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노아파발’ 전국구 수상한 조폭 동향

형님시대 가고 야자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일본 정재계를 주름잡던 야쿠자들이 좀도둑 신세가 됐다. 한 야쿠자 출신 60대는 과수원서 과일을 훔치다 걸리기도 했다. 야쿠자를 향한 관심도가 시들해졌고, 조직원들이 노쇠화에 접어들면서다. 이른바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정재계가 연루된 야쿠자를 대거 소탕했다. 이후 젊은 조직원들은 궁핍해진 삶에 조직을 떠났다. 야쿠자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 5년간 취직할 수도 없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 조폭이 판을 치며 각종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국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신준호 부장검사는 2020년 10월 서울 하얏트호텔서 난동을 부린 조직폭력배 윤모씨 등 1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기소했다. 이들은 윤씨와 수노아파 부두목급으로 알려진 최씨가 모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모 회장이 인수한 호텔서 난동을 부렸다.

조직원이 
120명이나?

당시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호텔 레스토랑서 밴드 공연 중이던 악단과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나흘간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모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전신의 문신을 드러낸 채 단체 사우나를 이용하거나, 객실서 흡연하는 등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경찰은 모그룹이 이들을 고소하면서 수사를 시작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 과정서 사건과 관련 있는 수노아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합숙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수노아파 규모가 더 확장된 것으로 보고 조직원이 120명가량 될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번 하얏트호텔 사건으로 핵심 조직원을 대거 구속하면서 사실상 조직이 와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노아파를 포함한 폭력조직에 조직원으로 가입해 활동만 하더라도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처벌받는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조직원으로 활동할 때 적용된다. 

이에 검찰은 수노아파에 신규 가입해 활동한 행동대원 27명도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수노아파에 가입해 윤씨와 최씨의 지시에 따라 사건에 가담했다.

경찰은 윤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고소 취하가 반영돼 기각됐다. 경찰은 윤씨 등 1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해 현재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윤씨는 수노아파 조직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번 난동 사건이 단순 업무방해가 아닌 중대 폭력조직 사건으로 판단해 재수사에 돌입했다. 수노아파 강남 합숙소와 운영 유흥주점 등 6곳을 압수수색했고, 이들의 단합대회 첩보들을 입수해 연락책을 구속 수사하면서 조직 구성과 규모가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은 모 회장과 모그룹의 불법 행태 관련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모 회장의 4000억원 대 배임 혐의 및 사모펀드 관련 의혹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해외 도피 상태인 모 회장은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폭력조직도 세대교체? 
양성소 ‘또래 모임’

검찰은 모 회장 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수노아파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CCTV, 계좌·통화내역 재분석을 통해 수노아파 합숙소 2곳, 조직원 운영의 유흥주점 등을 파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과정서 수노아파가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20여명 이상의 신규 조직원을 추가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행동대원으로 새로 가입한 조직원 21명도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조직원 39명이 기소되고, 주요 가담자들이 구속되면서 고령자들을 제외한 주요 활동 조직원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돼 조직 재건에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의 주요 폭력조직들이 계파를 초월한 이른바 ‘또래모임’이라 불리는 정기모임을 통해 연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서 조직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SNS 등에서 확보한 사진을 공개했다.

검찰은 또래모임이 전국 주요 조직폭력배들이 모인 정기 회합이라고 내다봤다. 조직폭력배들은 계파 상관없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각 조직끼리 연대를 강화해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조폭들은 예전처럼 계파별로 패권 다툼을 하거나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모든 조직이 와해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위 전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 성매매 같은 불법 사업을 여럿이 참여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조직이더라도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로 함께 군림한다는 것이다.

계파 상관없이 
정기적인 모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또래모임은 ‘00년생 모임’ 같이 태어난 연령별로 형성된다. 조직이 달라도 해당 모임을 통해 음성적인 사업을 함께 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10여개의 연합이 있고 유사시에는 각 또래모임을 동원하는 식으로 조직돼있다”고 설명했다.

또래모임 중 이제 막 성인이 된 조직원들로 구성된 모임도 있었다. 2004년대생으로 구성된 ‘04모임’은 소위 ‘대기조’라고 불린다. 이들은 불법 성매매 업소 운영과 대포통장 유통업 등을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미성년자들을 포섭해 대기조로 만들어 세대를 확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또래모임을 두고 “전국구서 각 지역 1등이라고 불리는 조직들만 모인 모임”이라며 “나름 지역서 1등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어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임 자체가 범법 행위로 볼 수 없지만, 또래모임 명단이나 모임을 가진 행태는 추후 조폭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원 명단을 통해 기존 가입 여부와 최근 가입 여부를 가려 이들이 연루된 범죄를 조폭 관련 범죄인지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올 하반기에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관련 수사 단서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노아파는 국내 10대 조직 중 하나로 알려진다. 1980년대 목포서 결성된 후 1996년 해당 지역 내에서 패권 싸움을 하던 ‘오거리파’와 마찰을 빚고 오거리파 행동대장 김모씨를 살해하면서 조직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조폭 소탕’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와해된 세력들 다시 뭉친다
10대 가담 지난 5년간 최대

경찰은 수배령을 내려 사건에 가담한 조직원들을 체포해 살해 혐의로 구속했다. 수노아파 부두목과 조직원으로 수배됐던 장모씨와 김모씨는 광주 시내서 경찰의 검문을 받자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했다가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됐다.

