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보험금 사냥꾼 이은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26 10:19:48
  • 호수 1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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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놓치고 방송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보험 사기는 10년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 남편 보험금을 노린 잔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여러 차례 살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년 전 ‘엄여인 보험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가 지난 19일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페이스쉴드와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이은해는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포승줄에 결박된 조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송됐다.

8억 노린 
계곡 살인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부작위범을 결과에 의해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버린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이은해는 경찰 검거망이 좁혀오자 당일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은신처인 오피스텔 건물 15층으로 오도록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은신처 오피스텔 건물을 파악하고 탐문하던 경찰은 해당 건물 15층으로 가 복도로 나온 조현수를 만났고, 조현수 안내에 따라 22층 오피스텔 안에 있던 이은해까지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실제 은신처인 22층이 아니라 15층으로 오도록 한 의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19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섰다. 이은해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며 “지금까지 온 길보다(가야 할 길이) 훨씬 멀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가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예상했다. 또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윤씨에게) 아무런 신체접촉이 없었다”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은해는)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남편 명의 생명보험 4건 계약
보험 실효 4시간 앞두고 숨져


이어 “(물에 빠진 윤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 범죄를 도와준 인원을 최소 4명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은해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은해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범인 은닉이나 범인 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가 많은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은해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 하기는 어렵다. 이은해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지난 2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A4 용지 2장, 1600자에 가까운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은해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 중 3분의 1을 복어 독을 이용한 1차 살해 시도를 부인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은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텔레그램으로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고,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이를 추궁하자 다음날 이은해는 도주했다.

이은해는 “너무나 나쁜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해하려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느냐”며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사망 사건 당일에는 이은해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용소계곡으로 놀러갔다. 함께 간 지인 5명은 모두 이은해의 지인이었다. 그중에는 조현수도 있었다. 용소계곡은 수심 4m로 폭포 위에서 다이빙하기에 충분했다. 이은해 지인들은 다이빙하면서 놀았지만,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윤씨는 내내 얕은 물에서만 있었다. 

4개월 도피
조력 최소 4명

지인들에 따르면 윤씨는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당시에 7명이 함께 물놀이하다가 오후가 돼서 날이 쌀쌀해지고 추워지니까 남녀 한 쌍은 주차장으로 갔다. 해질 시간이 가까우지면서 주위 인파도 급격하게 줄었다. 저녁 8시경 계곡에는 이은해와 윤씨, 그리고 조현수와 부부 한쌍의 다섯 명만 남았다.


이은해는 돌아가기 전에 다이빙을 하자고 제안했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거절하자 이은해는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이은해를 말리고 본인이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며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계곡을 건너 다이빙하기 위해 폭포 위로 올라갔다. 남성 2명이 물 속으로 다이빙한 뒤 마지막으로 윤씨가 다이빙을 했다. 윤씨가 물 위로 얼굴과 팔이 떠오른 걸 본 사람들은 당연히 물 밖으로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은 윤씨가 물에서 나오지 않자 뒤늦게 사고라는 것을 인지했다. 119에 신고해 출동했지만 윤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윤씨는 보험 실효 4시간 전 가평 용소계곡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누구의 폭행이나 협박, 신체접촉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윤씨를 구조하려고 시도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내사종결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은해는 보험금 총 8억원을 수령하려 했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윤씨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은 미납으로 해지될 뻔한 상황이 지속·반복되면서 간신히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직원은 이은해가 8억원의 생명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 사기, 즉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은해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평 계곡 익사 사건은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돼 알려지게 됐다. 해당 방송은 놀랍게도 이은해가 SBS에 직접 제보해 전파를 탔다. 당시 이은해는 “보험사 측이 내가 보험금을 노렸다며 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유가족과 당시 일행을 만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험사 횡포가 아닌 이은해와 조현수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취재 후 방영이 예정됐다. 그러자 이은해가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방송은 그대로 송출됐다. 시청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거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결국 이은해는 SBS 상대로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경찰은 이은해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윤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먼저 다이빙한 조현수는 튜브를 타고 있었지만 윤씨에게 던져주지도 않았다. 

