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시청자 등친 예능 조작사

‘멋대로 편집’ 최악의 자책골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진정성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의 중간 과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꾸려다가 시청자의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던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른바 ‘예능적 허용’으로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평가다. 제작진의 조작 행태는 비단 <골 때리는 그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 

 “‘진정성 200%’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 탄생.”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진정성 200%’라고 전면에 내세우며,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을 강조했다. 

스코어
맘대로 

틀린 말도 아니다. <골때녀>에 출연하는 플레이어나 감독은 하나같이 진심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대뜸 축구에 온몸을 던졌다. 발톱이 빠지고 무릎이 까지고 멍이 들다 못해 인대가 늘어나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은 마음에 아픈 몸을 외면했다.

끝까지 골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거나, 패배 후에 오는 쓰라린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단 한 번도 축구를 해본 적 없었던 것 같은 선수들은 특별 과외를 받거나 한 달 내내 공과 함께 움직이는 노력을 이어가면서, 회차마다 일취월장했다. 공만 따라다니기 일쑤였던 여성들은 어느덧 전술적인 움직임을 그럴듯하게 해냈다.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허우적댔던 골키퍼들은 여느 축구 선수처럼 몸을 먼저 들이미는 야수성을 드러냈다. 예능인이라고 해서 웃기려 하지도 않았고, 배우나 모델, 가수라고 해서 예뻐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표는 오롯이 승리였다.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마지막까지 이길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승리에는 환희로, 패배에는 겸손한 인정으로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실제 스포츠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골때녀>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덕분에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듯했다.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제공)에 육박했고, 화제성은 뜨거웠다.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골때녀> 관련 글로 뒤덮였다. 시청자가 앞다퉈서 골 장면을 녹화했고, 각 선수의 스탯을 면밀하게 따지는 분석이 올라왔다.

민요를 부르는 송소희에게 ‘피르민요’, 작지만 킥력이 좋은 윤태진에겐 ‘모드리춘’, 선글라스를 끼고 황소처럼 달리는 황소윤은 ‘황비즈’라고 하는 등 직감적인 별명이 만들어졌다. 

<골때녀> 방송 조작 논란 일파만파
“같은 PD가 봐도 창피해” 비난 쇄도 

많은 시청자는 온 힘을 다하는 여성 선수들을 응원했다. <골때녀>는 새로운 스타가 대거 발굴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구척장신 아이린, FC월드클래스 tk오리와 에바, 원더우먼 송소희, FC아나콘다 윤태진, 개벤져스 김민경 등 새로운 얼굴들이 조명됐다.

장수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SBS 예능국에 <골때녀>는 새로운 활력이 됐다.


<골때녀>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건 제작진의 안일한 행태였다. 경기 과정을 편집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꿔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쌍팔년도식 태도가 <골때녀> 논란의 시초였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경기는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승부였다. 새롭게 꾸려진 팀 중 ‘탈 신입’이라는 평가를 받은 원더우먼과 시즌1 팀 중 실력 면에서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구척장신의 대결은 관심이 쏟아졌다. 원더우먼이 구척장신을 잡고 승리를 이어가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선수가 많은 두 팀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경기 결과는 6:3으로 구척장신이 이긴 것으로 보였다. 3:0에서 3:2, 4:3의 과정을 거쳐 6:3으로 경기가 끝난 것으로 방송에 나왔다. 중계진인 배성재와 이수근은 너무도 극적인 과정과 결과에 엄청난 리액션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구척장신이 5골을 내리 넣었고, 원더우먼이 3골을 따라 잡았지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하며 6:3으로 끝난 것.

이를 발견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물병의 위치와 양, 선수들의 헤어스타일, 관객석의 위치, 경기 스코어의 판을 보고 경기 과정에 조작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논란이 짙어지자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예능적 허용?
무식한 조작?

제작진은 예능적 재미를 위해 이러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원더우먼이 바짝 따라가는 형태가 더 재밌으리라 판단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 판단은 공정성과 진정성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최악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구척장신에 5:0으로 지고 있던 원더우먼이 5:3으로 따라잡는 과정이 3:0과 3:2, 4:3, 6:3으로 거치는 과정보다 과연 더 재미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도 그것이 축구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도 과정에 편향이 없다면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이 생각한 극적 재미가 경에 나오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왔다. 특히 원더우먼의 박슬기가 경기 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분에서는 팀원이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박슬기는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표정으로 힘들어했다. 조금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의욕이 없어 보이는 박슬기의 표정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결과가 드러나자 박슬기의 감정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드러났다. 5:0으로 지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지 충분히 이해돼서다. 


