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시청자 등친 예능 조작사

‘멋대로 편집’ 최악의 자책골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진정성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의 중간 과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꾸려다가 시청자의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던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른바 ‘예능적 허용’으로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평가다. 제작진의 조작 행태는 비단 <골 때리는 그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 

 “‘진정성 200%’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 탄생.”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진정성 200%’라고 전면에 내세우며,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을 강조했다. 

스코어
맘대로 

틀린 말도 아니다. <골때녀>에 출연하는 플레이어나 감독은 하나같이 진심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대뜸 축구에 온몸을 던졌다. 발톱이 빠지고 무릎이 까지고 멍이 들다 못해 인대가 늘어나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은 마음에 아픈 몸을 외면했다.

끝까지 골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거나, 패배 후에 오는 쓰라린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단 한 번도 축구를 해본 적 없었던 것 같은 선수들은 특별 과외를 받거나 한 달 내내 공과 함께 움직이는 노력을 이어가면서, 회차마다 일취월장했다. 공만 따라다니기 일쑤였던 여성들은 어느덧 전술적인 움직임을 그럴듯하게 해냈다.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허우적댔던 골키퍼들은 여느 축구 선수처럼 몸을 먼저 들이미는 야수성을 드러냈다. 예능인이라고 해서 웃기려 하지도 않았고, 배우나 모델, 가수라고 해서 예뻐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표는 오롯이 승리였다.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마지막까지 이길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승리에는 환희로, 패배에는 겸손한 인정으로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실제 스포츠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골때녀>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덕분에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듯했다.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제공)에 육박했고, 화제성은 뜨거웠다.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골때녀> 관련 글로 뒤덮였다. 시청자가 앞다퉈서 골 장면을 녹화했고, 각 선수의 스탯을 면밀하게 따지는 분석이 올라왔다.

민요를 부르는 송소희에게 ‘피르민요’, 작지만 킥력이 좋은 윤태진에겐 ‘모드리춘’, 선글라스를 끼고 황소처럼 달리는 황소윤은 ‘황비즈’라고 하는 등 직감적인 별명이 만들어졌다. 

<골때녀> 방송 조작 논란 일파만파
“같은 PD가 봐도 창피해” 비난 쇄도 

많은 시청자는 온 힘을 다하는 여성 선수들을 응원했다. <골때녀>는 새로운 스타가 대거 발굴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구척장신 아이린, FC월드클래스 tk오리와 에바, 원더우먼 송소희, FC아나콘다 윤태진, 개벤져스 김민경 등 새로운 얼굴들이 조명됐다.

장수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SBS 예능국에 <골때녀>는 새로운 활력이 됐다.

<골때녀>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건 제작진의 안일한 행태였다. 경기 과정을 편집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꿔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쌍팔년도식 태도가 <골때녀> 논란의 시초였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경기는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승부였다. 새롭게 꾸려진 팀 중 ‘탈 신입’이라는 평가를 받은 원더우먼과 시즌1 팀 중 실력 면에서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구척장신의 대결은 관심이 쏟아졌다. 원더우먼이 구척장신을 잡고 승리를 이어가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선수가 많은 두 팀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경기 결과는 6:3으로 구척장신이 이긴 것으로 보였다. 3:0에서 3:2, 4:3의 과정을 거쳐 6:3으로 경기가 끝난 것으로 방송에 나왔다. 중계진인 배성재와 이수근은 너무도 극적인 과정과 결과에 엄청난 리액션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구척장신이 5골을 내리 넣었고, 원더우먼이 3골을 따라 잡았지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하며 6:3으로 끝난 것.

이를 발견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물병의 위치와 양, 선수들의 헤어스타일, 관객석의 위치, 경기 스코어의 판을 보고 경기 과정에 조작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논란이 짙어지자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예능적 허용?
무식한 조작?

제작진은 예능적 재미를 위해 이러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원더우먼이 바짝 따라가는 형태가 더 재밌으리라 판단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 판단은 공정성과 진정성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최악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구척장신에 5:0으로 지고 있던 원더우먼이 5:3으로 따라잡는 과정이 3:0과 3:2, 4:3, 6:3으로 거치는 과정보다 과연 더 재미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도 그것이 축구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도 과정에 편향이 없다면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이 생각한 극적 재미가 경에 나오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왔다. 특히 원더우먼의 박슬기가 경기 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분에서는 팀원이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박슬기는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표정으로 힘들어했다. 조금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의욕이 없어 보이는 박슬기의 표정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결과가 드러나자 박슬기의 감정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드러났다. 5:0으로 지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지 충분히 이해돼서다. 

