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②거제 공곶이

수선화 봄물 드는 노부부의 바다 정원

경남 거제에 위치한 공곶이는 바다 쪽으로 뻗은 육지를 뜻하는 곶(串)과 엉덩이 고(尻)가 결합해 ‘엉덩이처럼 튀어나온 지형’을 뜻한다. ‘거룻배가 드나들던 바다 마을’을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봄날에는 이름의 유래가 모두 잊힌다. 바다를 향해 얼굴을 내민 건 지형이 아니라 수선화다. 샛노란 꽃망울이 열리면 공곶이에 봄이 깃든다. 그러니 이맘때는 공곶이 대신 수선화를 딴 이름을 지어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공곶이를 빛나게 만드는 이야기는 또 있다. 강명식·지상악 부부의 사연이다. 노부부는 1969년부터 호미와 곡괭이로 황무지를 개간해 반세기 넘게 농장을 가꿨다. 그리고 이곳에 꽃을 피워 조건 없이 나눈다. 그 따스한 마음 볕을 쬐기 위해서라도 봄날에 꼭 한번 다녀올 만하다.

아름다운 숲길

공곶이는 거제도 동남쪽 끝자락이 말해주듯 구석진 위치다. 출발점은 자가운전자도 예외 없이 예구마을 북쪽 물량장 주차장이다. 초반 15분쯤 꽤 가파르다. 걷다가 뒤돌아보면 활처럼 휜 해안 풍경이 땀을 식힌다. 오르막 끝에 공곶이의 역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의 은신처였으며,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처음에는 귤나무를 심었고 한파로 동사하자 대신 동백나무와 수선화를 심어 가꾼 이야기는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

공곶이에 봄나들이를 가는 건 수선화를 보는 게 목적이지만 그 사이 숲길도 무척 아름답다. 첫 번째 마주하는 숲길은 아왜나무가 늘어선다. 바닷가 산기슭에 잘 자라는 나무가 좁은 길을 따라 호젓한 터널을 이룬다. 아왜나무 숲길 끝은 돌고래전망대 갈림길이다. 수선화 재배지는 오른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폭 1m 남짓한 동백나무 터널이 나타나면 목적지가 가깝다는 의미다. 수선화가 피기 전인 2~3월 공곶이의 얼굴은 붉은 동백꽃이다. 딛고 내려가는 돌계단 하나하나 노부부가 직접 쌓았다. 머리 위로 동백나무 그늘이 드리워 동화 속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동백꽃이 진 뒤에도 길은 아늑하다.

동백나무 터널이 끝날 즈음 후박나무 아래 무인 판매대가 보인다. 공곶이는 입장료와 매표소가 따로 없다. 비공식적인 입구 역할을 하는 무인 판매대를 지나자, 드디어 봄의 전령 수선화가 눈에 가득하다. 수선화는 그리스신화 속 나르키소스 이야기에 나오는 꽃이다.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져 죽은 뒤 수선화로 환생했다. 수선화가 간직한 신화의 비밀은 공곶이에서 풀린다. 살포시 고개를 숙여 핀 꽃은 제가 예쁜 걸 알고 있다. 더구나 촘촘히 등을 맞대고 무리를 이루니 장관이다.


수선화 꽃밭 사이로 우뚝 선 종려나무도 남쪽 땅 거제를 느끼게 한다. 공곶이는 2005년 개봉한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 먼저 알려졌다. 영화에서 종려나무 숲은 기다림과 그리움을 상징한다. 자신을 사랑해 고개 숙인 나르키소스의 수선화와 기다림으로 높게 자란 종려나무의 사연이 대비된다.

수선화 꽃밭 사이로 난 길은 몽돌해변에서 끝난다. 꽃길이 길지 않아 아쉽지만, 몽돌해변은 그 아쉬움을 달래고 남는다.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둘 쌓아 올린 돌탑이 볼거리다. 바다 건너 지척에 보이는 섬은 내도다. 내도에는 지붕이 노란 집들이 마치 수선화처럼 자리한다.

공곶이 몽돌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갈 수 있다. 해변 끝에서 덱 계단을 올라 산길을 걷는데, 공곶이와 예구마을을 잇는 남파랑길 거제 21코스다. 덱 계단 입구 가까이 공곶이에 유일한 화장실과 퍼걸러 쉼터가 있다. 내도 너머에 있는 외도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보이는 자리다. 공곶이는 예구마을 쪽 초입의 카페를 제외하고는 벤치나 화장실이 따로 없다. 앞서 말했듯 애초에 관광지로 조성하지 않은 까닭이다.

