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변신과 변심 사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7 12:56:49
  • 호수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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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침 뱉은 자리에 앉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생에서 기회는 꼭 세 번은 오기 마련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국민의힘 합류는 기회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원군으로 나선 신 대표는 김한길 새시대준비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이 침 뱉은 자리에 앉은 꼴이 됐다. 여성인권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여성인권, 성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신 대표가 영입되자 당내 분열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격 합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대표는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는 이번 영입 제안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는 강력하게 법치를 준수하는 분인 만큼 국민을 위한 행복 추구 의지가 보였다”며 “국민의힘에 몸담지는 않더라도 시민으로서,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합류 배경에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신 대표를 영입한 것은 2030세대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2030 여성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5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젠더 갈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영입이 발표된 지난 20일, 신 대표 영입에 대해 이 대표는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 (영입)때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영입에 대해 노골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핵심지지 기반은 60대 이상 고령층과 함께 2030세대 남성층,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 대표는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 등을 설파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지난 7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정치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반페미니즘’ 최전선에 섰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신 대표 영입에 공개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신 대표 영입을 두고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며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과 새 시대 만든다”
갑자기 돌아선 그녀는 왜?


이어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신 대표의 국민의힘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신 대표의 영입에 대해 반대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일단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의미하는 새시대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하나, 요술에 넘어간 자기 부정의 극치를 보여준 젊은 정치인 하나, 국힘의 주류도 아닌 곁가지에 붙들려 결국 쓸려갈 미래 하나”라고 글을 올렸다.

신 대표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것이 자기부정이며 향후 신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조폭과 양아치 중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10월7일)’ ‘거대 양당 간의 권력 돌려 먹기로부터 이번 선거를 지킬 수 있게 담대한 대화의 장을 엽시다(11월4일)’ 등 신 대표의 SNS 글을 언급하며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표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밝혀왔던 가치 지향과 정반대 기조의 정당을 택했다는 의견이다.

정의당도 신 대표에 대해 “변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씨가 국민의힘으로 가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신씨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나, 국민의힘 정권이나 다를 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도 신 대표에 행보에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페미니즘당 이가현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닐까. 매번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는 선거를 계속한다’는 패배감이 그만큼 컸던 걸까”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풍경은 느티나무도 있고, 작은 꽃도 있는 다양하지만 공정할 수 있는 정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도 아침 회의 때 ‘다른 얘기라도 조율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30 여성 
표심 잡기

신 대표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2018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신 대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초록색 배경에 포스터로 유권자에게 눈길을 끌었다. 

5월 당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선거 벽보가 게시됐다.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


선거벽보 훼손은 도난부터 날카로운 물건으로 얼굴 특정 부위에 흠집을 내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행위까지 다양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벽보에 있는 포스터에 신 대표 눈빛이나 표정 등을 두고 저급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혼자서 28개나 되는 벽보를 훼손한 30대가 검거됐다. 전부 신 대표의 벽보를 훼손한 것은 아니고 인지연 후보의 것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이 신장되면 자신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당시 신 대표 선거 결과는 8만2874표를 받아 안철수 바로 다음인 4위에 올랐으며, 전체 표 중 1.7%를 득표했다. 이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를 모두 제친 성적이다. 정의당 소속 김종민 후보(8만1664표, 1.6%)를 약 1200표라는 간소한 차이로 이겼다.

신 대표는 여성이슈 등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한 달만 더 있었다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자도 이겼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선거 다음 날 언론사 인터뷰만 11개를 진행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선거 종료와 함께 6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추진력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1990년 6월20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태어난 신 대표는 중학교 시절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두발 자유 운동을 한 적 있다. 


2000년대에도 두발 규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교육부가 각 학교에 두발 자율화를 권고한 적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세 주체가 함께 논의해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칙을 정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교사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규정을 아주 조금 완화하는 수준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두발 제한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귀도 뚫을 수 있고 파마도 자유롭게 했다. 중학생이 되니까 머리를 귀밑 4㎝로 자르라 했다. 제가 다니던 여중에서는 심지어 양말도 몇 번을 접어라, 속옷도 베이지색이나 하얀색만 입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용돈 모아서 배지 만들고 학교에서 팔았다”고 말했다. 

