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사극 열풍' 속으로…

전파 타면 장타 ‘방송사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극이 방송사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멜로나 학원물, 장르물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지만, 끊임없이 실패하다 못해 OTT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런 가운데 방송사들은 사극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익숙한 소재를 트렌드에 맞게 변형을 준 점이 사극 열풍의 요인으로 점쳐진다. 

올 하반기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키워드는 단연 사극이다. 전반적인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했던 상반기와 달리, 방송사마다 내놓는 사극들이 잇달아 히트하며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드 플랫폼
방송사 활기

최근 시청자의 주도권은 OTT로 완전히 넘어간 모양새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마이 네임>과 <지옥>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쳤으며, 신진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의 <어느날>과 웨이브(wavve)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 신선하고 트렌디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사이 방송사는 올드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2040의 젊은 층 대다수는 OTT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시청률 무용론’이 나오고 있으며, 올드 플랫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청률 집계는 점점 의미가 퇴색됐다.

위기의 지상파가 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를 타개한 건 사극이다. MBC 드라마국의 위상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 3일 방송분 시청률이 10.2%(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MBC가 드라마로 10%를 넘긴 작품은 <나쁜형사>로 2018년 12월4일 방영분이 10.6%를 기록했는데,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무려 3년만에 마의 10%를 넘긴 것.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다룬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옷소매> <연모> <이방원> 넘긴 ‘마의 10%’
방송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사극의 계보’

이산과 의빈 성씨의 이야기는 MBC <이산>을 비롯해 다큐멘터리나 역사 방송에서도 다뤄진 소재지만, 성덕임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멜로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서사가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적으로 보면 일과 사랑에 있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의 모습에 다수의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KBS2의 <연모> 역시 침체기를 겪는 KBS를 살리는 드라마다. 남장여자 콘셉트를 가져온 <연모>는 쌍둥이 여아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버려진 아이가 세손인 오라비의 죽음을 대신하면서 남장 세자가 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진짜 성별을 숨긴 채 만들어지는 로맨스가 애틋함과 더불어 언제 정체가 탄로 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만든다. 

이세영과 박은빈 등 젊은 여배우들이 원톱 주연에 가까운 롤을 훌륭히 수행하면서 인기는 점점 치솟고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송혜교와 맞붙은 상황에서 일궈낸 결과여서 더 유의미하다.


두 드라마는 조연들의 호연까지 시너지를 내면서 올 연말 최고의 관심작으로 대두되는 중이다. MBC와 KBS2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연말 연기대상에서 싹쓸이 수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돌아온
전성기

한 방송 관계자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나 <연모>는 기대 이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둔 고마운 작품이라 분명한 보상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박은빈의 경우에는 대상도 받을만하다”고 내다봤다.

사극이 지상파의 해답이라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을 무렵 KBS1에서는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었던 정통 사극을 부활시켰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활용된 태종 이방원의 삶을 그린 <태종 이방원>이다. 

<태종 이방원>은 첫 회 시청률 8.7%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뒤 단 2회 만에 9.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0%는 손쉽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률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두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KBS 대하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태종 이방원>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사극이 지상파를 살릴 마지막 보루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권력을 잡기 위해 혈육을 죽이는 등 형제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오를 뿐 아니라, 아버지 이성계와 끊임없이 갈등을 이어나간다.

신하들을 막강한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대목, 세자를 위해 아내의 동생들을 참수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이방원의 이야기는 요즘 같은 대선 정국에서는 시선을 확 잡아끈다. 

후반부에는 이방원의 아내 민씨(박진희 분)와 계모 강씨(예지원 분)의 막후 활약도 드러날 전망이라 <태종 이방원>이 가진 기대감은 매우 높다. 강씨는 타고난 정치 감각과 결단력으로 조선의 초대 왕비가 되는 인물이고, 민씨는 이방원을 왕으로 만드는 여장부다.

스토리 변주
다양한 기록

다른 채널에서도 사극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로 전향한 소녀시대 유리가 주연을 맡은 MBN <보쌈 - 운명을 훔치다>는 MBN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인 9.75%를 기록하며, 방송사의 역사를 다시 썼다. 

판타지 사극 SBS <홍천기>는 마지막 회가 10%를 넘기며 종영했을 뿐 아니라 판타지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tvN <어사와 조이>는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드라마 팬들에게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사극 장르만 보면 타석에 설 때마다 최소 안타에서 장타를 꾸준히 치고 있던 셈이다. 2021년만 봤을 때 실패한 사극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가운데 지상파는 또 하나의 사극을 내놓는다. <연모> 차기작 역시 사극이다. 배우 유승호와 이혜리의 신작 <꽃 피면 달 생각하고>다. 금주령이 내려진 조선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추격 로맨스다.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는 금주령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의 기대를 받고 있다. 궁중 사극이 아닌 서민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후에도 KBS2는 판타지 사극 <붉은 단심>을 방영할 예정이며, tvN도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한 <청춘이여 월담하라>를 제작한다.

OTT에 넘어간 주도권 다시 되찾나
너무 같은 소재…게으른 기획 오점

이처럼 렌즈를 어디에 갔다 대느냐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사극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극이 지상파 부활이 화두가 된 이유는 익숙한 스토리에서 변주하기 좋은 소재가 다양해서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도 많을 뿐 아니라 실록과 야사 등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도 많아 영상화했을 때 보여주기 좋은 이야기가 많다. 

아울러 PPL이 없어 최근 시청자들이 불을 켜고 찾고 있는 PPL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동북공정을 내세운 중국식 역사관이나 뉴라이트의 친일 사관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역사 왜곡 논란도 피해간다. 특히 조선의 경우에는 해당 논란과는 거리가 있고, 대부분 소재를 어떻게 해석할지 분분해 논란을 벗어나기에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 작품이 기시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색다른 소재를 잡을 수 있음에도, 기획 단계부터 너무 게으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태종 이방원>의 이방원에 대한 소재는 KBS1 <용의 눈물>이나 KB1 <정도전>, SBS <육룡이 나르샤>와 겹치며,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산>과 일맥상통한다. <연모>는 KBS2 <성균관 스캔들>이나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른다. 유사한 소재와 설정을 다시 재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현재적인 관점에서 변형을 주고 있지만, 익숙한 것을 또 보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특히 정통 사극인 <태종 이방원>은 오래전에 방영된 <용의 눈물>과 장르적 특성이나, 인물의 구도 등이 너무 일치해 베끼어 썼다고 해도 무방하다. 

경험
노하우

한 방송 관계자는 “사극이 인기가 있는 점에는 익숙한 스토리가 한몫할 것이다. 이미 성공사례가 있는 소재를 갖고 오는 것은 좋으나 현대적인 재구성은 꼭 필요하다. 사극이 인기 있다고 해서 게으른 행태를 보이면 마지막 보루마저 사라질 것”이라며 “OTT가 장르물은 더 뛰어날지라도, 사극의 전통만큼은 지상파가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사극으로서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 것에 고무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