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③충주 활옥동굴

폐광에서 신비로운 동굴 여행지로

충주호 변에 있는 활옥동굴은 최근 방송과 SNS에 ‘핫 플레이스’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활옥동굴은 1900년 발견되고 일제강점기(1922년)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조선 시대 충주에서 채굴한 활석이 왕실 약재로 사용됐다고 한다. 활석은 지금도 활용도가 높다. 순도가 높은 활석은 화장품 원료와 베이비파우더로, 순도가 낮은 활석은 윤활제와 구두약, 세면도구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활옥동굴은 한때 8000여명이 일할 정도로 잘나가는 광산이었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낮은 채산성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광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활옥동굴이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테라피존 등을 꾸며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변모했다.

길이 57㎞

동굴은 높고 넓고 깊다. 길이가 57㎞(비공식 87㎞)에 달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로 불리며,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동굴보다 규모가 크다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바깥과 전혀 다른 기온에 놀란다. 1℃로 쌀쌀한 날씨에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데, 동굴 속은 오히려 아늑하다. 활옥동굴은 평균기온 11~15℃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고 한다.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건강테라피존이다. 친환경 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동굴에서 나오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활석과 황토석으로 만든 1인용 황토 아궁이를 설치했는데, 각종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건강테라피존을 지나면 황토석 코너다. 황토가 수만 년 동안 퇴적작용과 압력을 견디며 딱딱하게 굳은 황토석에도 원적외선이 많이 발생해 면역력 증대에 좋다고 한다.

동굴 관람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기계와 만난다. 미래 세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이것은 권양기다. 발파해서 채굴한 활석과 백옥을 깊은 갱도에서 운반하던 기계인데, 원통형 몸체에 쇠줄을 감아 물건을 끌어 올린다. 활옥동굴에는 150hp(마력), 300hp, 500hp 권양기가 갱도에 그대로 있다. 동굴 지하 수직고가 무려 711m에 달해 권양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사갱 운반차도 볼 수 있다. 광부들이 지하 깊은 곳에 내려가기 위해 타던 운반차다. 사갱 운반차가 다니던 레일이 그대로 있으며, 지금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활옥동굴 측은 조만간 사갱 운반차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체험 시설을 개발할 예정이다.

동굴 곳곳에 네온을 이용한 조형물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전갈과 지네, 호랑이 등 조각가가 만든 예술품처럼 보이는 조형물을 감상하며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은 해양 세계를 테마로 꾸민 곳을 특히 좋아한다. 돌고래와 조개, 산호초 등 아름다운 조형물이 바닷속 신비를 보여주는 듯하다.

국내 유일 백옥·활석·백운석 광산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재탄생

활옥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동굴 안에 호수가 있다는 것만으로 신비로운데, 맑은 물에 사는 은어와 황금송어가 헤엄친다니 놀랍다. 신나는 체험도 가능하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동굴을 유람하다니! 카약을 타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활옥동굴 지하에는 지름이 무려 800m나 되는 호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굴농원도 이채롭다. 갱도에 약 1200㎡ 공간을 마련해 고추냉이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고추냉이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인데, 1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의 특성상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재배한 고추냉이로 만든 장아찌를 사면 식사 때마다 여행지가 기억나는 기념품이 될 것 같다.

이 밖에 와인저장고와 식초저장고, 동굴오락실 등을 갖춰 한나절 가족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와인도 시음해볼 수 있는데, 충주에서 재배한 사과로 빚은 와인이 외국 와인 못지않게 달콤하다. 폐광에서 동굴 테마파크로 거듭난 활옥동굴의 변신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다. 활옥동굴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관람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 6000원, 유아 5000원이다(투명 카약 3000원).

관아골이 자리한 성내동에는 조선 시대 충주읍성에 있던 충주목 관아 터가 남았다. 성내동도 ‘성안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지금은 중심지에서 벗어나 구도심이 됐지만,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청년 몰 ‘소소한시장’과 카페, 맛집 등이 들어서면서 또 다른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관아골 여행은 관아공원에서 시작한다. 충주목 관아 일대는 1983년까지 중원군 청사로 사용되다가, 군청이 이전하면서 충주시가 해체·복원해 관아공원을 조성했다. 청녕헌(淸寧軒)과 제금당(製錦堂) 등 충북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관아 건물이 있어, 늦가을 분위기가 근사하다. 청녕헌은 맑고 편안하다는 뜻인데, 동헌으로 쓰인 이 건물 크기만 봐도 당시 충주목이 얼마나 중요한 고장이었는지 알 수 있다. 청녕헌 옆에 보이는 제금당은 충주를 방문한 귀빈이 머무르던 건물이다.

수주팔봉

수주팔봉은 요즘 충주에서 뜨는 여행지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달천 변을 따라 늘어섰다. 조선 철종이 수주팔봉의 아름다움에 반해 달천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암벽 사이로 아찔한 출렁다리가 놓였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활옥동굴→관아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활옥동굴
둘째 날: 관아공원과 관아골→수주팔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hungju.go.kr/tour  

문의 전화
-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22
- 옥동굴 043)848-0503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21:4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 하이마트앞 정류장에서 514번 일반버스 이용, 목벌동 정류장 하차, 활옥동굴까지 도보 약 23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충주공용버스터미널 043)845-0001 충주교통정보센터 http://its.chungju.g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 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IC에서 충주·주덕 방면→달천과선교→사과나무사거리에서 수안보·충주호종댕이길 방면→사직산사거리→마즈막재삼거리→목벌길→활옥동굴

숙박 정보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44-0150, www.cjro.kr/Home/1
-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 수안보면 수안보로, 043)846-8211
- 켄싱턴리조트 충주: 앙성면 산전장수1길, 043)857-0055, www.kensington.co.kr/rcj
- 수안보사이판온천호텔: 수안보면 온천천변길, 043)846-3111, https://suanbosaipanspahotel.modoo.at

식당 정보
- 복서울해장국: 선지해장국, 충주시 관아1길, 043)842-0135
- 은혜삼겹살: 대패삼겹살, 충주시 빙현천변1길, 043)846-3393
- 쌍용반점: 삼선짬뽕, 충주시 충인6길, 043)847-3237

주변 볼거리
수안보온천, 충주 미륵대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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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