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노아파발’ 전국구 수상한 조폭 동향

형님시대 가고 야자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일본 정재계를 주름잡던 야쿠자들이 좀도둑 신세가 됐다. 한 야쿠자 출신 60대는 과수원서 과일을 훔치다 걸리기도 했다. 야쿠자를 향한 관심도가 시들해졌고, 조직원들이 노쇠화에 접어들면서다. 이른바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정재계가 연루된 야쿠자를 대거 소탕했다. 이후 젊은 조직원들은 궁핍해진 삶에 조직을 떠났다. 야쿠자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 5년간 취직할 수도 없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 조폭이 판을 치며 각종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국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신준호 부장검사는 2020년 10월 서울 하얏트호텔서 난동을 부린 조직폭력배 윤모씨 등 1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기소했다. 이들은 윤씨와 수노아파 부두목급으로 알려진 최씨가 모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모 회장이 인수한 호텔서 난동을 부렸다.

조직원이 
120명이나?

당시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호텔 레스토랑서 밴드 공연 중이던 악단과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나흘간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모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전신의 문신을 드러낸 채 단체 사우나를 이용하거나, 객실서 흡연하는 등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경찰은 모그룹이 이들을 고소하면서 수사를 시작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 과정서 사건과 관련 있는 수노아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합숙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수노아파 규모가 더 확장된 것으로 보고 조직원이 120명가량 될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번 하얏트호텔 사건으로 핵심 조직원을 대거 구속하면서 사실상 조직이 와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노아파를 포함한 폭력조직에 조직원으로 가입해 활동만 하더라도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처벌받는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조직원으로 활동할 때 적용된다. 

이에 검찰은 수노아파에 신규 가입해 활동한 행동대원 27명도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수노아파에 가입해 윤씨와 최씨의 지시에 따라 사건에 가담했다.

경찰은 윤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고소 취하가 반영돼 기각됐다. 경찰은 윤씨 등 1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해 현재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윤씨는 수노아파 조직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번 난동 사건이 단순 업무방해가 아닌 중대 폭력조직 사건으로 판단해 재수사에 돌입했다. 수노아파 강남 합숙소와 운영 유흥주점 등 6곳을 압수수색했고, 이들의 단합대회 첩보들을 입수해 연락책을 구속 수사하면서 조직 구성과 규모가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은 모 회장과 모그룹의 불법 행태 관련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모 회장의 4000억원 대 배임 혐의 및 사모펀드 관련 의혹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해외 도피 상태인 모 회장은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폭력조직도 세대교체? 
양성소 ‘또래 모임’

검찰은 모 회장 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수노아파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CCTV, 계좌·통화내역 재분석을 통해 수노아파 합숙소 2곳, 조직원 운영의 유흥주점 등을 파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과정서 수노아파가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20여명 이상의 신규 조직원을 추가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행동대원으로 새로 가입한 조직원 21명도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조직원 39명이 기소되고, 주요 가담자들이 구속되면서 고령자들을 제외한 주요 활동 조직원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돼 조직 재건에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의 주요 폭력조직들이 계파를 초월한 이른바 ‘또래모임’이라 불리는 정기모임을 통해 연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서 조직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SNS 등에서 확보한 사진을 공개했다.

검찰은 또래모임이 전국 주요 조직폭력배들이 모인 정기 회합이라고 내다봤다. 조직폭력배들은 계파 상관없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각 조직끼리 연대를 강화해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조폭들은 예전처럼 계파별로 패권 다툼을 하거나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모든 조직이 와해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위 전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 성매매 같은 불법 사업을 여럿이 참여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조직이더라도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로 함께 군림한다는 것이다.

계파 상관없이 
정기적인 모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또래모임은 ‘00년생 모임’ 같이 태어난 연령별로 형성된다. 조직이 달라도 해당 모임을 통해 음성적인 사업을 함께 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10여개의 연합이 있고 유사시에는 각 또래모임을 동원하는 식으로 조직돼있다”고 설명했다.

또래모임 중 이제 막 성인이 된 조직원들로 구성된 모임도 있었다. 2004년대생으로 구성된 ‘04모임’은 소위 ‘대기조’라고 불린다. 이들은 불법 성매매 업소 운영과 대포통장 유통업 등을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미성년자들을 포섭해 대기조로 만들어 세대를 확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또래모임을 두고 “전국구서 각 지역 1등이라고 불리는 조직들만 모인 모임”이라며 “나름 지역서 1등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어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임 자체가 범법 행위로 볼 수 없지만, 또래모임 명단이나 모임을 가진 행태는 추후 조폭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원 명단을 통해 기존 가입 여부와 최근 가입 여부를 가려 이들이 연루된 범죄를 조폭 관련 범죄인지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올 하반기에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관련 수사 단서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노아파는 국내 10대 조직 중 하나로 알려진다. 1980년대 목포서 결성된 후 1996년 해당 지역 내에서 패권 싸움을 하던 ‘오거리파’와 마찰을 빚고 오거리파 행동대장 김모씨를 살해하면서 조직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조폭 소탕’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와해된 세력들 다시 뭉친다
10대 가담 지난 5년간 최대

경찰은 수배령을 내려 사건에 가담한 조직원들을 체포해 살해 혐의로 구속했다. 수노아파 부두목과 조직원으로 수배됐던 장모씨와 김모씨는 광주 시내서 경찰의 검문을 받자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했다가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됐다.

