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혼외자 후폭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복귀 후…바람 잘 날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샐러리맨 신화가 때 아닌 혼외자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혼외자들을 호적에 올리고 투자자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주가는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 회장 측과 혼외자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장외 폭로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혼외자들의 상속권이 보장되면서 그룹의 승계·상속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자신의 혼외자 2명을 호적에 올렸다. 업계는 서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오너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서 회장이 혼외자들의 친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명의 딸
호적 등재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일, 서 회장에게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각 20대와 10대인 두 딸의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조정 성립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두 딸이 서 회장 호적에 오르면서 서 회장의 자녀는 기존의 2남서 2남2녀로 늘어났다.

앞서 KBS는 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고, 서 회장이 이들을 홀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 딸을 낳은 친모 A씨는 2001년 7월 처음 서 회장을 만났다. A씨는 당시 서 회장이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음에도 자신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았으며,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위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의 관계가 파탄 난 2012년 이후에는 서 회장이 딸들의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둘째 딸은 친생자인지 소송 당시 “11년간 부친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서 회장에게 매달 4회의 면접교섭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측은 반박에 나섰다. 서 회장 측은 지난 2일 등기우편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발송했다. 고발장엔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서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 변호인은 “두 딸이 친생자로 인정돼 호적에 추가 등재된 것은 맞지만 A씨와 가끔 만났을 뿐 사실혼 관계는 아니었다”며 “A씨가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해 288억원 상당을 A씨에게 지급했고, 계속된 협박에 안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 이 중 143억원은 A씨로부터 갈취당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2012년부터 두 사람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이때부터 A씨와 그의 내연남 간 관계가 시작된 시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소 경위에 대해선 “A씨의 온 가족이 인질이 됐다. 자신의 친모를 회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게 하고 아이들도 인질”이라며 “서 회장 본인도 도저히 못 견디겠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A씨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터진 오너 리스크…사생활 논란 진화 안간힘
“143억원 갈취” 친모와 폭로전·법적 투쟁 이어가

이 가운데 A씨가 소유한 회사 두 곳은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내역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는 기존 7개에서 A씨 2개사가 포함된 9개로 늘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혼외자 인지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 크게 출렁였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4.11% 하락했다가 점차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가는 15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서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서 회장은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임직원들에게 질책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주주 여러분들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봐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글 말미에선 “저는 주주님들께서 제게 부여해주신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남은 인생은 늘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차례 용퇴 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이 논란 이후로도 회사 업무를 맡아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일명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인물로, 재계서도 입지전적인 이력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7년 10월23일 충북 청주서 태어났다. 이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1983년 들어간 삼성전기였다.

샐러리맨
성공스토리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한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았다. 내친 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대우자동차로 이직했지만, 몇 년 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직자가 됐다.

1999년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여명과 사업 분야를 논의하던 중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자금 130억원과 초기 투자금 470억원을 합쳐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바이오 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1년간 40여 개국을 돌며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업계 최신 동향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미국 벡스젠사와 제휴를 맺은 후 사업은 점차 본궤도에 올랐다. 2004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셀트리온 1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부턴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2020년 12월31일, 셀트리온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퇴사했다. 한국 나이로 65세가 될 때 은퇴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출입기자, 주주에게 이메일로 고별사를 보냈다. 고별사에서 “언제나 은퇴를 생각해왔다” “원격의료 스타트업에서 새로 출발하겠다” “셀트리온은 후배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지난 3월 셀트리온 회장직에 복귀했다. 용퇴를 선언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명분은 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물러난 이후로 줄곧 하락세를 걸었다.

승계구도
흔들릴까

서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서 “주총 이후부터는 실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수로서 경영진에게 강력한 지침을 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배경은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와 관련이 깊었다. 그룹 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나 순환출자 구조가 없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동생이나 아내 등이 기업 요직을 차지한 점은 일면 모순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게다가 ‘용퇴 선언’ 이후로는 미등기임원이었던 아들들을 이사회에 정식 합류시킨 점 또한 ‘언행불일치’로 지적받았다. 기존 대기업들의 관행(?)대로 사실상 족벌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1년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들은 각각 서 회장의 장·차남이다. 서 부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서 이사는 인하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직을 맡았다.

일각에선 이번에 혼외자 인지가 이뤄지면서 서 회장 자녀 사이 승계‧상속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자로 인정되면 상속권 역시 덩달아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홀딩스는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20.04%, 24.27%씩 가지고 있다. 

‘둘→넷’ 상속·승계 변수?
1분기 호실적…주가는 순항

종전에는 별도의 유언장 없이, 법정 상속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부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이 홀딩스 지분 41.66%, 두 아들이 27.77%씩 상속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박 이사장이 26.51%, 자녀들이 각각 17.67%를 나눠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아직 서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만큼, 혼외자 인지가 승계구도 변동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을 둘러싼 각종 설화에도,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것을 1분기 호실적 기록 소식으로 상쇄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셀트리온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서 전 거래일 대비 9400원(5.79%) 오른 17만1800원에 마감됐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서 전 거래일보다 2900원(4.09%) 오른 7만3800원을 기록했고, 셀트리온제약은 8만24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48%) 상승한 수치다. 다만 지난 10일엔 16만9000원, 11일엔 16만8600원으로 다시 소폭 하향세를 보였다. 그래도 혼외자 논란이 터진 지난 3일에 비하면 6% 이상 상승한 수준서 횡보 중이다. 

지난 8일 셀트리온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23억59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42% 상승한 5974억88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7.81% 오른 1670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측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인수전 참여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공과 사 
구분해야”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음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 추천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램시마SC 비중이 감소 가능하나 유럽서 램시마 시장점유율은 1분기 69%(SC 16%), 4분기 71%(SC 21%)로 연간 램시마SC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꼰대 규정’ 직원들 아우성 셀트리온 복장 규정 논란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자세한 내막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며 4가지 지침이 하달됐다.

지침에는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 구체적인 복장 규정이 명시됐다.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적혔다.

회사 안팎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코로나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 때문에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다. 무엇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셀트리온 측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재차 나왔다.

당초 공지 메일에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지 이튿날부터 관리부서에서 순찰을 돌고, 사진을 찍었다는 ‘목격담’도 제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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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