돈 못 받자
직접 제보

과거 이은해가 윤씨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2월 이은해와 조현수가 강원도 양양의 펜션에서 복어 피와 정소 등을 섞은 음식을 윤씨에게 먹여 살해하려 했다. 치사량의 독성에 미치지 않아서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인 5월에도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지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런 사실들이 포착되면서 용소계곡 건뿐만 아니라 두 건의 살인미수로도 추가 입건된 상황이다. 

윤씨 명의였던 생명보험은 가입 과정부터 수상했다. 이은해와 윤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고 5개월 뒤 윤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했다. 사망 담보 위주의 설계였다. 보험금이 비싸서 부담되다 보니까 사망보험금은 유지하되 보험료를 낮춰달라면서 설계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남편이 55세 이전 사망 시 8억원을 받지만 그 후에는 보험금이 급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윤씨가 사망했고 중간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하다가 겨우 되살리는 등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사망 당시 40세였던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이었다. 11살 어린 이은해를 만나 2016년 가을에 결혼했다. 채널 A에 따르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면서 결혼사진을 찍고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은해는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결혼을 강하게 원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과 한부모 보조금 혜택을 잃게 돼 미국에서 결혼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은해는 이전에 사귀던 남성 사이에 낳은 어린 딸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윤씨의 보험금을 노리고 미국에 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혼인신고해 사망보험금 수령이 불가능해지자 국내에서 재차 혼인신고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은해는 윤씨에게 혼인신고를 하면 한부모 지원금을 못 받으니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본가에서 받은 1억원에 대출금 4000만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꾸렸고, 2017년 3월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윤씨는 신혼집이 있는데도 수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윤씨는 이은해와 결혼 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거액의 채무와 수상한 금융거래 흔적까지 드러났다. 월급을 조현수에게 송금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도 사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 미안해” “전기금 끊긴다고 해서 3만8000원만 보내줘” “아껴 쓸게. 월급 탄 거 내가 다 보냈어. 돈이 하나도 없어 1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랑 생수 사 먹을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여행만 가면 가방 도난 신고
귀국 후 보험금 수차례 수령 흔적

윤씨가 장기매매로 돈을 벌려고 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시기에도 이은해는 해외여행을 계속 다니기도 했다. 과거 이은해는 여행자 보험금을 수차례 받았다. 2017년 9월 이은해는 당시 사귀던 남성과 일본 여행을 갔다.

혼인신고 6개월 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허위신고한 후 피해 신고 접수증을 받아 귀국한 다음에 보험금 150만원을 받았다. 2019년 5월에도 조현수와 마카오 여행 때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200만원을, 같은 해 9월에도 마카오 여행을 가서 똑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은해는 과거에도 남자친구 김모씨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2010년 인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한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김모씨는 사망했고 이은해는 사망 보험금을 수령했다. 사고는 당시 단순 교통 사망사고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2010년경 ‘인천 석바위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관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사고 당시 이은해가)동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 사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망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014년 의문사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은해와 교제하던 이모씨는 파타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태국에서 이은해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알았고, 이후 태국으로 건너가 이은해와 함께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태국 사고 현장에서도, 이은해와 동거하던 집에서도, 유품 중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2년 가까이 사귀는 동안 이은해와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휴대전화 없이 유족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의심했다.

현지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찾지 못했으며, 이씨의 사망은 사고사로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불거지면서 과거 사건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에 대해 “17년 전 엄여인 보험금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첫번째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 남편인 윤씨 사망일에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윤씨가 괴롭힘을 당하고 이은해는 웃고 있었다. 엄여인 본명인 엄인숙도 사람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보이는데 특히 보험 관련성도 있다. 이은해는 보험이 만료되지 않도록 관리했고 엄인숙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잠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로 심리적 지배 또는 기망이다. 엄인숙이 피해자를 극진히 간호하며 의심을 피했고 이은해는 남편을 지배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은 본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거나 기망 또는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2002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인 신동엽과 건축 디자이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 집을 개조해주거나 선물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러브하우스>
11세 효녀로 출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은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 중인 어려운 가정사를 공개했다. 이은해 부모는 “국가보조금 45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며 “은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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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