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인’ 검찰 공화국 대해부

낄 데 안 낄 데 다 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윤석열정부의 요직 인선이 검찰 출신 인사들에 편중돼있다는 비판이 나온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능력과 전문성’이라는 명분 아래 이를 정당화해왔다. 하지만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이 더욱 많아진 지금, 이들을 겨눈 자격·자질 논란이 모두 매섭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무리한 인선으로 비판을 자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핵심 지위에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가 총 29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만사검통, 검찰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이냐”며 윤정부를 직격했다.

윤 사단
대거 등판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검찰 출신을 대략 헤아려봤다”며 29명의 명단을 일일이 거명했다. 해당 명단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한동훈 법무부 장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장차관급 인사를 필두로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총장·박경오 서울대병원 감사 등이 포함됐다.

박 대변인은 “이들 대부분이 서울중앙지검·특수부 등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라며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도 검찰 출신, 심지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을 검찰 출신 한석훈 변호사로 임명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인재가 많은데 전문가를 쓰지 않고 죄다 검찰 출신만 임명하고 있다. 검찰 공화국을 완성 시키는 게 정권의 제1 목표인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윤정부가 검찰 출신 인사를 대거 전방 배치한 배경에는 ‘분배’보다는 ‘실익과 효율’에 주안점을 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상황에 따라 정부 주요 조직에 검찰 출신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임명한 직후였다.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최고점에 달한 시기였다.

하지만 야권의 의견은 달랐다. 이들은 정부 인선이 실익과 효율 면에서도 실패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국가보훈처, 민주평통, 교육부 등 명시적으로 검사 업무과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 부처에도 검사 출신 인사가 배치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례로 윤정부는 국가보훈처장 자리에 박민식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앉혔다. 박 전 의원은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같은, 이른바 ‘특수통’이었다. 부산지검 특수부 주임검사와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 수석검사를 지냈다.

정부 요직 곳곳에 검 출신 인사들 포진
민주 공개한 명단 보니 “지금까지 29명”

하지만 박 처장 이력에서 국가보훈처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찾기 어렵다. 박 처장은 18~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지식경제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을 뿐, 국가보훈처 업무와 가장 밀접한 국방위원회 활동 이력이 없다.

박 처장의 아버지가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연결고리다.


인선 과정에서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당초 국가보훈처장 하마평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이는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었다. 윤 의원은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의정활동 이전에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이사·독립기념관장 등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각종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독립운동인명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했다. 아울러 윤 의원이 제20대 대선 당시에도 윤대통령 캠프의 국가정체성회복특별위원장 직을 수행한 점 역시 결정적인 근거로 꼽혔다.

하지만 결국 정부의 선택은 윤 의원이 아닌 박 처장이었다. 윤 의원이 보훈처장 자리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박 처장이 분당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추진하다 내정 나흘 전 돌연 자진 사퇴한 배경에도 이목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박 처장의 직무 부적합성을 뒷받침할만한 과거 행적을 들고 나왔다. 박 처장은 2021년 10월 자신의 SNS에 “5·18 왜곡 처벌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게시글에서 “5·18 왜곡 처벌법은 보편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 법률 제정의 기본원칙에 저촉될 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우리 헌법상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일부 편향적 시각을 빌미로 위헌적 법률을 제정한다면,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되레 퇴색될 것이며 통합을 가로막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쏠리는 인선 
대안이 없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유공자 지원 및 5·18 행사 기념’은 보훈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얼마 전 관련법에 반대 의사를 표한 이가 보훈처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석 사무처장 역시 임명 직후부터 적절성 시비에 시달렸다. 민주평통은 헌법 제92조에 근거해 창설된 대통령 자문기관이다. 해당 조항은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 조직에서 사무처장의 서열은 의장인 대통령과 수석부의장 다음 가는 수준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사무처장은 내부 사무와 공무원 지휘·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가진다.

문제는 석 처장 이력에서 엿볼 수 있는 민주평통 인선 근거가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이다. 석 처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40년지기’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용된 점도 공통점이다. 석 처장은 사법연수원 15기로 임관해 2012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복을 벗었다.

정부는 석 처장이 검찰 시절 법무부 법무과장·출입국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일법령 정비 ▲재외동포지원 ▲북한이탈주민 국내 정착 업무 등을 담당한 점을 유관 경력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 처장은 변호사 개업 이후 약 10년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하지만 야권은 석 처장의 관련 이력보다도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더 주목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윤석열정부의 초법적 임명직 내쫓기의 끝이, 결국 ‘측근과 지인 자리 챙기기’가 아닌지 하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며 “이석현 민주평통 부의장이 사퇴 압박에 직을 내려놓자마자 김무성 전 의원이, 사무처장에는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가 내정됐다”고 발언했다.

카르텔 
리스크

실제로 석 처장은 사무처장 취임 이후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연일 이어갔다. 이 중 일부가 입길에 오르내릴 때마다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가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검찰 출신 인사의 논란이 정권 자체의 리스크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우선 석 처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 임원들이 본인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민주평통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실언한 사실이 알려져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해 12월5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서 석 처장에게 관련 사실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처장은 이 자리에서 윤사모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윤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주문하고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윤사모 회원을 대거 등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석 처장은 “그런 사실이 있다”면서도 “두루 추천해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평통은 진보·보수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자문위원으로 구성해 국민적 합의를 추구하기 위한 기관”이라며 “민주평통을 ‘친윤’으로 구성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처장의 행태는 국민적 합의를 해야 할 자문기구로서 성격을 무시한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라며 “정권의 홍위병, 홍보단을 만들겠다는 취지냐”고 맹폭했다.

석 처장은 “지적한 부분을 유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일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남겼다가 역풍을 맞았다. 

전문성·자질 논란 도마 위
과거 행적 논란도 ‘판박이’

석 처장은 “얼마나 의젓하고 당당한 해법인가. 윤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이제는 마치 우리가 아직도 일제 식민지배하에 있어서 독립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좌파들의 비참한 인식에서 좀 탈피하자. 일본에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일본에 의해)식민 지배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정부 해법에 반발하는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함부로 국민 개개인의 청구 권리를 박탈한다는 뜻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 행사를 금하는 대신에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일”이라며 “국가가 개인 피해 감정을 설득하지 못하고 국제분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국제관계에 무지한 하지하책”이라고 주장했다.

졸지에 국민적 공분을 산 석 처장은 지난 8일 여론 진화를 위해 추가 입장문을 냈다. 그는 ‘논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는 제목 아래 전날 작성한 글이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가 아닌, 반일 감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을 향한 글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논란이 된 표현에 관한 개별적인 해명도 담겼다.

석 처장의 해명에도 야권은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석 처장 파면을 재차 요구했다.

이 가운데 석 처장의 과거 행적 역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19년 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존중을 요구하는 한·일 법률가 공동성명’에 한국 쪽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 상대편에는 일본 쪽 우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성명에는 ▲대법원 판결은 한일관계에 큰 균열을 일으키고 전후 최악이라고 평가될 만큼 한일관계의 악화를 가져온 중대한 요인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한국인 근로자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 등에 관한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국제문제로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사법부가 특정 역사해석을 하는 것은 법 해석의 측면에서도 학문 연구의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실리 인사?
여론은 글쎄

이는 2018년 대법원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에게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의무를 지운 판결을 부정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검찰 출신 인사들이 야기한 논란을 묶어 대정부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석 처장 논란뿐만 아니라 정 변호사에 관해서도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서 하루 만에 낙마했다. 한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검찰 출신 인사임에도 경찰청 산하 조직의 장으로 임명되면서 적절성 시비가 일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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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