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부작용' 공공임대주택 빛과 그림자

주거 복지 사이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공공임대주택. 공공 주택 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거나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일종의 ‘주거복지사업’이다. 집값이 급등한 상황 속에서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법투기·입주민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많이 짓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난 15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37.59%, 서울은 61.5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중위 주택 가격은 약 6억600만원에서 10억9000만원으로 4억8000만원 이상 올랐다.

‘영끌’ 매입
젊은층 각광

가능한 사람들은 앞다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 집을 샀다. 결국 무주택자로 남겨진 것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이다. 이들에게는 같은 아픔이 있다. 모아둔 돈은 비교적 적은데 오히려 주거안정은 가장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셋값도 지난 5년간 급등(전국 19%·서울 30%)한 가운데, 대출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기댈 곳은 사실상 공공임대주택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적극적이다. 문정부는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을 85만호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각각 21만호, 40만호 공급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우선 문정부는 저소득층·신혼부부·청년 등에게 입주 우선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통합 공공임대주택’으로 일원화했다.

앞서 공공임대주택은 1989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1998년 국민임대주택, 2013년 행복주택 등 10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돼있었다. 각 유형별 소득·자산 기준이 제각각이라 수요자들이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문정부 들어서부터는 ‘중위소득 150% 이하, 자산 2억9200만원 이하인 무주택세대 구성원’ 등으로 신청 기준이 단순해졌다. 

공급 방식도 바뀌었다. 주택 유형별로 고정된 면적을 공급하던 것을 가구원 수에 따라 수요자가 여러 면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60㎡가 넘는 중형 면적도 새로 도입했다.

공공임대주택 보급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대선 기간 중 ‘비정상 거처 거주자 완전 해소’를 공약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추가 보급을 시사했다.

“임대차 시장이 공공임대주택 위주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론을 펴면서도,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공약집 98페이지에 “건설임대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호씩 50만호 공급”이라고 명시했다. 문정부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지만 과거 보수정권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한편 일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은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들을 비판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가면서 여러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사후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임대주택과 관련된 논란은 크게 4가지다. 공공임대주택 불법투기 문제·꼼수 입주 문제·분양전환가 폭등 문제·임대 주민 차별 문제 등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는 만큼, 각종 거래·임대가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매매·임대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집값 폭등 무주택자 설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

최근 경기도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불법투기를 무더기로 적발한 사례가 눈에 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부터 도내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불법 매매·임대, 입주 자격 위반행위 등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여 불법행위자 81명, 불법 중개사 70명 등 총 15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성남 판교·수원 광교·화성 동탄 등 경기도 소재 7개 신도시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사경에 따르면 파주 소재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임대주택을 매매금지 기간에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0년 거주 뒤 분양전환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거주 9년째에 아파트를 4억원에 팔아넘겼다. 1년 뒤 이 아파트의 분양전환가는 2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불법 매매를 통해 1억7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추가로 챙긴 셈이다.

심지어 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A씨를 포함해 총 7건의 공공임대주택 판매·임대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3달 만에 고객들에게 총 13억6000만원의 불법 이익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83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은 사례도 적발됐다. 성남 판교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B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자신이 들어간 집을 타인에게 임대했다. 보증금 2억8000만원 전세 임대계약 위에 보증금 2억5000만원·월세 265만원 월세 임대계약을 덮어썼다.

이번에 이 같은 수법으로 적발된 불법투기 규모는 48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 밖의 다른 지역 사례까지 포함하면 불법투기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불법투기로 취하는 이득에 비해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공공임대주택을 불법으로 매매·임대하거나 이를 중개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투기를 통해 최대 수억원을 벌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꼼수 입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꼼수 입주는 애초에 입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입주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온다. 입주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두 배로 억울한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꼼수 입주는 대개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입주 조건을 벗어나는 재산의 일부·전부를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고, 입주 조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방식이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전 5년간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에서 소득 초과‧불법 전대 등으로 적발된 부적격 입주가 1900여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제출된 자료를 보면, 부적격 사유로는 주택 소유가 1108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소득 초과 551건, 부동산 초과 118건, 차량 가액 초과 68건 순이었다.

차량 가액 초과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았다. 최근 성남·화성 등 여러 행복주택 주차장에서 고가의 외제차가 다수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으로,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된다. 3496만원 보다 비싼 차를 소유했다면 이곳에 입주할 수 없는데도, 이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대의 외제차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특사경에 따르면 화성에 위치한 한 행복주택에는 외제차가 47대나 등록돼있었다. 입주 조건을 위반한 것이 확실한 차량도 12대에 달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BMW7 시리즈, 아우디, 머스탱 등의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량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차량가액 초과를 피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의 지분을 1~2% 정도만 입주자 이름으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부모‧지인 등의 명의로 돌려놨다.

