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이 화 부른 김성회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0:56:37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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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초토화시킨 ‘막말 종결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를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했다. 그 후로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김 비서관은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라고 말해 자진사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질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임명 후 그의 별명은 ‘폭탄·혐오발언 제조기’였기 때문이다.

김성회 전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윤석열정부 출범 대통령실 비서관급 첫 낙마 사례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지켜보겠다던 대통령실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자칫 윤석열정부의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운동권 출신
활동가의 길

혐오 발언으로 사퇴를 부른 김 전 비서관은 1965년 충북 괴산군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화려한 운동권 경력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민족 통일·민주 쟁취·민중 해방 이념을 목표로 한 전국 학생 총연합 삼민투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연세대학교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1985년 4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1986년 5월 출소한 김 전 비서관은 인천과 수원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1987년 5월 위장취업이 들통나 다시 구속됐지만 두 달 만에 석방됐다. 그 후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구속돼 1년여의 옥살이를 했다.


1990년 연세대학교에 복학해 고시 공부를 시작했으나 집중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운동단체의 상근 활동가의 길을 선택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연합이란 단체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았다. 1997년에는 대통령선거 때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통령후보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운동권 활동가의 삶을 살던 그는 DJ(김대중)정부 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1999년 6월 그는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청와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김 전 비서관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 경선 당시 이인제 캠프에 합류했다. 

이인제 캠프에서 경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맛본 그는 이후 급격하게 정치적 방향을 바꿨다. 김 전 비서관은 2007년 인터뷰에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능동적인 산업화를 위해 국민적 힘을 모았다. 굉장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동원 능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승만에 의해 토지개혁이 강도 높게 이뤄졌다. 또 국민 너나 없이 교육 받을 수 있게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비서관은 뉴라이트 창립에도 직접 관여했다. 당시는 이인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2005년이다. 당시 <충청리뷰>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장일 전 자민련 국장과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전신이 되는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결성했다.

끝없이 정치 향한 도전
함께 터진 과거 발언들


이어 2007년에는 이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새누리당으로 당을 갈아타는 기간에도 김 전 비서관은 함께했다. 

김 전 비서관이 직접 정치 행보를 걷기도 했다. 비록 탈락했지만 2014년에 새누리당 청원군 당원협의회장 공모에 응시했다.

2016년 11월10일 창립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중앙회장을 맡았다. 이전까지는 운동권 출신과 뉴라이트로 이름을 알렸다면, 반 전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을 맡은 뒤로는 판도가 바뀌었다. 이 팬클럽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지역을 거점으로 생긴 순수 팬클럽으로 시작했다. 

반딧불이 회원은 2만5000명이나 됐고 정치인도 다수 참여했다. 반 전 총장이 한국에 입국할 당시 김 전 비서관은 500명 정도 회원과 함께 환영하는 활동을 했다.

정치인이 참여하는 싱크탱크 ‘글로벌 시민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글로벌 시민포럼에서 ▲군대 ▲저출산 ▲보육 ▲결혼 ▲일자리 ▲해외 취업 등 청년 정책을 망라해 거론했다.

2017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직간접적 지원사격을 펼쳤다. 이런 방식으로 김 회장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폭탄·혐오발언 제조기’ 별명은 김 전 비서관의 정치활동과 함께 시작됐다.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김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누리꾼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전 비서관은 “그럼 정부가 나서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는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진정성
어디로?

페이스북은 이를 두고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차단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김 전 비서관은 “누군가 제 페이스북을 보며 끊임없이 신고한다. 어이없는 사안을 가지고 차단켜서 나의 언로를 막으려고 작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너무 심하다. 예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019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인보우 합창단은 동성애와 상관없다.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며 “선천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에 동성애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 한 막말은 여성 비하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3월1일 김 전 비서관은 인터넷 언론사 <제3의길>에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노리개였다’는 칼럼을 썼다.

