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이 화 부른 김성회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0:56:37
  • 호수 1375호
  • 댓글 0개

대통령실 초토화시킨 ‘막말 종결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를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했다. 그 후로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김 비서관은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라고 말해 자진사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질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임명 후 그의 별명은 ‘폭탄·혐오발언 제조기’였기 때문이다.

김성회 전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윤석열정부 출범 대통령실 비서관급 첫 낙마 사례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지켜보겠다던 대통령실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자칫 윤석열정부의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운동권 출신
활동가의 길

혐오 발언으로 사퇴를 부른 김 전 비서관은 1965년 충북 괴산군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화려한 운동권 경력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민족 통일·민주 쟁취·민중 해방 이념을 목표로 한 전국 학생 총연합 삼민투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연세대학교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1985년 4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1986년 5월 출소한 김 전 비서관은 인천과 수원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1987년 5월 위장취업이 들통나 다시 구속됐지만 두 달 만에 석방됐다. 그 후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구속돼 1년여의 옥살이를 했다.

1990년 연세대학교에 복학해 고시 공부를 시작했으나 집중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운동단체의 상근 활동가의 길을 선택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연합이란 단체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았다. 1997년에는 대통령선거 때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통령후보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운동권 활동가의 삶을 살던 그는 DJ(김대중)정부 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1999년 6월 그는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청와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김 전 비서관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 경선 당시 이인제 캠프에 합류했다. 

이인제 캠프에서 경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맛본 그는 이후 급격하게 정치적 방향을 바꿨다. 김 전 비서관은 2007년 인터뷰에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능동적인 산업화를 위해 국민적 힘을 모았다. 굉장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동원 능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승만에 의해 토지개혁이 강도 높게 이뤄졌다. 또 국민 너나 없이 교육 받을 수 있게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비서관은 뉴라이트 창립에도 직접 관여했다. 당시는 이인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2005년이다. 당시 <충청리뷰>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장일 전 자민련 국장과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전신이 되는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결성했다.

끝없이 정치 향한 도전
함께 터진 과거 발언들

이어 2007년에는 이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새누리당으로 당을 갈아타는 기간에도 김 전 비서관은 함께했다. 

김 전 비서관이 직접 정치 행보를 걷기도 했다. 비록 탈락했지만 2014년에 새누리당 청원군 당원협의회장 공모에 응시했다.

2016년 11월10일 창립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중앙회장을 맡았다. 이전까지는 운동권 출신과 뉴라이트로 이름을 알렸다면, 반 전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을 맡은 뒤로는 판도가 바뀌었다. 이 팬클럽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지역을 거점으로 생긴 순수 팬클럽으로 시작했다. 

반딧불이 회원은 2만5000명이나 됐고 정치인도 다수 참여했다. 반 전 총장이 한국에 입국할 당시 김 전 비서관은 500명 정도 회원과 함께 환영하는 활동을 했다.

정치인이 참여하는 싱크탱크 ‘글로벌 시민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글로벌 시민포럼에서 ▲군대 ▲저출산 ▲보육 ▲결혼 ▲일자리 ▲해외 취업 등 청년 정책을 망라해 거론했다.

2017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직간접적 지원사격을 펼쳤다. 이런 방식으로 김 회장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폭탄·혐오발언 제조기’ 별명은 김 전 비서관의 정치활동과 함께 시작됐다.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김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누리꾼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전 비서관은 “그럼 정부가 나서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는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진정성
어디로?

페이스북은 이를 두고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차단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김 전 비서관은 “누군가 제 페이스북을 보며 끊임없이 신고한다. 어이없는 사안을 가지고 차단켜서 나의 언로를 막으려고 작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너무 심하다. 예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019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인보우 합창단은 동성애와 상관없다.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며 “선천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에 동성애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 한 막말은 여성 비하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3월1일 김 전 비서관은 인터넷 언론사 <제3의길>에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노리개였다’는 칼럼을 썼다.

