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여행 ③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디어파사드

예술이 빛나는 밤

겨울 하늘에 별이 뜨면 야외 전시장 곳곳에 있는 작품이 불을 밝힌다. 거대한 미디어월에는 바닷속 가상공간이 배경인 영상이 흐르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우주복을 입은 고양이상이 환하게 빛난다. 무엇이나 집어삼키는 자본주의를 형상화한 괴물도 보이고, 멸종 위기 동물을 모티프로 한 흉상도 있다.

‘2022 ACC 미디어파사드, 반디 산책 :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이하 반디산책)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 공간에서 미디어 아트와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연례 기획전이다. ACC 미디어월과 하늘마당 미디어큐브에서 상영하는 영상 작품, 내부에 조명을 설치한 조각 작품, 외부 조명을 받아 빛나는 설치 작품을 오는 25일까지 즐길 수 있다.

ACC 미디어월과 하늘마당 미디어큐브, 나비정원 음악분수 등에는 전시가 끝난 뒤에도 조명이 들어와 반짝이는 밤 풍경이 계속된다.

2015년에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표방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시아 문화를 연구하고 전 세계 작가를 지원하며 시민을 위한 전시를 연다. 이번 기획전 반디 산책에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출신 작가 등 총 16팀이 27점을 선보인다.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

남녀노소 누구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산책하며 영상과 조각,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주제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은 기후와 생태계 위기를 맞아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역할을 알아본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기억하기: 사라지는 것 지키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아시아문화광장 옆 나무그늘 쉼터에 전시된 ‘멸종 위기 동물 그래픽 아카이브: 사막여우, 수리부엉이, 인도들소, 통킹들창코원숭이, 해달’이 여기에 해당한다.

2부 ‘실천하기: 즐겁게 선택한 불편함’에선 오늘날 환경문제를 직시하고, 탄소 중립 실천의 필요성에 관해 소통한다. 어린이문화원 입구 천장에 달린 ‘크리처’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괴물 같은 생태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포장용 플라스틱, 일회용 비닐 등에 조명 장치가 어우러져 풍선처럼 텅 빈 속에 바람을 넣고 빼며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준다.

3부 ‘준비하기: 미래 자연과 친구하기’에선 미래의 자연을 상상하고, 지구와 다시 친구가 되려는 메시지를 던진다. 예컨대 하늘마당에 앉아 있는 ‘펑크 룩’이 그렇다. 호빵맨과 피노키오를 섞은 듯한 이 작품은 2010년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단편영화상을 받은 〈이것은 사랑이다〉의 주인공이다.

작가는 코끝에서 꽃이 피어나는 ‘펑크 룩’의 모습을 통해 미래의 풍요로운 생태계와 함께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야외 전시를 둘러보기 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어린이문화원을 방문하자. 어린이의 감성과 창의성, 공감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적 체험과 놀이를 제공한다. 어린이체험관에선 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놀이와 생활 체험, 예술 창작활동이 가능하다. 아시아에서 탄생한 황허문명과 인더스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살펴보고 아시아 각국의 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 있다.

생태계 위기 맞은 지구서의 우리의 역할
전시 주제를 통해 깨닫는 자연의 소중함


어린이문화원 입구에 자리한 어린이도서관은 책도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의 어린이 책이 있다. 문학과 예술, 역사,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그림책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책 놀이터 너나들이에선 언제나 재미난 전시를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외부 시설 동절기 운영 시간은 오전 7시~오후 10시, 입장료는 없다. 어린이체험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만 4~14세 미만 5000원, 만 14세 이상 3000원이다.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이웃한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이다.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전남도청과 가까운 이곳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의 탄흔 245개가 발견됐다. 1980년 무렵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건물인 전일빌딩에 있는 탄흔은 탄환이 박힌 각도로 보아 헬리콥터에서 쏜 게 확실하다.

덕분에 신군부 세력이 부인하던 헬기 사격이 사실로 입증됐고, 전일빌딩은 5·18 기념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는 9~10층에선 헬기 사격 탄흔 245개와 더불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진실을 살펴볼 수 있다. 신군부 세력이 어떻게 5·18의 진실을 왜곡했는지, 그들이 왜곡하려고 한 진실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5·18 관련 가짜 뉴스의 진실도 알아볼 수 있다.

정원으로 꾸민 옥상 ‘전일마루’에선 옛 전남도청과 분수대, 5·18민주광장으로 이어지는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일빌딩245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광주예술의거리가 있다. 서울 인사동처럼 갤러리와 골동품점, 공예품점 등이 모여 있어 예향 광주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예술 교육을 하는 광주학생예술누리터를 시작으로 거리에 포진한 갤러리와 공예품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다.

지산유원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지산유원지는 무등산에 오르는 리프트와 모노레일이 유명하다. 1978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리프트 운행을 시작하고, 1980년에 모노레일까지 추가하면서 광주 제일의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지금도 주말이면 무등산 풍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단풍이 드는 가을이나 꽃 피는 봄에는 1~2시간 이상 기다릴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전일빌딩245→광주예술의거리→지산유원지→국립아시아문화전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전일빌딩245→광주예술의거리→지산유원지→국립아시아문화전당
-둘째 날: 5·18민주광장→아시아음식문화거리→남광주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www.acc.go.kr
-전일빌딩245 www.gwangju.go.kr/jeonil
-지산유원지 http://jisanpark.co.kr
-동구 문화관광 www.donggu.kr/index.es?sid=a9
-오매광주 https://tour.gwangju.go.kr

문의 전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899-5566
-전일빌딩245 062)225-0245
-지산유원지 062)226-0011
-동구청 문화관광과 062)608-2443
-빛고을콜센터 062)120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수시(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첨단09번·좌석02번 급행버스, 518번 지선버스, 금호36번 간선버스 등 이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문화전당역 정류장 하차, 약 2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금호고속 1544-4888 광주광역시버스운행정보 http://bus.gwangju.go.kr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KTX 하루 23~24회(05:10~22:2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광주송정역에서 광주도시철도 1호선 이용, 문화전당역 하차, 약 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 062)604-8000, www.grtc.co.kr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문흥 JC→제2순환도로 두암지구 방면→필문대로 산수오거리·화순 방면→경양로 산수도서관 방면→동계로 좌회전→제봉로 문화전당 방면→국립아시아문화전당

숙박 정보
-산수동한옥체험시설 여로: 동구 동계로, 062)227-8815, www.gjw.or.kr/yeoro
-스테이호텔: 동구 구성로144번길, 062)236-6300
-ACC디자인호텔 : 동구 금남로, 062)234-8000, www.acchotel.kr

식당 정보
-민속촌(돼지갈비): 동구 문화전당로, 062)224-4577
-뜰안채(보리굴비정식): 동구 문화전당로26번길, 062)234-8118
-신성식당(곰탕): 동구 충장로, 062)232-0177

주변 볼거리
무등산국립공원, 충장로쇼핑의거리, 양림역사문화마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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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