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착한 발걸음 ③충주 수주팔봉

수달 살던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

충북 충주 달천은 ‘달고 청정한’ 사연을 지녔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은 괴산에서 청천, 괴강으로 불리다가 충주 남쪽을 가르며 달래강, 달천으로 이름을 바꾼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

두룽산에서 뻗은 수주팔봉 줄기는 칼바위까지 그늘을 드리우며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깎아지른 봉우리가 물 위에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갈라진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칼바위폭포가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자연환경보전지역

탄금호,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며,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다. 생태계가 보전된 달천 중·상류는 예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충주시 캐릭터 ‘충주씨’ 역시 수달이다. 깨끗한 달천 물은 조선 시대부터 최고로 꼽혔으며, 용재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이 으뜸이며 오대산 우통수가 두 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 번째로 좋다”고 전해진다.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달천 변이 개방됐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차박을 하루 120  대로 제한한다. 캠핑과 차박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능하며, 자동차는 물가 가까이 들어서지 못한다. 여유로워진 하천 변은 소풍과 ‘물멍’을 즐기고, 올갱이를 줍고, 물수제비를 뜨는 여행자의 공간이 됐다.

팔봉마을 하천 변을 거닐면 빛과 위치에 따라 수주팔봉 윤곽이 다르다. 잔잔하게 흐르던 달천은 칼바위를 만나 쾌청한 물살을 만든다. 칼바위폭포는 살미면 토계리에서 흘러드는 오가천 물길을 달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바위를 자르며 생겼다. 1960년대 초반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에 생채기를 낸 셈인데, 50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흔적이 작은 울림을 준다.


수주팔봉은 팔봉교를 지나 반대편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칼바위 정상으로 연결되고, 바위 정상부에 마을 주민이 부모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가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와 전망대에서 보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곡류천인 달천은 예천 회룡포처럼 팔봉마을을 아늑하게 에돌아 흐른다. 팔봉마을과 캠핑장 텐트에 하나둘 불빛이 스며드는 해 질 녘 풍경이 사진 애호가 사이에 인기다. 칼바위에서 출렁다리와 전망대를 거쳐 두룽산까지 올라도 좋다.

수주마을·팔봉마을 병풍처럼 감싸져
팔봉마을 앞 자갈밭 ‘차박’ 캠핑 명소

팔봉마을 구경은 하천 길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팔봉안길을 걷는 게 운치 있다. 한적한 마을 길에서 봉우리와 물길이 고즈넉하게 바라보인다. 팔봉안길 한쪽에는 석축에 솟을삼문을 올린 충주 팔봉서원(충북기념물)이 있다. 팔봉서원은 이자, 이연경, 김세필, 노수신의 위패를 모셨다. 1582년 창건했으며 1672년 현종이 사액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수주팔봉 앞 달천에 카누를 띄우고 이자와 이연경의 거룻배 만남을 재연하는 행사를 한다. 마을 초입에 가마터가 남아 있다.

수주팔봉은 tvN 드라마 〈빈센조〉에 나와 화제가 됐다. 입구에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는 간판이 큼직하게 걸렸다. 팔봉마을에는 글램핑장이 있으며, 달천 변 캠핑과 차박은 무료다. 캠핑장에 주차장과 CCTV를 마련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지하는 등 주민과 차박 이용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차박과 캠핑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달천의 청정한 사연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등장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전기를 주동력으로 한다. 유람선은 정박할 때 충전하며, 일부 동력은 갑판 위 태양광 패널로 채운다.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회, 40분간 왕복 운항한다(수·목요일 휴항).

충주체험관광센터에서 진행하는 ‘묵고, 타고, 입고, 찍고 놀까’ 체험도 흥미롭다. 마리나센터 2층 공간은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객실(2~8인실)은 모두 탄금호 조망이 가능한 숙박형 관광지를 표방한다. 물 위에 뜬 듯한 라운지 전망이 뛰어나며, 보드게임과 피크닉 물품을 무료로 빌려준다. 투숙객은 재활용한 자전거 대여도 무료다.

‘입고놀까’와 ‘찍고놀까’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이 주 무대다. 기와집인 중앙탑의상대여소는 한복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 교복, 영화 캐릭터 의상과 소품을 빌려준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2시간 동안 산책에 나서거나, 초가집인 중앙탑사진관에서 흑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입석마을에 자리한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구려 비석을 간직한 공간이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까지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로, 비문에 5세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문화 등을 적시했다. 충주 고구려비는 입석마을의 대장간 기둥으로 쓰인 파란만장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택견의 본고장

충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택견의 본고장이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자리한 세계무술박물관은 동서양 무술 관련 자료를 망라해 전시한다. 격투기에서 언급되는 각 나라의 무술을 지도, 의상, 사진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무술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세계무술공원은 돌미로원, 나무숲놀이터 등 흥미진진한 놀이 시설을 갖췄다. 공원과 박물관 입장료는 없고,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수주팔봉→충주고구려비전시관→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수주팔봉→중앙탑의상대여소→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둘째 날: 충주고구려비전시관→충주세계무술공원→오대호아트팩토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hungju.go.kr/tour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www.tangeumhocruise.co.kr
- 충주로 충주체험관광센터(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www.cjro.kr/Home/1

문의 전화
- 충주종합관광안내소 043)842-0531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043)852-5989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043)844-0150
- 충주체험관광센터(중앙탑의상대여소) 043)845-0245
- 충주고구려비전시관 043)850-7301
- 충주세계무술공원(세계무술박물관) 043)850-6753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 ~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21: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 하이마트앞 정류장에서 202-1번 일반버스 이용, 토계 정류장 하차, 수주팔봉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충주교통정보센터 http://its.chungju.go.kr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충주 방면→용두교차로 문경·수안보 방면→국도19호선→팔봉향산길→수주팔봉

숙박 정보
- 야생화와 고택나들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살미면 중원대로, 043)845-4015
- 호텔 필림37.2(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충주시 연원로, 043)842-0515
- 수안보파크호텔: 수안보면 탑골1길, 043)846-2331, www.suanbopark.co.kr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44-0150, www.cjro.kr/Home/1
- 봉황자연휴양림: 중앙탑면 수룡봉황길, 043)870-7920, www.foresttrip.go.kr
- 수안보상록호텔: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45-3500, www.sangnokresort.co.kr

식당 정보
- 중앙탑할머니손두부(순두부): 중앙탑면 탑정안길, 043)853-2315
- 투가리식당(올갱이해장국): 수안보면 온천중앙길, 043) 846-0575
- 메밀마당 충주중앙탑본점(메밀막국수·메밀프라이드치킨):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55-0283, https://blog.naver.com/rlatjsal1205
- 숲속장수촌(닭누룽지백숙): 충주시 금제로, 043)843-2525, https://yeorane.modoo.at

주변 볼거리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비내길, 충주 미륵대원지, 건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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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