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러닝머신 타는 미국인 빈센트씨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12 13:20:59
  • 호수 14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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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겨울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러닝머신을 타는 외국인이 있다.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외로워 보인다. 그의 이름은 시치 잔 빈센트(Sichi John Vincent). 함께 미국에서 살던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두 아이를 찾기 위해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12월13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이에 앞서 이행을 위한 이틀 전인 12월11일 법률 제11529호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하 헤이그법)을 제정해 2013년 3월1일 발효했다. 헤이그 국제 아동탈취협약은 한쪽 부모가 일방적으로 불법 탈취한 아동을 신속히 본국으로 반환하고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으로 세계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면서 만들어졌다. 

계속되는 
제자리걸음

특히 문제는 국제결혼의 파탄 때 발생한다. 이혼 시 한 명의 배우자가 아동을 해외로 탈취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한 명의 부모가 아동의 신원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아동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 처한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이런 방식으로 불법 탈취된 아동의 신속한 반환과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이 협약이 아동의 양육권‧면접교섭권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한국은 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안에 대한 아동의 소재를 발견하면 즉시 협약 적용과 관련한 국내 법률의 일반적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 그 밖에 협약에서 규정한 지원 등 행정적 지원업무는 법무부 법무실 국제법무과에서 담당한다.


한국 헤이그법 4조에는 한국은 법무부 장관을 지정하고, 위 법률 제3조는 각 국가기관이 헤이그 아동탈취사건에 관해 신속한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총 65개 나라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아동탈취 사건에 관해 신속히 처리해 탈취된 아동이 반환되도록 협조해야 할 국제법, 국내법상의 의무를 진다. 특히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각 국가기관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아동이 신속하게 반환되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특히 헤이그법 제14조에는 ‘법원은 아동 반환에 관한 사건의 심판 청구일 또는 조정 신청일부터 6주 이내에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청구인 또는 법무부 장관의 신청에 따라 그 지연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한국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지키고 있지 않다. 미국 국무성이 지난 6월 발행한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체약국 협약 이행 연례 보고서’에는 한국이 15개 불이행 국가 중 하나로 등재돼있다. 

토니 블링큰(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월 위 미국 국무성 연례 보고서에서 “협약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그들의 약속을 저버리는 국가가 있다. 우리는 기술지원, 훈련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이들 국가가 협약상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돕고자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증명하듯이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지서 살던 아내 두 아이 데리고 한국행
그 뒤 감감무소식…가족 찾으려 1인 시위

이날 헤이그협약 체약국 중 불이행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11개 국가인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벨리즈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온두라스 ▲페루 ▲루마니아 ▲트리니다드도바가 등재됐다. 비체약국 국가 중에는 ▲요르단 ▲이집트 ▲인도 ▲아랍에미리트를 문제 국가로 등재했다.


위 연례 보고서에는 ‘지난해에도 한국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불이행했다. 한국의 법 집행관은 반복적으로 탈취 건에 대한 집행에 실패했다. 이런 실패의 결과로 헤이그 아동탈취협약에 따른 탈취 아동 반환 요청의 50%가 12개월 이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됐다.

특히 한 개의 사건은 법 집행관이 반환 명령의 집행에 실패해 12개월 이상 정체됐다. 남겨진 부모는 반환 명령의 집행을 위한 법 절차에서 몇 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럼에도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 아동을 탈취한 부모가 자발적으로 협약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는 이상 지난해에 이어 헤이그 아동 반환 사건의 판결은 전혀 집행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불이행 국가에 등재된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돼있다.

미 국무부 연례 보고서가 지적한 ‘12개월 이상 정체된 사건’은 바로 52세 미국인 남성 시치 잔 빈센트(Sichi John Vincent)의 사건이다. 그는 201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로 여행 온 한국인 여성 A씨와 결혼했다. 2017년 1월29일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2018년 12월10일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A씨는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얻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2019년 11월11일이다. A씨는 빈센트씨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잠시 다녀온다며 미국을 떠났다. 그 후로 A씨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절했다. 

