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 산불진화대의 눈물

화마 속 목숨 건 ‘계약직’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6일 울진과 삼척이 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강릉과 동해도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피해 면적이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 며칠간 이어진 산불과의 사투. 그 최전선에 선 이들이 있다. 바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이들은 산 위에서는 화마와 싸우고, 산 아래에서는 열악한 처우와 싸운다. 

여느 화재 현장들과는 다르게, 산불진화의 주역은 소방관이 아니다. 소방관 역시 화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이들은 마을로 옮겨붙는 불을 진화하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생각하는 ‘산속 화마와의 사투’는 오롯이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의 몫이다.

사투

특수진화대는 문재인정부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산림청 아래에 편성됐다. 2003년부터 운영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였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산림청과 28개 국유림 관리소에서 435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산불진화 출동이다. 평소 주 5일 업무시간과는 별개로, 산불이 발생하면 주말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비상 출동’한다. 국유림·사유림 구분 없이 즉시 현장 투입된다. 10명가량이 한 조를 이뤄 무거운 호스를 든 채로 산을 오른다.

호스 길이는 50m, 무게는 자그마치 40kg에 이른다. 이 호스를 상황에 따라 최장 1km까지 연결한다.


산불진화 작전에는 대개 소방헬기가 투입된다. 소방헬기는 넓은 면적의 큰불은 잘 잡을 수 있어도 울창한 숲속 작은 불씨들은 잘 잡지 못한다. 또 야간에는 운행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특수진화대의 진가는 이 같은 소방헬기의 한계를 메워주는 부분에서 십분 발휘된다.

이들은 낮에 헬기가 큰불을 잡을 동안 측면 산불과 잔불 진화에 주력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선 구축도 진행한다. 

밤이 되면 모든 진화작업이 이들 몫이다. 어둡고 험준한 산을 넘나들면서 크고 작은 모든 산불과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특수진화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 단합력이 필수다.

일단 현장에 진입하면 불이 꺼질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김밥 같은 가벼운 음식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면서 밤을 지새운다. 계속 불을 끄러 뛰어다녀야 한다. 거센 불길과 연기를 가장 앞에서 맞이하면서도 방독면은 쓸 수 없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속을 뛰면서, 방독면까지 쓰기에는 너무 숨이 찬 탓이다.

한 해 중 절반에는 만성적인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봄가을의 산불조심 기간에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불 최전선 고군분투 
현실은 열악한 처우뿐


출동하지 않을 때도 다양하게 활동한다. 평소에는 산불 진압장비를 정비하고 체력·상황 훈련을 병행한다. 산불이 많이 나지 않는 여름철에는 병해충 방제, 임도 변 풀베기, 위험목 제거 등의 각종 산림 사업을 돕는다. 홍수·산사태 대비 시설물 정비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이번 대형 산불진화작전에도 투입됐다. 며칠 동안 목숨을 걸고 산불진화의 최전방에서 활약한 공이 하나 늘었다. 그와 대비되는,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선 논란에서 정부가 약속한 처우 개선 소식은 찔끔 진행된 뒤로 아직 ‘함흥차사’다.

2019년 발생했던 강원도 화재. 이 역시 임야 1227ha(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든 큰 화재였다. 이때 특수진화대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의 처우 문제가 처음 대두됐다.

당시 이들은 모두 단기계약 비정규 노동자들이었다. 10개월짜리 기간제 계약에, 일당 10만원이라는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을 받았다. 여론은 이들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산불이 아닌 만성적인 고용 불안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일각에서 우려한 업무 공백도 실제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김해 분성산에서 일어난 산불에 특수진화원이 투입되지 못했던 비화가 ‘단기계약 만료’로 알려졌다. 

아울러 “불안정한 고용조건으로 재지원하지 않고 떠나는 대원이 많았다. 신입 대원들과 손발을 다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현장의 성토도 이어졌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특수진화대를 상시 지속 업무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진 이후인 2020년에야 100억원 예산을 투입해 대원 300명 중 1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인원들의 계약 기간도 12개월로 늘리고, 인원도 135명 추가 확충했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까지 특수진화대 정규직 운영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실시해 예산 당국과 협의한 뒤 남은 인원의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다만 정규직은 만 60세 연령 제한이 있어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대원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감서도 지적됐지만…
구체적인 개선안 전무

적어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시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이외에도 산림청은 임금, 보상휴가 등의 산적한 처우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림청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진화대의 임금은 첫 고용 당시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월 250만원 수준으로 동일했다.


특수진화대는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빈번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받은 초과수당은 0원이다. 초과근무수당으로 편성된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수당 대신 보상휴가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보상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공짜로 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보상휴가 사용현황을 보면 특수진화대는 총 배정시간 3만7729시간 중 2427시간을 사용하지 못했다. 미사용률이 약 6.4%다. 특히 남부청(영남권)이 13.9%로 가장 높았다. 중부청(충청) 12.9%, 북부청(서울, 경기)이 12.7%로 뒤를 이었다. 다른 곳의 미사용률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점들을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매년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정부가 채용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의 임금이 5년간 동결되고 초과근무수당조차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공유받지 못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들은 바 없다”며 “국감 당시에도 듣지 못했고, 이후로도 의원실로 연락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지난주 특수진화대 처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산림청 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주 기승을 부렸던 산불 탓인지, 결국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함흥차사

그 시간, 특수진화대는 여전히 동해안 등지에서 진화작전을 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부족한 처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들은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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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