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그렇게 떠나간 조동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06 14:46:16
  • 호수 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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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도 꼭…출발부터 삐걱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의 외부 ‘인재 영입 1호’ 인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30대 워킹맘으로 화제가 된 조동연 서경대학교 교수가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숱한 의혹 제기를 버티지 못한 조 교수는 결국 짐을 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 영입 1호였던 조동연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항공우주계
“누구냐 넌”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3일 “조 교수가 아침에 전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제발 아이들에 대한 공격은 멈춰달라 전해왔다”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한 조 교수 가족에 대한 신상이 유포되는 데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전날 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며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누굴 원망하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중심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것이 아닌 조 교수와 페이스북상 ‘친구’ 관계인 사람만 보이도록 처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교수는 자신의 사생활 의혹을 인정한 후 잠적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조 교수를 찾아낸 경찰 관계자는 “실종 신고를 받고 조 교수 자택으로 출동했고, 집에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며 “수색 방법과 투입 인원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제20대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대 양당은 외부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방·과학 전문가인 조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국민의힘도 스트류커바 디나 라파보 대표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양당이 최근 영입한 외부 인사는 여성들로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들로 여야 모두 ‘젊은 여성층’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선후보는 민주당 영입 발표식에서 “조 교수는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가”라며 “우리는 앞으로 성장하는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그 핵심은 미래 산업인데 그 중심에 항공우주 산업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제가 페이스북 본인 소개 글을 읽어봤는데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기’라는 표현을 해놨더라”면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사람을 잊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나누며 살기를 실천하려 노력하시는 점에 대해 저 역시 많은 공감이 갔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조 교수에게 “민주당의 뉴페이스가 돼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캠프 영입 1호 우주 전문가 
임명 이틀 만에 자진 사퇴

민주당은 조 교수에 대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지만 ‘항공우주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주에 관한 서적을 출간한 바 있는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보고 우주에 관련된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에 출연한 조씨는 “통상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육군 장교가 어떻게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느냐”라고 언급했다. 그는 “육군 정책실에 근무하면서 ‘육군 비전 2050 개념안’을 작성했다”며 “30년 후에 대한민국 육군이 어떤 방향을 보고 뭘 준비해야 되는지 방향성을 고민하는 숙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일론 머스크가 참여한 토론을 봤다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공군과 우주 관련 스타트업이 다 모인 행사가 열렸고, 사비를 들여 이틀간 행사에 참석했다”며 “3·4성 장군과 머스크가 참석했는데, 미래에 전쟁은 어떻게 수행하고 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생각을 2년 전부터 했으며 2년간 준비해서 책을 썼다. 혼자서 다 쓴 것은 아니며  군 관계자를 만나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수의 이력 중 우주와 관련된 것은 고작 책 한 권 쓴 것이 전부였다. 조 교수를 두고 ‘우주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데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생겼다. 

관련학계에선 “(조 교수에 대해)전혀 모르는 분”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지난 2일 항공우주학계에 따르면 해당 업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우주산업·국방 전문가로 발탁한 조 교수에 대해 금시초문이란 반응이 나왔다. 

우주항공 분야는 기술적 난도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연구 개발 활동과 현장경험이 있어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야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사이언스온을 통해 검색한 결과 조 교수 이름으로 낸 논문이나 보고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복무 시절
겸직 의혹

사이언스온은 논문·특허·보고서 등 과학기술정보 1억5000만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국가 정보 인프라다.

지난해 육군을 전역한 조 교수는 서경대 군사학과에 임용됐으나 학생들은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과 내에서 군인 출신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는 대조된다. 조 교수는 채용 당시 산학협력 중점 추진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군사학과 소속으로 산학협력단 내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장을 맡고 있다. 


