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시험대 오른 전자랜드 황태자

물음표 떨치기 힘든 구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전자랜드 오너 2세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입사 5년 만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신설 사업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능력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이하 전자랜드)은 지난 7월경 온라인 사업부서 개편 작업을 마쳤다. 온라인 영업팀과 마케팅팀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온라인 조직을 신설 온라인 사업부로 일원화한 게 개편 작업의 핵심이다.

일원화 개편
고속 승진 

해당 사업부를 통솔하는 사업부장에는 홍원표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한 홍 이사는 2019년 서른셋 나이에 전자랜드 이사회에 입성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인물이다. 물론 홍봉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라는 남다른 혈연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의 몸집이 커졌다는 건, 해당 부서를 이끄는 홍 이사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의미했다. 홍 이사는 조직개편 직전까지만 해도 디자인 및 신규 출점을 담당하는 유통전략팀과 상품구매 및 경영기획을 담당하는 유통혁신팀에 몸담으며 팀장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홍 회장을 대신해, 머지 않아 홍 이사가 경영 전반을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2015년 3월 전문 경영인인 옥치국 대표를 선임한 이래 6년간 공동 대표이사 체제(홍 회장·옥 대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3월 홍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전문 경영인 단독 대표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분구조에서도 홍 이사의 높아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이사는 전자랜드 지분 23.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에스와이에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는 누나 홍유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상무보다 지분율이 8.9%p 높다.

두 사람 사이에 유의미한 지분율 격차가 나도록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홍 회장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자랜드 지분 7.44%를 보유했던 홍 회장은 이듬해 본인 소유의 주식 가운데 60%인 51만8243주를 홍 이사에게, 40%인 34만8153주를 홍 상무에게 증여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홍 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18.89%에서 23.34%, 홍 상무의 지분율은 11.45%에서 14.44%로 조정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홍 이사가 어떤 방식을 내세워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조직개편을 거치며 홍 이사의 발언권이 강해진 만큼, 전자랜드의 온라인 종합쇼핑몰 변신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홍 이사가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홍 회장이 보유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을 통해 넘겨받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전자랜드 지분 48.32%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며,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실질적 소유주는 지분 63.17%를 쥐고 있는 홍 회장이다. 반면 홍 이사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역시 금수저
핏줄이 무기

현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전자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만약 결과물이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홍 이사는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쉽사리 떨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홍 이사가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전자랜드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빨간불 켜진 재무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가뜩이나 별 볼 일 없던 수익성은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진 형국이다. 이사회 입성 후 본격화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홍 이사 역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2017년 5890억원이던 전자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8784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7년 10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년 뒤 절반 수준인 52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18억원 적자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전자랜드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12년(영업손실 232억원) 이래 9년 만이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 이사님
어떤 성과 내느냐가 관건

흑자였던 회계연도에도 수익성이 높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 전자랜드 영업이익률은 ▲2017년 1.8% ▲2018년 1.6% ▲2019년 0.7% ▲2020년 0.8% 등으로, 2%를 넘긴 적이 없다.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2001년(6월 결산 기준 2.3%)이 마지막이었다.

가전 양판점 경쟁력 약화, 출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자랜드가 완제품을 제조 및 유통하는 게 아니라, 완제품을 구입해 마진을 남기는 사업모델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지나치게 낮은 축이다. 경쟁업체인 롯데하이마트와 비교하면 이 같은 특징이 한층 극명해진다. 롯데하이마트의 최근 5년(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7년 5.1% ▲2018년 4.5% ▲2019년 2.7% ▲2020년 4.0% ▲지난해 2.8% 등으로 전자랜드를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현금 흐름에서도 먹구름이 목격된 상황이다. 2020년 315억원이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년 새 -13억원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불안정한 재무상태는 전자랜드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자산은 2377억원. 이 가운데 2037억원이 부채로 분류되며, 자본은 34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302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의 여파로 자본의 총합이 납입자본금(58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자본을 아늑히 뛰어넘는 부채로 인해 전자랜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0%에 근접했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을 3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지만, 이마저도 2019년 726.7%, 2020년 654.7%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차입금 압박
막막한 흐름

심각한 재무적 불균형은 20년 전 기업 분할과정에서 예견된 일이다. 전자랜드는 1985년 6월 서울전자유통이라는 상호로 가전제품 유통업을 본격화했고, 2001년 7월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임대사업을 신설 법인인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맡는 게 골자였고, 기존 부동산 자산 대부분이 에스와이에스홀딩스로 이전됐다.


분할 작업이 마무리된 직후, 에스와이에스홀딩스와 전자랜드의 재무상태는 확연히 엇갈렸다. 우량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게 된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첫 회계연도인 2001년에 부채비율이 37.0%에 불과했다. 반면 존속법인인 전자랜드는 분할 전(2001년 6월) 110.2%였던 부채비율이 불과 6개월 만에 324.8%로 껑충 뛰었고, 부채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 압박은 커다란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차입금은 1040억원이고, 차입금의존도는 적정 수준(30% 이하)을 훨씬 웃도는 43.8%로 집계됐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할 이상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기 마련이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게 불안 요소다. 전자랜드의 총차입금 가운데 50억원을 제외한 99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자금이다. 매해 리파이낸싱을 거치더라도 상환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랜드의 차입금 상환방식을 문제 삼고 나선 것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12월1일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최근 10여년간 전자랜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에 대출을 받도록 힘썼다고 지적했다.

이를 거래질서 왜곡 행위로 간주하고 전자랜드와 에스와이에스홀딩스에 각각 16억2300만원, 7억4500만원 등 총 2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담보한도액 최대 910억원의 자기 소유 30건의 부동산을 담보로 무상제공해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구매자금과 운영자금을 차입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659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총 195회에 걸쳐 낮은 금리로 차입해 상품매입과 회사 운영에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전자랜드에 대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담보 제공에 일정 부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문화 자체가…
요원한 반전

한 예로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은 구매자금대출 명목으로 빌려준 65억원과 기업어음으로 빌려준 85억원에 각각 3.17%, 2.89%의 연이자율을 적용했지만, 담보 규모가 축소될 시 이율 상향이 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3년간 매년 이자비용으로 26억~30억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