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러닝머신 타는 미국인 빈센트씨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12 13:20:59
  • 호수 14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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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겨울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러닝머신을 타는 외국인이 있다.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외로워 보인다. 그의 이름은 시치 잔 빈센트(Sichi John Vincent). 함께 미국에서 살던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두 아이를 찾기 위해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12월13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이에 앞서 이행을 위한 이틀 전인 12월11일 법률 제11529호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하 헤이그법)을 제정해 2013년 3월1일 발효했다. 헤이그 국제 아동탈취협약은 한쪽 부모가 일방적으로 불법 탈취한 아동을 신속히 본국으로 반환하고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으로 세계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면서 만들어졌다. 

계속되는 
제자리걸음

특히 문제는 국제결혼의 파탄 때 발생한다. 이혼 시 한 명의 배우자가 아동을 해외로 탈취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한 명의 부모가 아동의 신원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아동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 처한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이런 방식으로 불법 탈취된 아동의 신속한 반환과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이 협약이 아동의 양육권‧면접교섭권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한국은 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안에 대한 아동의 소재를 발견하면 즉시 협약 적용과 관련한 국내 법률의 일반적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 그 밖에 협약에서 규정한 지원 등 행정적 지원업무는 법무부 법무실 국제법무과에서 담당한다.


한국 헤이그법 4조에는 한국은 법무부 장관을 지정하고, 위 법률 제3조는 각 국가기관이 헤이그 아동탈취사건에 관해 신속한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총 65개 나라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아동탈취 사건에 관해 신속히 처리해 탈취된 아동이 반환되도록 협조해야 할 국제법, 국내법상의 의무를 진다. 특히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각 국가기관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아동이 신속하게 반환되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특히 헤이그법 제14조에는 ‘법원은 아동 반환에 관한 사건의 심판 청구일 또는 조정 신청일부터 6주 이내에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청구인 또는 법무부 장관의 신청에 따라 그 지연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한국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지키고 있지 않다. 미국 국무성이 지난 6월 발행한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체약국 협약 이행 연례 보고서’에는 한국이 15개 불이행 국가 중 하나로 등재돼있다. 

토니 블링큰(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월 위 미국 국무성 연례 보고서에서 “협약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그들의 약속을 저버리는 국가가 있다. 우리는 기술지원, 훈련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이들 국가가 협약상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돕고자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증명하듯이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지서 살던 아내 두 아이 데리고 한국행
그 뒤 감감무소식…가족 찾으려 1인 시위

이날 헤이그협약 체약국 중 불이행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11개 국가인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벨리즈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온두라스 ▲페루 ▲루마니아 ▲트리니다드도바가 등재됐다. 비체약국 국가 중에는 ▲요르단 ▲이집트 ▲인도 ▲아랍에미리트를 문제 국가로 등재했다.


위 연례 보고서에는 ‘지난해에도 한국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불이행했다. 한국의 법 집행관은 반복적으로 탈취 건에 대한 집행에 실패했다. 이런 실패의 결과로 헤이그 아동탈취협약에 따른 탈취 아동 반환 요청의 50%가 12개월 이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됐다.

특히 한 개의 사건은 법 집행관이 반환 명령의 집행에 실패해 12개월 이상 정체됐다. 남겨진 부모는 반환 명령의 집행을 위한 법 절차에서 몇 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럼에도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 아동을 탈취한 부모가 자발적으로 협약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는 이상 지난해에 이어 헤이그 아동 반환 사건의 판결은 전혀 집행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불이행 국가에 등재된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돼있다.

미 국무부 연례 보고서가 지적한 ‘12개월 이상 정체된 사건’은 바로 52세 미국인 남성 시치 잔 빈센트(Sichi John Vincent)의 사건이다. 그는 201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로 여행 온 한국인 여성 A씨와 결혼했다. 2017년 1월29일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2018년 12월10일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A씨는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얻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2019년 11월11일이다. A씨는 빈센트씨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잠시 다녀온다며 미국을 떠났다. 그 후로 A씨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절했다. 