당시 곧 둘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이었다. 빈센트씨는 A씨에게 “2019년 12월10일에는 미국으로 돌아와달라. 그리고 상황이 안 되면 크리스마스 전이라도 돌아와달라”고 이메일로 부탁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다가가고
싶어도…

빈센트씨는 형인 스티브와 함께 한국으로 향했다. A씨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함께했다. 마침내 A씨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빈센트씨는 A씨의 약속을 믿고 2019년 12월13일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A씨가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는 2020년 3월2일자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권이었다. 빈센트씨는 아이들과 A씨가 함께 미국 집으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출국 이틀 전, A씨는 일방적으로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빈센트씨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법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양육권을 얻고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A씨는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A씨에게 “미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온다면 A씨도 양육권이 있는 것으로 판결을 내리겠다. 하지만 만약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오지 않으면, 양육권은 빈센트씨가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끝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2020년 8월4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빈센트씨에게 아이들의 법적‧물리적 양육권을 단독으로 부여했다.


이렇게 빈센트씨는 두 아이의 법적인 보호자가 됐다. 이제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빈센트씨는 바로 미국 국무부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신청했고, 이 같은 사실은 한국 법무부에도 전달됐다. 동시에 아동 반환에 관한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도 진행됐다.

한국 법원은 “A씨는 빈센트씨가 알코올중독자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본인과 아이들이 미국으로 반환될 경우 육체적·정신적 위험이 가해지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할 거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독 양육자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자료는 빈센트씨가 알코올중독자라고 주장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헤이그법 제12조 제4항 제4조는 적절한 연령을 따져 아동의 의견을 고려해 반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건 본인의 나이는 만 4세, 만 2세로 반환 청구를 기각할만한 사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아이들과 본인이 이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반환 예외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헤이그법 제12조 제4항 제1조에 따른 것인데, 심판청구가 불법적인 이동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지난 6월2일에 결정났다.

법원의 판결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났다. 빈센트씨는 아직도 아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못했고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강제적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상황이다. 빈센트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소송 중에는 오히려 면접교섭을 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0월부터 빈센트씨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6일, 서울시 지하철 영등포역 2번 출구 앞에서 시위 중인 빈센트씨를 만났다. 빈센트씨는 영등포역 2번 출구 앞 길 한복판에 가정용 러닝머신을 가져와서 타고 있었다. 러닝머신에는 서툰 글씨로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씨가 크게 붙어있다.

빈센트씨는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고, 러닝머신 앞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패널로 세워져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빈센트씨를 보고 무슨 시위인지 물었다. 

실효성 없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미 불이행 국가 낙인” 내용이 뭐길래…

몇몇 시민은 빈센트씨에게 “힘내세요” “아이들을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신이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물어보는 시민도 있었고 러닝머신을 타면서 힘을 주기도 했다.

빈센트씨는 <일요시사>에 “지금 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거나 아이들을 못 보는 상황”이라며 “특히 10일은 둘째 아이의 생일이다. A씨 측 변호사에게 아이의 선물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길거리에서 러닝머신을 타는 것은 ‘제자리걸음 시위’다. 나의 현실이 러닝머신을 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것과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내가 아동 반환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으니, 법원 관계자가 동행해 아이들을 데려와야 한다. 보통 미국은 헤이그법에 따라 한 달 안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빨리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적응해야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과 나는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렇다고 법원이 A씨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가 아동 반환 의무를 불이행해서 감치로서는 최장기간인 30일의 감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빈센트씨와 자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빈센트씨는 A씨와 아이들의 거주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 대해 IPG Legal 법률사무소 민지원 변호사는 “한국은 유아 인도나 유아 반환 집행인이 평소 유체동산 인도, 부동산 명도‧철거‧퇴거 등을 동시에 집행한다. 그러니 집행인이 아동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어 유아 인도나 유아 반환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부모의 권리만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변호사는 “집행관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누구랑 살고 있니?’ 등 질문으로 함께 살 사람을 결정하도록 한다.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아동학대에 가깝다”며 “법원은 아동복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는데, 집행관이 아동심리에 무지해 아동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행 자체가 
아동학대 과정”

그러면서 “그런데도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어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A씨 측 법률사무소에도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은 학계에서 정립된 법을 따르고, 강제집행은 법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강제집행에 대해 소극적이다. 아이가 현장에서 집행을 거부하면 집행할 수 없다. 이 부분은 가족법이 바뀌어야 해결된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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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