이 칼럼에서 그는 “일반 여성 노비들의 경우 결혼하기 전에는 낮에 집안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양반집 주인이나 그 아들의 성노리개가 돼야 했다. 그리고 결혼은 노비를 양산하기 위해 주인이 정해주는 대로, 다른 외거 노비나 일반 양민과 결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주인이 노비가 결혼해 살림하는 곳으로 찾아와 남편을 내쫓고 잠자리를 갖기 일쑤였다. 즉, 결혼하고서도 성노리개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문화센터
공금 횡령도

김 전 비서관의 과거 발언이 화두가 된 것은 그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된 후부터다. 이미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는 김 전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을 의식했는지 김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밀린 화대’ 발언,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발언 등에 관해 설명했다. 우선 ‘밀린 화대’에 관해서는 “박근혜정부 때 진행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두고 포괄적 사과와 배상이 이뤄지자 누리꾼이 트집을 잡았다.

개인 보상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누군가와 언쟁을 하면서 댓글로 짤막하게 대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이건 페이스북에서 개인 사이 언쟁으로 일어난 일이다. 지나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깨끗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동성애 발언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했다. 

사과문을 통해 그는 “개인들의 다양한 성적 취향에 대해 존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인데 동성애를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며 “이런 경우에는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한 혐오 발언의 성격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위안부) 화대라도 받아내라고”
“동성애, 정신병 일종으로 생각”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 성노리개”

김 전 비서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사과문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사과문에 진심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비서관이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면서도 비판이 과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억울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무늬만 사과”라며 “왜곡된 역사 인식과 그릇된 가치관에 아무런 단서도 달지 말고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김 전 비서관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11일 “김 전 비서관이 혐오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말과 달리 오래된 혐오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며 “발언을 한 이가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동성혼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하던 대통령은 자신이 처음으로 임명한 비서관의 이러한 혐오 발언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며 “평등과 존엄을 규정한 헌법 준수 의무를 선언한 이로써 임기 이틀 만에 성 소수자들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질책했다.

문제는 김 전 비서관의 문제가 막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전 비서관은 과거 대표로 있었던 ‘한국다문화센터’의 공금을 횡령하고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다문화센터는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2016년 김 전 비서관은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로 재임했다. 당시 본인 소유의 SUV 차량을 할부로 구입했지만, 차량 구매 할부금은 다문화센터가 내게 했다. 차량 할부금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아닌 한국다문화센터 명의 계좌로 바꿔놓은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이 한국다문화센터 공금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다. 이런 수법으로 김 전 비서관은 2016년 11월21일부터 2018년 3월20일까지 약 437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그는 2019년 3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 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문화센터의 자문 관리 등을 총괄하는 이사로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다문화센터의 자금을 자신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고자 했다. 불법 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임명 직후 
사퇴 여론

김 전 비서관은 “차량은 다문화센터 업무를 위해 사용했고, 횡령의 고의는 없었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2020년 11월10일 ‘400만원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광훈 매체서 ‘김건희 찬양’ 후 비서관 내정됐던 김성회

윤석열정부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후 자진사퇴한 김성회 전 비서관은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성향 매체 논설위원을 맡아 여러 차례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를 치켜올리는 기사와 칼럼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회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21일 <자유일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올렸다.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닷새 뒤 김 전 비서관은 같은 매체에 “윤석열이라는 시골 검사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대선 당일인 3월9일 칼럼에서도 “고구려 귀족 집단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선택하고 키웠듯이, 김건희 대표는 파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썼다.

<자유일보>는 2020년 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창간한 매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6일 설교에서 “조·중·동이 박근혜 탄핵에 앞서는 바람에 내가 <자유일보>라는 일간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 대표이자 발행인은 전 목사의 딸인 전한나씨다.

이 매체는 누리집에 ‘공산제국주의 세력과의 100년 전쟁을 주요 테마’라고 명시하고, 올해를 ‘건국 74년’이라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등 극우 성향을 띤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부터 객원 논설위원과 논설위원으로 30여개의 칼럼을 썼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