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13 13:49:45
  • 호수 1353호
  • 댓글 8개

건수 늘리려 무조건 분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이별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잠깐도 아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아이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최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무리한 분리 조치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보도된 ‘정인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양부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했다. 정인이는 허술한 아동보호 시스템의 희생양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은 책임을 피하고자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학대 발생 시
자체 회의만

당시 경찰은 해당 아동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아보전에 의존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아보전은 분리조치할 경우 임시조치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기에 경찰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 기관은 양부가 조사에 협조적인 점, 아동과 양부 간 애착 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분리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차 조사에서는 정인이 양부모 측에서 분리조치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철회하고 아보전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보전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2001년 10월 설립된 기관으로 피해 아동의 특성 및 학대 유형에 따라 전문적이고 다양한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최근 아보전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설립 취지와 달리 전문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게 기관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보전의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인해 힘들다는 청원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아보전에 피해 본 부모를 위한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설명문에는 “아보전의 권력 남용, 근무 태만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아이와 부모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가기관도 아닌 이곳은, 감찰기관이 없기에 사례 건수당 받는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 평범한 가정들을 상식선이 넘어가는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정작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며 느슨한 업무와 피해자들에게 가하는 2차 학대를 즐기고 있다”고 적혀있다. 

카페 운영자인 김수빈 대표는 아보전에 대해 “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름만 보고 아보전을 좋은 곳으로 알고 있다. 판사나 변호사들도 아보전을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큰 착각”이라며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이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분리 권한이 주어져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외계층을 주로 건드린다. 강제분리된 부모를 보면 소득이 적거나 미혼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작 보호 필요한 고통 외면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지적

최근 분리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부모 중 1명만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분리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보호한답시고 껴안거나 몸으로 막아도 아이를 폭행에 노출했다며 아동학대 혐의자가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아보전은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를 아버지 쪽에 보내려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머니는 모성애도 강하고 아이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아이를 아버지 쪽으로 보내는 것 같다”며 “아버지가 키우다가 힘들다 싶으면 다시 아보전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 김 대표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가 아보전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전국 학부모 단체연합·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하는 아보전의 운영 실태를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보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에는 문제가 있어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는 경찰력까지 동원해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등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분리된 아동이 실제로 학대받은 아동인지 아닌지, 집으로 복귀하고 싶은지 아닌지, 사안이 위중한지 경미한지 등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마땅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수많은 피해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보전이 법률에 근거한 적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형편따라 차별”
카페까지 개설

이들 단체들은 “아보전이 겉으로 알려진 미화된 이미지와는 달리 가난한 가정, 편모·편부 가정, 미혼모 가정 등의 자녀를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부모와 격리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을 저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보전이 현장에 와서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거나, 피해아동으로 의심되는 자녀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지도 않고 자신들의 매뉴얼에 따라서 유연하지 않게 대처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보전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아보전에 따르면 전국 아보전(68개소)의 인력은 지난해 4월 기준 상담 직원 960명, 심리치료 전문인력 76명으로 총 1036명이다. 

아보전에는 1개소에 평균 약 15명의 직원이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보전 상담원의 이직률은 연 25.8%에 달한다. 상당수가 업무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을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아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내 보직도 순환근무하므로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현장에 나가는 경찰과 상담사의 경험 및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상담사는 업무가 힘들고 급여가 높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기 힘들다”며 “전문 인력 배치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아보전별 사례 전문위원회 개최 횟수와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총 3264건에 달했지만 아보전이 사례 전문위를 진행한 사례는 57건에 불과했다.

운영 기금
매해 증액

사례 전문위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법률·의료·아동 분야 등 각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사례 전문위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게 돼있지만 서울 9개 지역 아보전 중 2019년도에 서면을 포함한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서아보전의 경우 2018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6건이었지만 사례 전문위 심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마저도 현장조사가 공공으로 넘어가며 아보전의 사례 전문위마저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아보전 내 사례 전문위 설치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각 시·군·구 지자체의 아동학대 관련 부서장과 직원들이 전문가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사례 판단을 맡아오고 있다.


양육비 관련 소송을 주로 맡은 정훈태 변호사는 “아이를 처음 분리할 때 경찰이 함부로 판단하기 곤란해 아보전 직원을 동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보전은 아동학대를 조사할만한 역량이 없다. 아보전 직원들은 나이가 어린 20~30대로 구성됐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과장을 많이 하는 등 엉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보전에 공무원 1명이 추가되긴 했지만, 아직도 직원들은 보고서에 대한 무게감을 전혀 모른다. 아동학대가 심하면 분리조치를 하는 게 맞지만, 부모가 아이의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20~30대 직원들로 구성
“과장된 보고서 작성하기도”

그는 “어린아이는 1년 이상 분리가 되면 적응이 돼서 가정에 다시 복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분리조치를 얼마나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친다. 분리조치가 아동복지 재정에 도움이 되는 등 이해관계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보전 예산(운영 기금)은 지난해 211억7400만원보다 33억5800만원 늘어난 245억원3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설치 비용도 지난해 9억원보다 21억원 늘어난 30억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아보전은 총 74개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주체별로 굿네이버스 34개소, 세이브더칠드런 7개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5개소, 기타 27개소 등이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민간기관이고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우리는 5곳 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우리는 총 34개 아보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부담금이 정해지면 예산 범위 내에서 정원이 정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동학대 사례 판정이나 응급조치와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이 결정하고 있다”며 “아보전 피해 아동과 가족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무 지도·감독은 지자체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학대 조사 업무를 아보전에서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보전은 학대피해 아동 심층 사례 관리에 집중하도록 대응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험도 측정을 통해 가정보호와 분리 보호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 이직↑
허술한 시스템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2회 이상 신고된 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분리하고 최초 신고 사례에 대해 원가정보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행위(의심)자와 아동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다”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를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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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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