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 산불진화대의 눈물

화마 속 목숨 건 ‘계약직’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6일 울진과 삼척이 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강릉과 동해도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피해 면적이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 며칠간 이어진 산불과의 사투. 그 최전선에 선 이들이 있다. 바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이들은 산 위에서는 화마와 싸우고, 산 아래에서는 열악한 처우와 싸운다. 

여느 화재 현장들과는 다르게, 산불진화의 주역은 소방관이 아니다. 소방관 역시 화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이들은 마을로 옮겨붙는 불을 진화하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생각하는 ‘산속 화마와의 사투’는 오롯이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의 몫이다.

사투

특수진화대는 문재인정부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산림청 아래에 편성됐다. 2003년부터 운영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였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산림청과 28개 국유림 관리소에서 435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산불진화 출동이다. 평소 주 5일 업무시간과는 별개로, 산불이 발생하면 주말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비상 출동’한다. 국유림·사유림 구분 없이 즉시 현장 투입된다. 10명가량이 한 조를 이뤄 무거운 호스를 든 채로 산을 오른다.

호스 길이는 50m, 무게는 자그마치 40kg에 이른다. 이 호스를 상황에 따라 최장 1km까지 연결한다.


산불진화 작전에는 대개 소방헬기가 투입된다. 소방헬기는 넓은 면적의 큰불은 잘 잡을 수 있어도 울창한 숲속 작은 불씨들은 잘 잡지 못한다. 또 야간에는 운행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특수진화대의 진가는 이 같은 소방헬기의 한계를 메워주는 부분에서 십분 발휘된다.

이들은 낮에 헬기가 큰불을 잡을 동안 측면 산불과 잔불 진화에 주력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선 구축도 진행한다. 

밤이 되면 모든 진화작업이 이들 몫이다. 어둡고 험준한 산을 넘나들면서 크고 작은 모든 산불과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특수진화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 단합력이 필수다.

일단 현장에 진입하면 불이 꺼질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김밥 같은 가벼운 음식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면서 밤을 지새운다. 계속 불을 끄러 뛰어다녀야 한다. 거센 불길과 연기를 가장 앞에서 맞이하면서도 방독면은 쓸 수 없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속을 뛰면서, 방독면까지 쓰기에는 너무 숨이 찬 탓이다.

한 해 중 절반에는 만성적인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봄가을의 산불조심 기간에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불 최전선 고군분투 
현실은 열악한 처우뿐


출동하지 않을 때도 다양하게 활동한다. 평소에는 산불 진압장비를 정비하고 체력·상황 훈련을 병행한다. 산불이 많이 나지 않는 여름철에는 병해충 방제, 임도 변 풀베기, 위험목 제거 등의 각종 산림 사업을 돕는다. 홍수·산사태 대비 시설물 정비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이번 대형 산불진화작전에도 투입됐다. 며칠 동안 목숨을 걸고 산불진화의 최전방에서 활약한 공이 하나 늘었다. 그와 대비되는,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선 논란에서 정부가 약속한 처우 개선 소식은 찔끔 진행된 뒤로 아직 ‘함흥차사’다.

2019년 발생했던 강원도 화재. 이 역시 임야 1227ha(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든 큰 화재였다. 이때 특수진화대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의 처우 문제가 처음 대두됐다.

당시 이들은 모두 단기계약 비정규 노동자들이었다. 10개월짜리 기간제 계약에, 일당 10만원이라는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을 받았다. 여론은 이들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산불이 아닌 만성적인 고용 불안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일각에서 우려한 업무 공백도 실제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김해 분성산에서 일어난 산불에 특수진화원이 투입되지 못했던 비화가 ‘단기계약 만료’로 알려졌다. 

아울러 “불안정한 고용조건으로 재지원하지 않고 떠나는 대원이 많았다. 신입 대원들과 손발을 다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현장의 성토도 이어졌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특수진화대를 상시 지속 업무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진 이후인 2020년에야 100억원 예산을 투입해 대원 300명 중 1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인원들의 계약 기간도 12개월로 늘리고, 인원도 135명 추가 확충했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까지 특수진화대 정규직 운영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실시해 예산 당국과 협의한 뒤 남은 인원의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다만 정규직은 만 60세 연령 제한이 있어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대원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감서도 지적됐지만…
구체적인 개선안 전무

적어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시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이외에도 산림청은 임금, 보상휴가 등의 산적한 처우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림청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진화대의 임금은 첫 고용 당시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월 250만원 수준으로 동일했다.


특수진화대는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빈번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받은 초과수당은 0원이다. 초과근무수당으로 편성된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수당 대신 보상휴가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보상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공짜로 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보상휴가 사용현황을 보면 특수진화대는 총 배정시간 3만7729시간 중 2427시간을 사용하지 못했다. 미사용률이 약 6.4%다. 특히 남부청(영남권)이 13.9%로 가장 높았다. 중부청(충청) 12.9%, 북부청(서울, 경기)이 12.7%로 뒤를 이었다. 다른 곳의 미사용률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점들을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매년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정부가 채용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의 임금이 5년간 동결되고 초과근무수당조차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공유받지 못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들은 바 없다”며 “국감 당시에도 듣지 못했고, 이후로도 의원실로 연락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지난주 특수진화대 처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산림청 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주 기승을 부렸던 산불 탓인지, 결국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함흥차사

그 시간, 특수진화대는 여전히 동해안 등지에서 진화작전을 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부족한 처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들은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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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