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보험금 사냥꾼 이은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26 10:19:48
  • 호수 1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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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놓치고 방송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보험 사기는 10년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 남편 보험금을 노린 잔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여러 차례 살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년 전 ‘엄여인 보험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가 지난 19일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페이스쉴드와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이은해는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포승줄에 결박된 조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송됐다.

8억 노린 
계곡 살인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부작위범을 결과에 의해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버린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이은해는 경찰 검거망이 좁혀오자 당일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은신처인 오피스텔 건물 15층으로 오도록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은신처 오피스텔 건물을 파악하고 탐문하던 경찰은 해당 건물 15층으로 가 복도로 나온 조현수를 만났고, 조현수 안내에 따라 22층 오피스텔 안에 있던 이은해까지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실제 은신처인 22층이 아니라 15층으로 오도록 한 의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19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섰다. 이은해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며 “지금까지 온 길보다(가야 할 길이) 훨씬 멀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가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예상했다. 또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윤씨에게) 아무런 신체접촉이 없었다”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은해는)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남편 명의 생명보험 4건 계약
보험 실효 4시간 앞두고 숨져

이어 “(물에 빠진 윤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 범죄를 도와준 인원을 최소 4명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은해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은해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범인 은닉이나 범인 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가 많은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은해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 하기는 어렵다. 이은해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지난 2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A4 용지 2장, 1600자에 가까운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은해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 중 3분의 1을 복어 독을 이용한 1차 살해 시도를 부인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은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텔레그램으로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고,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이를 추궁하자 다음날 이은해는 도주했다.

이은해는 “너무나 나쁜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해하려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느냐”며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사망 사건 당일에는 이은해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용소계곡으로 놀러갔다. 함께 간 지인 5명은 모두 이은해의 지인이었다. 그중에는 조현수도 있었다. 용소계곡은 수심 4m로 폭포 위에서 다이빙하기에 충분했다. 이은해 지인들은 다이빙하면서 놀았지만,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윤씨는 내내 얕은 물에서만 있었다. 

4개월 도피
조력 최소 4명

지인들에 따르면 윤씨는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당시에 7명이 함께 물놀이하다가 오후가 돼서 날이 쌀쌀해지고 추워지니까 남녀 한 쌍은 주차장으로 갔다. 해질 시간이 가까우지면서 주위 인파도 급격하게 줄었다. 저녁 8시경 계곡에는 이은해와 윤씨, 그리고 조현수와 부부 한쌍의 다섯 명만 남았다.

이은해는 돌아가기 전에 다이빙을 하자고 제안했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거절하자 이은해는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이은해를 말리고 본인이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며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계곡을 건너 다이빙하기 위해 폭포 위로 올라갔다. 남성 2명이 물 속으로 다이빙한 뒤 마지막으로 윤씨가 다이빙을 했다. 윤씨가 물 위로 얼굴과 팔이 떠오른 걸 본 사람들은 당연히 물 밖으로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은 윤씨가 물에서 나오지 않자 뒤늦게 사고라는 것을 인지했다. 119에 신고해 출동했지만 윤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윤씨는 보험 실효 4시간 전 가평 용소계곡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누구의 폭행이나 협박, 신체접촉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윤씨를 구조하려고 시도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내사종결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은해는 보험금 총 8억원을 수령하려 했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윤씨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은 미납으로 해지될 뻔한 상황이 지속·반복되면서 간신히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직원은 이은해가 8억원의 생명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 사기, 즉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은해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평 계곡 익사 사건은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돼 알려지게 됐다. 해당 방송은 놀랍게도 이은해가 SBS에 직접 제보해 전파를 탔다. 당시 이은해는 “보험사 측이 내가 보험금을 노렸다며 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유가족과 당시 일행을 만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험사 횡포가 아닌 이은해와 조현수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취재 후 방영이 예정됐다. 그러자 이은해가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방송은 그대로 송출됐다. 시청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거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결국 이은해는 SBS 상대로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경찰은 이은해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윤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먼저 다이빙한 조현수는 튜브를 타고 있었지만 윤씨에게 던져주지도 않았다. 