두발 자유화 배지를 학우들에게 100원에 팔기도 한 신 대표는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기도 한 일화가 있다. 이후 연세대학교 산하 서울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라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통해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2011년 민주노동당에 잠시 입당한 뒤 출당을 했고 이듬해 3월 녹색당 입당해 정계 입문했다. 2013년에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기업을 차리기도 했다.

2015년 신 대표는 녹색당 비례대표 5번 후보로 나선다.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도 재직한 신 대표는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사회적경제’ ‘풀뿌리운동’ ‘청소년인권’ ‘주거권’ 등의 실현을 주장했다.

기회 잡은 
페미니스트

다음 해 제20대 비례대표 방송토론회에 출연한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하다. 지금 이 토론회에도 인권의식 없이 차별적 정책을 내놓는 정당들이 자리해 있다”며 “기득권 정당들도 소수자를 위한 발언과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불평등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를 넘어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무시당했던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인터섹스, 트렌스젠더를 위한 정책과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등의 단어를 방송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 대표를 비롯해 녹색당 비례대표 5명 모두 낙선했다. 신 대표는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녹색당 서울시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6개월 뒤부터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 등을 2년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신 대표는 녹색당을 탈당했다. 탈당 이유로는 당직자에게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은 신 대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해당 당직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 

또 더불어시민당 구성 과정의 갈등도 있었다. 녹색당은 당원 투표를 거친 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녹색당이 제시한 김기홍 후보에게 비례 공천을 주는 것을 꺼리면서 결국 녹색당을 패싱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참여 결정 자체부터가 잘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후보로 등록하고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송은 래퍼 최삼이 제작에 참여했다. 특이하게 선거 당시 본인의 테마 색을 홀로그램 색으로 뽑았고 이때 ‘(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 달 신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다소 선전해 전·현직 국회의원인 우상호(민주당), 이성헌(국민의힘)과 함께 선관위 주관 서대문구 갑 토론회에 참석했다. 원내정당인 민중당과 우리공화당 후보는 여론조사 득표 미달로 참석하지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4위 기록  
출마 때마다 선거벽보 훼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벽보가 또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번에도 다른 후보자 벽보는 멀쩡했으며, 유독 신 대표 벽보만 온전치 않았다. 후보자의 두 눈 부분이 불로 지져진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나, 서대문경찰서는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신 대표는 여성을 불안하게 만드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일로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 다른 젊은 페미니스트 후보자들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사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여성의당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돌을 맞은 사건 등이 있다.

신 대표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3위(3.2%)의 성적을 거뒀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가 거둔 기록보다 높다.

지난 2월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와 금태섭에게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신 대표는 거대 정당에서는 뒤로 밀려나는 여성 의제를 강조했다. 

신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재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재보선을 치르는 기막힌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눈부시게 평등한 대한민국을 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민에게 ▲성폭력과 혐오 범죄에 무관용 원칙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및 동반자 등록 조례 제정 ▲서울시 임금격차해소 및 여남동수제 도입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당일 개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신 대표는 후원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했다. 부시장 후보들과 선거캠프 인사들이 출연해 정책, 선거 정국에 대한 방송을 했다. 당초 선거 빚이 6300만원 발생할 뻔 했지만 방송 덕분에 5000만원을 모아 만회했다.

결국 신 대표는 1만8039표를 받으며 득표율 0.37%를 받고 낙선했다. 여담이지만 허경영 후보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득표 수도 허 후보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 

당 안팎
손가락질

신 대표는 “유권자를 만나보면 신지예 개인에게 기대고 싶어 하더라.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고, 거기에 평생을 바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인물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집단이 정치를 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인물이 정치를 오래하면 부패하게 된다.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을 오래하면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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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