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선거 전문가가 짚은 3·9 대선 막판 변수

“‘딱 붙은 지지율’ 6일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 권력의 정점을 향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고지전이 치열하다.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는 여론조사 추세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 어떤 후보도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투표일까지 마지막 1주일은 여론조사 결과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모드’에 접어든다.

1992년 창간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민 1300만명(누적)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을 당시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민심 향방
이번에는?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는 뜻이다. 물(국민)의 힘으로 배(정부)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로 민심의 무서움을 표현했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민심이 크게 요동쳤고 그 결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민심의 흐름은 19대 대선에서 77.2%라는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5자 구도에서 41%의 득표율을 기록,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9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벌였다.


차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단연 높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교체’ 여론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웃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6대 4 정도로 나뉜 민심은 문재인정부 3년 차 후반부터 고착화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다. 

이 같은 구도는 20대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에 일정 부분 적용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 후보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권 후보의 피 말리는 대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수치화된 민심은 아직 한쪽으로 확실하게 쏠림세를 보이진 않고 있다.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결과 바뀐 적 없어

실제 대부분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선거전은 지난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되면서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직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보도할 수 없는 것. 이른바 ‘깜깜이 모드’다. 

여야 캠프 관계자는 “선거판의 하루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깜깜이 모드인 6일 동안 온갖 사건이 다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4~5일 사전투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 굵직한 이슈가 산재해 있다. 


김기수 ㈜리서치디앤에이 대표는 ‘혼전 초접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딱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크기의 눈덩이라도 그 응집력에서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응집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은 기간
이슈 산재

어느 진영에서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의 대결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유권자 구성비에 따라 할당량에 맞춰 표본 수를 채운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그 구성비에 맞게 투표장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결국 막판에 결집하는 쪽이 이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2월28일) 판세는 어떻게 보는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 상태다. 다만 여론조사는 개별적인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흐름과 추세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좀 더 정확한데, 그 시각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추세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1차 TV 토론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쫓기 시작해 현 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딱 붙은’ 상태다. 

-지역별 판세는 어떤지.

▲정권교체 여론의 핵심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민심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 서울이다. 이 후보가 서울에서 윤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경우 이 후보는 60~65%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투표에서는 이보다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출신 배경인 충청과 정치적 배경인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이전 보수 후보보다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까먹은 표를 충청·PK·TK 등에서 만회하는 구조다.

결국 키는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이 후보의 정치적 배경이라 그에게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본다.

-여론조사가 실제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론조사 결과가 초접전인 상황에서는 제3지대로 분산됐던 표심이 1, 2위 후보로 집중되는 전략 투표 또는 밴드왜건 투표 형태가 나타난다. 이기는 쪽으로 표 쏠림 경향을 보인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6대 대선이 그랬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결했던 18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박빙
지지자 결집

반면 1, 2위 후보 간의 격차가 많이 나는 선거에서는 3지대 후보 지지층이 소신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지층이 이탈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도 다수 나타난다. 17대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대결 때 그런 경향을 보였다. 

-투표율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역대 대선 투표율은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지율 격차가 적으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크면 낮아진다. 16대(노무현 48.9% vs 이회창 46.5%) 70.8%, 17대(이명박 48.6% vs 정동영 26.1%) 63.0%, 18대(박근혜 51.5% vs 문재인 48.0%) 75.8%를 기록했다.

19대(문재인 41.0% vs 홍준표 24.0% vs 안철수 21.4%)는 탄핵 촛불 정국으로 대선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 투표율이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였다. 


20대 대선의 경우 ▲1, 2위 후보 간 박빙인 지지율 ▲젊은 층의 높아진 정치 관심도 ▲최근 대형 선거(21대 총선, 4·7 재보궐선거)의 높은 투표율 등을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프레임, 코로나19의 확산 등은 하락 요인으로 잡힌다. 70%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확산 야당에 불리
“투표율 19대보다 낮을 것”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시국에서 치른 21대 총선과 4·7 재보궐선거 모두 투표율이 이전 선거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당시와 비교불가한 수준이라 투표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노년층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은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깜깜이 모드’ 기간 동안 변수가 있다면.

▲지지율 차이가 근소할 경우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양 후보 모두 호재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악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후보자 혹은 관계자들의 언행이 투표는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일부 중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측에서 터진 세월호 망언이 전체 판세를 뒤흔든 바 있다. 해당 발언이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깜깜이 모드’ 전 마지막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뒤바뀐 적이 있는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13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모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여론조사(한국갤럽) 때 이긴 쪽이 실제 투표에서도 이겼다. 실제 13대(노태우), 14대(김영삼), 15대(김대중), 16대(노무현), 17대(이명박), 18대(박근혜), 19대(문재인)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마지막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오차범위 내라도 우위를 보인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오차범위 내
혼전 초접전

단, 이번 대선은 양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까.

▲‘2030세대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고 60세 이상 유권자는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 등 선거판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이야기는 모두 과거가 됐다. 당장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이번 선거다.


<jsjang@ilyosisa.co.kr>

 

[김기수 대표는?]

▲현 ㈜리서치DNA 대표
▲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전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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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