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승무원복 갈아입기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1.12.21 10:45:04
  • 호수 13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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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까지 보여주는 룩북 정체는?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 주는 승무원복 갈아입기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한 여성 유튜버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하는 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룩북’ 콘셉트. 문제는 승무원 복장을 입고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특정 직업군을 성 상품화 했다는 지적이다.

보정 없이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재 승무원들 극대노 중이라는 유튜브 영상’이란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룩북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A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 + 압박 스타킹 코디’란 제목으로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하는 영상을 올렸다.

A씨는 속옷만 입고 등장해 블라우스와 스타킹, 치마를 차례로 입었다.

색이 다른 2벌의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한 A씨는 “속옷부터 갈아입는 모습까지 보정 없이 솔직하게 고스란히 담아냈다”며 “보정 속옷이나 보정 어플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무원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받았고, 의상들도 전부 제가 구매했다”면서 “착용한 의상은 특정 항공사의 정식 유니폼이 아니고 유사할 뿐, 디자인과 원단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속옷을 입은 채로 등장해 ‘오피스룩’ ‘원피스룩’ ‘이벤트복’ 등의 착용 영상을 올리고 있다. ‘룩북(look book)’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경향이나 스타일을 담은 사진집을 뜻한다. 이를 유튜브에선 여러 의상을 착용하며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영상을 칭하는 용어로 사용돼왔다. 

승무원 유니폼 착용 유튜브 영상 논란
속옷까지…특정 직업군 성상품화 지적

일부 유튜버들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스타일링보단 속옷 노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승무원 복장 영상도 룩북과 거리가 멀어 특정 직업군을 성 상품화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한항공은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영상 속 A씨가 입은 승무원복이 자사의 유니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한 언론을 통해 “해당 당사자 및 채널에 지속적으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채널 운영자에 대해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일반인은 승무원복 입는 영상 찍으면 안 되나? 승무원 사칭한 것도 아닌데…’<tomc****> ‘별 게 다 문제네. 특정 회사 승무원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문제냐?’<hms7****> ‘상상력 자극인데 무슨 잘못이야?’<fese****>


‘법적 처벌을 하려면 누군가가 피해를 봐야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가 누구지?’<rye0****> ‘수영복은 되고 속옷은 안 되고?’<skyw****> ‘본인이 돈 주고 사서 예쁘다고 입고 자랑도 못하냐?’<ehdr****> ‘레깅스 입는다고 누가 뭐라 하면 내 옷 내 맘대로도 못 입냐고∼’<jame****>

‘수영복·레깅스는 되고?’
‘콘텐츠 진짜 의도 의심’

‘여성 전용 뮤지컬도 성 상품화 아닌가? 아이돌 복근쇼도…왜 이중잣대?’<sukh****>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지? 예를 들어 보디빌더의 근육질 사진도 음란한 건지?’<natu****> ‘표현은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이런 영상을 올리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jmy0****>

‘룩북은 무슨 그냥 스트립쇼지’<hirg****> ‘속옷 갈아입는 영상까지 있네. 돈 벌려고 별짓을 다하는 유튜버들, 선정적인 영상들 정리 좀 해라’<kimp****> ‘룩북이 원래 저런 게 아닌데 의미가 다른 쪽에 치중됐으니 뭐라 하는 거다’<br4l****>

‘구독자 남자가 많을까 여자가 많을까? 정말 코디를 보여준다면 최종 장면만 보여주지, 속옷 입은 것까지 보여줄 필요 없지’<sind****> ‘돈이 목적이면 아무래도 상품이지’<olom****> ‘사실 패션만 보여준다면 입는 과정과 벗는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거다. 다분히 구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임을 본인도 시청자도 안다’<kenn****>

‘저 영상 실제로 보면 진짜 유튜버의 의도가 다 보이던데. 진짜 깜짝 놀랐음. 자세나 표정이 다 19금. 애들이 볼까 걱정된다’<eyng****> ‘내가 대한항공 승무원이면 이거 보고 열 받을 듯’<cool****>

노출에 중점

‘엄밀히 말해서 룩북은 그 스타일에 관심 있는 여자들이 참고하고자 보는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댓글의 비중을 보면 아시다시피 이 콘텐츠가 좋다고 옹호하며 보는 이들이 과연 저걸 보고 참고해서 코디하는 여자분들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진짜 룩북이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망한 콘텐츠인 거죠’<nrgl****>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항공 승무원복 수난사

승무원 유니폼의 성 상품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대한항공 측은 발끈했다.

앞서 배우 윤지오가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으로 보이는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을 하자 대한항공 측은 “유니폼 디자인권 침해 사항일 뿐 아니라 영상물의 내용은 대한항공 브랜드 및 승무원 이미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승무원 복장을 여종업원들에게 입히고 영업을 하는 일명 ‘스튜어디스바’들에 대해선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과 매우 유사하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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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