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알고도 속는' 카드론의 함정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0 16: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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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대출'막 쓰다 훅 간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서도 퇴짜를 맞으면 마지못해 꺼내는 '카드론'은 한때 '보이스피싱 사기'의 주 통로로 활용되면서 경계대상 1호가 됐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잠잠해졌지만 일부 카드사의 텔레마케팅 공세는 여전하다. 무심코 전화 받았다가 훅 털리는 카드론 '즉시대출'의 함정. 경제적 취약계층의 등골을 빼먹는 카드사의 탐욕을 들춰봤다.


카드론을 받은 자영업자 최씨는 땅을 치고 후회해야 했다. 그는 신용등급 3등급에 자신의 명의로 조그만 사업채를 가지고 있어 제1금융권에서 충분히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때마침 걸려온 모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은행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대출을 신청해 버린 것. 카드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그는 '신용카드를 담보로 한 신용대출로 은행권과 비슷한 10% 이하 이자율에 은행까지 갈 필요 없이 신청 즉시 송금 된다'는 텔레마케터의 말에 의심 없이 대출 절차를 밟은 것이다.

참 쉽고 빠른 대출

한 달 후 최씨는 생각보다 높은 이자율에 당황해야 했다.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텔레마케터의 설명보다 한참 높은 15.9%로 적용돼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카드론 신청 전 3등급이었던 그의 신용등급은 6등급으로 세 단계나 떨어져 있었다. 그제야 아차 싶었던 최씨는 카드론으로 대출 받은 대출금 전액을 모두 상환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떨어진 신용등급에 의해 제1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진 상태. 최씨는 억울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의 설명을 듣고 안내에 따라 대출을 받은 것이었기 때문에 경솔했던 자신을 탓해야 했다.  

최근 신용카드 사용자라면 "500만원 대출 초기 2개월 9%에 대출 가능하십니다. 고객님" "50% 이자 감면해 최고우대조건으로 대출해드리겠습니다" 등과 같은 전화를 수차례 이상 받아보았을 것이다.

이는 신한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의 마구잡이식 카드론 영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카드사라는 이유로 믿어버리거나 텔레마케터의 화려한 언변에 혹해 '설마 문제가 생기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대출을 받았다간 최씨 경우처럼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예전부터 카드사들의 막무가내식 회원 유치와 고금리 카드 빚 권유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카드론의 금리는 통상 10∼20%대 수준으로 고금리에 속한다. 또 카드론은 허술한 본인확인절차로 인해 지난해 200억원이 넘는 피해액를 양산한 보이스피싱의 주요 타깃이 된 바 있다. 보이스피싱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카드론 취급액은 5600억원 늘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줄어드는 수익에 대비해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 영업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대출자산 건전성제고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카드대출 이용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 BC통계지에 따르면 BC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외환카드, 씨티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 10곳의 2분기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신규 취급액은 전분기(24조9790억원)에 비해 2330억원 줄어든 24조 7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차 하는 순간 빚 눈덩이…너무 편해서 문제
대형카드사 텔레마케팅 공세로 저신용자 낚시

오히려 실적이 늘어난 곳도 있었다. 전업카드사 가운데 카드대출 규모가 가장 적은 하나SK카드는 지난 2분기 카드대출 취급액은 1조4350억원으로 전분기(1조3460억원)보다 890억원 늘었고,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 590억원 늘었다. 신한카드도 2분기 카드대출 취급액은 6조7330억원으로 전분기(6조6610억원)에 비해 720억원 증가했다. 일부카드사들이 여전히 수익 창출원으로 카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의 실상을 뜯어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각종 수수료에 실제로 받는 대출금은 신청한 대출금의 80%도 채 안 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고 적용되는 금리도 텔레마케터의 설명과 달리 실제론 비정상적인 고금리가 적용되기 일쑤다. 또 카드론 신청 당시엔 신용등급이 높아 비교적 낮음 금리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대출 후 수차례 받게 되는 신용등급조회로 인해 신용등급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고, 또 이에 맞춰 금리가 다시 조정돼 결과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신용등급이 양호해 제1금융권에서 정상적인 대출이 가능한 고객까지 마구잡이로 카드론 대출을 종용해 개인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든 낮든 일단 카드론을 신청하게 되면 사전 확인 및 동의 없이 제2금융권 및 3금융권, 나아가 사채업체까지 정보가 넘어가게 되고 수차례 신용정보조회를 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는 것.

일부 카드사들이 곱지 못한 시선에도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 마케팅을 유지하는 것은 쉽고 빠른 대출답게 쉽고 빠른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돈이 급한 사람들이 사금융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의 카드론으로 몰리는 것 역시 카드론 텔레마케팅 영업이 성행하는 큰 요인이다. 이는 금융 당국이 1000조를 넘어서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제 1, 2금융권의 가계대출확대를 제한했고 이와 동시에 저축은행, 대부업권 등에서는 영업정지 등의 이유로 대출이 수월치 않게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도에 직격탄


카드론 문제점을 두고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가 바뀌는 부분은 우리카드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그런 사례는 카드론을 빙자한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의 대출 유도 전화 혹은 보이스피싱이 아니겠느냐"고 화살을 돌렸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원이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도 대출을 받고나서 딴소리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며 "(선이자가 부과 된 건이 있다면)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다 보니 간혹 특수한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그 부분은 신용조회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기자의 "카드론 실적 규모를 올리고 있진 않나"는 질문엔 "지금 같은 상황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며 "실적을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지하는 차원에서 텔레마케팅 영업을 계속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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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