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보험금 사냥꾼 이은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26 10:19:48
  • 호수 1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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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놓치고 방송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보험 사기는 10년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 남편 보험금을 노린 잔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여러 차례 살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년 전 ‘엄여인 보험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가 지난 19일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페이스쉴드와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이은해는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포승줄에 결박된 조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송됐다.

8억 노린 
계곡 살인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부작위범을 결과에 의해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버린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이은해는 경찰 검거망이 좁혀오자 당일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은신처인 오피스텔 건물 15층으로 오도록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은신처 오피스텔 건물을 파악하고 탐문하던 경찰은 해당 건물 15층으로 가 복도로 나온 조현수를 만났고, 조현수 안내에 따라 22층 오피스텔 안에 있던 이은해까지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실제 은신처인 22층이 아니라 15층으로 오도록 한 의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19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섰다. 이은해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며 “지금까지 온 길보다(가야 할 길이) 훨씬 멀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가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예상했다. 또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윤씨에게) 아무런 신체접촉이 없었다”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은해는)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남편 명의 생명보험 4건 계약
보험 실효 4시간 앞두고 숨져

이어 “(물에 빠진 윤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 범죄를 도와준 인원을 최소 4명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은해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은해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범인 은닉이나 범인 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가 많은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은해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 하기는 어렵다. 이은해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지난 2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A4 용지 2장, 1600자에 가까운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은해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 중 3분의 1을 복어 독을 이용한 1차 살해 시도를 부인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은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텔레그램으로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고,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이를 추궁하자 다음날 이은해는 도주했다.

이은해는 “너무나 나쁜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해하려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느냐”며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사망 사건 당일에는 이은해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용소계곡으로 놀러갔다. 함께 간 지인 5명은 모두 이은해의 지인이었다. 그중에는 조현수도 있었다. 용소계곡은 수심 4m로 폭포 위에서 다이빙하기에 충분했다. 이은해 지인들은 다이빙하면서 놀았지만,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윤씨는 내내 얕은 물에서만 있었다. 

4개월 도피
조력 최소 4명

지인들에 따르면 윤씨는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당시에 7명이 함께 물놀이하다가 오후가 돼서 날이 쌀쌀해지고 추워지니까 남녀 한 쌍은 주차장으로 갔다. 해질 시간이 가까우지면서 주위 인파도 급격하게 줄었다. 저녁 8시경 계곡에는 이은해와 윤씨, 그리고 조현수와 부부 한쌍의 다섯 명만 남았다.

이은해는 돌아가기 전에 다이빙을 하자고 제안했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거절하자 이은해는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이은해를 말리고 본인이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며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계곡을 건너 다이빙하기 위해 폭포 위로 올라갔다. 남성 2명이 물 속으로 다이빙한 뒤 마지막으로 윤씨가 다이빙을 했다. 윤씨가 물 위로 얼굴과 팔이 떠오른 걸 본 사람들은 당연히 물 밖으로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은 윤씨가 물에서 나오지 않자 뒤늦게 사고라는 것을 인지했다. 119에 신고해 출동했지만 윤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윤씨는 보험 실효 4시간 전 가평 용소계곡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누구의 폭행이나 협박, 신체접촉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윤씨를 구조하려고 시도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내사종결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은해는 보험금 총 8억원을 수령하려 했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윤씨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은 미납으로 해지될 뻔한 상황이 지속·반복되면서 간신히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직원은 이은해가 8억원의 생명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 사기, 즉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은해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평 계곡 익사 사건은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돼 알려지게 됐다. 해당 방송은 놀랍게도 이은해가 SBS에 직접 제보해 전파를 탔다. 당시 이은해는 “보험사 측이 내가 보험금을 노렸다며 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유가족과 당시 일행을 만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험사 횡포가 아닌 이은해와 조현수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취재 후 방영이 예정됐다. 그러자 이은해가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방송은 그대로 송출됐다. 시청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거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결국 이은해는 SBS 상대로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경찰은 이은해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윤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먼저 다이빙한 조현수는 튜브를 타고 있었지만 윤씨에게 던져주지도 않았다. 

