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쉬운 위장전입의 세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9:43:04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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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만원이면 주소 바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사를 위해 과거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봤지만, 최근에는 먼저 희망 지역을 인터넷에 검색한다. 회원 수가 제일 많은 한 부동산 전문 네이버 카페에는 집주인과 직접 거래하기 위해 올린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이 중에는 하루에 꼭 2~3개 이상 올라오는 글이 있다. 바로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다.  

비거주 전입신고는 말 그대로 실제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이다.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집을 구한다는 글은 카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몇몇 게시글은 왜 이런 방을 구하는지도 자세히 기재해놨다. 

대놓고 거래
흔한 게시글

보통 이런 글에는 ‘청약 목적 혹은 청약 목적 아님’ ‘신용불량으로 추심 방문 또는 실거주하고 있는지 확인 올 수 있다. 찾아오면 살고 있는데 자주 안 온다고 말소 막아줄 곳을 찾는다’ ‘우편물을 모아 달라’ ‘공기업, 공무원 준비 때문에 필요하다’ ‘해외 체류 중’ 등의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30분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리고 1시간 안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는 쪽지를 받고 채팅을 하게 됐다.

이들은 간단하게 거주 기간을 물어보면서 “을지로 월 5만원” “기간에 따라 다르다” “동대문 원룸텔이다. 비거주 기준 월 4만원” “서울 중랑구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25만원이다. 보증금 및 월세 조정할 수 있다” “동작구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 6개월에 30만원이고 1년에 50만원” 등의 비거주 전입신고 조건을 제시했다.


쪽지와 채팅으로 연락온 사람들에게 A씨는 “부동산이냐”고 물었고, 이들은 대부분 고시원이나 원룸텔 주인이라고 답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비거주 전입신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위장전입에 해당한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했을 경우는 주택법 위반까지 해당한다.

위장전입 등 부정 청약이 적발되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을 취소한다.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0년 3월10일 신규 전입신고 발생 시 주소지의 세대주와 주택 소유자‧임대인에게 전입 사실과 세대주 변경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전입 사실 통보제도를 도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24일 해당 지역 거주자의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주소지만 옮겨 청약하는 방식의 부정 청약 57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 주택법 위반 때 형사 처벌과 함께 계약 취소 및 향후 10년간 주택청약 자격 제한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집 구합니다’
공무원 시험부터 추심명령 회피용까지

이런 법적인 규제로 인해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해 8~10월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장전입 등의 주택법 또는 부동산중개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60명을 적발했다.


B씨는 당시 성남 위례자이 더 시티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공급(618대1)보다 경쟁률이 낮은 신혼부부 특별공급분(105대1)에 청약했고, 실거주지를 속인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B씨는 배우자·자녀와 같이 충남 당진시에 살고 있었으나, 성남시에 있는 모친 주택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 우선 공급분(30%)을 분양받았다.

경기도는 B씨가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위장전입을 했으며 당첨 뒤 약 7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봤다.

지난해 11월 울산에서도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 사건이 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 특별사법경찰은 울산시 남구와 동구지역 아파트에 대한 불법 청약 의심 사례를 적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 시행사는 수사에 착수한 28건 중 3건에 해당하는 청약당첨자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 추적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범죄 사실을 밝힌다. 위장전입 사실을 속이기 위해 일주일에 며칠씩 위장전입한 집에 머물거나 카드를 사용해도 법원이 사실을 인정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청약 당첨 후 위장전입으로 취소됐다는 사례가 많다.

위장전입에 관해 부동산 관계자는 “3기 신도시와 하남 교산 신도시 때문에 하남에 미리 거주하려는 분위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위장전입 검사가 까다로워서 쉽지 않다”며 “그래도 아파트로 워낙 큰돈을 벌 수 있어서 아직도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분위기는 있다. 돈을 주면 전입신고할 수 있게 받아주는 부동산도 있다고 들었다”고설명했다.

청약하려고…
신도시 집중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수험생들이 응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직 공무원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정확하게 공무원 수험생은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이전부터 최종 시험일(면접시험일)까지는 해당 시·도에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전까지 해당 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기간을 합산해 총 3년 이상이 돼야 한다.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35대1이었으나, 지방직 공무원은 광주시 14대1, 울산시 15대1, 전라남도 11대1로 확연히 낮은 경쟁률을 보이기 때문에, 공무원·공기업 수험생들은 합격률이 높은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출신들은 서울에 응시할 수 있지만, 서울 출신들은 지방에 응시할 수 없어서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 주소를 미리 옮겨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 시험 강사도 있었다.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희망처럼 여겨졌던 위장전입의 끝은 결국 임용 취소다. 서울시 도봉구의 기능직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던 C씨는 15점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지를 도봉구로 옮겼다.