강명식·지상악 부부의 사연
황무지를 개간해 가꾼 농장

공곶이는 노부부의 헌신으로 거제9경에 들었지만, 현재도 노부부의 삶터요 일터다. 그러니 수선화 꽃밭에 들어가 사진 찍거나 꽃을 꺾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무인 판매대의 수선화 한 송이 사서 그 마음을 품고 돌아가도 좋겠다. 봄날 공곶이에 가는 건 수선화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수선화를 꽃피운 노부부의 마음을 닮고 싶어서이기도 할 테니까.

옥화마을은 고즈넉한 바닷가에 위치한다. 자그마한 포구를 끼고 있으며, 마을 안쪽으로 벽화가 눈길을 끈다. 미술을 전공한 홍수명 전 이장이 그린 벽화에 문어와 바닷속 풍경을 담아, 바다 이야기가 육지로 연장되는 듯하다.

포구 쪽 무지갯빛 경계석이 포토 존 역할을 한다. 해안거님길(무지개바다윗길)이 벽화와 함께 옥화마을을 찾게 만든다. 마을 북쪽 끝에서 이어져 바다와 경계가 되는 기미산 둘레를 따라 장승포까지 걸을 수 있다. 초입에는 육지 쪽으로 동백나무 숲과 이웃하고, 해안 덱 전망대를 지나면 바다 쪽으로 나아간 곳에 해상 덱을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봄 바다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매미성은 거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공곶이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조성했으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 곳은 아니며, 입장료도 없다. 2003년에 부산·경남 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에서 이름을 땄다. 당시 태풍으로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씨가 다음 태풍을 대비해 쌓기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사람의 수고와 정성이 감탄을 자아낸다. 성안 통로에 바다와 어우러진 액자 프레임이 있어 SNS 인증 사진 명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성 앞은 몽돌해변이고, 바다 건너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장대하다.

거제식물원은 2020년 문을 연 거제의 ‘신상 여행지’로, 지난해부터 가족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유리온실 정글돔, 놀이 시설 정글타워, 식물문화센터와 식물원 옆 카페 같은 편의 시설 등으로 나뉜다. 정글돔은 최대 높이 29.7m, 장축 90m, 단축 58m로

국내 최대 유리온실이다. 유리 7500여 장을 이어 붙인 돔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 장자제를 모티프로 한 석부작계곡, 높이 10m 정글돔폭포 등이 정글을 탐험하듯 이어진다. 새둥지, 빛의 동굴 등 구석구석 포토 존도 많다.

거제식물원

지난해 12월 개장한 정글타워는 대형 슬라이드 3종과 일반 슬라이드 2종 등으로 구성된다. 제일 큰 슬라이드는 높이 13.6m, 길이 50m에 달해 아이들이 신나게 즐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촬영 여행: 공곶이→옥화마을→매미성
자연 여행: 공곶이→옥화마을→거제식물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공곶이→옥화마을→매미성
둘째 날: 외도 보타니아→바람의언덕→거제식물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거제관광문화 https://tour.geoje.go.kr
- 거제식물원 www.geoje.go.kr/gbg   

문의 전화
- 거제시청 관광마케팅팀 055)639-4176
- 거제고현관광안내소 055)639-4180
- 옥화마을 055)681-7640
- 거제식물원 055)639-6997

대중교통
[비행기] 서울-김해, 김포국제공항에서 10~60분 간격(07:00~21:30) 운항, 약 1시간 소요.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1층 4번 승차장에서 장승포행 시외버스(09:15, 11:30) 이용,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문화상가 정류장까지 도보 약 140m, 60번 일반버스 환승, 예구 종점 하차, 공곶이 입구까지 도보 약 310m.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 김해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hae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 1688-0078 거제시대중교통정보 055)639-4526·4535·  4772, https://bis.geoje.go.kr
[버스] 서울-장승포,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23:30) 운행, 약 5시간30분 소요.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문화상가 정류장까지 도보 약 140m, 60번 일반버스 이용, 예구 종점 하차, 공곶이 입구까지 도보 약 31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 1688-0078 거제시대중교통정보 055)639-4526·4535·4772, https://bis.geoje.go.kr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국도우회로 장승포 남부 방면 왼쪽, 12.3㎞→거제대로 일운·남부 방면 왼쪽, 5.9㎞→와현로 왼쪽, 770m→와현로 좌회전, 1.7㎞→예구마을 물량장 주차장→공곶이 입구

숙박 정보
- 소낭구펜션: 일운면 마전1길, 055)682-2141, www.sonanggoo.com
- 소노캄 거제: 일운면 거제대로,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go
- 호텔리베라 거제: 일운면 거제대로, 055)730-5000, www.hotelriviera.co.kr/geoje


식당 정보
- 예가(성게비빔밥): 일운면 와현해변길, 055)681-1357
- 시청우동(니꾸우동): 거제시 계룡로, 070-8802-7858
- 심해(아이스크림라떼): 장목면 옥포대첩로, 010-4099-2972, www.instagram.com/simhae_cafe

주변 볼거리
해금강, 학동흑진주몽돌해변,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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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