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어 대우건설 품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성공 스토리

19세 목수는 50년 뒤 고래를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9세 나이에 목수로 건설 현장에 뛰어든 청년이 50년 만에 업계 2위 건설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타고난 승부사인 정 회장은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이번 인수전도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지난 9일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 실무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방서
전국구로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중흥그룹은 ‘지방 건설사’라는 한계를 딛고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됐다. 중흥토건(2조585억원)과 중흥건설(1조1302억원), 대우건설(8조7290억원)의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산(11조9177억원)하면 삼성물산(22조5640억원)에 이어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재계 순위도 수직 상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자산액 9조2070억원으로 47위를 차지했다. 중흥토건, 중흥건설 등 중흥그룹의 계열사가 반영된 순위다.

자산총액 9조8470억원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으로 미래에셋(19조3330억원)에 이어 21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봐야겠지만 건설사 순위가 뛰고 시공 능력도 향상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취약했던 해외사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은 현재 수주잔액 39조원 가운데 해외 수주액이 8조원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곳곳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라크, 모잠비크, 베트남 등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가 가졌던 해외 수주 노하우와 프로젝트 관리 경험은 자연스레 중흥으로 이식될 것”이라며 “대우가 가진 국내 주택사업 능력도 중흥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민간 건설사 최대 공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역시 약 3만5000가구 분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공급실적 1위 수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공급 능력은 중흥그룹에도 시너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흥그룹은 ‘중흥S-클래스’ 브랜드로 전국 아파트 건설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그러나 시공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서울 시장 공략에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건설 6위 인수 마무리…업계 2위로 점프
해외 경쟁력 대폭 상승…글로벌 건설사로

건설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브랜드 ‘푸르지오’와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써밋’을 활용하면 건설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그룹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강남 재건축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 매각의 발목을 잡았던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한 만큼 중흥그룹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전은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번 인수로 지방 소재 ‘변방의 중견건설사’ 중흥그룹이 글로벌 건설사 인수를 이뤄 내년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준비한 셈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띄워 중흥그룹을 성장시켰다. 세종특별자치시 개발 과정에서 많은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고 포기할 때 중흥그룹이 전체 주택 용지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매입해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1만3000여가구를 공급한 점을 업계에선 높이 사고 있다.

이후 세종시 분양시장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인수전에도 가격 문제로 재입찰 과정을 밟게 되자 정 회장이 직접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1943년 광주 출생인 정 회장은 스물이 채 안된 나이에 목수로 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1983년 금남주택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6년 뒤 설립한 중흥건설의 모태다.

고비 때마다 
승부수 띄워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중흥건설은 이후 수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만큼 사세를 확장했다.

업계는 건설 시장이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은 와중에도 중흥이 성장을 이어 온 배경으로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꼽는다. 그의 업무 책상 위에는 회사의 3년치 현금흐름표가 놓여있다. 36개월간의 자금 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3불(不) 원칙’이다. ‘비(非)업무용 자산 불매’ ‘보증 되도록 서지 않기’ ‘적자 예상 프로젝트 수주하지 않기’다.

이 같은 철저한 자금관리가 시총 3조7000억원대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흥건설 측의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서를 호평하면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 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다소 보수적이지만, 경영인으로서는 냉철한 승부사적 기질도 갖고 있다. 중흥건설은 당초 본입찰에서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가, 차순위와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타나자 KDBI 측에 재차 수정 제안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 측은 노딜(No deal)도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는데, 이러한 인수 전략을 진두지휘한 것은 정 회장이라는 후문이다.

그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호시탐탐 노려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에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대기업 인수 구상을 드러냈다.

회의적 시선
산적한 과제

당시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인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업계엔 중소건설사였던 중흥이 대우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내기에 앞서 중흥그룹 내부 지배구조 정리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사업담당 대표이사와 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담당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그동안 중흥은 내부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부인사가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정창선 중흥 회장 역시 “차기 사장 승진은 내부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 김창환 대우건설 신사업본부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우건설 공채 출신이다.

김창환 본부장은 기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정항기 대표 영입으로 신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은행 인수 뒤 CFO를 맡은 유일한 대우맨이다. 백정완 본부장은 주력인 주택건축사업을 이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흥은 최대한 대우건설의 신뢰를 얻는 내부인사를 선임해 인수합병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인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탄 조달에도 나서야 한다. 중흥은 대우건설 임직원 급여를 건설사 상위 3개 업체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판 인부로 시작해 재계 20위권 진입
‘타고난 승부사’ M&A 전략 직접 진두지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8200만원 수준으로 3사 평균(9300만원) 10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대우건설의 정규직 직원은 3760명이며 비정규직 직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5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흥은 대우건설 재무구조 개선에도 막대한 현금을 쏟아야 한다.

대우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2.6%다. 만일 중흥그룹(105.1%) 수준으로 맞추려면 최소 3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289.7%), 2020년(247.6%)과 비교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만 7조원에 이르는 만큼 중흥의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에는 출신과 계파별로 다양한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현재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임명한 것으로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의 지지를 얻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 인수자금 외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지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 완료하고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대우건설을 세계 최고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매각 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에 인수를 완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중흥그룹은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다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국내 1등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 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반발?
성장에 자신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자 한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그리고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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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