그가 공무원 기능직 시험에 임했던 해의 경쟁률은 40대1로, 가산점으로 받은 15점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C씨의 기쁨은 잠시였다. 도봉구청은 C씨가 위장전입했다가 합격 뒤 주민등록을 다시 전 주소지로 옮긴 사실을 알고 임용을 취소했다. 

계약 취소
임용 취소

C씨는 임용 취소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구청이 처분 전 사전통지 등을 거치지 않았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청이 항소하면서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판결이 확정됐다. 구청은 이후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사유로 정씨의 임용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정씨가 가산점 제도에 편승해 위장전입을 했고 다른 응시자들은 불합격했기 때문에 임용 취소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무원 시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다른 시·도의 공무원 시험을 같은 날 치르게 했다. 

위장전입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것 같지만, 신용불량자와 양육비 채무자 등 범죄자들의 위장전입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신용불량자들을 위한 비거주 셰어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셰어하우스는 대부분 ‘계약 기간에는 비상주로 이용 가능’ ‘우편물이 오면 수거·보관’ ‘실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 13개 시·도에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전 지점이 마감됐다고 나온다. 이처럼 신용불량자들은 재산 압류를 회피하고, 채권 추심원, 사채업자 등을 상대할 방패로 위장전입을 시도한다.


한 비거주 셰어하우스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최고장과 독촉장, 압류 등 각종 우편물이 끊임없이 집으로 날아들고, 채권자들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가족의 삶이 피폐해진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소지를 친구 집이나 친척 집으로 옮기는데 이것도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시원·원룸텔 돈 받고 명의 장사
신용불량자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도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모두 1만9213건의 양육비 채권이 확정됐고 이 가운데 6997건인 907억원가량이 이행됐다. 그런데도 양육비 이행률은 36.4%에 머물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양육자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거주지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5%인 305명이 ‘실거주지 불분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불분명 유형으로는 위장전입이 37.3%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거주지 모름이거나 해외 도피 등이었다.

실거주지가 분명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27.6%에 불과했다. 

현재 양육비법은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출국 금지‧명단 공개‧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처벌은 채무자가 감치 처벌을 받은 이후에 시행된다. 감치란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 머물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자가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주소에 없는 경우, 감치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양육비 이행률이 낮은 이유는 양육비 채무자들이 쉽게 위장전입을 해 양육비 지급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는가 몰라
엄연히 불법

이 대표는 “감치명령을 현재 방식인 서면 고지가 아니라 공시 송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 송달이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상대방의 거주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일부러 받지 않는 경우 등 송달이 불가능할 때 소송 관계 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일정 기간 공고해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감치명령이 공시 송달로 바뀐다면 범죄자들의 위장전입도 소용없게 된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룡마을 가면 위장전입?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구룡마을 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A씨가 강남구 개포1동장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8월 서울 강남국 구룡마을에 전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개포1동장은 “구룡마을은 도시개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지형도면 고시 지역으로 전입신고 수리가 제한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 측은 “1994년부터 구룡마을에 거주했다.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및 증거 등에 비춰보면 원고는 전입신고지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원고가 다른 장소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가 전입 신고한 집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등 그의 옷과 이불 여러 가재도구가 있었다. 동장이 평일 밤낮으로 여러 차례 방문했을 때도 A씨는 그 집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A씨는 전입신고 전후 수개월에 걸쳐 구룡마을 근처에서 주로 장을 봤다. 휴대전화 통화 발신 지역도 대부분 개포동이거나 가까운 서초구 양재동이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전입 신고지를 생활근거지로 상당한 기간 거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보상 등을 목적으로 위장 전입하려 했다고 단정해 전입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실제로 거주하지도 않고 위장전입만 하려는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빈민 지역이다.

주위에는 호화로운 고급 아파트나 빌라가 있다. 하지만 구룡마을은 서울에서도 가장 부촌인 강남구에서 유일하게 개발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구룡마을은 2014년 12월 서울시와 강남구의 합의로 개발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기존에 서울시에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태도를 보였고, 강남구에서는 전면 수용을 해 현금 보상 후 진행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이후 강남구의 의견대로 전면 수용으로 재개발을 결정했다. 구룡마을은 2020년 260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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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