군 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육군 우주 분야 전문가는 ”육군 내부에선 현재도 우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없다”며 “심지어 조 교수는 정보병과였고 미래혁신연구센터에서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적은 있지만 군에서 우주나 항공 분야 경력을 쌓은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 연구개발이나 현장 경력 없이 서적 1권으로 전문성을 평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한 연구계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 석사 학위가 있거나 연구개발 경력 10년 이상이 있어야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된다”며 “조 교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안민석 의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그분이 30대지 않느냐”며 “전문가들 내에서도 또 진짜 전문가들이 있고, 아직 젊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보고 앞으로 그분이 30~50대 전문가로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 않나. 그렇게 보면 그런 것들은 크게 개의치 않을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5년 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바 있다. 앞서 2016년 6월 <시사인> 리더십 포럼에 초대돼 강사로 나섰던 그는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삶을 청년들에게 들려줬다. 

이날 조 교수는 힘들었던 시절을 공개했다. 중학생 때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학업을 그만두기를 권했고 당시 그는 수긍해야 했다. 조 교수 가족은 빚쟁이의 협박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했다.

조 교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의기소침해졌다. 그럴수록 참고서와 문제집을 독학으로 깊이 파면서 공부에 몰두했다. 조 교수의 경제적인 상황을 알게 된 한 교사가 그에게 학비가 지원되는 고등학교를 찾아다녔다.


이혼 사유
한방에… 

해당 교사 덕분에 조 교수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우울했던 그에게 희망이 생겼고 ‘억지로라도 웃자’라는 생각으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계획을 정하고 실천하다 보니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든지 해보지 않으면 후회한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인생지도를 만들고 전문성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흙수저 마케팅으로 청년들에게 어필하나 싶었지만, 강용석 변호사가 가로세로연구소을 통해 조 교수에 대한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강 변호사는 “조 교수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워낙 육사 출신들 사이에 알려진 내용이라 네다섯 군데를 통해 크로스체크했는데 거의 비슷하게 알고 있더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와 함께 조 교수의 이혼 사유가 담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글을 공유했다.

민주당은 조 교수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김진욱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조 교수와 관련한)강 변호사 페이스북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대위 총괄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안 의원도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조 교수 사생활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은 조 교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결국 거짓 해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층 잡기·흙수저 마케팅
사생활 논란에 결국 집으로

민주당 선대위 측이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법적 대응 운운하다 체면만 구긴 셈이다. 조 교수 영입이 일주일 만에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조 교수는 지난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사생활로 인해서 많은 분이 불편함을 분명 느꼈을 것이고 분노를 느꼈을 텐데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사생활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부터 좀 기울어진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양쪽 다 상처만 남은 채로 결혼생활이 깨졌다”며 “그리고 약 10년이 지났다. 개인적으로 군이라는 굉장히 좁은 집단에서 그 이후에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저 같은 사람은 20년, 30년이 지난 이후에 아이들에게 좀 더 당당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저 같은 사람은 그 시간을 보내고도 꿈에 도전할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조 교수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조 교수는 군 복무 시절 미국 법인의 한국 지부 임원을 맡았다는 기록이 확인돼 겸직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3일 미국 예일대 월드 펠로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기록된 조 교수 소개에는 그가 미국 A사의 한국지부의 임원(Director)으로 근무했으며 “한국과 그 너머 지역에서 A사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적혀있다.

조 교수는 육군 정책실에서 근무하던 2018년 예일대 월드 펠로에 선정돼 예일대 잭슨 국제문제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수학했다. 월드 펠로는 예일대가 전 세계 인재를 초청해 강연과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일대는 조 교수의 신분을 A사 한국지부 임원으로 소개했지만 당시 그는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 군인의 경우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겸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군인복무규율 제16조(영리행위 및 겸직금지)는 ‘군인은 군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돼있다. 다만 직무가 ‘정치적·반사회적 또는 영리적이 아니고 겸직해도 군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겸직이 가능하다.

A사는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영리활동을 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조 교수가 2018년 당시 해당 회사를 위해 근무한 것이 사실이라면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법인 설립 전 회사에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며 실제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조씨에 대해 ‘전투복에 달린 예쁜 브로치’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 발언에 “군인과 전문직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나 같은 사람
기회도 없냐”

김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조 교수에 대해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전투복 비슷한 거 입고서는 거기에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액세서리?’라고 되묻자 김 위원장은 “액세서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이분이 지금 보기는 좋은데 그동안 대규모 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고 학자로서 자기 역량을 다 보여주신 분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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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