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국회 2인자’ 맞불 대담 김영주 국회부의장 

“새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민족 대명절 설날이 찾아왔다. 어려워진 경제 탓에 올해 설날은 예년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야는 서로 공격거리를 찾아 자기편 지키기에만 몰두 중이다. 민생은 이미 뒷전으로 밀렸다. <일요시사>가 국회 2인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나 민생 대책, 여야의 관계 해소 비책 등을 물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다른 정치인들이 으레 밟아온 ‘엘리트 코스’를 전면 부정하며 본인의 정치를 이어왔다. ‘농구선수 출신’ ‘여성노동자 인권운동’ ‘비주류’ ‘사상 2번째 여성 국회부의장’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하나같이 생소하기만 하다. 다소 불리한 조건 속에서 많은 것을 이뤄낸 김 부의장에게 그 비결과 앞으로의 국정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이력이 매우 특이하다. 그때 경험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중학교 시절 농구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 패스의 기본도 몰랐던 게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기생으로 시작한 동기생들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농구였지만, 결국 끝엔 고교농구 우승팀 주전 멤버까지 올라갔다. 끈질긴 인내심이 빛을 발했던 것 같다.

-그것이 ‘정치인’ 김영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그때의 경험이 ‘비주류 정치인’ 시절을 견디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나는 상고 출신, 그것도 은행원이 아닌 운동선수 출신 은행원이었다. 주산, 부기부터 배워야했던 ‘지진아’였던 셈이다. 마치 농구를 처음 배울 때처럼 모든 것이 뒤처져있었다. 노조활동 당시에도 학연이 없는 비주류의 설움을 맛봤다. 그러나 모든 것을 견디며 노조활동을 20년 이상했고, 여성 최초의 금융노련 상임부위원장까지 지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던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말해달라

▲농구선수, 은행원 모두 남들보다 시작이 미약하게 시작했다. 항상 비주류로 발을 뗐지만, 노력과 열정으로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비주류 정치인으로 시작해 스타 정치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아직까지도 크지 않다. 하지만 매 순간 노력, 열정과 집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도 나를 ‘스타 정치인’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농구선수와 은행원,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인이 된 계기는?

▲‘노동운동’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녀 고용평등법 제정과 개정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를 인정받아 1999년 김대중 대통령께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당시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김 전 대통령은 각계 각층에서 인물을 영입하고 있었다. 노동계와 여성계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나에게도 그 영입 제안이 온 것이다.

-정치판에 들어와서 곧바로 효능감을 느꼈나?

▲입법으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큰 효능감을 느낀다. 노조활동 때 간절했던 마음으로 국회에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국회의원은커녕 보좌관들도 만나기 힘든 시절이었다. 입법활동이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하는 것이 매일 나를 설레게 한다. 국민과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입법권자의 필요성을 매일 되새기며 일하고 있다.

-제21대 국회가 여야 갈등 속에 민생은 뒷전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국회부의장으로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


▲남은 임기 동안 여야간 소통의 메신저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지난해 예산 처리 과정 등에서 많은 국민이 실망하신 것을 안다. 위기 앞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초당적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 소통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의장단의 한 축으로서 여야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 위기를 극복하겠다.

-올해 국회가 이뤄야 할 ‘숙제’ 한 가지가 있다면?

▲‘빈곤 해결’이다. 이를 위한 정치적 역할을 찾아낼 것이다. 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시기다. 행정부는 먹고사는 문제인 노동과 관련법, 제도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이것이 정말 노동자들을 위한 개혁인지 의문이 든다. 경제, 경기 침체 시기에 섣부르게 개혁과제로 노동을 선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불리한 조건들 속 굵직한 성과…비결은 ‘끈기’
국회 올해 첫 숙제? “당연히 경제 위기 극복”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 경제와 노동문제가 심각할수록 ‘신 빈곤층’이 지속적으로 양산된다. 전 세계 7대 경제 대국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빈곤 문제’는 정치권의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입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취약계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빈곤해결을 정치가 할 수 있다고 보나?

▲정치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맞춰 정치권도 재역할을 위한 준비해야 한다. 경제, 노동, 외교, 안보, 여성, 환경 등 모든 분야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주요 과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정쟁에만 빠지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근 의장 직속 자문기구를 맡아 ‘빈곤아동문제’ 해결을 위한 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뿐만 아니라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세미나 개최 등을 기획 중이다.

