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사라진 한반도 '범' 이야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1.24 15:49:41
  • 호수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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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랑이, 무섭지만 복도 준다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2022년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임인년의 임은 검은색, 인은 호랑이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호랑이는 용맹하고 강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2017년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야생 호랑이는 멸종됐다. 

한국 호랑이 기록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한반도는 산악지대가 대부분이라 호랑이가 살기에 좋은 지형으로, 예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무서워하면서도 숭배했다. 호랑이에 관한 기록도 꽤 많은데 <조선왕조실록>에는 876회 호랑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472년의 조선왕조 역사를 담은 사서기 때문에, 호랑이에게 피해를 본 기록이 많다.

멀고도 친숙
친근한 얼굴

실록에 따르면, 영조 때는 호랑이가 궁궐에 3번이나 들어왔다. 세조 때는 말을 타고 호랑이 사냥을 즐겼고, 연산군은 간언한 환관을 호랑이 굴에 던졌다는 기록 등이 남아있다. 실록의 대부분은 호랑이를 잡아야 한다는 것과 잡아서 얼마나 포상을 했는지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부조리하거나 난폭한 관원은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는 ‘조선은 1년의 절반이 호랑이 때문에 죽은 사람들 문상을 다녀야 하고, 1년의 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에는 호랑이가 많았고 호랑이가 끼친 피해도 막심했다. 

그렇다고 조선이 호랑이를 경멸의 대상으로 본 것은 아니다. 조선의 유명한 호랑이 그림은 김홍도와 그의 스승인 강세황의 합작해 그린 <송하맹호도>다.


이 그림에서 호랑이는 김홍도, 소나무는 강세황이 그렸다. 이 그림은 거친 나무껍질을 가진 노송 아래 긴장한 채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호랑이를 표현했다. 

<송하맹호도>에서 호랑이는 자신감과 위엄이 넘치는 눈과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것 같은 몸짓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조선 사회에서는 호랑이를 용맹함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민가에서도 호랑이 그림은 인기를 얻었다. 조선 후기에는 <까치 호랑이> 민화가 유행이었다. <까치 호랑이>는 익살스러운 얼굴을 한 호랑이와 소나무 가지 위에 앉아서 울고 있는 작은 까치가 그려져 있다. 

까치는 소나무 가지 위에 비스듬하게 앉아서 호랑이를 향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호랑이는 입을 벌리고 까치를 위협하고 있지만 무섭고 강인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친근한 얼굴을 가졌다. 이 그림은 후에 ‘바보 호랑이’라고도 불렸다.

<까치 호랑이>에서 호랑이는 양반이나 권력을 가진 관리를, 까치는 서민을 상징한다. 지혜로운 까치가 힘이 쎈 호랑이를 이기는 장면이 표현된 이 그림은 당시 권력가들에게 겪는 부조리함을 해학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전혀 다른 해석도 있다. <까치 호랑이>는 액막이와 경사를 의미하는 새해맞이 그림으로,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 부정부패한 관리, 새해의 복 등을 상징했다. 육식동물인 호랑이는 당시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였지만, 동시에 강하면서 멍청하고 복을 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이렇게 호랑이는 한반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계속된 수난으로 ‘멸종’

한국에서 호랑이가 사라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조선 전기 200년은 호랑이의 세상이었다. 조선 정부는 매년 각 군현에 호피 3장을 진상하도록 했다. 그 당시 군현은 대략 330여개, 매년 1000마리의 호랑이가 죽은 것이다.

조선에는 호랑이를 포획하는 착호갑사가 성종 때는 400여명에서, 숙종 때는 1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호랑이는 모피, 고기, 약재 등으로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도 있었다. 영종 때는 호랑이 개체 수의 감소로 호피 진상 제도가 중단됐다.

호랑이 수난시대는 일제강점기에도 계속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주는 해수(해로운 동물)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야생동물의 퇴치와 포획을 장려했지만, 야생동물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정책은 없었다.

