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이태원 참사 애도 억압하지 말라’ 무소속 민형배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이태원 참사 집회에서 ‘관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관재'는 '벼슬 관'에 재난이잖아요.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국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이고 일어나지 않을 재난이었다.

또 이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성격의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쓰는 표현이죠. 그러니까 ‘행정 대참사’ 이렇게... ‘관재, 즉 행정 대참사’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무엇의 부재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에 더욱 결정적으로 관재라고 얘기하는 건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고 직접적인 신고까지 있었는데, 대응을 안 한 거예요. 핵심은 그거죠.

여러 가지 징후가 있었고 신고가 있었잖아요. 벌써 서너 시간 전에 “이건 사고 난다”. 심지어 그때 압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그냥 방관한 거죠. 유족들이 다 그 얘기를 하잖아요. “15명 내지 20명만 인파에 대비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정부 대응은 이를 참사라고 보지 않았어요. 그냥 사고라고 했어요. 근데 그냥 사고는 주체가 없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공감이 없어요. 정서적 접근이 없어요.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그 사고에 대한 애도나, 그 사고에 대한 슬픔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이거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관재도 아니고 사회적 대참사도 아니고… 그래서 애도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애도 못하게 한 거잖아요. 제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분노를 분산시킨 거예요. 애도를 억압한 거예요.

왜냐하면 애도, 추모한다는 것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상민 장관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망발을 하는 거예요. “알았어도 막지 못했다” “경찰이 거기 있었어도 막지 못했다”.

-애도를 막았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정부가 그렇게 애도하려면 원인 규명부터 해야 해요. 진상부터 알아야 해요. 누가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애도할지 말지 결정이 되는 거예요. 근데 누가 죽었는지를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건 뭐냐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학습효과가 있는 거예요. ‘유족들이 모여서 분노가 집적되고 폭발하면 이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사전에 철저하게... 이를테면 애도를 진압한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추모제 한 번도 안 했잖아요. 합동 장례식도 안 치렀잖아요. 그리고 대통령은 매일같이 가서 흉내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쇼한 거죠. 애도 쇼, 추모 쇼를 한 거죠.

근데 누구한테 도대체 추모를 한 거예요? 거기 위패가 없었잖아요. 영정이 없었잖아요. 죽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왜 죽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도가 됩니까?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생각은?

저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리고 정말 죄송한 표현인데, 이건 정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억지인데요. 모든 유족이 다 명단을 공개했어요. 장례 현장에 가보셨어요? 거기 명단 없던가요? 다 있었죠.

가령 이런 거잖아요. 내가 애도를 하려면 내 친구가 죽었는지, 내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돼요? 희생자 가족이 알리는 거예요, 결국은… 그거를 대신하기 위해서, 희생자 가족들이 ‘우리 아이가 이렇게 죽었어’라고 알리기가 그러니까 보통 그런 참사가 나면 공개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애도가 가능하게, 정부가 애도할 수 있도록, 이미 모든 장례식장에 가 보면, 제가 한 여섯 군데쯤 가봤는데요. 모두 다 공개돼있어요. 그런데 정부만 ‘명단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 그러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 얘기(명단공개 논란)를 듣고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이미 (공개)됐는데… 다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걸 대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는데.

그중에는 “나는 내 아이의 죽음을, 혹은 내 가족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아. 얼굴이 드러나는 게 싫어” 이런 분들이 계실 수 있죠. 이런 분들은 공개 안 하면 되죠.

그리고 지난번에 어디 무슨 언론에서 이렇게 명단을 공개했잖아요. 그게 공개인가요? 누군지도 알 수 없는데 그냥 이름만 이렇게 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공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누군지 알아야죠.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그거 아시잖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분을 호명했을 때, 그분을 알았을 때 그게 비로소 우리의 이웃이 되고 우리 사회적 구성원이 되는 거지. 누군지 모르게 해라?

-희생자 명단을 제대로 공개한다는 건 어느 범위까지?

그러니까 사전에 유족들하고 그런 것에 대해 논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야죠. 그런데 그거를 주선 자체를 행안부가 막았잖아요. 이런 사회적인 참사에는 그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룰이 있죠. 그 룰을 가지고 유족들이 일단 만나게 해야 해요.

그래서 “장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각각 개인적으로 치르실까요”(물어야 해요) 당연히 연락해서... 경황이 없겠지만 유족 중에 대표자들이 한 분씩이라도 모이든지, 아니면 유족들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이라도 와서 “이걸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냐?”고 하는 게 시민과 주권자들에 대한 예의죠.

그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고, 사실 인륜을 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그 후로부터 엉터리 접근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접근을 잘못한 거죠, 처음부터. 그러니까 우리 아이의 죽음, 우리 가족의 죽음에 “국가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결국 국가의 대응 방식이 집회로 이어졌다고 보는지?

거기 촛불집회는 원래 이것 때문에 있었던 게 아닌데. 그 전부터 윤석열정부의 문제 때문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그런 집회였는데,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 참사가 났고, 이 참사가 나자 추모행사를 한번 한 거죠. 그때 추모집회에 많은 분이 나왔었죠.

그때는 크게 보면 저는 세 가지 정도였다고 봐요. 일단은 진상을 몰라요. 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그래서 진상을 밝혀라, 그다음에 진상이 밝혀지면... 그러기 전부터도 정부는 해야 하지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예요. 희생자들에게, 희생자 유족들에게...

그런데 그 사죄는 처벌과 연관돼요. 책임과 연관돼요. “정부가 제 역할을 했으면, 국가가 그 곁에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못 막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희생의 책임은, 이 참사의 책임은 저희입니다”라고 그렇게 사죄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비가 적게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었습니다. 그게 다 내 탓인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입니다. 그게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세에요.

-촛불집회 맞은편에서 태극기집회가 있었다고…

그 추모집회 다음에 전국 집회할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하고 갔었는데... 저는 거기 안 가보는 게 더 이상해요. 수십명, 수백명도 아니고 수천명도 아니고 수만명, 수십만명이 모여서 뭔가 외치는데 정치인이 거기를 안 가보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가 거기 갈 때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기자가 “집회에 갈 거냐?”고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정치적인 셈을 해서 앞뒤를 따져서 가보자고 한 게 아니죠.

그런데 가서 행진하면서 보니까 저쪽에는 정치인들이 안 왔다고 그래요. 아주 앰프를 고성능으로 해서… 아마 그 측정해보면 데시벨이 엄청 높았을 거예요. 나는 그런 집회가 어떻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진행되는지 모르겠던데, 그 규정을 저는 어겼을 것 같아요.

거기에 정치인이 없었다면 그런 집회에 참여할만한 정치인들이 없는 거고. 그것은 정치인들이 판단해볼 때 그런 집회가 정치인이 가볼만한 집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없었겠죠.

-<일요시사> 구독자에게 한마디

<일요시사>의 독자 여러분,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주권자 시민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어떻게 이 사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정부도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정치인들도 하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오늘을 판단하게 됩니다. 과거를 심판하게 됩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세상을 바꿉니다. 정치를 외면하지 마시고 더 올곧게 나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일요시사>도 좋은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취재: 정인균
기획: 강운지
촬영: 김희구
편집: 배승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 ‘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