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이태원 국조 두 갈래 길

지금까지 맹탕 보나마나 허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1일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후 무려 54일 만이다. 당초 45일로 정해졌던 활동 기간 중 27일을 날렸다. ‘맹탕 국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유사한 국정조사 사례를 돌아봤다. 이번 국정조사는 ‘모범사례’로 꼽히는 삼풍백화점 조사보다 국회 ‘흑역사’로 꼽히는 세월호 조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날 국조특위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 등을 찾아 조사했다. 분향소에서 위원들을 마주한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연신 울부짖었다.

절반 지나
겨우 개시

국조특위는 지난 23일 용산구청·행정안전부를 찾아 2차 현장조사를 벌였다. 오는 27일에는 국무총리실 등 8개 기관을, 29일에는 서울시청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이후로도 계속 속도를 붙이며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숨 가쁜 일정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조특위는 다음 달 7일이면 활동 기간이 끝난다. 활동 기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건 정치권이 전체 활동 기간 중 60%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다 날려버린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사퇴 의견을 전달하고 결정권을 내맡겼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상정·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의미였다.

여야가 지난달 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내건 ‘예산안 통과 후 국정조사 실시’ 조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산안 세부 협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국정조사 일정도 덩달아 표류했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지난 19일 ‘개문발차’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되, 각종 일정과 기관 증인 채택 건은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유가족 간담회를 마친 뒤 국정조사 합류를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특위 위원들을 불러 면담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하며 국조특위 사퇴를 최종 반려했다. 국조특위 위원들 역시 특위 복귀 의사를 밝혔다.

국정조사에 늦게라도 활동 동력이 마련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사회적 참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명확한 성과를 거둔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례 중 활동 기간 절반 이상을 날리고 시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조특위 27일 만에 완전체 활동 개시
실질 활동 18일…전례 없이 짧은 기간

이번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역대 참사 국정조사 중 ‘가장 적은 기간’ 안에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정조사는 제헌의회부터 운용된 제도다. 다만 과거에는 실시 근거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돼있었다. 그러다 13대 국회 들어 국정조사에 관한 구체적 법률을 따로 정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됐다. 이후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106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

이 중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례는 ▲제14대 국회 삼풍백화점(1995년7월12일~8월11일) ▲제19대 국회 세월호 (2014년6월2일~8월30일) ▲제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2016년7월7일~10월4일) 등 3건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역대 네 번째 참사 국정조사다. 

전체 활동 기간만 놓고 보자면, 이번 국정조사는 이 중 세 번째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각각 90일, 삼풍백화점은 30일간 활동했다. 하지만 실질 활동 기간을 따져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삼풍백화점 국정조사는 1995년7월20일 본격적인 조사 일정을 시작해 22일 뒤 끝났다. 당시 국조특위는 이날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기관보고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2016년7월25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출범 18일 만에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으로 72일간 활동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구성 이후 약 20일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활동 종료까지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 예비조사와 추가 현장조사 등을 모두 매듭지었다.

반면 이번 국정조사의 실질적 활동 기간은 18일에 불과하다. 

성과 평가
천차만별

다만 활동 기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세 사례 중 가장 짧게 활동한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90일을 활동한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마무리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같은 기간을 부여받았던 세월호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맹탕’으로 끝났다.

삼풍백화점 국조특위는 한 달 사이 회의를 6번, 조사를 8번 진행했다. 이들은 사고가 ▲공사의 일관성 상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부실화 ▲형식적 감리 등 공사 추진상의 문제점과 공무원 유착비리 등 행정관청의 감리·감독 소홀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성공했다.

이 보고서는 훗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재난방지 법안을 제·개정하는 기준점이 됐다.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현장조사와 관계자 면담·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기업들이 살균제의 인체 안전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결과보고서가 채택됐고, 이 내용을 반영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삼풍백화점 사례처럼 객관적인 활동 성과를 확보했다는 의의를 남긴 셈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이에서는 피해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조특위의 성과가 ‘진상규명’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국조특위는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했지만, 결국 여야가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발됐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문으로 활동을 개시한 이래로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기관보고 일정 합의가 수차례 무산되며 “활동 기간을 허비한다”고 비판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조사 활동 기간이 브라질월드컵, 7·30 재보궐선거,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등과 겹쳤다.

또 다른
흑역사?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는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이 국조특위 의원 중 일부를 선거전 일정에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국조특위는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각종 조사 등 ‘기본작업’을 신속히 처리해냈다. 아울러 이들은 이를 통해 ‘정부의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정황을 찾아내기도 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활동 중반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는 활동 기간 한 달을 남기고 청문회를 제외한 일정 대부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의 꽃’이라던 청문회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만 고집한 결과였다.

결국 세월호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됐다. 아울러 청와대 책임 규명이 불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유가족을 중심으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국정조사를 둘러싼 상황은 세월호 국정조사 때와 유사하다. 공통점으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일면서 여당은 수성, 야당은 공세로 일관했다는 점 ▲국정조사 시행 합의 이후에도 정쟁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던 점 ▲활동 개시 이후에도 파행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 국정조사는 세월호 국정조사 때보다 기한이 훨씬 촉박하다는 것이다. 16곳에 달하는 기관보고를 이틀 만에 끝마쳐야 하고, 1월 초에는 곧바로 청문회 일정에 돌입한다.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에는 기관보고만 11일간 진행됐다.

‘세월호 국조’처럼 정쟁 불쏘시개로 희생?
촉박한 일정에도 연장 불투명…어두운 앞날

반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남은 일정상 11일 사이 기관보고와 청문회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자칫해서 여야가 또다시 충돌해 일정이 파행된다면, 세월호 국정조사 때처럼 청문회를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주된 갈등 요인이었던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한숨 돌렸다’는 게 중론이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예견되는 갈등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여당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국무총리는 참사의 최종 책임 주체 중 한 명인 동시에 관련 실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신 의원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도왔던 걸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닥터카·관용차 탑승 의혹 등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당초 신 의원은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논란 직후 물러났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놓고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은 실질 활동 기간이 짧은 만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회의에서 “여당이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유가족 간담회 직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야당 단독 의결 일정을 보더라도 1월7일 기한 내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돼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친윤(친 윤석열)계가 국정조사 시행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향후 여당의 국정조사 연장 동의는 낙관하기 어렵다.

관건은
연장 여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의 활동 기간 단독 연장 의결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정감사·조사법’ 제9조에 따르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단독 연장을 강행한다면 여당이 국정조사에서 재차 이탈할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워진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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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