이후 1997년 6월 법원 판결을 통해 범죄조직으로 등록돼 관리대상이 됐다. 그 뒤 와해된 조직이 2000년대 들어서 세력을 서울로 확장해 전국 10대 폭력조직으로 몸집을 키웠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조직원은 65명 정도 규모로 지역 다른 조직폭력배들도 규합해 ‘연합수노아파’를 만들었다.

이들은 흉기들을 합숙소에 배치하고 차량을 대기시켰다가 이권에 개입할 때마다 곧바로 출동해 무차별 폭행을 행사했다. 조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호텔 나이트클럽과 건설 공사장, 유흥업소 등 음성적인 사업에 이권을 얻기 위해 개입해왔다.

수노아파는 2002년 12월에는 인천 소재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대표를 흉기로 위협해 17억원 상당의 지분을 갈취했다. 또 경기도 용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공사장서 28억원 상당의 철거 공사권을 빼앗는 등 총 51억원가량을 갈취했다. 당시 조직원 규모만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2006년 수노아파 일당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검거에 나섰다. 이번 하얏트 호텔 사건과 관련 있는 최씨는 당시에도 조직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당시 경찰은 최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도주한 두목 염씨 등 1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에 나섰다.

10여개 조직
연합 움직임

이들은 2002년 초부터 서울 강남, 마포구 등 일대 4곳의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조직원들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른 체구의 조직원에게는 하루에 6끼를 먹게 하고 인형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연습까지 하면서 이권 개입에 힘을 실었다.

수노아파 행동강령에는 조직원이 구속 수감될 경우 윗선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숙소 부근에서는 조직원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수노아파는 1990년대 중반 와해됐지만, 지방 조직폭력배 세력을 흡수하면서 2000년대 초반 연합수노아파를 결성했다. 이후 행동대장을 포함한 주요 조직원들이 10년 만에 또다시 검거되면서 조직이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최근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폭력 등 범죄행위로 경찰에 붙잡힌 조직폭력배 중 10대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조직원들 사이서 세대교체와 신규 유입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 3월에 “지난해 조직폭력 범죄 검거 인원이 3231명으로 전년(3027명) 대비 6.7%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별 검거 인원 중 60% 가까이가 20~30대고, 40~50대가 35%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직에 가담한 10대 조직원은 210명으로 전년(98명) 대비 112명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가입해 활동하다 붙잡힌 조직원은 244명으로 전년(203명) 대비 31명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세계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난동사건 전말은?
각 조직끼리 연대 강화

지난해 광주지역 한 폭력조직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10대 중·고등학생들에게 조직에 가입하라고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0대들에게 고가의 의류와 식사를 사주는 등 호감을 얻고 조직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한복판서 폭력 조직간 싸움이 벌어져 38명의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6명은 10대의 미성년자로 소년보호사건 처분을 받았다.

폭력 조직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10대를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에게 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0대 A군은 조직폭력배가 되고 싶다며 알고 지내던 조직을 찾아갔다. 그러나 며칠 뒤 조직생활을 하다가 같은 폭력조직 선배에게 “조직생활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자, 이들은 이에 격분해 A군을 폭행한 것이다.

조직폭력배들에 관한 동경이 늘면서 범죄에 연루돼 검거되는 10~20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0대 조직폭력배 가담률은 5년 새 최고치다. 경찰청은 조직폭력배 명단을 다시 구축해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특별단속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별단속 외에도 변종 조직폭력배 활동에 대한 수사 관리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른바 ‘조직폭력배 출신 유튜버’ 등이 생산하는 불법 콘텐츠가 관리 대상이다.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이 모방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유튜버들은 조직폭력배 생활 당시 무용담으로 범죄행위를 미화하고 경찰 수사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방 세력들
흡수해 확장

경찰은 해당 조직폭력배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하나의 수입원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청소년들이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조폭 유튜버들이 미화한 범죄 경험담을 접하고 나서 조폭 가담률이 늘고 있다”면서 “해당 인터넷 방송 채널에 아무리 연령제한을 걸어도, 부모님이나 지인 등의 계정을 빌려 시청하기 때문에 이를 단속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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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