캐스터 배성재도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팬들은 SBS 출신 배성재가 제작진의 조작에 힘을 보탰다며 비난했다. 배성재의 해설에 분명 3:2, 4:3과 같은 스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재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촬영 한 달 후 제작진이 준 대본을 기계적으로 읽은 것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 경기 뿐 아니라 <골때녀> 제작진은 FC아나콘다와 FC탑걸의 경기에서도 붙어 있던 시계를 떼버렸다.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에서도 조작한 정황이 보였다. 액셔니스타의 정혜인의 헤어스타일이 경기 중에 막 바뀐 모습도 포착됐다.

단발인 정혜인은 경기 중에도 머리가 풀려 있다가 묶여 있다가 뒤바뀌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순차적으로 편집한 게 아닌 장면을 이리 떼고 저리 떼다가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제작진이 한 제멋대로 편집이 지속되다가 덜미가 잡힌 셈이다. 

SBS는 <골때녀> 책임 PD와 연출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안전 불감증
구속도 있어

<골때녀> 문제는 예능적 허용과 안일한 행태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어차피 예능이라 재미를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내용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로 후자에 대한 의견이 지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골때녀>는 같은 PD가 보기에도 정말 창피하다. 쌍팔년도에나 할 행동을 한 셈이다. 예능적 허용이라고 해서 재미를 위해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오디션과 스포츠”라며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능적 허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 내용을 조작해 비난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SBS 예능국은 적지 않게 조작을 시도했다가 걸린 전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글에서 생존한다는 진정성을 내건 SBS <정글의 법칙>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짜 원시 부족을 섭외한 뒤 마치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대치 구도를 만들었다가 시청자에게 걸려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대왕조개 채취를 하는 과정도 거짓으로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여행 예능의 원조 격인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참돔 낚시 조작 의혹으로 크게 비난받은 바 있다.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숱하게 예능적 허용이라는 명목으로 조작을 시도해왔다. 어쩌면 <골때녀>의 이번 사태는 방송계의 안일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작 논란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프로그램 장르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다. 특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만든 연애 방송에서 진정성 논란이 생겨난다. 

첫 번째 사례는 오연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오연서는 이준과 커플로 등장했는데, 로맨스를 그려가던 과정에서 오연서가 실제로는 배우 이장우와 만나고 있었다. 해당 사실은 한 연예 매체로 인해 밝혀졌다. 

<우결>부터 <정법>까지…도 넘은 방송가
금자탑 허무는 진정성 훼손 “이젠 멈춰”

오연서도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황신혜와 커플로 나온 김용건은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온 A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솔로라며 출연한 박수홍도 실제로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거짓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방소인 함소원이 보여준 장면도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 함소원 남편 진화의 별장으로 그려진 장소가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였으며, 방송에서 공개된 함소원의 딸 혜정의 바지 에피소드와 이사하는 과정, 이야기 병원 에피소드 등이 조작이라는 의혹도 이어졌다.

결국 <아내의 맛>은 해당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종영했다.

방송 조작으로 PD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X>는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했다가 걸렸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PD가 구속됐다. 

<프로듀스 101>은 모든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넘겨준다고 강조하면서 진정성을 내세웠지만, 뒤에서는 이른바 ‘밀실 픽’이라고 해서 제작진이 출연자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9년 한 해를 떠들썩 하게 만든 국내 방송 역사상 가장 최악의 조작으로 여겨진다.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예능 <머니게임>도 조작 논란으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 간에 욕설이 섞인 다툼이 심해진 4화 이후 갑작스레 5화에서 출연자들이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여성 출연자들이 그간의 힘들었던 부분을 제작진에게 성토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남성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고, 조작된 내용으로 방송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성 출연자 대다수가 시청자들에게 비난 포화를 맞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방송에 관심 있던 여성 출연자는 <머니게임> 이후 오히려 최악의 이미지를 얻고 하락세를 걷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 진정성이다. 무대 코미디나 드라마가 아닌 경우에는 제작진이 공정하게 출연자를 대하고 있는지를 엿본다. 특정 출연자에게 수혜를 주는 부분이 드러나면 어김없이 집중 포화를 맞게 된다.

걸리면
집중포화

특히 진정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허용을 넘어선 순위 조작이 있다면,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미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방송 조작’이 <골때녀>를 끝으로 사라져야 할 테다. 힘겹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단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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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