돈 못 받자
직접 제보

과거 이은해가 윤씨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2월 이은해와 조현수가 강원도 양양의 펜션에서 복어 피와 정소 등을 섞은 음식을 윤씨에게 먹여 살해하려 했다. 치사량의 독성에 미치지 않아서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인 5월에도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지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런 사실들이 포착되면서 용소계곡 건뿐만 아니라 두 건의 살인미수로도 추가 입건된 상황이다. 

윤씨 명의였던 생명보험은 가입 과정부터 수상했다. 이은해와 윤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고 5개월 뒤 윤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했다. 사망 담보 위주의 설계였다. 보험금이 비싸서 부담되다 보니까 사망보험금은 유지하되 보험료를 낮춰달라면서 설계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남편이 55세 이전 사망 시 8억원을 받지만 그 후에는 보험금이 급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윤씨가 사망했고 중간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하다가 겨우 되살리는 등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사망 당시 40세였던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이었다. 11살 어린 이은해를 만나 2016년 가을에 결혼했다. 채널 A에 따르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면서 결혼사진을 찍고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은해는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결혼을 강하게 원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과 한부모 보조금 혜택을 잃게 돼 미국에서 결혼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은해는 이전에 사귀던 남성 사이에 낳은 어린 딸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윤씨의 보험금을 노리고 미국에 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혼인신고해 사망보험금 수령이 불가능해지자 국내에서 재차 혼인신고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은해는 윤씨에게 혼인신고를 하면 한부모 지원금을 못 받으니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본가에서 받은 1억원에 대출금 4000만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꾸렸고, 2017년 3월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윤씨는 신혼집이 있는데도 수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윤씨는 이은해와 결혼 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거액의 채무와 수상한 금융거래 흔적까지 드러났다. 월급을 조현수에게 송금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도 사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 미안해” “전기금 끊긴다고 해서 3만8000원만 보내줘” “아껴 쓸게. 월급 탄 거 내가 다 보냈어. 돈이 하나도 없어 1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랑 생수 사 먹을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여행만 가면 가방 도난 신고
귀국 후 보험금 수차례 수령 흔적

윤씨가 장기매매로 돈을 벌려고 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시기에도 이은해는 해외여행을 계속 다니기도 했다. 과거 이은해는 여행자 보험금을 수차례 받았다. 2017년 9월 이은해는 당시 사귀던 남성과 일본 여행을 갔다.

혼인신고 6개월 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허위신고한 후 피해 신고 접수증을 받아 귀국한 다음에 보험금 150만원을 받았다. 2019년 5월에도 조현수와 마카오 여행 때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200만원을, 같은 해 9월에도 마카오 여행을 가서 똑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은해는 과거에도 남자친구 김모씨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2010년 인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한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김모씨는 사망했고 이은해는 사망 보험금을 수령했다. 사고는 당시 단순 교통 사망사고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2010년경 ‘인천 석바위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관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사고 당시 이은해가)동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 사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망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014년 의문사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은해와 교제하던 이모씨는 파타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태국에서 이은해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알았고, 이후 태국으로 건너가 이은해와 함께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태국 사고 현장에서도, 이은해와 동거하던 집에서도, 유품 중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2년 가까이 사귀는 동안 이은해와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휴대전화 없이 유족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의심했다.

현지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찾지 못했으며, 이씨의 사망은 사고사로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불거지면서 과거 사건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에 대해 “17년 전 엄여인 보험금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첫번째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 남편인 윤씨 사망일에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윤씨가 괴롭힘을 당하고 이은해는 웃고 있었다. 엄여인 본명인 엄인숙도 사람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보이는데 특히 보험 관련성도 있다. 이은해는 보험이 만료되지 않도록 관리했고 엄인숙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잠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로 심리적 지배 또는 기망이다. 엄인숙이 피해자를 극진히 간호하며 의심을 피했고 이은해는 남편을 지배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은 본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거나 기망 또는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2002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인 신동엽과 건축 디자이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 집을 개조해주거나 선물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러브하우스>
11세 효녀로 출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은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 중인 어려운 가정사를 공개했다. 이은해 부모는 “국가보조금 45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며 “은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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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