당시 곧 둘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이었다. 빈센트씨는 A씨에게 “2019년 12월10일에는 미국으로 돌아와달라. 그리고 상황이 안 되면 크리스마스 전이라도 돌아와달라”고 이메일로 부탁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다가가고
싶어도…

빈센트씨는 형인 스티브와 함께 한국으로 향했다. A씨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함께했다. 마침내 A씨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빈센트씨는 A씨의 약속을 믿고 2019년 12월13일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A씨가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는 2020년 3월2일자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권이었다. 빈센트씨는 아이들과 A씨가 함께 미국 집으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출국 이틀 전, A씨는 일방적으로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빈센트씨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법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양육권을 얻고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A씨는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A씨에게 “미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온다면 A씨도 양육권이 있는 것으로 판결을 내리겠다. 하지만 만약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오지 않으면, 양육권은 빈센트씨가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끝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2020년 8월4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빈센트씨에게 아이들의 법적‧물리적 양육권을 단독으로 부여했다.


이렇게 빈센트씨는 두 아이의 법적인 보호자가 됐다. 이제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빈센트씨는 바로 미국 국무부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신청했고, 이 같은 사실은 한국 법무부에도 전달됐다. 동시에 아동 반환에 관한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도 진행됐다.

한국 법원은 “A씨는 빈센트씨가 알코올중독자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본인과 아이들이 미국으로 반환될 경우 육체적·정신적 위험이 가해지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할 거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독 양육자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자료는 빈센트씨가 알코올중독자라고 주장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헤이그법 제12조 제4항 제4조는 적절한 연령을 따져 아동의 의견을 고려해 반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건 본인의 나이는 만 4세, 만 2세로 반환 청구를 기각할만한 사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아이들과 본인이 이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반환 예외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헤이그법 제12조 제4항 제1조에 따른 것인데, 심판청구가 불법적인 이동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지난 6월2일에 결정났다.

법원의 판결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났다. 빈센트씨는 아직도 아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못했고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강제적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상황이다. 빈센트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소송 중에는 오히려 면접교섭을 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0월부터 빈센트씨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6일, 서울시 지하철 영등포역 2번 출구 앞에서 시위 중인 빈센트씨를 만났다. 빈센트씨는 영등포역 2번 출구 앞 길 한복판에 가정용 러닝머신을 가져와서 타고 있었다. 러닝머신에는 서툰 글씨로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씨가 크게 붙어있다.

빈센트씨는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고, 러닝머신 앞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패널로 세워져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빈센트씨를 보고 무슨 시위인지 물었다. 

실효성 없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미 불이행 국가 낙인” 내용이 뭐길래…

몇몇 시민은 빈센트씨에게 “힘내세요” “아이들을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신이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물어보는 시민도 있었고 러닝머신을 타면서 힘을 주기도 했다.

빈센트씨는 <일요시사>에 “지금 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거나 아이들을 못 보는 상황”이라며 “특히 10일은 둘째 아이의 생일이다. A씨 측 변호사에게 아이의 선물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길거리에서 러닝머신을 타는 것은 ‘제자리걸음 시위’다. 나의 현실이 러닝머신을 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것과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내가 아동 반환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으니, 법원 관계자가 동행해 아이들을 데려와야 한다. 보통 미국은 헤이그법에 따라 한 달 안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빨리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적응해야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과 나는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렇다고 법원이 A씨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가 아동 반환 의무를 불이행해서 감치로서는 최장기간인 30일의 감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빈센트씨와 자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빈센트씨는 A씨와 아이들의 거주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 대해 IPG Legal 법률사무소 민지원 변호사는 “한국은 유아 인도나 유아 반환 집행인이 평소 유체동산 인도, 부동산 명도‧철거‧퇴거 등을 동시에 집행한다. 그러니 집행인이 아동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어 유아 인도나 유아 반환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부모의 권리만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변호사는 “집행관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누구랑 살고 있니?’ 등 질문으로 함께 살 사람을 결정하도록 한다.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아동학대에 가깝다”며 “법원은 아동복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는데, 집행관이 아동심리에 무지해 아동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행 자체가 
아동학대 과정”

그러면서 “그런데도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어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A씨 측 법률사무소에도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은 학계에서 정립된 법을 따르고, 강제집행은 법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강제집행에 대해 소극적이다. 아이가 현장에서 집행을 거부하면 집행할 수 없다. 이 부분은 가족법이 바뀌어야 해결된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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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