-협치를 강조하는데, 가능할 것이라 보나?

▲대내외적으로 경제 등 여러 사안이 있다. 국가적인 위기다. 부의장 당선 인사에서 여야 소통의 메신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여야의 초당적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 역할의 맨 앞에 내가 설 것이다.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듯,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여야 협치는 필수적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포용의 정신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국민들께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부의장 지역구에 ‘제2세종문화회관’유치를 두고 갈등 중인 것으로 안다


▲다른 지역구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제2세종문화회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오래된 것이다. 내가 2012년 최초로 제안한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남권(7개구) 시민 300만명의 문화향유권을 위해 추진한 굵직한 문화사업이다. 2015년 ‘서울 3대 도심’으로 승격된 영등포구는 2021년 서울시 최초로 문화도시에 지정됐다. 

2019년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문래동에 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고, 해당 건립안과 예산안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주요 절차였던 영등포구의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모두 통과한 상황이다. 그런데 영등포구청장이 바뀌더니 이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건립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서민들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건 정말 영등포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영등포구 주민과 서울 서남권 주민의 숙원사업이다. 2018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남권 주민 중 77.9%가 건립을 희망한다고 나온다. 그중 63%에 해당하는 주민들은 시설을 “이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또 서울시 연구조사 결과에는 생산유발효과 약 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약 1000억원, 취업유발효과 약 2000명에 달한다. “도움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을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 모두 선거당시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공약했었다.

-또 다른 이유로 예산 부족이 거론되곤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21년도에 국제현상설계공모비였던 7억5000만원과 지난해 설계비인 5억원이 모두 올해로 이월된 상태다. 국제현상설계 공모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예산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올해 공모를 진행해 예산을 집행하고 당선작에 대한 설계비를 집행할 예정이다. 진행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영등포구청이 토지무상 사용에 대한 양해각서(MOU) 문건 합의를 서울시로 빨리 회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 앞에선 여야 모두
초당적 자세로 협력해야”

-개인적인 미래도 궁금하다. 민주당서 한창 진행 중인 ‘국회의원 선수 제한 운동’에 해당되는데?

▲개인적인 소신은 국회의원의 연임 여부를 지역구 주민, 즉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구성에 정치적 다양성을 높이고 정치 신인에게 도전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그런데 단순한 선수 제한이 어떤 정치적 개혁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 중 선수를 제한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안다. 과거 미국도 선수 제한 운동을 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는가. 

-왜 실패했다고 보는가?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인, 행정부 견제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공약하고 진행하는 사업들만 수십가지다. 적게는 4년, 많게는 10년 걸리는 사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속성이 필요하다.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상당 부분 필요하다. 선수가 제한된다면, 주민들을 위한 장기 계획은 사실상 세울 수 없고 단기적인 사업들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는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자타공인 ‘노동문제 전문가’다. 지난 세월 기억에 남는 일을 몇 가지 꼽는다면?

▲주 52시간제를 이뤄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예전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통합된 인식이 없었고, 노사가 다름은 물론 산업 분야별, 개별 기업마다 제각각 입장이 분분했다. 의견 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소통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양측의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인 단체는 물론 노총과 의견을 조정하고, 개별 기업을 끊임없이 방문했다.

현장노동청 설치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 10곳에 현장 노동청을 설치했다. 17일 만에 현장 상담과 진정, 제안 건수가 6000건이 넘었다. 지난 10년간 접수한 건들 중에 66%를 정책에 반영했고, 진정 82%를 해결했다. 

-아쉬운 점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해마다 2000여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하고 있는 점은 뼈아픈 현실이다. 부상자만 연간 10만여명이 발생하고, 사업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사업주를 무조건 엄벌하고자 마련된 법은 아니다. 산업재해라는 문제의 본질상 사후관리, 감독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결국 사후 처벌, 관리보다는 ‘예방’이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제21대 국회에서 산업재해를 전문적으로 예방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을 발의했다. 아직까지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아쉽다. 이는 경영계, 노총에서도 찬성하는 법안이다.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정부와 논의하고,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길 소망한다.

-여성인권 운동도 오래했다. 젠더갈등이 극심한 요즘 세대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청년세대서 나타나고 있는 젠더 갈등 현상은 경제적 저성장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부족한 기회를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어난 청년들의 생존경쟁이다. 청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정치가 청년들에게 더 다가가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깊이 강구하겠다. 나부터 노력하겠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