이후 1997년 6월 법원 판결을 통해 범죄조직으로 등록돼 관리대상이 됐다. 그 뒤 와해된 조직이 2000년대 들어서 세력을 서울로 확장해 전국 10대 폭력조직으로 몸집을 키웠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조직원은 65명 정도 규모로 지역 다른 조직폭력배들도 규합해 ‘연합수노아파’를 만들었다.

이들은 흉기들을 합숙소에 배치하고 차량을 대기시켰다가 이권에 개입할 때마다 곧바로 출동해 무차별 폭행을 행사했다. 조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호텔 나이트클럽과 건설 공사장, 유흥업소 등 음성적인 사업에 이권을 얻기 위해 개입해왔다.

수노아파는 2002년 12월에는 인천 소재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대표를 흉기로 위협해 17억원 상당의 지분을 갈취했다. 또 경기도 용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공사장서 28억원 상당의 철거 공사권을 빼앗는 등 총 51억원가량을 갈취했다. 당시 조직원 규모만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2006년 수노아파 일당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검거에 나섰다. 이번 하얏트 호텔 사건과 관련 있는 최씨는 당시에도 조직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당시 경찰은 최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도주한 두목 염씨 등 1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에 나섰다.

10여개 조직
연합 움직임

이들은 2002년 초부터 서울 강남, 마포구 등 일대 4곳의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조직원들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른 체구의 조직원에게는 하루에 6끼를 먹게 하고 인형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연습까지 하면서 이권 개입에 힘을 실었다.

수노아파 행동강령에는 조직원이 구속 수감될 경우 윗선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숙소 부근에서는 조직원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수노아파는 1990년대 중반 와해됐지만, 지방 조직폭력배 세력을 흡수하면서 2000년대 초반 연합수노아파를 결성했다. 이후 행동대장을 포함한 주요 조직원들이 10년 만에 또다시 검거되면서 조직이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최근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폭력 등 범죄행위로 경찰에 붙잡힌 조직폭력배 중 10대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조직원들 사이서 세대교체와 신규 유입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 3월에 “지난해 조직폭력 범죄 검거 인원이 3231명으로 전년(3027명) 대비 6.7%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별 검거 인원 중 60% 가까이가 20~30대고, 40~50대가 35%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직에 가담한 10대 조직원은 210명으로 전년(98명) 대비 112명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가입해 활동하다 붙잡힌 조직원은 244명으로 전년(203명) 대비 31명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세계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난동사건 전말은?
각 조직끼리 연대 강화

지난해 광주지역 한 폭력조직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10대 중·고등학생들에게 조직에 가입하라고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0대들에게 고가의 의류와 식사를 사주는 등 호감을 얻고 조직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한복판서 폭력 조직간 싸움이 벌어져 38명의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6명은 10대의 미성년자로 소년보호사건 처분을 받았다.

폭력 조직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10대를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에게 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0대 A군은 조직폭력배가 되고 싶다며 알고 지내던 조직을 찾아갔다. 그러나 며칠 뒤 조직생활을 하다가 같은 폭력조직 선배에게 “조직생활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자, 이들은 이에 격분해 A군을 폭행한 것이다.

조직폭력배들에 관한 동경이 늘면서 범죄에 연루돼 검거되는 10~20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0대 조직폭력배 가담률은 5년 새 최고치다. 경찰청은 조직폭력배 명단을 다시 구축해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특별단속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별단속 외에도 변종 조직폭력배 활동에 대한 수사 관리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른바 ‘조직폭력배 출신 유튜버’ 등이 생산하는 불법 콘텐츠가 관리 대상이다.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이 모방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유튜버들은 조직폭력배 생활 당시 무용담으로 범죄행위를 미화하고 경찰 수사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방 세력들
흡수해 확장

경찰은 해당 조직폭력배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하나의 수입원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청소년들이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조폭 유튜버들이 미화한 범죄 경험담을 접하고 나서 조폭 가담률이 늘고 있다”면서 “해당 인터넷 방송 채널에 아무리 연령제한을 걸어도, 부모님이나 지인 등의 계정을 빌려 시청하기 때문에 이를 단속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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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