캐스터 배성재도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팬들은 SBS 출신 배성재가 제작진의 조작에 힘을 보탰다며 비난했다. 배성재의 해설에 분명 3:2, 4:3과 같은 스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재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촬영 한 달 후 제작진이 준 대본을 기계적으로 읽은 것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 경기 뿐 아니라 <골때녀> 제작진은 FC아나콘다와 FC탑걸의 경기에서도 붙어 있던 시계를 떼버렸다.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에서도 조작한 정황이 보였다. 액셔니스타의 정혜인의 헤어스타일이 경기 중에 막 바뀐 모습도 포착됐다.

단발인 정혜인은 경기 중에도 머리가 풀려 있다가 묶여 있다가 뒤바뀌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순차적으로 편집한 게 아닌 장면을 이리 떼고 저리 떼다가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제작진이 한 제멋대로 편집이 지속되다가 덜미가 잡힌 셈이다. 

SBS는 <골때녀> 책임 PD와 연출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안전 불감증
구속도 있어

<골때녀> 문제는 예능적 허용과 안일한 행태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어차피 예능이라 재미를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내용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로 후자에 대한 의견이 지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골때녀>는 같은 PD가 보기에도 정말 창피하다. 쌍팔년도에나 할 행동을 한 셈이다. 예능적 허용이라고 해서 재미를 위해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오디션과 스포츠”라며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능적 허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 내용을 조작해 비난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SBS 예능국은 적지 않게 조작을 시도했다가 걸린 전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글에서 생존한다는 진정성을 내건 SBS <정글의 법칙>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짜 원시 부족을 섭외한 뒤 마치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대치 구도를 만들었다가 시청자에게 걸려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대왕조개 채취를 하는 과정도 거짓으로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여행 예능의 원조 격인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참돔 낚시 조작 의혹으로 크게 비난받은 바 있다.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숱하게 예능적 허용이라는 명목으로 조작을 시도해왔다. 어쩌면 <골때녀>의 이번 사태는 방송계의 안일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작 논란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프로그램 장르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다. 특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만든 연애 방송에서 진정성 논란이 생겨난다. 

첫 번째 사례는 오연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오연서는 이준과 커플로 등장했는데, 로맨스를 그려가던 과정에서 오연서가 실제로는 배우 이장우와 만나고 있었다. 해당 사실은 한 연예 매체로 인해 밝혀졌다. 

<우결>부터 <정법>까지…도 넘은 방송가
금자탑 허무는 진정성 훼손 “이젠 멈춰”

오연서도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황신혜와 커플로 나온 김용건은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온 A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솔로라며 출연한 박수홍도 실제로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거짓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방소인 함소원이 보여준 장면도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 함소원 남편 진화의 별장으로 그려진 장소가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였으며, 방송에서 공개된 함소원의 딸 혜정의 바지 에피소드와 이사하는 과정, 이야기 병원 에피소드 등이 조작이라는 의혹도 이어졌다.

결국 <아내의 맛>은 해당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종영했다.

방송 조작으로 PD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X>는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했다가 걸렸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PD가 구속됐다. 

<프로듀스 101>은 모든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넘겨준다고 강조하면서 진정성을 내세웠지만, 뒤에서는 이른바 ‘밀실 픽’이라고 해서 제작진이 출연자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9년 한 해를 떠들썩 하게 만든 국내 방송 역사상 가장 최악의 조작으로 여겨진다.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예능 <머니게임>도 조작 논란으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 간에 욕설이 섞인 다툼이 심해진 4화 이후 갑작스레 5화에서 출연자들이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여성 출연자들이 그간의 힘들었던 부분을 제작진에게 성토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남성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고, 조작된 내용으로 방송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성 출연자 대다수가 시청자들에게 비난 포화를 맞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방송에 관심 있던 여성 출연자는 <머니게임> 이후 오히려 최악의 이미지를 얻고 하락세를 걷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 진정성이다. 무대 코미디나 드라마가 아닌 경우에는 제작진이 공정하게 출연자를 대하고 있는지를 엿본다. 특정 출연자에게 수혜를 주는 부분이 드러나면 어김없이 집중 포화를 맞게 된다.

걸리면
집중포화

특히 진정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허용을 넘어선 순위 조작이 있다면,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미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방송 조작’이 <골때녀>를 끝으로 사라져야 할 테다. 힘겹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단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