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쉬운 위장전입의 세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9:43:04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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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만원이면 주소 바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사를 위해 과거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봤지만, 최근에는 먼저 희망 지역을 인터넷에 검색한다. 회원 수가 제일 많은 한 부동산 전문 네이버 카페에는 집주인과 직접 거래하기 위해 올린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이 중에는 하루에 꼭 2~3개 이상 올라오는 글이 있다. 바로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다.  

비거주 전입신고는 말 그대로 실제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이다.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집을 구한다는 글은 카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몇몇 게시글은 왜 이런 방을 구하는지도 자세히 기재해놨다. 

대놓고 거래
흔한 게시글

보통 이런 글에는 ‘청약 목적 혹은 청약 목적 아님’ ‘신용불량으로 추심 방문 또는 실거주하고 있는지 확인 올 수 있다. 찾아오면 살고 있는데 자주 안 온다고 말소 막아줄 곳을 찾는다’ ‘우편물을 모아 달라’ ‘공기업, 공무원 준비 때문에 필요하다’ ‘해외 체류 중’ 등의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30분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리고 1시간 안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는 쪽지를 받고 채팅을 하게 됐다.

이들은 간단하게 거주 기간을 물어보면서 “을지로 월 5만원” “기간에 따라 다르다” “동대문 원룸텔이다. 비거주 기준 월 4만원” “서울 중랑구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25만원이다. 보증금 및 월세 조정할 수 있다” “동작구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 6개월에 30만원이고 1년에 50만원” 등의 비거주 전입신고 조건을 제시했다.

쪽지와 채팅으로 연락온 사람들에게 A씨는 “부동산이냐”고 물었고, 이들은 대부분 고시원이나 원룸텔 주인이라고 답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비거주 전입신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위장전입에 해당한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했을 경우는 주택법 위반까지 해당한다.

위장전입 등 부정 청약이 적발되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을 취소한다.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0년 3월10일 신규 전입신고 발생 시 주소지의 세대주와 주택 소유자‧임대인에게 전입 사실과 세대주 변경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전입 사실 통보제도를 도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24일 해당 지역 거주자의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주소지만 옮겨 청약하는 방식의 부정 청약 57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 주택법 위반 때 형사 처벌과 함께 계약 취소 및 향후 10년간 주택청약 자격 제한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집 구합니다’
공무원 시험부터 추심명령 회피용까지

이런 법적인 규제로 인해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해 8~10월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장전입 등의 주택법 또는 부동산중개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60명을 적발했다.

B씨는 당시 성남 위례자이 더 시티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공급(618대1)보다 경쟁률이 낮은 신혼부부 특별공급분(105대1)에 청약했고, 실거주지를 속인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B씨는 배우자·자녀와 같이 충남 당진시에 살고 있었으나, 성남시에 있는 모친 주택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 우선 공급분(30%)을 분양받았다.

경기도는 B씨가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위장전입을 했으며 당첨 뒤 약 7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봤다.

지난해 11월 울산에서도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 사건이 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 특별사법경찰은 울산시 남구와 동구지역 아파트에 대한 불법 청약 의심 사례를 적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 시행사는 수사에 착수한 28건 중 3건에 해당하는 청약당첨자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 추적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범죄 사실을 밝힌다. 위장전입 사실을 속이기 위해 일주일에 며칠씩 위장전입한 집에 머물거나 카드를 사용해도 법원이 사실을 인정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청약 당첨 후 위장전입으로 취소됐다는 사례가 많다.

위장전입에 관해 부동산 관계자는 “3기 신도시와 하남 교산 신도시 때문에 하남에 미리 거주하려는 분위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위장전입 검사가 까다로워서 쉽지 않다”며 “그래도 아파트로 워낙 큰돈을 벌 수 있어서 아직도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분위기는 있다. 돈을 주면 전입신고할 수 있게 받아주는 부동산도 있다고 들었다”고설명했다.

청약하려고…
신도시 집중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수험생들이 응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직 공무원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정확하게 공무원 수험생은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이전부터 최종 시험일(면접시험일)까지는 해당 시·도에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전까지 해당 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기간을 합산해 총 3년 이상이 돼야 한다.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35대1이었으나, 지방직 공무원은 광주시 14대1, 울산시 15대1, 전라남도 11대1로 확연히 낮은 경쟁률을 보이기 때문에, 공무원·공기업 수험생들은 합격률이 높은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출신들은 서울에 응시할 수 있지만, 서울 출신들은 지방에 응시할 수 없어서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 주소를 미리 옮겨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 시험 강사도 있었다.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희망처럼 여겨졌던 위장전입의 끝은 결국 임용 취소다. 서울시 도봉구의 기능직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던 C씨는 15점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지를 도봉구로 옮겼다.