이 칼럼에서 그는 “일반 여성 노비들의 경우 결혼하기 전에는 낮에 집안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양반집 주인이나 그 아들의 성노리개가 돼야 했다. 그리고 결혼은 노비를 양산하기 위해 주인이 정해주는 대로, 다른 외거 노비나 일반 양민과 결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주인이 노비가 결혼해 살림하는 곳으로 찾아와 남편을 내쫓고 잠자리를 갖기 일쑤였다. 즉, 결혼하고서도 성노리개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문화센터
공금 횡령도

김 전 비서관의 과거 발언이 화두가 된 것은 그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된 후부터다. 이미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는 김 전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을 의식했는지 김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밀린 화대’ 발언,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발언 등에 관해 설명했다. 우선 ‘밀린 화대’에 관해서는 “박근혜정부 때 진행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두고 포괄적 사과와 배상이 이뤄지자 누리꾼이 트집을 잡았다.


개인 보상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누군가와 언쟁을 하면서 댓글로 짤막하게 대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이건 페이스북에서 개인 사이 언쟁으로 일어난 일이다. 지나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깨끗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동성애 발언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했다. 

사과문을 통해 그는 “개인들의 다양한 성적 취향에 대해 존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인데 동성애를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며 “이런 경우에는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한 혐오 발언의 성격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위안부) 화대라도 받아내라고”
“동성애, 정신병 일종으로 생각”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 성노리개”

김 전 비서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사과문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사과문에 진심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비서관이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면서도 비판이 과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억울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무늬만 사과”라며 “왜곡된 역사 인식과 그릇된 가치관에 아무런 단서도 달지 말고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김 전 비서관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11일 “김 전 비서관이 혐오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말과 달리 오래된 혐오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며 “발언을 한 이가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동성혼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하던 대통령은 자신이 처음으로 임명한 비서관의 이러한 혐오 발언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며 “평등과 존엄을 규정한 헌법 준수 의무를 선언한 이로써 임기 이틀 만에 성 소수자들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질책했다.

문제는 김 전 비서관의 문제가 막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전 비서관은 과거 대표로 있었던 ‘한국다문화센터’의 공금을 횡령하고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다문화센터는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2016년 김 전 비서관은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로 재임했다. 당시 본인 소유의 SUV 차량을 할부로 구입했지만, 차량 구매 할부금은 다문화센터가 내게 했다. 차량 할부금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아닌 한국다문화센터 명의 계좌로 바꿔놓은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이 한국다문화센터 공금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다. 이런 수법으로 김 전 비서관은 2016년 11월21일부터 2018년 3월20일까지 약 437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그는 2019년 3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 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문화센터의 자문 관리 등을 총괄하는 이사로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다문화센터의 자금을 자신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고자 했다. 불법 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임명 직후 
사퇴 여론

김 전 비서관은 “차량은 다문화센터 업무를 위해 사용했고, 횡령의 고의는 없었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2020년 11월10일 ‘400만원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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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전광훈 매체서 ‘김건희 찬양’ 후 비서관 내정됐던 김성회

윤석열정부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후 자진사퇴한 김성회 전 비서관은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성향 매체 논설위원을 맡아 여러 차례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를 치켜올리는 기사와 칼럼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회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21일 <자유일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올렸다.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닷새 뒤 김 전 비서관은 같은 매체에 “윤석열이라는 시골 검사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대선 당일인 3월9일 칼럼에서도 “고구려 귀족 집단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선택하고 키웠듯이, 김건희 대표는 파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썼다.

<자유일보>는 2020년 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창간한 매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6일 설교에서 “조·중·동이 박근혜 탄핵에 앞서는 바람에 내가 <자유일보>라는 일간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 대표이자 발행인은 전 목사의 딸인 전한나씨다.

이 매체는 누리집에 ‘공산제국주의 세력과의 100년 전쟁을 주요 테마’라고 명시하고, 올해를 ‘건국 74년’이라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등 극우 성향을 띤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부터 객원 논설위원과 논설위원으로 30여개의 칼럼을 썼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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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