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무너지는 성남제일초교, 왜?

땅 내려앉고 벽 갈라져도…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경기도 성남제일초등학교에서 ‘등교 거부 사태’가 빚어졌다. 노후화된 학교 시설 여러 곳에서 균열이 발견된 가운데, 학부모들은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학교 측은 당초 이를 수차례 부인하다가 전문가 경고 이후 태도를 바꿨다. 안전 검사 결과를 근거로 ‘수수방관’하던 교육지원청과 시청 등도 ‘뒷북 대응’ 행렬에 따라나서는 모양새다.

성남제일초등학교(이하 제일초)는 1969년 11월 문을 열었다. 오르막길에 세워진 제일초는 높이 4m 이상, 길이 200m에 달하는 옹벽이 학교 삼면을 감싼 구조다. 개교 53년째, 역사를 함께한 건물과 옹벽도 어느덧 낡은 시설이 됐다. 오래된 연식과 인근 아파트 공사가 맞물리자, 시설 안전 문제가 차츰 수면 위로 부상했다.

붕괴 위험

2018년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이래로, 학교는 꾸준히 금이 갔다. 학부모들은 2020년 2월부터 학교 측에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그해 1월, 별관 4층 화장실 벽에 균열이 생긴 걸 뒤늦게 알았다. 이후 학교에선 간담회를 거쳐 지반 검사, 보강공사 등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제일초 학부모회 관계자는 “당시 LH가 학교 건물은 ‘내진 보강이 필요한 수준이나 주시하면 된다’고 했고, 옹벽은 ‘균열이 발견돼 보강이 필요하지만, 추가적인 균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며 “이 말대로라면 지금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급기야 학교는 공사 일정과 내용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기 시작했다. 학부모 항의가 계속된다는 게 이유였다. 관련 내용은 당시 학부모회 회장과 운영위원장 등에게만 한정적으로 전달됐다. 일반 학부모가 LH에 직접 문의하고서야 공사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해 들어 교장이 바뀌었지만,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여전히 적절한 조치보다 납득 못할 해명이 앞섰다.

지난 4월, 별관 화장실에 재차 균열이 발생했다. ‘단순 외부 균열’이라는 해명으로 흐지부지 넘어간 지 한 달 뒤, 건물에선 물이 나오지 않았다. 성남시청과 성남교육지원청은 각각 인근 공사장과 급식실 용수 과다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려앉는 땅과 금 간 옹벽, 그리고 단수 현상을 떼놓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50년 된 옹벽 붕괴?…학교 건물·도로에도 균열
지반 침하·단수 사태에도 “안전 점검 이상 무” 

학부모회 관계자는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공사장·급식실에서 물 좀 썼다고 단수될 정도면 (아파트)입주 후에는 단수 문제가 심해질 것 아니냐”며 “하중 문제로 중단됐던 물탱크 설치 방안을 누더기로 고칠 생각보다, 제대로 된 단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부터는 건물 하부균열과 지반 침하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별동 건물과 지반 사이에는 성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큰 구멍이 발견됐다. 본관 쪽 고압전기시설 안전망은 이미 10도가량 휘었다. 

결국 학교는 학부모 요청에 따라 별관 교실을 본관으로 이전했다. 이번 2학기부터는 전교생이 본관에서 수업을 듣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옹벽 붕괴 징후는 계속 포착됐다. 옹벽 석축의 토사가 유실되면서 나무뿌리 일부가 드러나고, 갈라진 옹벽 틈새에는 이끼가 자랐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지원청·시청에 재차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문제없음”이었다.

관련 기관들이 주된 근거로 삼은 것은 이번에도 ‘안전 점검 결과’였다. 제일초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시행된 정밀 안전 점검·진단에서 줄곧 ‘B등급’을 받았다.

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B등급은 ‘보조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기능 발휘에는 지장이 없으며, 내구성 증진을 위해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2020년 한 차례 C등급을 받은 바 있지만, 일부 보수공사를 거친 뒤 곧바로 B등급으로 복귀했다. 지난 2월 실시한 점검에서도 B등급이 나왔다. 

제일초 건물과 도로·옹벽에 간 금이 점차 늘어가는 중에도, 검사 결과는 꿋꿋이 안전을 담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참다못한 학부모 등교 거부…전교생 절반 동참 
학교 측, 무단결석 처리하려다 뒤늦게 번복

결국 학부모들은 지난 22일부터 등교를 거부했다. 총 400여명(병설 유치원생 포함)에 달하는 전교생 중 절반 수준인 약 200명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튿날인 23일에도 비슷한 수가 결석·조퇴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가 남긴 소견이 등교 거부운동의 신호탄이 됐다. 그는 지난 21일 제일초를 직접 찾아 “옹벽 붕괴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내 토목공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2018년 상도유치원 붕괴 사태를 미리 경고한 바 있다.

