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혼외자 후폭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복귀 후…바람 잘 날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샐러리맨 신화가 때 아닌 혼외자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혼외자들을 호적에 올리고 투자자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주가는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 회장 측과 혼외자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장외 폭로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혼외자들의 상속권이 보장되면서 그룹의 승계·상속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자신의 혼외자 2명을 호적에 올렸다. 업계는 서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오너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서 회장이 혼외자들의 친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명의 딸
호적 등재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일, 서 회장에게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각 20대와 10대인 두 딸의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조정 성립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두 딸이 서 회장 호적에 오르면서 서 회장의 자녀는 기존의 2남서 2남2녀로 늘어났다.

앞서 KBS는 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고, 서 회장이 이들을 홀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 딸을 낳은 친모 A씨는 2001년 7월 처음 서 회장을 만났다. A씨는 당시 서 회장이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음에도 자신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았으며,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위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의 관계가 파탄 난 2012년 이후에는 서 회장이 딸들의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둘째 딸은 친생자인지 소송 당시 “11년간 부친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서 회장에게 매달 4회의 면접교섭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측은 반박에 나섰다. 서 회장 측은 지난 2일 등기우편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발송했다. 고발장엔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서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 변호인은 “두 딸이 친생자로 인정돼 호적에 추가 등재된 것은 맞지만 A씨와 가끔 만났을 뿐 사실혼 관계는 아니었다”며 “A씨가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해 288억원 상당을 A씨에게 지급했고, 계속된 협박에 안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 이 중 143억원은 A씨로부터 갈취당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2012년부터 두 사람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이때부터 A씨와 그의 내연남 간 관계가 시작된 시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소 경위에 대해선 “A씨의 온 가족이 인질이 됐다. 자신의 친모를 회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게 하고 아이들도 인질”이라며 “서 회장 본인도 도저히 못 견디겠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A씨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터진 오너 리스크…사생활 논란 진화 안간힘
“143억원 갈취” 친모와 폭로전·법적 투쟁 이어가

이 가운데 A씨가 소유한 회사 두 곳은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내역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는 기존 7개에서 A씨 2개사가 포함된 9개로 늘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혼외자 인지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 크게 출렁였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4.11% 하락했다가 점차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가는 15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서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서 회장은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임직원들에게 질책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주주 여러분들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봐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글 말미에선 “저는 주주님들께서 제게 부여해주신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남은 인생은 늘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차례 용퇴 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이 논란 이후로도 회사 업무를 맡아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일명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인물로, 재계서도 입지전적인 이력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7년 10월23일 충북 청주서 태어났다. 이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1983년 들어간 삼성전기였다.

샐러리맨
성공스토리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한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았다. 내친 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대우자동차로 이직했지만, 몇 년 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직자가 됐다.

1999년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여명과 사업 분야를 논의하던 중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자금 130억원과 초기 투자금 470억원을 합쳐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바이오 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1년간 40여 개국을 돌며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업계 최신 동향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미국 벡스젠사와 제휴를 맺은 후 사업은 점차 본궤도에 올랐다. 2004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셀트리온 1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부턴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2020년 12월31일, 셀트리온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퇴사했다. 한국 나이로 65세가 될 때 은퇴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출입기자, 주주에게 이메일로 고별사를 보냈다. 고별사에서 “언제나 은퇴를 생각해왔다” “원격의료 스타트업에서 새로 출발하겠다” “셀트리온은 후배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지난 3월 셀트리온 회장직에 복귀했다. 용퇴를 선언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명분은 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물러난 이후로 줄곧 하락세를 걸었다.

승계구도
흔들릴까

서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서 “주총 이후부터는 실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수로서 경영진에게 강력한 지침을 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배경은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와 관련이 깊었다. 그룹 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나 순환출자 구조가 없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동생이나 아내 등이 기업 요직을 차지한 점은 일면 모순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게다가 ‘용퇴 선언’ 이후로는 미등기임원이었던 아들들을 이사회에 정식 합류시킨 점 또한 ‘언행불일치’로 지적받았다. 기존 대기업들의 관행(?)대로 사실상 족벌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1년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들은 각각 서 회장의 장·차남이다. 서 부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서 이사는 인하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직을 맡았다.


일각에선 이번에 혼외자 인지가 이뤄지면서 서 회장 자녀 사이 승계‧상속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자로 인정되면 상속권 역시 덩달아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홀딩스는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20.04%, 24.27%씩 가지고 있다. 

‘둘→넷’ 상속·승계 변수?
1분기 호실적…주가는 순항

종전에는 별도의 유언장 없이, 법정 상속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부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이 홀딩스 지분 41.66%, 두 아들이 27.77%씩 상속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박 이사장이 26.51%, 자녀들이 각각 17.67%를 나눠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아직 서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만큼, 혼외자 인지가 승계구도 변동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을 둘러싼 각종 설화에도,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것을 1분기 호실적 기록 소식으로 상쇄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셀트리온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서 전 거래일 대비 9400원(5.79%) 오른 17만1800원에 마감됐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서 전 거래일보다 2900원(4.09%) 오른 7만3800원을 기록했고, 셀트리온제약은 8만24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48%) 상승한 수치다. 다만 지난 10일엔 16만9000원, 11일엔 16만8600원으로 다시 소폭 하향세를 보였다. 그래도 혼외자 논란이 터진 지난 3일에 비하면 6% 이상 상승한 수준서 횡보 중이다. 

지난 8일 셀트리온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23억59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42% 상승한 5974억88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7.81% 오른 1670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측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인수전 참여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공과 사 
구분해야”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음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 추천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램시마SC 비중이 감소 가능하나 유럽서 램시마 시장점유율은 1분기 69%(SC 16%), 4분기 71%(SC 21%)로 연간 램시마SC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꼰대 규정’ 직원들 아우성 셀트리온 복장 규정 논란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자세한 내막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며 4가지 지침이 하달됐다.

지침에는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 구체적인 복장 규정이 명시됐다.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적혔다.

회사 안팎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코로나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 때문에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다. 무엇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셀트리온 측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재차 나왔다.

당초 공지 메일에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지 이튿날부터 관리부서에서 순찰을 돌고, 사진을 찍었다는 ‘목격담’도 제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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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