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시청자 등친 예능 조작사

‘멋대로 편집’ 최악의 자책골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진정성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의 중간 과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꾸려다가 시청자의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던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른바 ‘예능적 허용’으로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평가다. 제작진의 조작 행태는 비단 <골 때리는 그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 

 “‘진정성 200%’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 탄생.”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진정성 200%’라고 전면에 내세우며,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을 강조했다. 

스코어
맘대로 

틀린 말도 아니다. <골때녀>에 출연하는 플레이어나 감독은 하나같이 진심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대뜸 축구에 온몸을 던졌다. 발톱이 빠지고 무릎이 까지고 멍이 들다 못해 인대가 늘어나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은 마음에 아픈 몸을 외면했다.

끝까지 골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거나, 패배 후에 오는 쓰라린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단 한 번도 축구를 해본 적 없었던 것 같은 선수들은 특별 과외를 받거나 한 달 내내 공과 함께 움직이는 노력을 이어가면서, 회차마다 일취월장했다. 공만 따라다니기 일쑤였던 여성들은 어느덧 전술적인 움직임을 그럴듯하게 해냈다.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허우적댔던 골키퍼들은 여느 축구 선수처럼 몸을 먼저 들이미는 야수성을 드러냈다. 예능인이라고 해서 웃기려 하지도 않았고, 배우나 모델, 가수라고 해서 예뻐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표는 오롯이 승리였다.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마지막까지 이길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승리에는 환희로, 패배에는 겸손한 인정으로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실제 스포츠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골때녀>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덕분에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듯했다.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제공)에 육박했고, 화제성은 뜨거웠다.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골때녀> 관련 글로 뒤덮였다. 시청자가 앞다퉈서 골 장면을 녹화했고, 각 선수의 스탯을 면밀하게 따지는 분석이 올라왔다.

민요를 부르는 송소희에게 ‘피르민요’, 작지만 킥력이 좋은 윤태진에겐 ‘모드리춘’, 선글라스를 끼고 황소처럼 달리는 황소윤은 ‘황비즈’라고 하는 등 직감적인 별명이 만들어졌다. 

<골때녀> 방송 조작 논란 일파만파
“같은 PD가 봐도 창피해” 비난 쇄도 

많은 시청자는 온 힘을 다하는 여성 선수들을 응원했다. <골때녀>는 새로운 스타가 대거 발굴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구척장신 아이린, FC월드클래스 tk오리와 에바, 원더우먼 송소희, FC아나콘다 윤태진, 개벤져스 김민경 등 새로운 얼굴들이 조명됐다.

장수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SBS 예능국에 <골때녀>는 새로운 활력이 됐다.

<골때녀>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건 제작진의 안일한 행태였다. 경기 과정을 편집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꿔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쌍팔년도식 태도가 <골때녀> 논란의 시초였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경기는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승부였다. 새롭게 꾸려진 팀 중 ‘탈 신입’이라는 평가를 받은 원더우먼과 시즌1 팀 중 실력 면에서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구척장신의 대결은 관심이 쏟아졌다. 원더우먼이 구척장신을 잡고 승리를 이어가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선수가 많은 두 팀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경기 결과는 6:3으로 구척장신이 이긴 것으로 보였다. 3:0에서 3:2, 4:3의 과정을 거쳐 6:3으로 경기가 끝난 것으로 방송에 나왔다. 중계진인 배성재와 이수근은 너무도 극적인 과정과 결과에 엄청난 리액션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구척장신이 5골을 내리 넣었고, 원더우먼이 3골을 따라 잡았지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하며 6:3으로 끝난 것.

이를 발견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물병의 위치와 양, 선수들의 헤어스타일, 관객석의 위치, 경기 스코어의 판을 보고 경기 과정에 조작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논란이 짙어지자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예능적 허용?
무식한 조작?

제작진은 예능적 재미를 위해 이러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원더우먼이 바짝 따라가는 형태가 더 재밌으리라 판단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 판단은 공정성과 진정성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최악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구척장신에 5:0으로 지고 있던 원더우먼이 5:3으로 따라잡는 과정이 3:0과 3:2, 4:3, 6:3으로 거치는 과정보다 과연 더 재미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도 그것이 축구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도 과정에 편향이 없다면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이 생각한 극적 재미가 경에 나오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왔다. 특히 원더우먼의 박슬기가 경기 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분에서는 팀원이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박슬기는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표정으로 힘들어했다. 조금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의욕이 없어 보이는 박슬기의 표정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결과가 드러나자 박슬기의 감정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드러났다. 5:0으로 지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지 충분히 이해돼서다. 

