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두려운 반지하의 악몽

기청제라도 지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2팀] 옥지훈 기자 = 수해 악몽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기준 11년간 큰 수해가 없었던 서울 수도권 지역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로 물이 차 극심한 피해를 봤다.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은 침수로 지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침수 피해가 없었던 지역은 유일하게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이 있는 양천구 일대였다.

당시 서울시는 빗물터널을 7곳에 공사할 계획이었는데, 오세훈 시장이 물러난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자 예산 등을 이유로 양천구 한 곳에만 빗물터널을 만들었다. 박 전 시장은 빗물터널을 과도한 토건 사업으로 봤다. ‘안전불감증’은 국민이 아닌 정치권에 있다.

임시방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마철을 앞두고 서울 상습 침수지역을 방문해 침수피해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 앞서 오 시장은 침수피해 대책으로 2032년까지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터널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하루 최대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신대방동에는 비공식 기록이지만 381.5mm가 쏟아졌다. 서울기상관측소에 공식 관측되는 서울 기상 대푯값인 공식 기록 354.7mm(1920년 8월 2일)를 넘어섰다. 강남 일대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강수량으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달 8~9일 사이에 폭우로 사망자만 10명이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침수 피해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백지화된 빗물터널 계획을 재수립했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2032년까지 예상 책정된 총 6곳의 사업비 규모만 모두 1조5000억원이다. 2011년 당시 총 7곳의 지역 빗물터널 사업비는 8529억원이었다.


당초 12년 전 계획서 한 곳이 줄었는데도 사업비가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사업이 미뤄지면서 용역비와 부지 확보 비용, 지하 시설물 이전 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속도를 내도 최소 4년 이상 걸린다. 우선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빗물터널은 올 하반기 중 착공해 202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어 해당 계획이 완료되면 사당역·한강로·길동 빗물터널은 2032년까지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당초 2030년까지 건립하겠다는 계획서 2년 연장됐다.

‘강남 침수’ 이후 쏟아진 대책
빗물 배수터널 첫 삽도 못 떠

오 시장은 신림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 건설 현장과 빗물펌프장 등에 점검을 나섰다. 빗물저류조는 저장한 빗물을 비가 그친 뒤 방류해 저지대 침수를 예방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빗물터널은 공사 기간이 길어 임시방편으로 2025년 공사 완료 예정인 빗물저류조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침수 방지용 물막이판 설치 대상인 1만5291가구 중 3414가구(22.3%)에만 물막이판 설치가 완료됐다. 하수도 역류방지기만 설치한 가구까지 합해도 6310가구(40.2%)에 불과하다. 시는 해당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과 수해 지역 낙인 효과를 우려해 설치를 거부하는 탓에 상당 기간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지대는 침수에 취약하다. 강남은 집중호우로 주변 물이 몰려들면 침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와 서초구 등은 강남역 주변 저지대에 배수관로 및 하수암거를 설치해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수암거는 배수를 위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진다.

실제로 강남 저지대서 빗물을 처리할 하수도가 부족했고 맨홀이 이탈하면서 하수도가 역류해 빗물이 더 차오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수도관은 빗물터널이 착공하면 저지대서 빗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도권 도심지역은 통신케이블, 도시가스 배관 등 지하매립시설이 많아 이전 공사도 병행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는 평년 해수면 온도가 0.5도 높아지는 경우를 뜻한다. 슈퍼 엘니뇨는 온도가 2도나 상승하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자연현상이지만, 슈퍼 엘니뇨는 지구온난화를 동반한 현상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향후 기후 예측은 쉽지 않다. 이에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와 적응이 필요하다.

미루고 미루다 사업비만 늘어
재난 대비 인프라 확충 시급

재난 피해보상지원금은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포항지역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자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10년 만에 개산예비비 500억을 편성해 피해 구제에 투입했다.

그러나 포항지역 이재민들은 보상지원금을 알아보려고 지자체를 통해 문의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보상금 신청부터 수령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매년 봄철 산불 화재나 여름철 수해 피해 등 지원금을 통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재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

서울시는 빗물터널 완공까지 침수 피해 대응에 나서 재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도입된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하고, 강남역·대치역·이수역 사거리 3곳은 침수취약도로 사전통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침수 예·경보가 발령되면 이웃주민이 반지하에 사는 재해약자를 대피시키는 동행 파트너도 현재 반지하 거주 재해약자 954가구와 2391명의 매칭을 완료했다.

침수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빗물받이다. 배수관로 초입인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가득 차 물이 배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관악·영등포구 등 자치구들이 지난해 폭우 때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막혀 제대로 빗물이 내려가지 못해 침수 피해를 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만 빗물받이 55만8000여개 있다. 대로변 등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기계를 활용해 내부 이물질을 흡입하도록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를 포함해 2만3000여명을 투입했지만, 빗물받이 수가 많아 청소 직후에도 금방 쓰레기가 쌓여 관리가 쉽지 않다.

2027년까지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 침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하수관로로 빗물이 빠져나가는 초입인 빗물받이가 막힘 없이 관리돼야 한다”며 “침수 예방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등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집중 호우 기간(7~9월)에는 시민들에게 ‘빗물받이에 쓰레기 투기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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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