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이태원 국조 두 갈래 길

지금까지 맹탕 보나마나 허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1일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후 무려 54일 만이다. 당초 45일로 정해졌던 활동 기간 중 27일을 날렸다. ‘맹탕 국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유사한 국정조사 사례를 돌아봤다. 이번 국정조사는 ‘모범사례’로 꼽히는 삼풍백화점 조사보다 국회 ‘흑역사’로 꼽히는 세월호 조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날 국조특위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 등을 찾아 조사했다. 분향소에서 위원들을 마주한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연신 울부짖었다.

절반 지나
겨우 개시

국조특위는 지난 23일 용산구청·행정안전부를 찾아 2차 현장조사를 벌였다. 오는 27일에는 국무총리실 등 8개 기관을, 29일에는 서울시청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이후로도 계속 속도를 붙이며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숨 가쁜 일정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조특위는 다음 달 7일이면 활동 기간이 끝난다. 활동 기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건 정치권이 전체 활동 기간 중 60%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다 날려버린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사퇴 의견을 전달하고 결정권을 내맡겼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상정·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의미였다.


여야가 지난달 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내건 ‘예산안 통과 후 국정조사 실시’ 조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산안 세부 협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국정조사 일정도 덩달아 표류했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지난 19일 ‘개문발차’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되, 각종 일정과 기관 증인 채택 건은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유가족 간담회를 마친 뒤 국정조사 합류를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특위 위원들을 불러 면담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하며 국조특위 사퇴를 최종 반려했다. 국조특위 위원들 역시 특위 복귀 의사를 밝혔다.

국정조사에 늦게라도 활동 동력이 마련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사회적 참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명확한 성과를 거둔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례 중 활동 기간 절반 이상을 날리고 시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조특위 27일 만에 완전체 활동 개시
실질 활동 18일…전례 없이 짧은 기간

이번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역대 참사 국정조사 중 ‘가장 적은 기간’ 안에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정조사는 제헌의회부터 운용된 제도다. 다만 과거에는 실시 근거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돼있었다. 그러다 13대 국회 들어 국정조사에 관한 구체적 법률을 따로 정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됐다. 이후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106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


이 중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례는 ▲제14대 국회 삼풍백화점(1995년7월12일~8월11일) ▲제19대 국회 세월호 (2014년6월2일~8월30일) ▲제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2016년7월7일~10월4일) 등 3건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역대 네 번째 참사 국정조사다. 

전체 활동 기간만 놓고 보자면, 이번 국정조사는 이 중 세 번째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각각 90일, 삼풍백화점은 30일간 활동했다. 하지만 실질 활동 기간을 따져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삼풍백화점 국정조사는 1995년7월20일 본격적인 조사 일정을 시작해 22일 뒤 끝났다. 당시 국조특위는 이날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기관보고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2016년7월25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출범 18일 만에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으로 72일간 활동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구성 이후 약 20일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활동 종료까지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 예비조사와 추가 현장조사 등을 모두 매듭지었다.

반면 이번 국정조사의 실질적 활동 기간은 18일에 불과하다. 

성과 평가
천차만별

다만 활동 기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세 사례 중 가장 짧게 활동한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90일을 활동한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마무리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같은 기간을 부여받았던 세월호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맹탕’으로 끝났다.

삼풍백화점 국조특위는 한 달 사이 회의를 6번, 조사를 8번 진행했다. 이들은 사고가 ▲공사의 일관성 상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부실화 ▲형식적 감리 등 공사 추진상의 문제점과 공무원 유착비리 등 행정관청의 감리·감독 소홀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성공했다.

이 보고서는 훗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재난방지 법안을 제·개정하는 기준점이 됐다.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현장조사와 관계자 면담·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기업들이 살균제의 인체 안전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결과보고서가 채택됐고, 이 내용을 반영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삼풍백화점 사례처럼 객관적인 활동 성과를 확보했다는 의의를 남긴 셈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이에서는 피해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조특위의 성과가 ‘진상규명’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국조특위는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했지만, 결국 여야가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발됐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문으로 활동을 개시한 이래로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기관보고 일정 합의가 수차례 무산되며 “활동 기간을 허비한다”고 비판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조사 활동 기간이 브라질월드컵, 7·30 재보궐선거,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등과 겹쳤다.

또 다른
흑역사?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는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이 국조특위 의원 중 일부를 선거전 일정에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국조특위는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각종 조사 등 ‘기본작업’을 신속히 처리해냈다. 아울러 이들은 이를 통해 ‘정부의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정황을 찾아내기도 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활동 중반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는 활동 기간 한 달을 남기고 청문회를 제외한 일정 대부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의 꽃’이라던 청문회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만 고집한 결과였다.


결국 세월호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됐다. 아울러 청와대 책임 규명이 불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유가족을 중심으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국정조사를 둘러싼 상황은 세월호 국정조사 때와 유사하다. 공통점으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일면서 여당은 수성, 야당은 공세로 일관했다는 점 ▲국정조사 시행 합의 이후에도 정쟁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던 점 ▲활동 개시 이후에도 파행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 국정조사는 세월호 국정조사 때보다 기한이 훨씬 촉박하다는 것이다. 16곳에 달하는 기관보고를 이틀 만에 끝마쳐야 하고, 1월 초에는 곧바로 청문회 일정에 돌입한다.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에는 기관보고만 11일간 진행됐다.

‘세월호 국조’처럼 정쟁 불쏘시개로 희생?
촉박한 일정에도 연장 불투명…어두운 앞날

반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남은 일정상 11일 사이 기관보고와 청문회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자칫해서 여야가 또다시 충돌해 일정이 파행된다면, 세월호 국정조사 때처럼 청문회를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주된 갈등 요인이었던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한숨 돌렸다’는 게 중론이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예견되는 갈등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여당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국무총리는 참사의 최종 책임 주체 중 한 명인 동시에 관련 실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신 의원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도왔던 걸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닥터카·관용차 탑승 의혹 등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당초 신 의원은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논란 직후 물러났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놓고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은 실질 활동 기간이 짧은 만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회의에서 “여당이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유가족 간담회 직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야당 단독 의결 일정을 보더라도 1월7일 기한 내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돼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친윤(친 윤석열)계가 국정조사 시행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향후 여당의 국정조사 연장 동의는 낙관하기 어렵다.

관건은
연장 여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의 활동 기간 단독 연장 의결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정감사·조사법’ 제9조에 따르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단독 연장을 강행한다면 여당이 국정조사에서 재차 이탈할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워진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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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