학부모회는 학교 측에 진상파악과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안전불감증 가득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순 없었다”며 “그동안 여러 번 문제 해결을 요청했음에도 진전된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무단결석’ 처리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일부 학부모는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가정체험학습은 원칙적으로 사흘 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전날이나 당일 신청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학부모회 일각에선 학생들을 무단결석 처리한 대목에서 학교 입장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침상 결석은 인정 결석과 미인정 결석으로 나뉜다. 인정 결석이란 여러 사유에 따라 결석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결석에 따른 불이익이 사실상 없다. 미인정 결석은 이와 배치되며, 무단결석은 미인정 결석에 속한다.

문제는 인정 결석의 범위가 교장 재량에 따라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시설 안전 문제로 결석한 학생에게 인정 결석 대신 무단결석이 주어진 건, 안전 문제를 사실상 부인한 걸로 읽힌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학교 측이 내세운 안전 점검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한다. 그는 지난 22일 49페이지에 달하는 자문 의견서를 공개하며 붕괴 위험성을 거듭 경고했다. 해당 의견서에 따르면 앞선 안전 점검은 옹벽 붕괴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의견서 내용을 종합하면 그간의 안전 점검은 ▲조사 표본 수가 부지 규모에 비해 매우 불충분했고 ▲옹벽 석축 인근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석축 뒤쪽 지질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균열·침하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이 부족했다.

이수곤 교수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관련 기관 이 교수 나서자 황급히 태세 전환

이 교수는 인근 아파트 공사를 옹벽 붕괴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각종 징후를 종합해볼 때, 인근 아파트 공사와 옹벽 붕괴 현상 사이에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며 “옹벽이 붕괴되면서 지반 균열과 침하, 단수 현상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축 인근에서 지하 터파기 공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며 “공사 중 보강공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석축 곳곳에서 균열과 튀어나온 지점이 발견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제일초 옹벽은 철저한 보강공사가 시급하며, 일부 보수보다도 전면 개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자문 의견서가 전달된 뒤,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태세를 완전히 전환했다. 제일초는 다시 내부 협의를 거쳐 학생 출석 여건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교육지원청 역시 문제 재진단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제일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석 문제는 ‘기타 인정 결석’으로 처리하기로 다시 협의했다”며 “결석 기록을 꺼리는 학생은 가정체험학습으로 돌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 점검을 재차 시행하기 위해 교육지원청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그린스마트 학교’로 선정돼 2025년 리모델링을 앞둔 만큼,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일초는 내부 협의를 통해 온·오프라인 동시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듣도록 해 교육여건을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020년에 이어 올해도 관련 민원이 있어 각종 조사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었다”며 “안전 검사 결과에 대한 반박이 제기된 만큼, 시청과 LH 등에 공문을 발송해 관련 절차를 다시 밟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사안은 경기도교육청까지 보고가 올라간 사안”이라며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임 교육감은 지난 23일 오후 제일초를 찾아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감 간담회 자리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학부모들은 간담회에서 교육청에 “점검 대신 옹벽 개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밀검사를 진행한 뒤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교육청과 학부모 측이 각각 검사 업체를 선정해 비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다른 이들도 교육청 제안에 동의할지, 학부모 전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간담회에서는 ▲학교 건물 그린스마트 개축 ▲학생 긴급 이동 공간 확보 ▲전기시설 균열 임시 보수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반려했다. 등교 역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별관·옹벽 등과 달리 본관 건물은 안전하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관련 기관들이 문제를 다시 살피고는 있지만 “사실상 답보 상태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모두 엄중한 상황을 인식했음에도, 시원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학부모 사이에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학부모는 “기관에서 검토한다는 것도 재점검 여부를 가리키는 것이지, 개축 여부를 논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번에는 학생 안전을 위한 조치가 최대한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 최근 성남시청 홈페이지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에는 제일초 관련 청원이 수차례 올라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청원은 접수 나흘 만에 지지수 2100건을 넘겼다.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최고치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학교 시설 폐쇄 및 안전지대 임시 모듈러 교실 설치’와 ‘지반 기초 다지기’ ‘본관과 별관 개축’ 등을 요청했다.

“성남시청
대답해야”

성남시청은 조만간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 영상’을 게시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청에 따르면 청원 접수 후 30일간 20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청원이 성립된다. 성립된 청원은 관련 부서 검토를 거친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토목 전문가 이수곤 교수
“반복되는 붕괴 원인은 시스템 부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7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붕괴 위기·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올해만 해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등이 터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는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인의 안전불감증보다도 정확한 상황 진단을 막는 점검 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성남 제일초 붕괴 위기’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밀 점검 결과가 기존과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모두들 당시 (점검을) 주관했던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지, 정해진 대로 따른 사람에게 책임을 다 떠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난관리 시스템은 형해화 상태다. 안전 점검을 할 때 크로스체크가 이뤄져야 하고, 또 이중삼중의 그물망으로 촘촘한 체계가 필요한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공무원들도 업무 범위를 벗어나 판단·행동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 ‘실수’로 모는 행태는 너무 야박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고가 난 뒤 누구 잡아 처벌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가장 중요한 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재난 관리 시스템 아래 예방 대책이 마땅치 않다. 담당 인력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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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