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이태원 참사 애도 억압하지 말라’ 무소속 민형배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이태원 참사 집회에서 ‘관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관재'는 '벼슬 관'에 재난이잖아요.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국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이고 일어나지 않을 재난이었다.

또 이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성격의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쓰는 표현이죠. 그러니까 ‘행정 대참사’ 이렇게... ‘관재, 즉 행정 대참사’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무엇의 부재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에 더욱 결정적으로 관재라고 얘기하는 건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고 직접적인 신고까지 있었는데, 대응을 안 한 거예요. 핵심은 그거죠.

여러 가지 징후가 있었고 신고가 있었잖아요. 벌써 서너 시간 전에 “이건 사고 난다”. 심지어 그때 압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그냥 방관한 거죠. 유족들이 다 그 얘기를 하잖아요. “15명 내지 20명만 인파에 대비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정부 대응은 이를 참사라고 보지 않았어요. 그냥 사고라고 했어요. 근데 그냥 사고는 주체가 없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공감이 없어요. 정서적 접근이 없어요.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그 사고에 대한 애도나, 그 사고에 대한 슬픔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이거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관재도 아니고 사회적 대참사도 아니고… 그래서 애도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애도 못하게 한 거잖아요. 제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분노를 분산시킨 거예요. 애도를 억압한 거예요.

왜냐하면 애도, 추모한다는 것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상민 장관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망발을 하는 거예요. “알았어도 막지 못했다” “경찰이 거기 있었어도 막지 못했다”.

-애도를 막았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정부가 그렇게 애도하려면 원인 규명부터 해야 해요. 진상부터 알아야 해요. 누가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애도할지 말지 결정이 되는 거예요. 근데 누가 죽었는지를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건 뭐냐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학습효과가 있는 거예요. ‘유족들이 모여서 분노가 집적되고 폭발하면 이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사전에 철저하게... 이를테면 애도를 진압한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추모제 한 번도 안 했잖아요. 합동 장례식도 안 치렀잖아요. 그리고 대통령은 매일같이 가서 흉내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쇼한 거죠. 애도 쇼, 추모 쇼를 한 거죠.

근데 누구한테 도대체 추모를 한 거예요? 거기 위패가 없었잖아요. 영정이 없었잖아요. 죽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왜 죽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도가 됩니까?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생각은?

저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리고 정말 죄송한 표현인데, 이건 정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억지인데요. 모든 유족이 다 명단을 공개했어요. 장례 현장에 가보셨어요? 거기 명단 없던가요? 다 있었죠.

가령 이런 거잖아요. 내가 애도를 하려면 내 친구가 죽었는지, 내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돼요? 희생자 가족이 알리는 거예요, 결국은… 그거를 대신하기 위해서, 희생자 가족들이 ‘우리 아이가 이렇게 죽었어’라고 알리기가 그러니까 보통 그런 참사가 나면 공개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애도가 가능하게, 정부가 애도할 수 있도록, 이미 모든 장례식장에 가 보면, 제가 한 여섯 군데쯤 가봤는데요. 모두 다 공개돼있어요. 그런데 정부만 ‘명단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 그러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 얘기(명단공개 논란)를 듣고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이미 (공개)됐는데… 다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걸 대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는데.

그중에는 “나는 내 아이의 죽음을, 혹은 내 가족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아. 얼굴이 드러나는 게 싫어” 이런 분들이 계실 수 있죠. 이런 분들은 공개 안 하면 되죠.

그리고 지난번에 어디 무슨 언론에서 이렇게 명단을 공개했잖아요. 그게 공개인가요? 누군지도 알 수 없는데 그냥 이름만 이렇게 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공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누군지 알아야죠.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그거 아시잖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분을 호명했을 때, 그분을 알았을 때 그게 비로소 우리의 이웃이 되고 우리 사회적 구성원이 되는 거지. 누군지 모르게 해라?

-희생자 명단을 제대로 공개한다는 건 어느 범위까지?

그러니까 사전에 유족들하고 그런 것에 대해 논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야죠. 그런데 그거를 주선 자체를 행안부가 막았잖아요. 이런 사회적인 참사에는 그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룰이 있죠. 그 룰을 가지고 유족들이 일단 만나게 해야 해요.

그래서 “장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각각 개인적으로 치르실까요”(물어야 해요) 당연히 연락해서... 경황이 없겠지만 유족 중에 대표자들이 한 분씩이라도 모이든지, 아니면 유족들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이라도 와서 “이걸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냐?”고 하는 게 시민과 주권자들에 대한 예의죠.

그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고, 사실 인륜을 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그 후로부터 엉터리 접근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접근을 잘못한 거죠, 처음부터. 그러니까 우리 아이의 죽음, 우리 가족의 죽음에 “국가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결국 국가의 대응 방식이 집회로 이어졌다고 보는지?

거기 촛불집회는 원래 이것 때문에 있었던 게 아닌데. 그 전부터 윤석열정부의 문제 때문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그런 집회였는데,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 참사가 났고, 이 참사가 나자 추모행사를 한번 한 거죠. 그때 추모집회에 많은 분이 나왔었죠.

그때는 크게 보면 저는 세 가지 정도였다고 봐요. 일단은 진상을 몰라요. 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그래서 진상을 밝혀라, 그다음에 진상이 밝혀지면... 그러기 전부터도 정부는 해야 하지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예요. 희생자들에게, 희생자 유족들에게...

그런데 그 사죄는 처벌과 연관돼요. 책임과 연관돼요. “정부가 제 역할을 했으면, 국가가 그 곁에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못 막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희생의 책임은, 이 참사의 책임은 저희입니다”라고 그렇게 사죄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비가 적게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었습니다. 그게 다 내 탓인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입니다. 그게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세에요.

-촛불집회 맞은편에서 태극기집회가 있었다고…

그 추모집회 다음에 전국 집회할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하고 갔었는데... 저는 거기 안 가보는 게 더 이상해요. 수십명, 수백명도 아니고 수천명도 아니고 수만명, 수십만명이 모여서 뭔가 외치는데 정치인이 거기를 안 가보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가 거기 갈 때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기자가 “집회에 갈 거냐?”고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정치적인 셈을 해서 앞뒤를 따져서 가보자고 한 게 아니죠.

그런데 가서 행진하면서 보니까 저쪽에는 정치인들이 안 왔다고 그래요. 아주 앰프를 고성능으로 해서… 아마 그 측정해보면 데시벨이 엄청 높았을 거예요. 나는 그런 집회가 어떻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진행되는지 모르겠던데, 그 규정을 저는 어겼을 것 같아요.

거기에 정치인이 없었다면 그런 집회에 참여할만한 정치인들이 없는 거고. 그것은 정치인들이 판단해볼 때 그런 집회가 정치인이 가볼만한 집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없었겠죠.

-<일요시사> 구독자에게 한마디

<일요시사>의 독자 여러분,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주권자 시민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어떻게 이 사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정부도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정치인들도 하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오늘을 판단하게 됩니다. 과거를 심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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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인균
기획: 강운지
촬영: 김희구
편집: 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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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