차량 명의를 완전히 돌려놓고, ‘방문 차량’으로 속여 계속 드나든 사례도 덜미를 잡혔다. 무자격 동거인을 활용한 수법도 발각됐다. 한 입주자는 1인 세대 조건 청년 자격으로 당첨됐지만, 무자격 동거인과 함께 거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거인 명의로 고가 외제차를 소유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당국의 감시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이어 ‘공공임대 분양전환 제도의 허점이 입주민을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임대 분양전환은 일정 임대기간을 마치면 분양권을 주는 주거 안정 정책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전환 가격 부담도 덩달아 커졌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커진 부담이 온전히 입주민들에게 향한다는 주장이다.

LH가 “현행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부천의 한 공공임대주택은 오는 10월 조기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7년 입주 당시에는 2억원 초반이었던 주변 집값이 지금은 8억원대로 폭등했다. 이대로 분양전환이 진행되면 분양전환가는 7억원을 넘어선다. 5년 공공임대주택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넘어오면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 바뀐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LH는 5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를 주택 감정평가액와 건설원가 평균금액으로 산정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주택은 감정평가액을 넘지 않게 한다는 상한선만 뒀다. 상대적으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탈감
허탈감

이에 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주택도 5년 공공임대주택처럼 분양전환가를 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분양전환을 기다리고 있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26만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LH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가격 책정은 분양시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법규”라며 “임의로 가격을 다시 책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기간 동안 집값이 이렇게 폭등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집값이 떨어졌다면 그걸 반영해 분양가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집값 폭등 가능성을 상정하지 못했고,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등 10명이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에도 건설원가 평균금액 등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의원은 “아직 분양전환되지 않은 10년 공공임대주택 26만8000여호에도 개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국가를 믿고 공공임대에 입주한 국민들의 고통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추가 절차에 들어가지는 못한 상태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입주민들의 고충이다. 공공임대주택 님비현상부터 각종 별칭까지 생기면서, 일각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꺼리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문정부는 2020년 ‘8·4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으로 마포구 상암 DMC 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만의 돌출행동은 아니다. 국민 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전체 공공임대주택 관련 가운데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29.8%(1068건)로 가장 많았다.

투기, 꼼수 입주, 차별 등 부상
사후관리 체계 마련 필요성 대두

2020년 LH가 실시한 심층 면접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동네에 많아져서 마트나 은행에 갔을 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부모님 보살핌을 못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끼리 어울려 집단을 형성하는데, 불량학생이 많다” 등 실제로도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인식은 임대 주민들의 소외로 이어졌다. 설계구조상 임대 주민과 분양 주민의 동선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입주자 대표회의를 따로 구성하는 곳도 생겨났다. 하다 못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거주 학생들의 학군을 분리하라는 학부모 요구도 이어졌다.

아울러 임대 주민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혐오 표현도 세간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지(휴먼시아+거지)’, ‘엘사(LH 아파트 사는 거지)’ 등의 멸칭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것이 드러나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던 바 있다.

결국 차별적 시선을 견디다 못해 휴먼시아·LH 등이 들어간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곳까지 생겨났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LH휴먼시아’ 아파트는 ‘광교해모로’ 아파트로, 권선구의 능실마을LH 19단지는 ‘호매실 스위첸 능실마을 19단지’로 개명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공공임대주택 차별이 만연해지는 것에 일부 기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임대동과 분양동을 나눴다. 단지 내에서도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한 게 차별과 편견의 씨앗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는 ‘소셜믹스’ 방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소셜믹스는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 동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 동에 무작위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동에 산다는 정보만으로 임대‧분양 주민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더 많이 접촉하면서 각종 편견들을 없앨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길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럭셔리한 공공임대주택에 다양한 계층·연령의 입주자가 들어가고 주변시설이 개선돼 혜택이 제공되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X거지’ 
주홍글씨

산적한 문제에도 존재 필요성은 명확하다. 공공임대주택은 당분간은 무주택자들에게 최적의 대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많이 짓지 말라”는 왜곡된 결론으로 귀결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많이 지으면서도 잘 짓고 잘 나누는’ 방법을 찾아 나서라”는 의미로 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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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