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왕’ 김승연 한화 회장의 ‘다음 승부수’

멀어져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신(新)성장동력 찾아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승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라고 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국 접어야만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불패신화를 써왔던 그였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어느 순간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사’ 김 회장의 다음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가 깨졌다. 그것도 “내 인생 최대 승부수”라고 할 정도로 공들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4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밀어붙이는 그의 뚝심은 ‘승부사 김승연’이라 칭함에 지나침이 없어 보였다. 본입찰 참여 당시 한화는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9조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낙찰가는 6조5000억원. 이후 산은과 합의로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겼다. 그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인수대금에 미달하는 자금조달규모를 제시하고 부족분은 5년 후에 분할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특별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에 걸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각 사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절박한 심정으로 상시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철저히 구축해나가야 한다”며 조직내부의 결속에 나섰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2일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선친에 이어 만 29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에 등극한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불려왔다. 한양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동양백화점(현 한화타임월드), 대한생명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매각실패로 인해 김승연 회장의 무패신화가 무너져 버렸다.
김 회장의 신화가 깨지던 날 오후 한화는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기획실 임원 등 35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단지 금 실장 입을 통해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범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며 “앞으로 각 사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 회장이 자리에 없었던 이유는 한화 도쿄법인 등을 방문하느라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던 지난달 13일 일본으로 출국, 20여일 후인 같은 달 31일 입국했다.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김 회장은 인수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 분야 등을 고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귀국 후 그는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년에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귀국한 이후 “지난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뛰자”며 “경기상황이 악화된 만큼 올해는 내실경영이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을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도록 힘쓰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한화는 비상경영을 선포, 생존과 도약을 위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 프로젝트의 세부 시행안을 마련해 올 사업계획부터 본격 실시키로 했다.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은 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구비해 2011년에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하자는 한화의 비상경영 계획이다.
한화가 기존 사업계획에서 매출 및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춰오다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영계획을 재정립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4일 한화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임원 80명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또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김 회장의 의도가 이번 인사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대우조선 인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승부사’ 김 회장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김 회장의 다음 행보는 쌍용건설 인수·합병?
한화 “내실 다지는 데 주력할 뿐 검토도 안 해”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당부했다는 점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인수·합병 시도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될 즈음부터 “대우조선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해왔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운데 쌍용건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대우조선에 비해 인수자금면에서 부담이 적고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은 동국제강이 인수·합병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악화로 결국 무산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12월 동국제강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체결했던 주식매매 MOU에 대한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법적 자격을 상실했다.
당시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인수자금은 4620억원.
인수 금액 면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가격 6조3000억원에 비해  ‘만만한’ 금액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여력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이 적은 인수 대상인 셈.
해외토목 분야 경쟁력도 쌍용건설의 매력이다. 쌍용건설은 중동 주요국가에서 건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 한화 입장에서는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메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 건설보다 국내 건설에 특화된 건설사와 합칠 경우 사업 구성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올해 당장 쌍용건설 등을 대상으로 인수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한화 관계자는 “현재 쌍용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 한 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임원 승진 인사 단행
‘그레이트 챌린지 2011’에 맞춘 내실 다지기 돌입

한화그룹은 지난 4일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전체 80명이 승진됐다. 지난해 84명에 비해 5% 정도 축소된 규모다.
한화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에 맞춰 영업부문과 생산부문 등 현장 위주의 인재를 발탁했다. 전체 임원수도 10% 정도 축소 조정했으며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계열사별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화 측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원 인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강호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은 대신생명,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03년에 대한생명으로 입사한 강호 실장은 경영기획실장, 상품고객실장 등을 거치면서 대한생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시스템 개선 등에 기여해 회사가 업계 2위로 올라서고 누적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
김연석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은 탁월한 현장관리 역량을 발휘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CA(염소), OXY(이염화에틸렌) 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연료비 등 16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재임기간 동안 현장밀착 경영을 통해 노사 무분규 사업장을 유지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권태 재무실장은 한화의 모기업인 한화의 CFO(자금관리이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신용평가 등급 향상 등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한화증권의 백대욱 헝가리은행장은 헝가리은행의 여신잔고 및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고, 철저한 신용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영업이익을 27% 증가시키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병영 한화·무역 철강사업팀장은 철강영업 1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매출액 3500억원(전년비 272%), 이익 110억원(전년비 440%)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보가 됐다.
강기수 경영기획실 상무보는 기업 홍보전문가로서 그룹 전체 홍보기획 및 실행에 있어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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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