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13 13:49:45
  • 호수 1353호
  • 댓글 8개

건수 늘리려 무조건 분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이별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잠깐도 아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아이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최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무리한 분리 조치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보도된 ‘정인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양부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했다. 정인이는 허술한 아동보호 시스템의 희생양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은 책임을 피하고자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학대 발생 시
자체 회의만

당시 경찰은 해당 아동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아보전에 의존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아보전은 분리조치할 경우 임시조치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기에 경찰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 기관은 양부가 조사에 협조적인 점, 아동과 양부 간 애착 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분리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차 조사에서는 정인이 양부모 측에서 분리조치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철회하고 아보전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보전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2001년 10월 설립된 기관으로 피해 아동의 특성 및 학대 유형에 따라 전문적이고 다양한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최근 아보전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설립 취지와 달리 전문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게 기관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보전의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인해 힘들다는 청원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아보전에 피해 본 부모를 위한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설명문에는 “아보전의 권력 남용, 근무 태만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아이와 부모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가기관도 아닌 이곳은, 감찰기관이 없기에 사례 건수당 받는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 평범한 가정들을 상식선이 넘어가는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정작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며 느슨한 업무와 피해자들에게 가하는 2차 학대를 즐기고 있다”고 적혀있다. 

카페 운영자인 김수빈 대표는 아보전에 대해 “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름만 보고 아보전을 좋은 곳으로 알고 있다. 판사나 변호사들도 아보전을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큰 착각”이라며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이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분리 권한이 주어져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외계층을 주로 건드린다. 강제분리된 부모를 보면 소득이 적거나 미혼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작 보호 필요한 고통 외면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지적

최근 분리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부모 중 1명만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분리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보호한답시고 껴안거나 몸으로 막아도 아이를 폭행에 노출했다며 아동학대 혐의자가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아보전은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를 아버지 쪽에 보내려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머니는 모성애도 강하고 아이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아이를 아버지 쪽으로 보내는 것 같다”며 “아버지가 키우다가 힘들다 싶으면 다시 아보전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 김 대표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가 아보전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전국 학부모 단체연합·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아동 사냥으로 돈벌이 하는 아보전의 운영 실태를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보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에는 문제가 있어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는 경찰력까지 동원해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등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분리된 아동이 실제로 학대받은 아동인지 아닌지, 집으로 복귀하고 싶은지 아닌지, 사안이 위중한지 경미한지 등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마땅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수많은 피해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보전이 법률에 근거한 적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형편따라 차별”
카페까지 개설

이들 단체들은 “아보전이 겉으로 알려진 미화된 이미지와는 달리 가난한 가정, 편모·편부 가정, 미혼모 가정 등의 자녀를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부모와 격리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을 저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보전이 현장에 와서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거나, 피해아동으로 의심되는 자녀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지도 않고 자신들의 매뉴얼에 따라서 유연하지 않게 대처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보전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아보전에 따르면 전국 아보전(68개소)의 인력은 지난해 4월 기준 상담 직원 960명, 심리치료 전문인력 76명으로 총 1036명이다. 

아보전에는 1개소에 평균 약 15명의 직원이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보전 상담원의 이직률은 연 25.8%에 달한다. 상당수가 업무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을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아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내 보직도 순환근무하므로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현장에 나가는 경찰과 상담사의 경험 및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상담사는 업무가 힘들고 급여가 높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기 힘들다”며 “전문 인력 배치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아보전별 사례 전문위원회 개최 횟수와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총 3264건에 달했지만 아보전이 사례 전문위를 진행한 사례는 57건에 불과했다.

운영 기금
매해 증액

사례 전문위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법률·의료·아동 분야 등 각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사례 전문위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게 돼있지만 서울 9개 지역 아보전 중 2019년도에 서면을 포함한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서아보전의 경우 2018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6건이었지만 사례 전문위 심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마저도 현장조사가 공공으로 넘어가며 아보전의 사례 전문위마저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아보전 내 사례 전문위 설치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각 시·군·구 지자체의 아동학대 관련 부서장과 직원들이 전문가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사례 판단을 맡아오고 있다.


양육비 관련 소송을 주로 맡은 정훈태 변호사는 “아이를 처음 분리할 때 경찰이 함부로 판단하기 곤란해 아보전 직원을 동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보전은 아동학대를 조사할만한 역량이 없다. 아보전 직원들은 나이가 어린 20~30대로 구성됐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과장을 많이 하는 등 엉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보전에 공무원 1명이 추가되긴 했지만, 아직도 직원들은 보고서에 대한 무게감을 전혀 모른다. 아동학대가 심하면 분리조치를 하는 게 맞지만, 부모가 아이의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20~30대 직원들로 구성
“과장된 보고서 작성하기도”

그는 “어린아이는 1년 이상 분리가 되면 적응이 돼서 가정에 다시 복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분리조치를 얼마나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친다. 분리조치가 아동복지 재정에 도움이 되는 등 이해관계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보전 예산(운영 기금)은 지난해 211억7400만원보다 33억5800만원 늘어난 245억원3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설치 비용도 지난해 9억원보다 21억원 늘어난 30억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아보전은 총 74개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주체별로 굿네이버스 34개소, 세이브더칠드런 7개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5개소, 기타 27개소 등이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민간기관이고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우리는 5곳 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우리는 총 34개 아보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부담금이 정해지면 예산 범위 내에서 정원이 정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동학대 사례 판정이나 응급조치와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이 결정하고 있다”며 “아보전 피해 아동과 가족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무 지도·감독은 지자체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학대 조사 업무를 아보전에서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보전은 학대피해 아동 심층 사례 관리에 집중하도록 대응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험도 측정을 통해 가정보호와 분리 보호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 이직↑
허술한 시스템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2회 이상 신고된 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분리하고 최초 신고 사례에 대해 원가정보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행위(의심)자와 아동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다”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를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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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