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 논란 황보승희

전 남편 폭로, 그리고 동거남의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의원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의혹이다. 황보 의원은 ‘선당후사’를 외치며 자진 탈당 및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돈봉투’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으로 리스크가 확전되는 양상이다. 내년 제22대 국회가 도덕성 논란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여야 모두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무당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지난 20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및 자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 속에서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에 미칠 악영향에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당의 도덕성 리스크는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1년 황보 의원에 대한 불륜설 등 비위 자료들이 당에 접수됐는데도 국민의힘은 사생활 문제라며 당내 감사를 진행시키지 않아서다. 

정치자금 
의혹부터

이날 황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제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말 못할 가정사와 경찰 수사는 결자해지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께 끼친 심려를 생각하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나 지역주민들께 마지막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넓은 해량으로 보듬어 주시길 바란다”며 의원직 유지를 시사했다.


황보 의원 전 남편 조성화씨는 2021년 8월에 합의 이혼했다. 조씨는 당 감사실과 대표실에 이혼소송 사유에 대해 제보했다. 당시 황보 의원의 불륜설과 정치자금법 등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을 제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언론서 황보 의원에 관한 불륜 의혹 보도를 내보내자, 그를 수석대변인 당직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당시 이준석 전 대표의 스피커로 통했던 그는 “개인사정으로 수석대변인직서 사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직에 임명된 지 두 달 만이었다. 당내서도 황보 의원의 거취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다음 달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황보 의원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의혹 수사는 지난해 한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황보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 등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는 경찰에 황보 의원이 가지고 있던 각종 장부 자료를 제출하면서 중요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경찰 수사 내용을 당 윤리위에 제소했지만, 국민의힘은 따로 황보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지 않았다. 당 윤리위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확정되는 사실관계에만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당 윤리위가 당원 징계 절차를 두고 객관적 잣대 없이 선택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7월, 성접대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당원권 정지 7개월 처분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은희 의원은 경찰국 신설 반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찬성과 관련해 징계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당 윤리위는 황보 의원 관련 신고서가 접수된 상황서도 징계 절차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공천 헌금’ 의혹 이어…
연달아 터진 비리 의혹

국민의힘은 코인 투자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방탄용 탈당쇼” “민주당과 짜고 치는 ‘꼬리 자르기’식”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3일 만에 활동을 중단하자 ‘제2의 조국 사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도 징계 조사를 앞두고 탈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당은 뒤늦게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를 시작한다고 예고했지만, 첫 출석을 나흘 앞둔 시점서 황보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불가능해졌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탈당) 결정에 대해서는 당이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서 총 1억675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하영제 의원은 “당에 작은 부담이라도 끼치긴 싫다”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황보 의원과 하 의원은 입장문에 “선당후사”를 담으며 탈당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하자 “꼬리 자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바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각종 비리 의혹으로 탈당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국민의힘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범죄 연루 의혹을 받거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 대해 당 진상조사 전에 탈당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꼼수탈당 방지법’을 논의했다. 김희곤 의원은 선출직 공직자인 당원이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면 정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존재 시 징계 절차를 개시하는 ‘정당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혼 A씨 
공천 로비?

김 의원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선출직 공무원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려는 것”이라며 “탈당을 악용하는 사례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이 코인 거래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잠행을 이어가자 “국회의원 세비는 따박따박 다 받고 있다”며 “국민 앞에 진실을 소상하게 밝히고 의원직서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황보 의원의 개인 사생활 문제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황보 의원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대선 직후 당 실세들에게 접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찰은 황보 의원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공천 비리를 포함, 황보 의원이 부동산 업체 회장 A씨에게서 신용카드와 아파트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회를 통한 후원금이 아닌 개인이나 법인을 통해 금품을 수수할 수 없도록 돼있다.


황보 의원의 후원자인 A씨는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인 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부인과 이혼 관계가 아닌 상태로 법적으로도 아내가 있으며 황보 의원과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부산지역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자산가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 총선서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며, 국민의힘에 공천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여권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어울렸으며 황보 의원을 통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1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바 있다. 한때 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A씨가 민주당 탈당 1년여 만에 박 후보 캠프 중책을 맡았다. 당시 박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이 황보 의원이었다.

국민의힘도
도덕성 리스크

경찰은 최근 A씨의 법인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다. 법인계좌서 수상한 흐름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올 경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보 의원의 전 남편 조씨는 법원에 이혼 신청 사유로 A씨의 불륜을 들었다. 이에 대해 황보 의원은 2016년부터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을 결심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천 헌금, 동거남 비리 의혹에 대해 “모두 전 남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의 SNS에 얼굴에 피를 흘리거나 피멍이 든 사진을 게재하면서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황보 의원은 “3년을 참고 참았다. 제가 키우는 사춘기 두 딸들이 상처 받을까봐, 또 사적인 부분을 시시콜콜 해명한다는 것이 공인으로서 맞는가 하는 부분, 국회의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주민들이나 당에 누가 될까 걱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씨에 대해선 “재산분할 등으로 본인이 챙길 건 다 챙긴 후 5일 만에 당에 나를 제보했다. 탈당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괴롭히겠다고 협박했다”며 “전 남편 뜻대로 안 되면 다음은 무엇이겠나. 딸들이 무서워하고 있다. 괴롭힘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의원실 관용차와 보좌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황보 의원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개인 행사에 참석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 방송사 시상식에 수행비서를 보내는 길에 A씨가 동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황보 의원은 A씨가 보좌진에게 사진 촬영과 통역을 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행사가 자신과 관련된 행사였기 때문에 보좌진이 동행하고 통역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A씨가 국회 사무처에 지원되는 의원실 운영비로 KTX를 이용했다는 주장에는 국회의원 당선 전인 1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KTX 멤버십 결제 명세를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가정폭력 피해자” 주장했지만 싸늘
결국 자진 탈당·총선 불출마 선언

정가에선 내년 총선까지 10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초선 의원들의 물갈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황보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공천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황보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 지역구는 보수 텃밭으로 통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6·1지방선거서 부산광역시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당시 일부 지역 당협위원장이 특정 예비후보를 밀어준다는 말이 확산되면서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황보 의원 측은 2년 전 제기됐던 문제가 총선을 앞둔 시점서 공론화되는 것을 두고 ‘여권 유력 정치인이 개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보 의원을 시작으로 초선 의원들의 문제가 대거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초선 의원들은 불합리한 공천이 진행될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표심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당 입장에선 교통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부산 지역구 18석 중 15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 공천 혁신을 통해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부산서 공천받아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서 검사 출신들이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김기현 대표가 직접 등판했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검사 공천은 없다”며 “장담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서 공천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윤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민심에 부합하는 공천을 하겠다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차기 부산시당위원장에 부산 수영구의 전봉민 초선 의원을 추대하기로 했다. 시당위원장은 통상 총선서 공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 의원을 시당위원장으로 임명해놓은 뒤, 공천서 배제해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배치할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 텃밭
물갈이론

앞서 전 의원은 시당위원장 대행 자리임에도 부산 현안과 관련해 해당 부처 장관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여는 등 시당을 원활하게 운영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재 국민의힘 소속 3선 이상 부산 지역구 중진 의원들이 시당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지만, 각종 국회 상임위원장과 중앙 당직을 맡게 되면서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당은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차기 시당위원장을 확정한다.

시당위원장은 지역정치를 총괄하는 자리로 지역 당권과 실무 운영을 관할하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공천 경쟁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다. 그러나 지역 정가 내에서는 영남권 물갈이설로 인해 시당위원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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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