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작전세력에 휘말린 임창정

공모자? 피해자? ‘뭐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가수 임창정이 주가조작, 이른바 ‘작전’에 휘말렸다. 지난달 말 터진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들과 임창정 간의 연결고리가 포착된 것이다. 다만 임창정은 연일 “자신 역시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 역시 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 하지만 임창정을 단순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 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게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연속 하한가(이틀 연속 하한가 6개, 사흘 연속 하한가 4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된 탓이다. 그 배후에는 다단계 주가조작이 있었고, 피해자는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작전’ 공모자와 피해자 그 사이 어딘가에, 가수 임창정이 있었다.

주가조작
통정거래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은 주가조작 소식을 전하며, 임창정도 일당에 돈을 맡긴 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뉴스룸> 측에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일당에게 돈을 맡겼다.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YES IM 엔터테인먼트’ 지분 절반을 50억원에 넘기는 대신, 그중 30억원을 다시 투자한 것이다. 돈은 15억원씩 나눠 자신과 부인의 증권사 계정에 넣었다. 일당에 부부 신분증도 맡겨 쉽게 대리 투자가 가능하도록 돕기도 했다.

임씨는 <뉴스룸>이 공개한 녹취서 “어떤 종목인지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게 되니까 이익이 좋고 수익이 났다고 하니 좋겠다 해서 (맡겼다)”거나 “매출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너무 낮게 책정된 회사,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한다고 했다. 그게 멋있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말 임씨 말대로 ‘투자 위임’이 이뤄진 것이라면, 금융실명제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합법적인 투자 대행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이 아닌, 신분증 원본과 계좌를 모두 넘겨주는 일은 드물다. 

실제로 금융‧사정당국은 일당이 불법 매매행위인 ‘통정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거래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가리킨다. 일당은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임창정은 “그게 규칙인 줄 알았다, 주식을 모르니까 그렇게 다 해주더라”며 “돈 많으신 회장님들도 개인 돈을 불려준다고 하니까 (하라는 대로 했다)”라고 항변했다.

본래 임씨가 투자했던 30억원은 불과 한 달 만에 58억원까지 불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큰손들도 크게 한 번에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수익이 당연한 줄 알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SG증권 ‘하한가 사태’ 연루돼 진땀
“나도 피해자” 주장에 싸늘한 반응

부부는 이때 주식을 매도했다면 약 2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매도하지 않았다.

이후 일당은 부부 계좌를 통해 약 84억원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매수까지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임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계좌 잔고는 이미 음수다. 그는 자신이 이번 투자로 약 60억원의 빚을 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부부에게 개인적으로 다 차압이 들어올거다. 이제 그 딱지 붙으면 빚 다 갚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찌감치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대로, 언론 인터뷰서 일당의 자금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당이 작전에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융‧사정당국은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통정거래 의혹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금지행위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일당으로 의심되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랐다고?
“못 믿겠다”

일단 수사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필요에 따라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거나 도주‧증거인멸이 예상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증권선물위원장 결정으로 수사기관에 신속한 이첩을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졌을 때 패스스트랙 이첩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임씨의 주장과 달리,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그의 해명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일당이 투자금을 2배로 불렸을 때는 그것을 “당연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다가, 주가가 급락하니 “나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자체가 비상식적임에도,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엔 “‘주식이나 사업 자체에 무지했다’는 임씨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임씨가 소속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임씨가 사회적 비난을 완전히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임씨로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임씨가 데뷔시킨 신인 걸그룹 ‘미미로즈’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팔더니…

임씨는 자신의 대표곡 ‘소주 한 잔’ 등 160여곡의 저작권을 팔 정도로 사활을 걸고 미미로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채널A <뉴스A> 인터뷰서 “170곡을 매각했다. 걸그룹, 보이그룹을 만들어 내보낼 계획이었는데 첫 팀이 3년 동안 발이 묶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돌아가야 하지 않나. 경비가 계속 들어가고 월급은 줘야 했다. 직원도 많아서 제가 벌어야 했다. 우리 회사의 소속 가수가 저뿐이었는데 행사가 다 끊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콘서트 대금을 먼저 받아서 그걸로 계속 버티고, 그동안 모았던 땅 팔아서 좀 버티고 그렇게 계속 버텼다. 저는 오히려 (저작권)을 팔아서 내가 원하는 어떤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미로즈는 데뷔 초반 임씨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일명 ‘임창정 걸그룹’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미로즈는 데뷔 단 7개월 만에 되레 ‘대표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임씨는 인터뷰서 “우리 걸그룹(미미로즈)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속사 지분 절반이 주가조작 일당에게 넘어간 상황인 만큼, 추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가수, 걸그룹, 직원들도 연쇄 피해
미필적 고의로 같이 처벌 가능성도

미미로즈는 지난해 9월16일 발표한 데뷔 앨범 ‘어썸(AWESOME)’ 활동 이후엔 주로 자체 콘텐츠와 브이로그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 특별히 주목할만한 활동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었다. 일반적인 신인 그룹의 활동 주기 대로라면 복귀가 점쳐질 시점이지만,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측은 오는 7월 미미로즈 복귀가 예정돼있었으며, 이는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회사 대표가 주식에 투자한 내용이라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미미로즈 팀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예정된 7월 컴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미로즈 컴백은 현재 70% 정도 준비된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 맞긴 하지만 회사 자체 내에서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미로즈 외에 소속사가 진행하려던 다른 사업들은 대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오디션’이다. 예스아이엠은 지난 3월10일부터 31일까지 글로벌 아이돌 발굴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난달 7일에는 1차 오디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달 19일 소속사는 “글로벌 오디션에 총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오는 30일 최종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자에게 1인당 1억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임씨는 오디션 상금뿐만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월급조차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스룸> 취재진에게 “이번 달에 (직원들)월급도 줘야 하는데 다 빠그라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면피는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명 ‘미필적 고의’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임씨가 제공한 투자금 30억원이 상식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임씨가 주가조작 일당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한 사실,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 투자한 사실 등을 볼 때, 주범들과의 연결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뭔가 ‘쎄’했나? 작전세력 피한 노홍철

가수 임창정 등 여러 연예인에게 접근해 막대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의혹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에게도 접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SBS 연예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의혹 일당 중 한 명은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는 별칭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그는 노홍철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에게 골프 레슨을 명목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고, 이를 빌미로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노홍철 측근은 <SBS 연예뉴스> 측에 “일당이 다른 연예인들처럼 노홍철에게도 골프 레슨 등을 통해서 접근했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우던 중 계속 주식 투자를 해보라고 수차례 권유를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노홍철은 A씨가 젊은데도 씀씀이가 말도 안 되게 크고, 투자 제안을 하는 게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이 보이는 것보다 꼼꼼하고 현실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사람과 한 금전거래라고는 2~3달 정도 골프 레슨비로 100만원가량 회원권을 끊은 게 전부다. 더 이상 이들과 금전거래한 일도 없고, 수사기관서 계좌 조사를 받은 것도 없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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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