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13 13:49:45
  • 호수 1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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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 늘리려 무조건 분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이별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잠깐도 아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아이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최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무리한 분리 조치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보도된 ‘정인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양부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했다. 정인이는 허술한 아동보호 시스템의 희생양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은 책임을 피하고자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학대 발생 시
자체 회의만

당시 경찰은 해당 아동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아보전에 의존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아보전은 분리조치할 경우 임시조치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기에 경찰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 기관은 양부가 조사에 협조적인 점, 아동과 양부 간 애착 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분리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차 조사에서는 정인이 양부모 측에서 분리조치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철회하고 아보전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보전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2001년 10월 설립된 기관으로 피해 아동의 특성 및 학대 유형에 따라 전문적이고 다양한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최근 아보전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설립 취지와 달리 전문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게 기관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보전의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인해 힘들다는 청원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아보전에 피해 본 부모를 위한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설명문에는 “아보전의 권력 남용, 근무 태만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아이와 부모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가기관도 아닌 이곳은, 감찰기관이 없기에 사례 건수당 받는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 평범한 가정들을 상식선이 넘어가는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정작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며 느슨한 업무와 피해자들에게 가하는 2차 학대를 즐기고 있다”고 적혀있다. 

카페 운영자인 김수빈 대표는 아보전에 대해 “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름만 보고 아보전을 좋은 곳으로 알고 있다. 판사나 변호사들도 아보전을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큰 착각”이라며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이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분리 권한이 주어져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외계층을 주로 건드린다. 강제분리된 부모를 보면 소득이 적거나 미혼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작 보호 필요한 고통 외면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지적

최근 분리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부모 중 1명만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분리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보호한답시고 껴안거나 몸으로 막아도 아이를 폭행에 노출했다며 아동학대 혐의자가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아보전은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를 아버지 쪽에 보내려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머니는 모성애도 강하고 아이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아이를 아버지 쪽으로 보내는 것 같다”며 “아버지가 키우다가 힘들다 싶으면 다시 아보전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 김 대표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가 아보전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전국 학부모 단체연합·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하는 아보전의 운영 실태를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보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에는 문제가 있어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는 경찰력까지 동원해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등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분리된 아동이 실제로 학대받은 아동인지 아닌지, 집으로 복귀하고 싶은지 아닌지, 사안이 위중한지 경미한지 등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마땅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수많은 피해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보전이 법률에 근거한 적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형편따라 차별”
카페까지 개설

이들 단체들은 “아보전이 겉으로 알려진 미화된 이미지와는 달리 가난한 가정, 편모·편부 가정, 미혼모 가정 등의 자녀를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부모와 격리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을 저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보전이 현장에 와서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거나, 피해아동으로 의심되는 자녀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지도 않고 자신들의 매뉴얼에 따라서 유연하지 않게 대처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보전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아보전에 따르면 전국 아보전(68개소)의 인력은 지난해 4월 기준 상담 직원 960명, 심리치료 전문인력 76명으로 총 1036명이다. 

아보전에는 1개소에 평균 약 15명의 직원이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보전 상담원의 이직률은 연 25.8%에 달한다. 상당수가 업무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을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아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내 보직도 순환근무하므로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현장에 나가는 경찰과 상담사의 경험 및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상담사는 업무가 힘들고 급여가 높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기 힘들다”며 “전문 인력 배치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아보전별 사례 전문위원회 개최 횟수와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총 3264건에 달했지만 아보전이 사례 전문위를 진행한 사례는 57건에 불과했다.

운영 기금
매해 증액

사례 전문위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법률·의료·아동 분야 등 각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사례 전문위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게 돼있지만 서울 9개 지역 아보전 중 2019년도에 서면을 포함한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서아보전의 경우 2018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6건이었지만 사례 전문위 심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마저도 현장조사가 공공으로 넘어가며 아보전의 사례 전문위마저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아보전 내 사례 전문위 설치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각 시·군·구 지자체의 아동학대 관련 부서장과 직원들이 전문가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사례 판단을 맡아오고 있다.


양육비 관련 소송을 주로 맡은 정훈태 변호사는 “아이를 처음 분리할 때 경찰이 함부로 판단하기 곤란해 아보전 직원을 동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보전은 아동학대를 조사할만한 역량이 없다. 아보전 직원들은 나이가 어린 20~30대로 구성됐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과장을 많이 하는 등 엉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보전에 공무원 1명이 추가되긴 했지만, 아직도 직원들은 보고서에 대한 무게감을 전혀 모른다. 아동학대가 심하면 분리조치를 하는 게 맞지만, 부모가 아이의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20~30대 직원들로 구성
“과장된 보고서 작성하기도”

그는 “어린아이는 1년 이상 분리가 되면 적응이 돼서 가정에 다시 복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분리조치를 얼마나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친다. 분리조치가 아동복지 재정에 도움이 되는 등 이해관계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보전 예산(운영 기금)은 지난해 211억7400만원보다 33억5800만원 늘어난 245억원3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설치 비용도 지난해 9억원보다 21억원 늘어난 30억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아보전은 총 74개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주체별로 굿네이버스 34개소, 세이브더칠드런 7개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5개소, 기타 27개소 등이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민간기관이고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우리는 5곳 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우리는 총 34개 아보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부담금이 정해지면 예산 범위 내에서 정원이 정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동학대 사례 판정이나 응급조치와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이 결정하고 있다”며 “아보전 피해 아동과 가족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무 지도·감독은 지자체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학대 조사 업무를 아보전에서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보전은 학대피해 아동 심층 사례 관리에 집중하도록 대응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험도 측정을 통해 가정보호와 분리 보호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 이직↑
허술한 시스템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2회 이상 신고된 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분리하고 최초 신고 사례에 대해 원가정보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행위(의심)자와 아동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다”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를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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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