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작전세력에 휘말린 임창정

공모자? 피해자? ‘뭐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가수 임창정이 주가조작, 이른바 ‘작전’에 휘말렸다. 지난달 말 터진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들과 임창정 간의 연결고리가 포착된 것이다. 다만 임창정은 연일 “자신 역시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 역시 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 하지만 임창정을 단순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 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게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연속 하한가(이틀 연속 하한가 6개, 사흘 연속 하한가 4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된 탓이다. 그 배후에는 다단계 주가조작이 있었고, 피해자는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작전’ 공모자와 피해자 그 사이 어딘가에, 가수 임창정이 있었다.

주가조작
통정거래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은 주가조작 소식을 전하며, 임창정도 일당에 돈을 맡긴 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뉴스룸> 측에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일당에게 돈을 맡겼다.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YES IM 엔터테인먼트’ 지분 절반을 50억원에 넘기는 대신, 그중 30억원을 다시 투자한 것이다. 돈은 15억원씩 나눠 자신과 부인의 증권사 계정에 넣었다. 일당에 부부 신분증도 맡겨 쉽게 대리 투자가 가능하도록 돕기도 했다.

임씨는 <뉴스룸>이 공개한 녹취서 “어떤 종목인지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게 되니까 이익이 좋고 수익이 났다고 하니 좋겠다 해서 (맡겼다)”거나 “매출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너무 낮게 책정된 회사,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한다고 했다. 그게 멋있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말 임씨 말대로 ‘투자 위임’이 이뤄진 것이라면, 금융실명제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합법적인 투자 대행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이 아닌, 신분증 원본과 계좌를 모두 넘겨주는 일은 드물다. 

실제로 금융‧사정당국은 일당이 불법 매매행위인 ‘통정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거래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가리킨다. 일당은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임창정은 “그게 규칙인 줄 알았다, 주식을 모르니까 그렇게 다 해주더라”며 “돈 많으신 회장님들도 개인 돈을 불려준다고 하니까 (하라는 대로 했다)”라고 항변했다.

본래 임씨가 투자했던 30억원은 불과 한 달 만에 58억원까지 불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큰손들도 크게 한 번에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수익이 당연한 줄 알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SG증권 ‘하한가 사태’ 연루돼 진땀
“나도 피해자” 주장에 싸늘한 반응

부부는 이때 주식을 매도했다면 약 2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매도하지 않았다.

이후 일당은 부부 계좌를 통해 약 84억원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매수까지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임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계좌 잔고는 이미 음수다. 그는 자신이 이번 투자로 약 60억원의 빚을 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부부에게 개인적으로 다 차압이 들어올거다. 이제 그 딱지 붙으면 빚 다 갚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찌감치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대로, 언론 인터뷰서 일당의 자금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당이 작전에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융‧사정당국은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통정거래 의혹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금지행위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일당으로 의심되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랐다고?
“못 믿겠다”

일단 수사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필요에 따라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거나 도주‧증거인멸이 예상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증권선물위원장 결정으로 수사기관에 신속한 이첩을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졌을 때 패스스트랙 이첩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임씨의 주장과 달리,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그의 해명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일당이 투자금을 2배로 불렸을 때는 그것을 “당연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다가, 주가가 급락하니 “나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자체가 비상식적임에도,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엔 “‘주식이나 사업 자체에 무지했다’는 임씨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임씨가 소속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임씨가 사회적 비난을 완전히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임씨로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임씨가 데뷔시킨 신인 걸그룹 ‘미미로즈’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팔더니…

임씨는 자신의 대표곡 ‘소주 한 잔’ 등 160여곡의 저작권을 팔 정도로 사활을 걸고 미미로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채널A <뉴스A> 인터뷰서 “170곡을 매각했다. 걸그룹, 보이그룹을 만들어 내보낼 계획이었는데 첫 팀이 3년 동안 발이 묶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돌아가야 하지 않나. 경비가 계속 들어가고 월급은 줘야 했다. 직원도 많아서 제가 벌어야 했다. 우리 회사의 소속 가수가 저뿐이었는데 행사가 다 끊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콘서트 대금을 먼저 받아서 그걸로 계속 버티고, 그동안 모았던 땅 팔아서 좀 버티고 그렇게 계속 버텼다. 저는 오히려 (저작권)을 팔아서 내가 원하는 어떤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미로즈는 데뷔 초반 임씨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일명 ‘임창정 걸그룹’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미로즈는 데뷔 단 7개월 만에 되레 ‘대표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임씨는 인터뷰서 “우리 걸그룹(미미로즈)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속사 지분 절반이 주가조작 일당에게 넘어간 상황인 만큼, 추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가수, 걸그룹, 직원들도 연쇄 피해
미필적 고의로 같이 처벌 가능성도

미미로즈는 지난해 9월16일 발표한 데뷔 앨범 ‘어썸(AWESOME)’ 활동 이후엔 주로 자체 콘텐츠와 브이로그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 특별히 주목할만한 활동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었다. 일반적인 신인 그룹의 활동 주기 대로라면 복귀가 점쳐질 시점이지만,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측은 오는 7월 미미로즈 복귀가 예정돼있었으며, 이는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회사 대표가 주식에 투자한 내용이라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미미로즈 팀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예정된 7월 컴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미로즈 컴백은 현재 70% 정도 준비된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 맞긴 하지만 회사 자체 내에서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미로즈 외에 소속사가 진행하려던 다른 사업들은 대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오디션’이다. 예스아이엠은 지난 3월10일부터 31일까지 글로벌 아이돌 발굴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난달 7일에는 1차 오디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달 19일 소속사는 “글로벌 오디션에 총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오는 30일 최종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자에게 1인당 1억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임씨는 오디션 상금뿐만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월급조차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스룸> 취재진에게 “이번 달에 (직원들)월급도 줘야 하는데 다 빠그라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면피는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명 ‘미필적 고의’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임씨가 제공한 투자금 30억원이 상식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임씨가 주가조작 일당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한 사실,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 투자한 사실 등을 볼 때, 주범들과의 연결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뭔가 ‘쎄’했나? 작전세력 피한 노홍철

가수 임창정 등 여러 연예인에게 접근해 막대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의혹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에게도 접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SBS 연예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의혹 일당 중 한 명은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는 별칭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그는 노홍철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에게 골프 레슨을 명목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고, 이를 빌미로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노홍철 측근은 <SBS 연예뉴스> 측에 “일당이 다른 연예인들처럼 노홍철에게도 골프 레슨 등을 통해서 접근했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우던 중 계속 주식 투자를 해보라고 수차례 권유를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노홍철은 A씨가 젊은데도 씀씀이가 말도 안 되게 크고, 투자 제안을 하는 게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이 보이는 것보다 꼼꼼하고 현실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사람과 한 금전거래라고는 2~3달 정도 골프 레슨비로 100만원가량 회원권을 끊은 게 전부다. 더 이상 이들과 금전거래한 일도 없고, 수사기관서 계좌 조사를 받은 것도 없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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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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