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혼외자 후폭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복귀 후…바람 잘 날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샐러리맨 신화가 때 아닌 혼외자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혼외자들을 호적에 올리고 투자자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주가는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 회장 측과 혼외자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장외 폭로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혼외자들의 상속권이 보장되면서 그룹의 승계·상속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자신의 혼외자 2명을 호적에 올렸다. 업계는 서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오너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서 회장이 혼외자들의 친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명의 딸
호적 등재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일, 서 회장에게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각 20대와 10대인 두 딸의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조정 성립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두 딸이 서 회장 호적에 오르면서 서 회장의 자녀는 기존의 2남서 2남2녀로 늘어났다.

앞서 KBS는 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고, 서 회장이 이들을 홀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 딸을 낳은 친모 A씨는 2001년 7월 처음 서 회장을 만났다. A씨는 당시 서 회장이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음에도 자신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았으며,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위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의 관계가 파탄 난 2012년 이후에는 서 회장이 딸들의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둘째 딸은 친생자인지 소송 당시 “11년간 부친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서 회장에게 매달 4회의 면접교섭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측은 반박에 나섰다. 서 회장 측은 지난 2일 등기우편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발송했다. 고발장엔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서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 변호인은 “두 딸이 친생자로 인정돼 호적에 추가 등재된 것은 맞지만 A씨와 가끔 만났을 뿐 사실혼 관계는 아니었다”며 “A씨가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해 288억원 상당을 A씨에게 지급했고, 계속된 협박에 안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 이 중 143억원은 A씨로부터 갈취당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2012년부터 두 사람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이때부터 A씨와 그의 내연남 간 관계가 시작된 시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소 경위에 대해선 “A씨의 온 가족이 인질이 됐다. 자신의 친모를 회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게 하고 아이들도 인질”이라며 “서 회장 본인도 도저히 못 견디겠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A씨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터진 오너 리스크…사생활 논란 진화 안간힘
“143억원 갈취” 친모와 폭로전·법적 투쟁 이어가

이 가운데 A씨가 소유한 회사 두 곳은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내역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는 기존 7개에서 A씨 2개사가 포함된 9개로 늘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혼외자 인지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 크게 출렁였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4.11% 하락했다가 점차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가는 15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서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서 회장은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임직원들에게 질책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주주 여러분들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봐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글 말미에선 “저는 주주님들께서 제게 부여해주신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남은 인생은 늘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차례 용퇴 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이 논란 이후로도 회사 업무를 맡아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일명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인물로, 재계서도 입지전적인 이력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7년 10월23일 충북 청주서 태어났다. 이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1983년 들어간 삼성전기였다.

샐러리맨
성공스토리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한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았다. 내친 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대우자동차로 이직했지만, 몇 년 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직자가 됐다.

1999년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여명과 사업 분야를 논의하던 중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자금 130억원과 초기 투자금 470억원을 합쳐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바이오 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1년간 40여 개국을 돌며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업계 최신 동향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미국 벡스젠사와 제휴를 맺은 후 사업은 점차 본궤도에 올랐다. 2004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셀트리온 1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부턴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2020년 12월31일, 셀트리온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퇴사했다. 한국 나이로 65세가 될 때 은퇴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출입기자, 주주에게 이메일로 고별사를 보냈다. 고별사에서 “언제나 은퇴를 생각해왔다” “원격의료 스타트업에서 새로 출발하겠다” “셀트리온은 후배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지난 3월 셀트리온 회장직에 복귀했다. 용퇴를 선언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명분은 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물러난 이후로 줄곧 하락세를 걸었다.

승계구도
흔들릴까

서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서 “주총 이후부터는 실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수로서 경영진에게 강력한 지침을 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배경은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와 관련이 깊었다. 그룹 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나 순환출자 구조가 없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동생이나 아내 등이 기업 요직을 차지한 점은 일면 모순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게다가 ‘용퇴 선언’ 이후로는 미등기임원이었던 아들들을 이사회에 정식 합류시킨 점 또한 ‘언행불일치’로 지적받았다. 기존 대기업들의 관행(?)대로 사실상 족벌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1년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들은 각각 서 회장의 장·차남이다. 서 부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서 이사는 인하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직을 맡았다.


일각에선 이번에 혼외자 인지가 이뤄지면서 서 회장 자녀 사이 승계‧상속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자로 인정되면 상속권 역시 덩달아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홀딩스는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20.04%, 24.27%씩 가지고 있다. 

‘둘→넷’ 상속·승계 변수?
1분기 호실적…주가는 순항

종전에는 별도의 유언장 없이, 법정 상속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부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이 홀딩스 지분 41.66%, 두 아들이 27.77%씩 상속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박 이사장이 26.51%, 자녀들이 각각 17.67%를 나눠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아직 서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만큼, 혼외자 인지가 승계구도 변동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을 둘러싼 각종 설화에도,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것을 1분기 호실적 기록 소식으로 상쇄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셀트리온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서 전 거래일 대비 9400원(5.79%) 오른 17만1800원에 마감됐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서 전 거래일보다 2900원(4.09%) 오른 7만3800원을 기록했고, 셀트리온제약은 8만24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48%) 상승한 수치다. 다만 지난 10일엔 16만9000원, 11일엔 16만8600원으로 다시 소폭 하향세를 보였다. 그래도 혼외자 논란이 터진 지난 3일에 비하면 6% 이상 상승한 수준서 횡보 중이다. 

지난 8일 셀트리온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23억59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42% 상승한 5974억88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7.81% 오른 1670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측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인수전 참여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공과 사 
구분해야”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음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 추천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램시마SC 비중이 감소 가능하나 유럽서 램시마 시장점유율은 1분기 69%(SC 16%), 4분기 71%(SC 21%)로 연간 램시마SC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꼰대 규정’ 직원들 아우성 셀트리온 복장 규정 논란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자세한 내막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며 4가지 지침이 하달됐다.

지침에는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 구체적인 복장 규정이 명시됐다.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적혔다.

회사 안팎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코로나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 때문에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다. 무엇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셀트리온 측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재차 나왔다.

당초 공지 메일에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지 이튿날부터 관리부서에서 순찰을 돌고, 사진을 찍었다는 ‘목격담’도 제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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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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