캐스터 배성재도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팬들은 SBS 출신 배성재가 제작진의 조작에 힘을 보탰다며 비난했다. 배성재의 해설에 분명 3:2, 4:3과 같은 스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재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촬영 한 달 후 제작진이 준 대본을 기계적으로 읽은 것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 경기 뿐 아니라 <골때녀> 제작진은 FC아나콘다와 FC탑걸의 경기에서도 붙어 있던 시계를 떼버렸다.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에서도 조작한 정황이 보였다. 액셔니스타의 정혜인의 헤어스타일이 경기 중에 막 바뀐 모습도 포착됐다.

단발인 정혜인은 경기 중에도 머리가 풀려 있다가 묶여 있다가 뒤바뀌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순차적으로 편집한 게 아닌 장면을 이리 떼고 저리 떼다가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제작진이 한 제멋대로 편집이 지속되다가 덜미가 잡힌 셈이다. 

SBS는 <골때녀> 책임 PD와 연출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안전 불감증
구속도 있어

<골때녀> 문제는 예능적 허용과 안일한 행태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어차피 예능이라 재미를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내용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로 후자에 대한 의견이 지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골때녀>는 같은 PD가 보기에도 정말 창피하다. 쌍팔년도에나 할 행동을 한 셈이다. 예능적 허용이라고 해서 재미를 위해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오디션과 스포츠”라며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능적 허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 내용을 조작해 비난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SBS 예능국은 적지 않게 조작을 시도했다가 걸린 전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글에서 생존한다는 진정성을 내건 SBS <정글의 법칙>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짜 원시 부족을 섭외한 뒤 마치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대치 구도를 만들었다가 시청자에게 걸려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대왕조개 채취를 하는 과정도 거짓으로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여행 예능의 원조 격인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참돔 낚시 조작 의혹으로 크게 비난받은 바 있다.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숱하게 예능적 허용이라는 명목으로 조작을 시도해왔다. 어쩌면 <골때녀>의 이번 사태는 방송계의 안일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작 논란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프로그램 장르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다. 특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만든 연애 방송에서 진정성 논란이 생겨난다. 

첫 번째 사례는 오연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오연서는 이준과 커플로 등장했는데, 로맨스를 그려가던 과정에서 오연서가 실제로는 배우 이장우와 만나고 있었다. 해당 사실은 한 연예 매체로 인해 밝혀졌다. 

<우결>부터 <정법>까지…도 넘은 방송가
금자탑 허무는 진정성 훼손 “이젠 멈춰”

오연서도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황신혜와 커플로 나온 김용건은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온 A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솔로라며 출연한 박수홍도 실제로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거짓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방소인 함소원이 보여준 장면도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 함소원 남편 진화의 별장으로 그려진 장소가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였으며, 방송에서 공개된 함소원의 딸 혜정의 바지 에피소드와 이사하는 과정, 이야기 병원 에피소드 등이 조작이라는 의혹도 이어졌다.

결국 <아내의 맛>은 해당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종영했다.

방송 조작으로 PD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X>는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했다가 걸렸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PD가 구속됐다. 

<프로듀스 101>은 모든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넘겨준다고 강조하면서 진정성을 내세웠지만, 뒤에서는 이른바 ‘밀실 픽’이라고 해서 제작진이 출연자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9년 한 해를 떠들썩 하게 만든 국내 방송 역사상 가장 최악의 조작으로 여겨진다.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예능 <머니게임>도 조작 논란으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 간에 욕설이 섞인 다툼이 심해진 4화 이후 갑작스레 5화에서 출연자들이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여성 출연자들이 그간의 힘들었던 부분을 제작진에게 성토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남성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고, 조작된 내용으로 방송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성 출연자 대다수가 시청자들에게 비난 포화를 맞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방송에 관심 있던 여성 출연자는 <머니게임> 이후 오히려 최악의 이미지를 얻고 하락세를 걷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 진정성이다. 무대 코미디나 드라마가 아닌 경우에는 제작진이 공정하게 출연자를 대하고 있는지를 엿본다. 특정 출연자에게 수혜를 주는 부분이 드러나면 어김없이 집중 포화를 맞게 된다.

걸리면
집중포화

특히 진정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허용을 넘어선 순위 조작이 있다면,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미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방송 조작’이 <골때녀>를 끝으로 사라져야 할 테다. 힘겹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단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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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