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13 13:49:45
  • 호수 1353호
  • 댓글 8개

건수 늘리려 무조건 분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이별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잠깐도 아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아이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최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무리한 분리 조치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보도된 ‘정인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양부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했다. 정인이는 허술한 아동보호 시스템의 희생양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은 책임을 피하고자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학대 발생 시
자체 회의만

당시 경찰은 해당 아동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아보전에 의존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아보전은 분리조치할 경우 임시조치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기에 경찰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 기관은 양부가 조사에 협조적인 점, 아동과 양부 간 애착 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분리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차 조사에서는 정인이 양부모 측에서 분리조치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철회하고 아보전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보전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2001년 10월 설립된 기관으로 피해 아동의 특성 및 학대 유형에 따라 전문적이고 다양한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최근 아보전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설립 취지와 달리 전문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게 기관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보전의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인해 힘들다는 청원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아보전에 피해 본 부모를 위한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설명문에는 “아보전의 권력 남용, 근무 태만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아이와 부모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가기관도 아닌 이곳은, 감찰기관이 없기에 사례 건수당 받는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 평범한 가정들을 상식선이 넘어가는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정작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며 느슨한 업무와 피해자들에게 가하는 2차 학대를 즐기고 있다”고 적혀있다. 

카페 운영자인 김수빈 대표는 아보전에 대해 “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름만 보고 아보전을 좋은 곳으로 알고 있다. 판사나 변호사들도 아보전을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큰 착각”이라며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이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분리 권한이 주어져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외계층을 주로 건드린다. 강제분리된 부모를 보면 소득이 적거나 미혼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작 보호 필요한 고통 외면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지적

최근 분리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부모 중 1명만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분리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보호한답시고 껴안거나 몸으로 막아도 아이를 폭행에 노출했다며 아동학대 혐의자가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아보전은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를 아버지 쪽에 보내려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머니는 모성애도 강하고 아이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아이를 아버지 쪽으로 보내는 것 같다”며 “아버지가 키우다가 힘들다 싶으면 다시 아보전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 김 대표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가 아보전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전국 학부모 단체연합·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하는 아보전의 운영 실태를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보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에는 문제가 있어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는 경찰력까지 동원해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등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분리된 아동이 실제로 학대받은 아동인지 아닌지, 집으로 복귀하고 싶은지 아닌지, 사안이 위중한지 경미한지 등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마땅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수많은 피해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보전이 법률에 근거한 적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형편따라 차별”
카페까지 개설

이들 단체들은 “아보전이 겉으로 알려진 미화된 이미지와는 달리 가난한 가정, 편모·편부 가정, 미혼모 가정 등의 자녀를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부모와 격리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을 저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보전이 현장에 와서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거나, 피해아동으로 의심되는 자녀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지도 않고 자신들의 매뉴얼에 따라서 유연하지 않게 대처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보전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아보전에 따르면 전국 아보전(68개소)의 인력은 지난해 4월 기준 상담 직원 960명, 심리치료 전문인력 76명으로 총 1036명이다. 

아보전에는 1개소에 평균 약 15명의 직원이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보전 상담원의 이직률은 연 25.8%에 달한다. 상당수가 업무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을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아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내 보직도 순환근무하므로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현장에 나가는 경찰과 상담사의 경험 및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상담사는 업무가 힘들고 급여가 높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기 힘들다”며 “전문 인력 배치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아보전별 사례 전문위원회 개최 횟수와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총 3264건에 달했지만 아보전이 사례 전문위를 진행한 사례는 57건에 불과했다.

운영 기금
매해 증액

사례 전문위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법률·의료·아동 분야 등 각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사례 전문위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게 돼있지만 서울 9개 지역 아보전 중 2019년도에 서면을 포함한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서아보전의 경우 2018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6건이었지만 사례 전문위 심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마저도 현장조사가 공공으로 넘어가며 아보전의 사례 전문위마저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아보전 내 사례 전문위 설치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각 시·군·구 지자체의 아동학대 관련 부서장과 직원들이 전문가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사례 판단을 맡아오고 있다.


양육비 관련 소송을 주로 맡은 정훈태 변호사는 “아이를 처음 분리할 때 경찰이 함부로 판단하기 곤란해 아보전 직원을 동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보전은 아동학대를 조사할만한 역량이 없다. 아보전 직원들은 나이가 어린 20~30대로 구성됐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과장을 많이 하는 등 엉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보전에 공무원 1명이 추가되긴 했지만, 아직도 직원들은 보고서에 대한 무게감을 전혀 모른다. 아동학대가 심하면 분리조치를 하는 게 맞지만, 부모가 아이의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20~30대 직원들로 구성
“과장된 보고서 작성하기도”

그는 “어린아이는 1년 이상 분리가 되면 적응이 돼서 가정에 다시 복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분리조치를 얼마나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친다. 분리조치가 아동복지 재정에 도움이 되는 등 이해관계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보전 예산(운영 기금)은 지난해 211억7400만원보다 33억5800만원 늘어난 245억원3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설치 비용도 지난해 9억원보다 21억원 늘어난 30억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아보전은 총 74개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주체별로 굿네이버스 34개소, 세이브더칠드런 7개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5개소, 기타 27개소 등이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민간기관이고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우리는 5곳 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우리는 총 34개 아보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부담금이 정해지면 예산 범위 내에서 정원이 정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동학대 사례 판정이나 응급조치와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이 결정하고 있다”며 “아보전 피해 아동과 가족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무 지도·감독은 지자체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학대 조사 업무를 아보전에서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보전은 학대피해 아동 심층 사례 관리에 집중하도록 대응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험도 측정을 통해 가정보호와 분리 보호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 이직↑
허술한 시스템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2회 이상 신고된 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분리하고 최초 신고 사례에 대해 원가정보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행위(의심)자와 아동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다”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를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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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