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두려운 반지하의 악몽

기청제라도 지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2팀] 옥지훈 기자 = 수해 악몽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기준 11년간 큰 수해가 없었던 서울 수도권 지역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로 물이 차 극심한 피해를 봤다.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은 침수로 지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침수 피해가 없었던 지역은 유일하게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이 있는 양천구 일대였다.

당시 서울시는 빗물터널을 7곳에 공사할 계획이었는데, 오세훈 시장이 물러난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자 예산 등을 이유로 양천구 한 곳에만 빗물터널을 만들었다. 박 전 시장은 빗물터널을 과도한 토건 사업으로 봤다. ‘안전불감증’은 국민이 아닌 정치권에 있다.

임시방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마철을 앞두고 서울 상습 침수지역을 방문해 침수피해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 앞서 오 시장은 침수피해 대책으로 2032년까지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터널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하루 최대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신대방동에는 비공식 기록이지만 381.5mm가 쏟아졌다. 서울기상관측소에 공식 관측되는 서울 기상 대푯값인 공식 기록 354.7mm(1920년 8월 2일)를 넘어섰다. 강남 일대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강수량으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달 8~9일 사이에 폭우로 사망자만 10명이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침수 피해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백지화된 빗물터널 계획을 재수립했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2032년까지 예상 책정된 총 6곳의 사업비 규모만 모두 1조5000억원이다. 2011년 당시 총 7곳의 지역 빗물터널 사업비는 8529억원이었다.


당초 12년 전 계획서 한 곳이 줄었는데도 사업비가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사업이 미뤄지면서 용역비와 부지 확보 비용, 지하 시설물 이전 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속도를 내도 최소 4년 이상 걸린다. 우선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빗물터널은 올 하반기 중 착공해 202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어 해당 계획이 완료되면 사당역·한강로·길동 빗물터널은 2032년까지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당초 2030년까지 건립하겠다는 계획서 2년 연장됐다.

‘강남 침수’ 이후 쏟아진 대책
빗물 배수터널 첫 삽도 못 떠

오 시장은 신림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 건설 현장과 빗물펌프장 등에 점검을 나섰다. 빗물저류조는 저장한 빗물을 비가 그친 뒤 방류해 저지대 침수를 예방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빗물터널은 공사 기간이 길어 임시방편으로 2025년 공사 완료 예정인 빗물저류조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침수 방지용 물막이판 설치 대상인 1만5291가구 중 3414가구(22.3%)에만 물막이판 설치가 완료됐다. 하수도 역류방지기만 설치한 가구까지 합해도 6310가구(40.2%)에 불과하다. 시는 해당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과 수해 지역 낙인 효과를 우려해 설치를 거부하는 탓에 상당 기간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지대는 침수에 취약하다. 강남은 집중호우로 주변 물이 몰려들면 침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와 서초구 등은 강남역 주변 저지대에 배수관로 및 하수암거를 설치해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수암거는 배수를 위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진다.

실제로 강남 저지대서 빗물을 처리할 하수도가 부족했고 맨홀이 이탈하면서 하수도가 역류해 빗물이 더 차오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수도관은 빗물터널이 착공하면 저지대서 빗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도권 도심지역은 통신케이블, 도시가스 배관 등 지하매립시설이 많아 이전 공사도 병행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는 평년 해수면 온도가 0.5도 높아지는 경우를 뜻한다. 슈퍼 엘니뇨는 온도가 2도나 상승하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자연현상이지만, 슈퍼 엘니뇨는 지구온난화를 동반한 현상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향후 기후 예측은 쉽지 않다. 이에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와 적응이 필요하다.

미루고 미루다 사업비만 늘어
재난 대비 인프라 확충 시급

재난 피해보상지원금은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포항지역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자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10년 만에 개산예비비 500억을 편성해 피해 구제에 투입했다.

그러나 포항지역 이재민들은 보상지원금을 알아보려고 지자체를 통해 문의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보상금 신청부터 수령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매년 봄철 산불 화재나 여름철 수해 피해 등 지원금을 통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재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

서울시는 빗물터널 완공까지 침수 피해 대응에 나서 재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도입된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하고, 강남역·대치역·이수역 사거리 3곳은 침수취약도로 사전통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침수 예·경보가 발령되면 이웃주민이 반지하에 사는 재해약자를 대피시키는 동행 파트너도 현재 반지하 거주 재해약자 954가구와 2391명의 매칭을 완료했다.

침수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빗물받이다. 배수관로 초입인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가득 차 물이 배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관악·영등포구 등 자치구들이 지난해 폭우 때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막혀 제대로 빗물이 내려가지 못해 침수 피해를 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만 빗물받이 55만8000여개 있다. 대로변 등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기계를 활용해 내부 이물질을 흡입하도록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를 포함해 2만3000여명을 투입했지만, 빗물받이 수가 많아 청소 직후에도 금방 쓰레기가 쌓여 관리가 쉽지 않다.

2027년까지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 침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하수관로로 빗물이 빠져나가는 초입인 빗물받이가 막힘 없이 관리돼야 한다”며 “침수 예방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등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집중 호우 기간(7~9월)에는 시민들에게 ‘빗물받이에 쓰레기 투기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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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