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용산발 봉창 두드리기

문재인정권이 들어서고 집권 중반 정도의 일이다.

당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보수단체 사람들이 문 대통령 퇴진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었다.

한 사람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필자에게 다가와 서명에 동참을 요구했다.

그 사람에게 “문 대통령이 퇴진하면 이야깃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니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여 필자가 “시사 칼럼을 쓰는데 문 대통령은 좋은 소재기에 곤란하다”는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그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며 물러섰다.

최근에 지인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김없이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말미에 ‘저거 끝까지 가겠느냐’며 우려를 표한다.

그들에게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줘야 한다고.

각설하고, 우리말에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표현이 있다.

봉창은 과거에 흙으로 벽을 세운 집에 채광과 통풍을 위해 벽을 뚫어서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 없이 안쪽으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이다.

아울러 자다가 봉창을 두드린다는 건 한참 단잠 자는 새벽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들겨 놀라 깨게 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정권의 행태가 딱 그렇다. 왜냐? 

필자가 무수하게 언급했듯 윤 대통령은 검찰 일 외에는 무지하고 아울러 모든 사안에 대해 오로지 검찰 시절 몸에 밴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근하게 최근에 발생했던 두 가지 사실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의 명칭에 대해서다.

언론 보도 내용을 살피면 기껏 국민공모까지 해놓고 정식 명칭을 ‘용산 대통령실’로 정했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윤석열’이 아닌 ‘제20대 대통령’이라 칭하는 일과 진배없다.

돌려 이야기하면 윤정권은 단적으로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속 빈 강정과 진배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발상이 가능할까.

대통령 집무실에는 대통령밖에 없다는 사고 때문에 그렇다. 다시, 뼛속까지 검찰인 윤 대통령의 머리에는 자신을 보좌하는 인간들(참모 및 보좌진)은 단지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조언한다. 기왕에 미국의 백악관을 모방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버리고 나간 마당에 그 명칭 역시 백악관을 모방함이 옳다.

즉 백악관의 ‘흰 흙’을 의미하는 악(堊)을 ‘칠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도(塗)로 바꾸어 ‘백색으로 칠한 집’이라는 의미에서 ‘백도관’이라 칭함이 이롭다. 

다음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대목에 대해서다.

여러 핑계를 대지만 결국 윤정권이 경찰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이 시점에 그 일이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외쳐대는 공정과 상식에 합치하느냐에 대해서다.

한마디로 ‘개뿔’이다.


간략하게 두 가지만 예로 들었지만 윤정권의 행태를 살피면 사안의 본질은 무시하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이 현상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데 그래서 다수의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들레란 단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들은 윤정권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명분을 걸었지만 그를 역으로 바라보면 윤정권의 실패를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필자를 위해서라도.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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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