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승자> 겨우 절반의 성공

<개콘>보다 웃기다고 생각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공개 코미디를 부활시키고자 개그맨들이 힘을 뭉쳤다. KBS2 <개그콘서트> 폐지 후 1년 반 만이다. KBS2 <개승자>는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 줄임말로 tvN <코미디 빅리그>의 경연 구조를 흡수했다. 삼삼오오 의기투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 노골적인 평가를 받기로 했다. 다시 콩트의 세계를 열어보자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비장한 의지와는 별개로 시작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KBS2 <개승자>의 팀장급 개그맨들이 한자리에 모여 ‘코미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여러 의견 속에서 지지를 받은 내용은 ‘개그를 비하로 여기지 말길 바란다’는 의견이었다. 1차원적인 개그를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 지나친 규제로 인해 소재에 대한 고민이 극심해진다는 것. 

웃음을 이끌고

김준호는 KBS1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해 개그맨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준호는 다양한 방귀 소리가 있는데 꼭 귀여운 방귀 소리만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방귀 소리가 심의에 걸릴지 안 걸릴지에 고민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부분을 예로 들었다.

김준호를 비롯한 개그맨들의 주장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KBS2 <개그콘서트>가 방영되던 당시에도 무대 위의 개그를 두고 ‘옳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이 심했다. 

여성을 놀리는 아이디어를 공개하면 ‘여성 비하’가 됐고, 노인을 소재로 하면 ‘노인 비하’가 됐다. 다소 과격한 언어와 행동이 나오면 아동과 청소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이 나왔다. 손발이 묶인 채로 만드는 무대가 좋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욕심일 테다.


지나친 심의와 규제를 지적하는 것도 맞지만, 그 전에 개그맨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놨는지도 돌아볼 문제다. 

13개팀이 경연을 벌여 한 팀씩 탈락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개승자>의 모든 출연팀이 한 바퀴를 돈 가운데, 공개 코미디의 문제점과 희망적인 부분이 모두 드러났다.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도록 웃음을 끌어내는 팀도 있었지만, 여전히 관성에 의해 코미디를 짜온 팀도 적지 않았다.

잘한 팀보다는 못한 팀이 좀 더 많았던 첫 경연이었다.

먼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무대로, 이승윤 팀의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이하 ‘알고리즘’)와 신인팀의 ‘회의 줌 하자’, 변기수 팀의 ‘힙쟁이’가 있다. 세 팀은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했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소재로 공감을 줬다. 

‘알고리즘’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특색을 활용해 같은 영상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방식이나, 키워드만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영상이 뜨는 대목을 적절히 배합했다. 아울러 이승윤과 윤택 등 선배 개그맨들의 연기력을 앞세우며 호평을 받았다. 

홍현호가 팀장인 신인팀은 열세 팀 중 가장 기발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줌 회의 때 발생할 법한 상황의 디테일을 정확히 살려냈다. 신선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으며 팀원들의 연기력도 안정적이었다. 

빛나는 연기력 섹시한 아이디어
과거에 머물고 있는 안일한 준비


<힙쟁이>는 사실상 변기수의 원맨쇼였다. 래퍼 원썬의 특성을 살려 변썬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변기수는 힙합 가수들의 특성을 살린 말투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를 풍자하는 요소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변기수 등장 전과 후에 웃음의 크기가 나뉜다는 점에서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이외에도 김원효 팀의 <압수수색>은 현 검사들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었고, 박성광 팀의 <개승자 청문회> 역시 개그맨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풍자로 눈길을 끌었다.

다만 ‘압수수색’은 김원효의 뛰어난 연기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했으며 <개승자 청문회>는 타 방송의 코너를 그대로 가져온 점과 게스트로 나온 남호연에 기댄 소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남호연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대희 팀의 ‘D-1’은 소재의 신선함과 더불어 김대희와 박성호의 연기가 빛났으나,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몇 주조차 써먹기 버겁다는 단점이 있다. 

김준호 팀의 ‘인류의 마지막 노래’, 윤형빈 팀의 ‘대한 외국인’, 이수근 팀의 ‘아닌 것 같은데’ 역시 일부 아이디어는 빛이 났지만, 기시감이 강했다.

여전히 <개그콘서트> 시절에 머무는 무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박준형 팀의 ‘국민 남친’은 류근지, 송병철, 서남용이 예전부터 해왔던 무대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예측이 쉬운 슬랩스틱으로 웃기려 했다는 점에서 가장 안일한 태도를 보인 팀이다. 

김민경 팀의 ‘이별중’이나 오나미 팀의 ‘나미의 세포들’은 <개그콘서트> 막바지에 숱하게 활용된 드라마형 개그인데, 이마저도 아이디어가 빈약했다. 처음 탈락한 유민상 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꼬리 곰탕’은 아이디어도 연기도, 재미도 떨어졌다.

이런 류의 무대가 지속된다면 <개승자>는 공개 코미디 부활은커녕 <개콘>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비판만 받을 테다.

공개 코미디는 대본이 있고, 기획된 유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같은 소재를 오랫동안 활용하기 어렵다. 어떤 장면에서 웃음을 주려는지 관객이 이미 예상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쉬운 미션은 아니나,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선 꼭 극복해야 하는 대목이다.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짜고 연기력을 향상하며, 언제나 관객 머리 위에서 놀 줄 알아야 승산이 있다. 새로운 소재의 ‘빠른 회전율’도 필수다. 같은 패턴으로 몇 주만 돌아도 금방 질리는 게 유머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관성에 찌들고

이승윤은 공개 코미디의 몰락을 두고 ‘자연의 이치’라고 했다.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한 무대가 일관되면서 자연스럽게 외면받았다는 의미다. 그는 트로트가 신드롬을 일으켰듯이, 공개 코미디도 부활하길 고대했다. 그의 뜻대로 트로트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중심에 있는 희극인들의 피, 땀, 눈물 없인 불가능해 보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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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