해수구제사업에서 가장 피해를 본 동물은 호랑이와 표범이었는데 모두 멸종됐다.

1911년 조선총독부는 ‘야생동물은 누구라도 포획할 수 있다’는 것을 원칙으로 수렵 규칙을 공포했다. 이후 사냥도구 사용은 수렵 기간에 수렵 면허를 받은 사람에게 한정했다. 수렵 금지구역 지정, 일출 전, 일몰 후의 총기 사용금지, 폭발물‧독극물‧총‧함정의 금지 등 수렵 규칙을 정했다. 

그러나 일본인과 조선인의 총기 소유는 큰 차이를 보였다. 1920년 일본인 총기 소유가 2만25개, 조선인 총기 소유는 1627개였다. 수렵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본인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의 저자인 엔도 키미오는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조선인보다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야생동물 개체 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21년 마지막
일본인이 사살

실제로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조선으로 호랑이 사냥을 떠나오기도 했다. 사업가 야마모토 타다사부로는 큰돈을 내서 호랑이 몰이꾼과 사냥꾼을 고용했다. ‘정호군’이라고 이름 붙인 사냥팀은 함경남북도, 금강산, 전라남도로 보내 사냥을 지휘했다.

이 내용으로 <정호기>라는 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은 조선총독부의 해수구제정책을 내세우면서 부의 과시, 일본군 사기 진작,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확산 등 복합적으로 뒤엉켜 기술돼있다.

이렇게 호랑이들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말살당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호랑이는 언제 마지막으로 발견됐을까?


1921년 10월2일 오전 9시에서 10시쯤,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가 사살됐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25세 마을 주민 김유근씨는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르다가 호랑이를 발견했다. 김씨는 호랑이의 공격으로 왼팔에 상처를 입었다. 

호랑이로부터 도망친 김씨는 경찰서에 보고해 일본인 순사인 미야케 요조우와 인근 도로 공사 현장의 인부들을 몰이꾼으로 동원해 호랑이를 사냥했다.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는 몸길이 173cm, 꼬리길이 56cm, 몸둘레 84cm이었다.

대책 없는 해수구제정책에 대해 일본인 역시 우려를 표했다. 조선 경성사범학교의 생물학 교사였던 우에다는 ‘사라져가는 조선의 호랑이’라는 글을 잡지에 실었다.

이 글에는 “조선에는 옛날부터 호랑이가 많아 사람과 가축에게 참혹한 해를 끼쳤다. 호랑이를 잡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지방관리의 중요한 행정과제였다”며 “지금은 호랑이가 너무 줄어서 북조선의 오지가 아니면 호랑이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이는 사람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 외에도 모피와 뼈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조선의 호랑이는 전멸할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호랑이는 1943년 이후 전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1996년 국제사회에 “남한에서 호랑이가 멸종됐다”고 공식 보고했다.

동물의 왕 
구경거리로


사라진 호랑이가 다시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 때문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는 농악대의 상모를 쓰고 돌리고 있는 호랑이 캐릭터 ‘호돌이’다. 올림픽 마스코트가 결정된 것은 1986년으로, 호돌이는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서울을 뜻하는 ‘S’와 상모 돌리는 모습은 한국의 미를 제대로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각종 문구류‧과자‧음료‧생필품‧은행 통장에까지 등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호돌이 마스코트와 휘장 사업으로 71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호돌이의 뒤를 이어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는 백호 ‘수호랑’과 반달가슴곰인 ‘반다비’가 마스코트로 선정됐다. 조직위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의 연속성을 지키고, 백호가 한국 민속신앙에서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신으로 등장하는 점에 착안해 올림픽의 신성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호 수호랑은 흰색을 좋아하는 한국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얀 설원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과 조화를 이룬다는 평도 있었다.

한국 국제대회에서 호랑이의 데뷔는 전 세계로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을 알렸다. 이로써 호랑이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동물이 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은 대중문화로도 이어졌다.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 스타일을 조화시킨 음악으로 인기를 끈 밴드 그룹 이날치는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를 발표했다. 이 앨범의 대표곡은 ‘범 내려온다’로 가사는 호랑이가 숲속에서 나오는 묘사를 주로 이룬다.

