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변신과 변심 사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7 12:56:49
  • 호수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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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침 뱉은 자리에 앉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생에서 기회는 꼭 세 번은 오기 마련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국민의힘 합류는 기회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원군으로 나선 신 대표는 김한길 새시대준비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이 침 뱉은 자리에 앉은 꼴이 됐다. 여성인권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여성인권, 성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신 대표가 영입되자 당내 분열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격 합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대표는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는 이번 영입 제안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는 강력하게 법치를 준수하는 분인 만큼 국민을 위한 행복 추구 의지가 보였다”며 “국민의힘에 몸담지는 않더라도 시민으로서,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합류 배경에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신 대표를 영입한 것은 2030세대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2030 여성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5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젠더 갈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영입이 발표된 지난 20일, 신 대표 영입에 대해 이 대표는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 (영입)때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영입에 대해 노골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핵심지지 기반은 60대 이상 고령층과 함께 2030세대 남성층,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 대표는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 등을 설파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지난 7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정치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반페미니즘’ 최전선에 섰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신 대표 영입에 공개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신 대표 영입을 두고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며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과 새 시대 만든다”
갑자기 돌아선 그녀는 왜?

이어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신 대표의 국민의힘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신 대표의 영입에 대해 반대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일단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의미하는 새시대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하나, 요술에 넘어간 자기 부정의 극치를 보여준 젊은 정치인 하나, 국힘의 주류도 아닌 곁가지에 붙들려 결국 쓸려갈 미래 하나”라고 글을 올렸다.

신 대표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것이 자기부정이며 향후 신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조폭과 양아치 중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10월7일)’ ‘거대 양당 간의 권력 돌려 먹기로부터 이번 선거를 지킬 수 있게 담대한 대화의 장을 엽시다(11월4일)’ 등 신 대표의 SNS 글을 언급하며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표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밝혀왔던 가치 지향과 정반대 기조의 정당을 택했다는 의견이다.

정의당도 신 대표에 대해 “변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씨가 국민의힘으로 가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신씨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나, 국민의힘 정권이나 다를 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도 신 대표에 행보에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페미니즘당 이가현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닐까. 매번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는 선거를 계속한다’는 패배감이 그만큼 컸던 걸까”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풍경은 느티나무도 있고, 작은 꽃도 있는 다양하지만 공정할 수 있는 정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도 아침 회의 때 ‘다른 얘기라도 조율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30 여성 
표심 잡기

신 대표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2018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신 대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초록색 배경에 포스터로 유권자에게 눈길을 끌었다. 

5월 당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선거 벽보가 게시됐다.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

선거벽보 훼손은 도난부터 날카로운 물건으로 얼굴 특정 부위에 흠집을 내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행위까지 다양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벽보에 있는 포스터에 신 대표 눈빛이나 표정 등을 두고 저급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혼자서 28개나 되는 벽보를 훼손한 30대가 검거됐다. 전부 신 대표의 벽보를 훼손한 것은 아니고 인지연 후보의 것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이 신장되면 자신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당시 신 대표 선거 결과는 8만2874표를 받아 안철수 바로 다음인 4위에 올랐으며, 전체 표 중 1.7%를 득표했다. 이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를 모두 제친 성적이다. 정의당 소속 김종민 후보(8만1664표, 1.6%)를 약 1200표라는 간소한 차이로 이겼다.

신 대표는 여성이슈 등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한 달만 더 있었다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자도 이겼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선거 다음 날 언론사 인터뷰만 11개를 진행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선거 종료와 함께 6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추진력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1990년 6월20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태어난 신 대표는 중학교 시절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두발 자유 운동을 한 적 있다. 

2000년대에도 두발 규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교육부가 각 학교에 두발 자율화를 권고한 적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세 주체가 함께 논의해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칙을 정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교사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규정을 아주 조금 완화하는 수준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두발 제한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귀도 뚫을 수 있고 파마도 자유롭게 했다. 중학생이 되니까 머리를 귀밑 4㎝로 자르라 했다. 제가 다니던 여중에서는 심지어 양말도 몇 번을 접어라, 속옷도 베이지색이나 하얀색만 입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용돈 모아서 배지 만들고 학교에서 팔았다”고 말했다. 