돈 못 받자
직접 제보

과거 이은해가 윤씨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2월 이은해와 조현수가 강원도 양양의 펜션에서 복어 피와 정소 등을 섞은 음식을 윤씨에게 먹여 살해하려 했다. 치사량의 독성에 미치지 않아서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인 5월에도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지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런 사실들이 포착되면서 용소계곡 건뿐만 아니라 두 건의 살인미수로도 추가 입건된 상황이다. 

윤씨 명의였던 생명보험은 가입 과정부터 수상했다. 이은해와 윤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고 5개월 뒤 윤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했다. 사망 담보 위주의 설계였다. 보험금이 비싸서 부담되다 보니까 사망보험금은 유지하되 보험료를 낮춰달라면서 설계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남편이 55세 이전 사망 시 8억원을 받지만 그 후에는 보험금이 급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윤씨가 사망했고 중간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하다가 겨우 되살리는 등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사망 당시 40세였던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이었다. 11살 어린 이은해를 만나 2016년 가을에 결혼했다. 채널 A에 따르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면서 결혼사진을 찍고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은해는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결혼을 강하게 원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과 한부모 보조금 혜택을 잃게 돼 미국에서 결혼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은해는 이전에 사귀던 남성 사이에 낳은 어린 딸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윤씨의 보험금을 노리고 미국에 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혼인신고해 사망보험금 수령이 불가능해지자 국내에서 재차 혼인신고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은해는 윤씨에게 혼인신고를 하면 한부모 지원금을 못 받으니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본가에서 받은 1억원에 대출금 4000만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꾸렸고, 2017년 3월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윤씨는 신혼집이 있는데도 수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윤씨는 이은해와 결혼 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거액의 채무와 수상한 금융거래 흔적까지 드러났다. 월급을 조현수에게 송금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도 사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 미안해” “전기금 끊긴다고 해서 3만8000원만 보내줘” “아껴 쓸게. 월급 탄 거 내가 다 보냈어. 돈이 하나도 없어 1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랑 생수 사 먹을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여행만 가면 가방 도난 신고
귀국 후 보험금 수차례 수령 흔적

윤씨가 장기매매로 돈을 벌려고 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시기에도 이은해는 해외여행을 계속 다니기도 했다. 과거 이은해는 여행자 보험금을 수차례 받았다. 2017년 9월 이은해는 당시 사귀던 남성과 일본 여행을 갔다.

혼인신고 6개월 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허위신고한 후 피해 신고 접수증을 받아 귀국한 다음에 보험금 150만원을 받았다. 2019년 5월에도 조현수와 마카오 여행 때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200만원을, 같은 해 9월에도 마카오 여행을 가서 똑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은해는 과거에도 남자친구 김모씨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2010년 인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한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김모씨는 사망했고 이은해는 사망 보험금을 수령했다. 사고는 당시 단순 교통 사망사고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2010년경 ‘인천 석바위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관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사고 당시 이은해가)동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 사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망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014년 의문사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은해와 교제하던 이모씨는 파타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태국에서 이은해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알았고, 이후 태국으로 건너가 이은해와 함께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태국 사고 현장에서도, 이은해와 동거하던 집에서도, 유품 중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2년 가까이 사귀는 동안 이은해와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휴대전화 없이 유족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의심했다.

현지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찾지 못했으며, 이씨의 사망은 사고사로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불거지면서 과거 사건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에 대해 “17년 전 엄여인 보험금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첫번째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 남편인 윤씨 사망일에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윤씨가 괴롭힘을 당하고 이은해는 웃고 있었다. 엄여인 본명인 엄인숙도 사람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보이는데 특히 보험 관련성도 있다. 이은해는 보험이 만료되지 않도록 관리했고 엄인숙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잠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로 심리적 지배 또는 기망이다. 엄인숙이 피해자를 극진히 간호하며 의심을 피했고 이은해는 남편을 지배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은 본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거나 기망 또는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2002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인 신동엽과 건축 디자이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 집을 개조해주거나 선물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러브하우스>
11세 효녀로 출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은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 중인 어려운 가정사를 공개했다. 이은해 부모는 “국가보조금 45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며 “은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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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