이 곡은 발매 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에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한국의 흥을 느껴라: 서울)’이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게재됐으며, 총 4823만7529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조회 수는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 곡을 들은 누리꾼들은 “수궁전의 호랑이 이야기가 이렇게 멋있을 수 있다니 놀랍다” “한국의 정서와 현대의 느낌이 잘 묻어난다” 등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에도 불구하고, 호돌이가 마스코트로 채택되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바로 우리 땅에 고유종인 한국 호랑이가 멸종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다.

두려워하면서 숭배
강한 생명력의 상징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미국 미네소타 주 정부 교정국 수석행정관이었던 이희관 박사와 미네소타 한인회다. 이들은 1986년 6월 미네소타 세인트폴 동물원과 미네소타 동물원으로부터 백두산 호랑이 암수 한 쌍을 들여와 서울대공원에 안착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공원 호랑이는 올해까지 총 54마리로 늘었고, 2007년에는 백두산 호랑이 암컷 4마리가 일본 후지 사파리 동물원에 수출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호랑이의 번식을 성공적으로 이룬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호랑이 보전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맹수인 호랑이는 인간과 공존하기 어렵고, 행동반경이 400~1000km인데 비해 국내 사육시설은 너무 열악해서 호랑이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타 동물원과 교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근친 교배를 하는 문제도 있다.

2001년 서울대공원에 태어난 한국 호랑이 ‘크레인’은 남매였던 아빠 ‘태백’과 엄마 ‘선아’ 사이에서 근친 교배로 태어났다. 크레인은 선천적 백내장과 송곳니 부정교합 등 안면기형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사육사들의 손에 길러졌고,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어린 시절이 지나자 원주 드림랜드로 옮겨졌다.

그러나 2007년 경영난을 맞은 원주 드림랜드가 동물들을 방치하면서 동물단체 구조 후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돌아와 여생을 마쳤다.

언론에서는 17년을 살고 사망한 크레인을 두고 천수를 누렸다고 표현했지만, 동물 삶의 질 측면으로 바라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서울시에 선물한 호랑이 ‘로스토프’ 역시 마찬가지다. 로스토프는 2013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육사를 물어 죽였다. 당시 서울대공원은 공사 중이어서 로스토프는 호랑이사보다 절반 정도 좁은 여우사에서 생활했는데 이때 받은 스트레스로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에 비하면, 호랑이 보존 정책은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이 문제에 관해 시민단체와 동물 관련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세계 곳곳에서 서식지 파괴와 더불어 밀렵까지 성행해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1’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 됐다”며 “국내에서 호랑이가 멸종됐지만 우리는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만난다. 심지어 실내 동물원에서도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류를 조형물처럼 전시한다”고 지적했다.

사육 시설
너무 열악

이어 “누군가는 동물원을 두고 야생에서 살기 어려워진 동물의 종 보전을 위해 필요한 방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각자의 생태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서식지 보존운동이나 전시 동물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두산 호랑이 이동 거리는?

중국에 서식 중인 야생 백두산 호랑이는 하루 8.9km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길림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가임업초국 고양이과동물연구센터가 야생에서 구조해 방목한 백두산 호랑이 ‘완다산 1호’를 8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총 2063km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평균 8.9km를 이동한 것으로 이 호랑이의 활동 범위는 동서로 180km, 남북으로는 100km에 달했다.

연구센터는 작년 4월 헤이룽장성 밀산의 야산에서 이 호랑이를 구조했고, 한 달 뒤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백두산에 방목해 이동 경로를 관찰했다.

생후 7개월 된 이 호랑이는 정상적인 먹이 활동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했고, 민가에 접근하지 않고 야생생활에 잘 적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접경 지역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 집단 서식지로 야생 호랑이 개체 수는 50여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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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