두발 자유화 배지를 학우들에게 100원에 팔기도 한 신 대표는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기도 한 일화가 있다. 이후 연세대학교 산하 서울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라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통해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2011년 민주노동당에 잠시 입당한 뒤 출당을 했고 이듬해 3월 녹색당 입당해 정계 입문했다. 2013년에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기업을 차리기도 했다.

2015년 신 대표는 녹색당 비례대표 5번 후보로 나선다.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도 재직한 신 대표는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사회적경제’ ‘풀뿌리운동’ ‘청소년인권’ ‘주거권’ 등의 실현을 주장했다.

기회 잡은 
페미니스트

다음 해 제20대 비례대표 방송토론회에 출연한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하다. 지금 이 토론회에도 인권의식 없이 차별적 정책을 내놓는 정당들이 자리해 있다”며 “기득권 정당들도 소수자를 위한 발언과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불평등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를 넘어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무시당했던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인터섹스, 트렌스젠더를 위한 정책과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등의 단어를 방송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 대표를 비롯해 녹색당 비례대표 5명 모두 낙선했다. 신 대표는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녹색당 서울시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6개월 뒤부터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 등을 2년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신 대표는 녹색당을 탈당했다. 탈당 이유로는 당직자에게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은 신 대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해당 당직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 

또 더불어시민당 구성 과정의 갈등도 있었다. 녹색당은 당원 투표를 거친 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녹색당이 제시한 김기홍 후보에게 비례 공천을 주는 것을 꺼리면서 결국 녹색당을 패싱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참여 결정 자체부터가 잘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후보로 등록하고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송은 래퍼 최삼이 제작에 참여했다. 특이하게 선거 당시 본인의 테마 색을 홀로그램 색으로 뽑았고 이때 ‘(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 달 신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다소 선전해 전·현직 국회의원인 우상호(민주당), 이성헌(국민의힘)과 함께 선관위 주관 서대문구 갑 토론회에 참석했다. 원내정당인 민중당과 우리공화당 후보는 여론조사 득표 미달로 참석하지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4위 기록  
출마 때마다 선거벽보 훼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벽보가 또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번에도 다른 후보자 벽보는 멀쩡했으며, 유독 신 대표 벽보만 온전치 않았다. 후보자의 두 눈 부분이 불로 지져진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나, 서대문경찰서는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신 대표는 여성을 불안하게 만드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일로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 다른 젊은 페미니스트 후보자들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사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여성의당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돌을 맞은 사건 등이 있다.

신 대표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3위(3.2%)의 성적을 거뒀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가 거둔 기록보다 높다.

지난 2월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와 금태섭에게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신 대표는 거대 정당에서는 뒤로 밀려나는 여성 의제를 강조했다. 

신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재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재보선을 치르는 기막힌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눈부시게 평등한 대한민국을 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민에게 ▲성폭력과 혐오 범죄에 무관용 원칙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및 동반자 등록 조례 제정 ▲서울시 임금격차해소 및 여남동수제 도입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당일 개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신 대표는 후원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했다. 부시장 후보들과 선거캠프 인사들이 출연해 정책, 선거 정국에 대한 방송을 했다. 당초 선거 빚이 6300만원 발생할 뻔 했지만 방송 덕분에 5000만원을 모아 만회했다.

결국 신 대표는 1만8039표를 받으며 득표율 0.37%를 받고 낙선했다. 여담이지만 허경영 후보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득표 수도 허 후보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 

당 안팎
손가락질

신 대표는 “유권자를 만나보면 신지예 개인에게 기대고 싶어 하더라.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고, 거기에 평생을 바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인물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집단이 정치를 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인물이 정치를 오래하면 부패하게 된다.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을 오래하면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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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