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

“미·중에 ‘NO!’ 할 수 있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우리 역사를 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름 없는 민초가 의병이 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켰다. <일요시사>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지키기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의병정신’으로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났다.

<일요시사>는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나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통일의병을 소개한다면.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께서 이사장으로 계시는 ‘평화재단’ 산하단체다. 법륜 스님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구 중심의 평화재단을 2004년 창립했고 2009년 평화통일 리더의 발굴을 위해 교육사업으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 졸업생이 중심이 돼 2013년 통일의병을 창립했다.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의 사상을 따르고, 실천하는 시민단체다. 그렇다고 종교단체는 아니다.

내부적인 주 활동은 통일의병 확대를 위한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통일의병학교’를 상·하반기 연 2회 진행하며 대외적으로 3회째를 맞고 있는 UCC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대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님 이력도 궁금하다.

▲2009년 평화리더십아카데미 1기 졸업생으로 2013년 창립 당시 공동대표 역할을 했고, 이후 김홍신·조성식 공동대표를 모시고, 2014년부터 3년간 사무총장 역할을 했다. 2017~2018년 평화재단에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4년째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은?

▲미중 대결 속에서 한반도가 냉전체제로 가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만일 신냉전체제가 형성된다면, 평화 정착도 힘들고 통일은 한동안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시작은 ‘대화와 타협’인데 남북, 북미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강대강’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하고 핵무력 강화와 핵무기 사용까지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선 미국은 북한과 대화나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결국면이 격화되고 있다. 

‘강대강’ 대결국면 격화 상황
‘평화냐 냉전이냐’ 기로에 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과거의 핵이 미국용이었다면, 지금은 대한민국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안보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신냉전체제 구축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신냉전체제가 구축되면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중국과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냉전체제로 가느냐, 평화로 가느냐의 길목에 서 있다.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중 관계, 미중 관계, 한미 관계, 여야 관계 등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여야의 합의라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의 진전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의 협치의 수준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남북 관계를 잘 풀어도 야당이 발목 잡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 간 중요한 합의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 법적 효력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소한 남북 정상회담장에 여당과 야당 대표가 함께 참여할 정도가 돼야 국회의 비준동의가 가능하고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관계에 있어 여당의 목소리와 야당의 목소리가 다르게 전달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이 미국에 먹힐 가능성은 없다. 진보 계열 정부가 여당일 때 미국에 북미 대화를 촉구하면 야당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북미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까? 미국이 하고 싶은 대로 한반도 정책을 펼쳐도 거칠 것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정치권의 협치 수준만큼 진전할 수밖에 없다. 협치가 관건이다.

-전 정부에서 부족했던 점은?

▲첫 번째, 남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친 점이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북한과 미국에서 넘기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이 정부가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했는데 철도 잇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어느 것 하나 이뤄낸 것이 없다. 

“한미 동맹 강화 속 입장 명확히 해야”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세 번째는 남북합의를 제도화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500여개가 남북합의서 비준동의를 요구하자 국회의원 120여명이 동의하고 청와대에 비준동의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보내지 않아 법제화에 실패했다. 결국 새 정부가 현 정부의 남북합의를 깡그리 없애도 어떻게 할 수단이 없다. 기분은 좋았겠지만 제도적 성과로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네 번째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보다 집권세력의 성과로 독차지한 것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정치적 계산으로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지금 한반도는 평화로 가느냐, 냉전으로 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일방적으로 한미 동맹을 주장하면서 미국 편에 서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외교를 펼치면 냉전으로 갈 것이고, 냉전체제가 형성되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긴장 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한미 동맹 강화 속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하고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다르고 이익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의 이익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후순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미·중 대결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군사력 6위, 경제력 9위의 주권국가의 국격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 어떻게 봐야 하나.

▲통일의병 같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관군이 잘하면 시민들이 의병활동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만들어지면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던 만주와 시베리아를 맘껏 느끼고 싶다.

시민운동을 끝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협치가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협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민 여론을 모아 나가야 할 정치가 오히려 분열과 대결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정치가 바뀐 만큼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도 진전한다는 신념으로 정치개혁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통일의병의 앞으로의 계획은?

▲통일의병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내년 7월23일까지 전개할 계획이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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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