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특별대담> '대선 4수' 손학규가 그리는 제7공화국 

“대한민국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미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이나 신앙이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함부로 주워오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미신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 여부를 떠나 미신은 우리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빅 이슈가 터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의 이야기다.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다. 그 역시 징크스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스스로도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말할 정도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선 3번의 대선 출마에서도 손 전 대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파란만장
정치인생

이번 역시 당선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출마 당시 손 전 대표는 어떤 욕도 감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처음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손 전 대표를 대선판으로 뛰어들게 한 계기다. 

그는 1947년 경기도 시흥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하며 투쟁을 해오던 인물이다. 소위 운동권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른 경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풀려난 손 전 대표는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교수로 지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손 전 대표는 같은 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뒤, 총 3선 의원,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에서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정치권에서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은 만큼 파고가 많았다. 손 전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인방으로 불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생 총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대중 인지도 또한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됐으나 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탈당한다. 탈당 뒤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으나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 맹공이 가해졌다. 

현재까지도 손 전 대표를 향해 가해지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몸담았을 때는 정동영 전 장관에게 패배를 맞이했다. 이후 민주통합당의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는 2년간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칩거 생활을 끝낸 뒤 정계에 복귀한 손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분당에서 또다시 당선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해 책임론이 가해진 탓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손 전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수원 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패배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또 왜? 대통령 불행 끝내러 마지막 도전”
“난장판 볼 수 없어” 잠행 끝내고 출사표

오랜 산중 생활을 끝낸 뒤 그는 다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칩거가 길었던 탓에 재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통해 지속적인 재기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손 전 대표가 몸담고 있던 민생당은 당선인 없는 0석 정당이라는 씁쓸한 결과표를 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타격도 가해졌다.

손 전 대표 역시 정치와 인연을 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손 전 대표가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을 출마 타이밍이라고 여긴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선언 한뒤 지지율은 미약한 편이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가 있다. 다음은 손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를 하셨습니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한 뒤 일체 조용히 살고 정치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진행 과정에서 인신공격이나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이란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국민 축제인데 난장판이 돼가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민은 찍을 사람이 없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마당에 손 전 대표님이 우리나라 정치 어른인데 나서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정치계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인연
끊으려다…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욕이다. 대통령 병이다’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 그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부분인지요.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극도로 분열돼있는 사회,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 권력 구조의 변화, 이것을 위한 확실한 민주주의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불행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보복이 너무 횡행해 있습니다. 과거를 주시하는 정치가 되는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치가 돼야 합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됩니다. 현재 대선도 양강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 후보는 감옥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감옥 가지 않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도지사가 대통령 나오는 게 유행같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은 좋게 봅니다. 다만 도지사를 하는 중 현직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윤 후보의 경우 현 정부에 의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검찰총장 초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습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을 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습니다. 윤 후보가 야당 후보가 된 것 자체가 대통령제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제 폐지를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 제도를 폐지하고 의회중심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개헌을 하고 7공화국 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대선후보와 연합도 염두에 두셨는지요.

▲우리나라 정치연합이라는 게 권력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에 가까이 가느냐’를 위한 공학적인 발상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적인 목표가 없이 단지 권력을 획득하거나 단순히 빌붙어서 ‘뭘 하나 얻겠다’ 단일화를 통해 제가 총리나 장관직을 얻겠다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연립정부를 통해서 내 정책을 반영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보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논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책으로 시장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은 부동산을 거주하는 집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편, 투자 가치나 재산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은 부동산을 주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규제하는 정책으로 눌러봤자 안 됩니다. 현 정부는 법으로만 규제를 하려고 시도한 점이 부동산값만 올려놓은 꼴입니다.

“대통령제 폐지” 강력 주장
개헌 후 의회중심주의 구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수요를 억지로 줄이면 안 된다고 봅니다. 통제를 하면서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겠다는 철학과 기본 원칙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역시 ‘어디에다 몇 만평 짓겠다’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될 것은 (부동산)철학을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자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주가 되고 정부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도와야 합니다. 저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반드시 세울 겁니다.

-저출산 역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정말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0.8명대로 내려갔어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인데 저는 단순히 ‘보육원을 더 짓는다’ 이런 정도는 안 됩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보육에서부터 교육 이런 건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게 필요합니다. 또 생활 역시 어느 정도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요구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정부가)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G7의 초청을 받고 10대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3만불을 5만불로 10대 경제 대국을 7대, 5대 강국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문명의 중심을 이뤄야 될 것이 우리나라의 현 위치입니다. 이를 위해서 끝없이 싸우고 대결과 갈등으로만 점철돼 있는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대선후보 손학규가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제7공화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또 더 이상 편 가르지 않는 나라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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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