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는’ SM벡셀 직원 탄압 의혹

“내보내려 안달” vs “기업 흠집내기”
2년 동안 질질 끈 진실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SM벡셀. 2020년 한 직원이 퇴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부당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까지 앓은 직원. 이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 2년을 끌어온 양측의 진실공방은 이제 그 종착역만을 남겨뒀다.

직원 A씨가 SM벡셀에 입사한 때는 2019년 8월. 그는 정규직 입사 약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직을 강요받았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집요한 사직 요구는 8번이나 반복됐다. A씨는 “2020년 3월16일, B 영업본부장(이하 B 본부장)이 나를 부르더니 ‘퇴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사직 요구가 반복될 때마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사직 강요

이어 “인사총무팀에게 사직 요구의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B 본부장은 내가 인사팀에게 문의한 사실을 알고 그것까지 질책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2020년 3월26일 이뤄진 A씨와 B 본부장의 면담 녹취를 입수했다. A씨는 B 본부장에게 사직 이유를 계속 물었다. 하지만 B 본부장은 30분간 이어진 대화에서 “회사가 준비가 안 됐다”거나 “너 정말 모르냐”는 등 두루뭉술한 답변만 반복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와 제27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정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그 이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제시해야 한다.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일방적인 요구. A씨가 이에 응해줄 이유는 없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보름 동안 사직 요구를 네 번 받았고, 이를 모두 거절했다.

결국 B 본부장이 칼을 빼들었다. B 본부장은 A씨가 네 번째 사직 요구를 거절한 직후,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야, 어디가!”라고 소리치거나 “내가 참 대단한 직원 하나 뽑았네” 등의 비꼬는 말을 일삼았다.

얼마 뒤에는 A씨에게 ▲일일업무 작성 ▲법인카드 반납 ▲외근 통제 ▲모든 업무의 최초 계획과 지연 사유 보고 ▲기존 업무 배제 후 본인의 업무역량 보고 등 각종 지시를 내렸다.

A씨는 이를 두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지시였다”며 “사직 요구를 거절한 뒤 이런 지시가 쏟아진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꼬집었다.

A씨에 대한 압박은 계속됐다. 어느 날에는 A씨 자리가 B 본부장 바로 앞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B 본부장이 전 직원을 소집한 자리에서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A씨 입사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사하겠다”며 “입사 과정에서의 허위사실·상품 출시 및 인증과 관련된 문제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공식석상에서 사람을 죄인 취급했다. 내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퇴사 요구 거부하자 부당 징계 주장
사측 “사실과 달라…법적 대응 고려”


이윽고 휴대폰 요금, 자동차 보험료 등 영업사원 수당 지급도 끊겼다.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서 비급여액을 몰래 삭감하려다 A씨에게 사전 적발되기도 했다.

갖은 괴롭힘이 이어지는 동안, A씨는 큰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을 드나들게 됐다.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들 수조차 없었다.

이후로도 ‘A씨 죽이기’는 계속 이어졌다. 2020년 6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A씨는 적극적인 진술과 소명서 제출로 대응했지만, 결국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B 본부장을 비롯해 그를 괴롭혔던 여러 사람들이 인사위원·참고인 등으로 속속 참여한 가운데, A씨에게는 ‘무급 정직 3개월’이라는 처벌이 내려졌다.

A씨는 재심을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10월경 복직한 A씨는 곧바로 인사발령됐다. 하루 1~2건의 고객 불만 접수를 처리하고, 일이 없을 때는 모니터만 보고 있는 한직에 배치됐다. 정직 전의 업무와 연관성도 없었다. A씨가 항의하자 “업무가 없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없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B 본부장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을뿐더러, 내 성과가 적힌 업무평가 결재를 반려했다”며 “복직 이후로도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급기야 호흡곤란 증세와 함께 실신했고,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A씨는 사흘간 입원해 집중 약물치료를 받았다.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든 상황에서 그는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갑자기
정직 처분

A씨의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지시·부당조치·차별대우를 받았는가.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피해 사실 중 일부를 열거한 답신을 보냈지만 묵살당했다.

재택근무를 요청한 바로 다음 날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지시받았지만, 여기서도 A씨는 재택근무 대상에 들지 못했다.

사내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그는 벡셀을 인수한 SM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그룹 건의함·이메일 등을 통해 그룹 측에 피해 사실을 꾸준히 알렸다. 한때 조사가 잠시 이뤄지긴 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내사종결됐다.

A씨는 “그룹 감사실 또한 벡셀의 비위행위를 감출 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생각에 힘들고 허탈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적응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A씨의 병원 진료·유급휴가·병가 등을 반려했다. 오히려 A씨에게 결근을 지시했고, 그가 병원 진료를 위해 결근하자 주휴수당을 차감했다.

