시설 가이드라인 위반 항목 삭제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 환경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묻는 항목 보완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위한 권리지원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탈시설과 전장연을 죽이기 위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갔다. 시는 전장연이 철도안전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열차나 철도이용자는 철도의 안전·보호와 질서유지를 위해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전장연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교통공사 사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면서 맞불을 놨다.

전장연은 향유의집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주장에 서울시 관계자는 “향유의집 관련 조사는 전수조사를 하기 위한 예비조사 성격이 강하다. 자립 실태조사 대상이 향유의집서 퇴소한 장애인이라고 하나, 거주시설을 퇴소하신 분이라는 건 같다”며 “그분들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고 애로사항들을 반영해 이번에 퇴소 장애인 700명을 수합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 조사가 표적 수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탈시설 10년, 제대로 된 분석 없어
첫 전수조사에 으름장 놓는 전장연

전장연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탈시설을 스스로 결정했느냐’는 식의 강압적인 조사를 문제로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가 우리의 주장은 다 빼버리고 그쪽(탈시설 반대 진영)서 주장하는 것만 조사한다면 형평성, 공평성, 중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시설서 나온 장애인을 조사한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수조사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하 정보원)을 통해 거주시설을 퇴소하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700명 명단을 수합한다. 앞서 정보원은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대상자 실태 분석을 통한 복지 지원율을 증가시킨 바 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공공일자리 수행기관에 대한 현장조사를 이어가자 반발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국민의힘 김종길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사업에 참여한 보조사업자 15개 중 7개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원 이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보조사업자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실적 보고서 적정성 검사를 받고 시에 제출해야 하는데, 서울시서 최근 후속조치를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보조사업자가 제공한 일자리는 평균 516회였는데 절반 이상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라는 등을 주장하는 시위나 캠페인이었다.

무연고 중증장애인 강제 퇴소 논란
“의사소통도 안 되는데 동의했다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서울시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탈시설 관련 예산 내역서 2020년부터 진행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 지원’ 예산이 2020년 11억9100만원서 올해 58억300만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2019년 박대성씨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향유의집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강제 퇴소시켰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박씨는 앞서 프리웰서 근무했던 물리치료사다.

그는 무연고 중증장애인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 거주시설에서 강제 퇴소당하는 것은 장애인 학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충분히 자립교육을 한 점, 장애인거주시설장이 무연고 중증발달장애인이 금전출납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으로 퇴소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장애인 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이에 박씨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박씨가 인권위에 낸 소송에 대해 변론기일을 연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박씨에게 향유의집 퇴소 사례가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을 반영하였다는 점 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에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증거를 제출하라며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원고에 대한 주장을 자세히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내달 25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원고적격이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행정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은 행정관청이 어떤 처분을 내렸을 때, 해당 처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행정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원고에 적격을 판단한다. 행정소송법 제12조에 따르면 원고적격에 대해 ‘취소소송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앞서 2020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박씨가 속해 있는 프리웰 비상대책위원회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무연고 발달장애인 집단퇴소 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각하했다. 

인권위 결정은?

당시 재판부는 “양천구청 측이 장애인 복지실시 기관으로 시설 퇴소 보고에 대한 수리절차를 거치더라도 시설 이용자의 퇴소 효력을 좌우하지 않는다”며 “가령 장애인들의 동의 절차 없이 퇴소 절차를 받아들이더라도 이 행위가 장애인에 대한 학대나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 등은 별론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이 장애인이 퇴소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부적격 심사를 내린 바 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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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