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황태자 발목 잡는 사촌경영

적은 내부에?…혹시 모를 가능성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양그룹 오너 4세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핵심 계열사 경영 일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이사회 진입을 계기로 보폭이 한층 넓어진 모양새다. 그룹 안팎에서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원활한 가업 승계의 표본으로 여겨졌던 사촌경영이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휴비스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건호 미래전략담당 사장을 사내이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은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김윤 현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밀어주지만…

휴비스는 2000년 삼양사(현 삼양홀딩스)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휴비스 미래전략을 진두지휘해 온 김건호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으로 입지가 한층 확고해졌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건호 사장은 이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다’는 내용의 정관 개정으로 이사회 의장직도 추가로 맡게 됐다. 

김건호 사장의 휴비스 이사회 진입을 계기로 삼양그룹 차원의 투자 확대가 뒤따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건호 사장이 확실한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 해외 진출 및 투자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건호 사장에게 힘이 실리는 구도가 만들어진 만큼, 이참에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장 경험이 월등하는 게 다른 오너 4세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1983년생인 김 사장은 미국 리하이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했으며, JP모건을 거쳐 2014년 삼양홀딩스에 입사했다. 2018년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 부문 수장을 맡아 신규 사업 발굴 및 육성,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지휘했으며, 지난해 12월 휴비스 사장에 선임됐다.

나머지 오너 4세는 아직까지 능력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다. 김건호 사장의 친동생인 김남호씨와 김량 삼양사 부회장의 외아들인 김태호씨는 아직까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의 장남 김주형씨와 차남 김주성씨는 각각 1997년생, 2000년생으로 경영에 참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룹 지주사(삼양홀딩스) 지분을 놓고 봐도 김건호 사장이 가장 유리한 위치다. 지난해 말 기준 김건호 사장이 보유한 삼양홀딩스 지분율은 2.23%로, 오너 4세 가운데 가장 높다. 나머지 오너 4세의 지분율은 ▲김남호 1.49% ▲김태호 1.73% ▲김주형 0.52% ▲김주성 0.52% 등이다.

존재감 키우는 총수의 장남
‘합종연횡’ 이해관계 얽힌 셈법

다만 삼양그룹이 고수해온 ‘사촌경영’ 체제가 김건호 사장을 중심에 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친족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삼양그룹은 형제인 오너 3세들이 이끌고 있다.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은 김윤 회장이고, 차남은 김량 부회장이다. 김상하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과 차남인 김정 부회장 역시 일선에서 뛰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주사를 관할하는 김윤 회장이 총수로 분류된다. 김연수 창업주의 뒤를 이은 김상홍 명예회장은 1996년 아들 대신 동생 김상하 명예회장에게 3대 회장직을 넘겼고, 김상하 명예회장이 2004년 조카인 당시 김윤 사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면서 지금의 경영체제가 구축됐다.

그러나 김윤 회장이 그룹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긴 힘들다. 김윤 회장이 보유한 삼양홀딩스 지분이 4.82%에 불과한 탓이다. 지분율 기준 개인 3대 주주에 그친다. 김윤 부회장의 동생인 김량 부회장은 지분율 3.80%로 개인 4대 주주에 올라 있다.

반면 지주사 최대주주, 2대 주주는 김윤 회장의 사촌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의 삼양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6.15%, 5.61%다.

게다가 김윤 회장 측과 김원 부회장 측 사이에 지분율 격차는 소폭이나마 벌어진 형국이다. 지난해 1월 김상하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은 고인이 보유했던 삼양홀딩스 주식 가운데 2만9000주씩 상속받았다. 기존 5.81%였던 김원 부회장의 지분율은 6.15%로 높아졌고, 김정 부회장 역시 지분율이 5.28%에서 5.61%로 조정됐다. 

수십명에 달하는 오너 일가 구성원이 균등하게 지주사 지분을 나눠갖는 구조라는 점도 승계구도를 예측하기 힘들게 한다. 친족 간 합종연횡에 따라 생각지 못한 승계 구도가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곳곳에 변수

지난해 말 기준 삼양홀딩스 주주구성을 보면 특수관계인 명단에 29명이 올라 있다. 이들 가운데 임원과 재단을 제외한 27명이 오너 일가 구성원이다. 앞서 열거한 오너 3~4세들과 이들의 배우자, 자녀, 처가 등이 특수관계인 명단에 기재돼있다. 오너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 총합은 38.39%로 집계됐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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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