진료를 위한 무급휴가·결근은 계속 이어졌고, 그만큼 급여가 깎였다. 심할 때는 한 달에 70만원씩 공제되기도 했다. 반대로 A씨가 감당해야 할 병원비는 계속 불어났다. 그가 스스로 지불한 병원비는 이미 500만원을 넘어섰다. 지원금이라고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한 80만원뿐이었다. 

지노위·복지공단이 피해자 손들자
“당연히 근로자 편들 것” 재심 포기

회사에서 생긴 병을 치료하겠다는데, 회사에서는 돈을 지원해주긴커녕 오히려 줄 돈도 깎은 셈이다.

이 와중에도 B 본부장은 사직을 종용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무급 병가를 쓰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A씨는 “어떻게 되든지 오는 7월이면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며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대충 예상이 되는데, 그걸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힘들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려 했지만, 과도한 요구 조건을 내걸어 수용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A씨에게 이를 통보하자 그때부터 산업재해 신청·재택근무 요청·공론화 위협 등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쪽(SM벡셀) 임원들이 제기한 근무태만·업무 불이행 등 여러 문제점 중 하나만 갖고도 얼마든지 해고 사유가 되는 것 아니냐”며 “따돌림을 당한 것,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 등은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의 ‘징계결의서’에 따르면 SM벡셀 측이 주장하는 A씨의 잘못은 ▲상사 업무지시 불이행 ▲업무상 과실로 회사 손실 야기 ▲개인사업 영위 ▲허위 보고 ▲동료 간 공포감 조성 등 총 5가지다. 

하지만 회사 측의 이 같은 주장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럿 존재한다. 일단 대부분의 주장에 ‘증거’가 부족하다. A씨는 피해사실 입증을 위해 각종 녹취와 문건·회사 이메일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A씨의 근무태도를 지적하는 일부 직원들의 진술서 이외에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마땅치 않다.

직장 내 
괴롭힘?

이와 관련해 SM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증명을 잘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직원들을 질책하면서 매번 녹음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사측 주장 중 일부가 명확하게 틀린 점도 확인됐다. 사건의 기본적인 선후 관계를 무시한 결과다. 앞서 사측은 “A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A씨가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하고 재택근무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B 본부장이 A씨를 불러 “6개월치 급여를 줄 테니 사건을 정리하라”고 제안하고, 다시 A씨가 역제안을 하다 협상이 결렬된 날은 2020년12월22일로 확인된다. 당일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메일이 남아있다. 사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재 신청과 재택근무 요구는 이날 이후에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로부터 5개월 전인 2020년 7월 말에 이미 산재 신청을 마쳤다. 재택근무 요청도 이보다 앞선 2020년12월10일에 있었던 일이다.

‘요구’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A씨는 “회사에서 ‘몇 개월치 급여를 줄 테니 나가달라’는 식으로 계속 말하길래 홧김에 조건을 올려쳤다”며 “나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 가지고 돈을 이유로 ‘회사를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결정적으로 지방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등에서도 A씨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이들은 사측의 주장도 검토했지만, 대부분 근거가 부족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0년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A씨에게 내려진 정직 3개월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지노위는 사측에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A씨에게 3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적응장애’ 업무상 질병 인정
회사는 진료·휴가·병가 반려

판정서에 따르면, 당시 사측이 제시했던 세부 징계 사유는 8가지였다. 지노위는 이 중 한 가지만을 정당한 징계사유로 보고, 나머지 7가지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일일업무보고·주간업무보고 지시 불이행은 인정되지 않았고, 월간업무보고 지시 불이행만 인정된 것이다.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판정서에서 A씨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퇴직 종용 과정에서 각종 부당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반박하는)회사 측 주장은 사실로 판단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직 후 인사발령을 두고는 “사측은 징벌적 배치 전환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신청인 1인이 근무하는 부서로 업무 배제에 가까운 전환으로 생각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상기된 내용으로 미뤄볼 때 회사와의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신청인에게 ‘고도’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부연했다.

사측에 이 같은 판정 결과에 대해 문의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지노위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 편을 들어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측은 판정에 대한 별도의 재심 요청을 하지 않았다.

각종 판정이 있었던 후로도 회사의 ‘탄압’은 계속돼왔다. A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각종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부당 징계를 넘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다퉈온 양측의 대립을 결판낼 마지막 ‘한 방’이다.

A씨는 “이미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하며 근로자에게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등 사용자 의도가 아주 불순하다”며 “판정이 아닌 판결이 나와도 이렇게 발뺌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다툼
마지막 승부 

한편 SM그룹 관계자는 “회사에 ‘소송하겠다’고 통보했으면 그대로 하면 될 일이다. 계속 언론에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A씨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아직 ‘팩트’도 없고, 쌍방의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유감이다. 결국 ‘대기업 흠집내기’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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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