그가 공무원 기능직 시험에 임했던 해의 경쟁률은 40대1로, 가산점으로 받은 15점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C씨의 기쁨은 잠시였다. 도봉구청은 C씨가 위장전입했다가 합격 뒤 주민등록을 다시 전 주소지로 옮긴 사실을 알고 임용을 취소했다. 

계약 취소
임용 취소

C씨는 임용 취소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구청이 처분 전 사전통지 등을 거치지 않았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청이 항소하면서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판결이 확정됐다. 구청은 이후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사유로 정씨의 임용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정씨가 가산점 제도에 편승해 위장전입을 했고 다른 응시자들은 불합격했기 때문에 임용 취소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무원 시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다른 시·도의 공무원 시험을 같은 날 치르게 했다. 

위장전입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것 같지만, 신용불량자와 양육비 채무자 등 범죄자들의 위장전입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신용불량자들을 위한 비거주 셰어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셰어하우스는 대부분 ‘계약 기간에는 비상주로 이용 가능’ ‘우편물이 오면 수거·보관’ ‘실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 13개 시·도에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전 지점이 마감됐다고 나온다. 이처럼 신용불량자들은 재산 압류를 회피하고, 채권 추심원, 사채업자 등을 상대할 방패로 위장전입을 시도한다.

한 비거주 셰어하우스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최고장과 독촉장, 압류 등 각종 우편물이 끊임없이 집으로 날아들고, 채권자들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가족의 삶이 피폐해진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소지를 친구 집이나 친척 집으로 옮기는데 이것도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시원·원룸텔 돈 받고 명의 장사
신용불량자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도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모두 1만9213건의 양육비 채권이 확정됐고 이 가운데 6997건인 907억원가량이 이행됐다. 그런데도 양육비 이행률은 36.4%에 머물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양육자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거주지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5%인 305명이 ‘실거주지 불분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불분명 유형으로는 위장전입이 37.3%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거주지 모름이거나 해외 도피 등이었다.

실거주지가 분명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27.6%에 불과했다. 

현재 양육비법은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출국 금지‧명단 공개‧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처벌은 채무자가 감치 처벌을 받은 이후에 시행된다. 감치란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 머물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자가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주소에 없는 경우, 감치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양육비 이행률이 낮은 이유는 양육비 채무자들이 쉽게 위장전입을 해 양육비 지급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는가 몰라
엄연히 불법

이 대표는 “감치명령을 현재 방식인 서면 고지가 아니라 공시 송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 송달이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상대방의 거주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일부러 받지 않는 경우 등 송달이 불가능할 때 소송 관계 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일정 기간 공고해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감치명령이 공시 송달로 바뀐다면 범죄자들의 위장전입도 소용없게 된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룡마을 가면 위장전입?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구룡마을 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A씨가 강남구 개포1동장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8월 서울 강남국 구룡마을에 전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개포1동장은 “구룡마을은 도시개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지형도면 고시 지역으로 전입신고 수리가 제한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 측은 “1994년부터 구룡마을에 거주했다.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및 증거 등에 비춰보면 원고는 전입신고지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원고가 다른 장소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가 전입 신고한 집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등 그의 옷과 이불 여러 가재도구가 있었다. 동장이 평일 밤낮으로 여러 차례 방문했을 때도 A씨는 그 집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A씨는 전입신고 전후 수개월에 걸쳐 구룡마을 근처에서 주로 장을 봤다. 휴대전화 통화 발신 지역도 대부분 개포동이거나 가까운 서초구 양재동이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전입 신고지를 생활근거지로 상당한 기간 거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보상 등을 목적으로 위장 전입하려 했다고 단정해 전입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실제로 거주하지도 않고 위장전입만 하려는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빈민 지역이다.

주위에는 호화로운 고급 아파트나 빌라가 있다. 하지만 구룡마을은 서울에서도 가장 부촌인 강남구에서 유일하게 개발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구룡마을은 2014년 12월 서울시와 강남구의 합의로 개발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기존에 서울시에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태도를 보였고, 강남구에서는 전면 수용을 해 현금 보상 후 진행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이후 강남구의 의견대로 전면 수용으로 재개발을 결정했다. 구룡마을은 2020년 260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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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