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체가 궁금한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25 15:19:07
  • 호수 1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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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사기꾼?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치인들에게 조폭 꼬리표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특히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직폭력배와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박철민씨는 이 지사가 조직폭력배로부터 20억원의 돈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직폭력배 연루설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과 관련해 “대통령 빽 믿고 조폭이 설치는 나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제마피아파 
현직 아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가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측근으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가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그 근거로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씨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서와 현금 다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박씨와 소통하고 있다는 장영하 변호사는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가 직접 작성한 5장의 사실 확인서와 그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는 “박씨가 증언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본인 사진을 공개했다”며 “모자이크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며, 박씨가 자신의 증언이 허위사실일 경우 허위사실 유포죄든 명예훼손죄든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이날 이 지사를 상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가 열린 날이었다. 장 변호사가 박씨 사진을 공개할 때쯤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제마피아파가 이 지사 측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폭로하면서 박씨가 썼다는 사실 확인서와 진술서 등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성남시의회 1, 2, 3대 의원과 부의장을 했던 박승용씨 아들 박씨와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 등은 모두 국제마피아파 소속 핵심 조직원”이라며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박씨로부터 이 지사에 관한 공익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박씨는“저는 약 12년간 국제마피아파 핵심 행동대장급 일원이었다”며 “국제마피아파 이재명(경기도 지사), 은수미(성남시장)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정황은 의혹이 아니고 사실임을 정확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지사는 2007년 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하고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가 있었고, 수천 개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대답을 회피하지만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그런 공생관계였다”며 “이재명 시장 선거 때 이태호 국제마피아파 큰 형님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연은 더욱 더 깊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준석 형님이 토토(불법 사설 사이트)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스폰이 돼 달라고 했고 이 지사는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의 도박 사이트 자금 세탁의 회사인 줄 알면서도 특혜를 줬다”며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조직 돈 20억원 건넸다” 일관적인 증언
‘돈다발 폭로’ 이를 보스라고 부른 사이?

진술서에는 특히 “저희끼리 부르는 이 지사의 또 다른 호칭이 ‘이재명 보스’였을 정도로 조직을 잘 챙겨줬다. 이 지사는 도지사가 아니라 국제마피아파 (4조1항) 수괴급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할 만큼 국제마피아파와 유착관계가 긴밀하다. 이 사실이 허위사실일 경우 저 박철민이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겠으며,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이 지사는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야당 의원이)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며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국민 앞에 틀어서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깡패·조폭 말을 믿는 ‘조폭 대변인’ 김 의원은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입장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조폭 대변인을 자처한 이상 국민의힘은 ‘조폭 비호당’ ‘깡패연합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은 2018년 경찰 조사에서 이미 불기소로 끝난 건”이라며 “김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 지사를 향한 마녀사냥식 망신주기, 인신공격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거짓을 생산하고 국민을 현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이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차기 대선은)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질 대한민국 정상을 뽑는 중대한 일”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국민이 전혀 모르고 좋은 이미지로 포장된 이재명만을 보고 표심을 준다면 악의 무리와 결속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보다 더한 국정 농단을 펼치며 자기 영리와 자기 사람만을 위해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춤거리는 이유’를 언급하며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든 본인이든 선처해주기로 해서 협조했는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정치적 보복은 제가 감수해야 할까 봐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뭉치 사진 
정치권 공방

코마트레이드의 코마는 “코리아의 ‘코’ 마피아의 ‘마’를 줄여 코마로 이름 짓게 됐다”고 이 지사가 만들어준 회사 약칭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조직원을 통해 뇌물을 공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지사가 이용한 대포통장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코마홀딩스 ▲주식회사 코마트레이드 ▲주식회사 코마 ▲주식회사 코마네트웍스 ▲주식회사 엠포유 ▲주식회사 모바일포유 ▲주식회사 코마리테일 ▲코마 로지스틱스 ▲제이에스 홀딩스 등 법인회사가 토토 사이트 불법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박씨가 박정우라는 다른 이름으로 2018년 11월21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과 사진을 공개하며 박씨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해당 사진은 김 의원이 제시한 돈뭉치 사진과 동일하다.

박씨는 해당 글에서 “1년 전. 정장 한 벌 사서 한 분 한 분 뵙고 조언을 얻어 광고회사 창업, 렌터카 동업. 라운지 바 창업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제는 이래저래 업체에서 월 2000만원의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 멘토분 감사드립니다”라고 게시했다.

이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박씨가 당일 언론에 공개한 것과 동일하다.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 제보자였던 박씨는 실제로 국제마피아파에 몸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본인 주장처럼 ‘행동대장급’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과거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10여년 정도 활동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현재 활동하는 ‘관리 대상’ 조폭이 아닌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있다”며 “현직 조폭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지난 18일 열린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씨는)경찰 관리대상(조직폭력배)이 아니고 행동대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통상 폭력조직원으로 현재 활동 중인 인물을 ‘관리 대상’으로, 폭력조직원 생활을 하진 않으나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거나 폭력 조직원을 추종하며 따라다닐 경우 ‘관심 대상’으로 분류한다. 박씨는 몇 년 전 국제마피아파를 탈퇴해 ‘관심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본인 사진 
공개 이유는?

탈퇴 이후에도 조직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박씨는 지난 2019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매년 폭력조직원들을 관찰해 ‘관리’ ‘관심’ 여부 등을 결정하는데 박씨는 조직을 탈퇴한 이후 전혀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공동공갈, 상해, 폭행, 마약류 관리법 위반, 재물손괴, 특수폭행, 업무방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성 공범에게 범행 대상으로 삼은 남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잠자리를 하도록 한 뒤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신고하겠다고 협박,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201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명에게서 2억3000여만원을 뜯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박씨는 이른바 ‘공적팔이’로 수감 중 금품을 속여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팔이는 수사기관에 공무원의 뇌물·성접대 등 비위 사실을 제보하고 구형량을 깎는 이른바 재소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은어다. 박씨는 검찰청에 제출할 ‘사건 제보서’를 대신 작성해주고 수억원을 뜯어내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구치소 안에서 ‘공적팔이’로 재소자들의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속여 빼앗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사기 등 혐의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2019년 10월 당시 재소자 A씨에게 ‘경찰관 비리, 연예인 마약 관련 범죄를 검찰에 대신 제보해주고 구형에 선처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A씨의 아내로부터 4차례에 걸쳐 합계 1억93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구치소 안에서 호언장담한 공적팔이는 실제로 이뤄졌다. 박씨는 A씨 이름으로 서울북부지검에 경찰관 뇌물과 성접대 사건을 제보한다는 사건제보서를 작성해 보낸 것으로 공판 과정에 드러났다. 구형에 선처받고자 하는 재소자들의 이 같은 행위를 ‘구형 작업’이라고 칭한다.

“2007년부터 유착관계” 주장
‘코마’ 사명 이재명이 작명?

또 박씨는 2019년 3월 성남시 수정구의 한 집합건물에서 필로폰 약 0.08~0.12g을 물에 희석해 복용하고 같은 해 4월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필로폰 희석액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은 또 여자친구와 함께 모텔에서 재차 필로폰 희석액을 복용하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보다 앞선 2018년 11월 중순경 성남시 중원구의 한 식당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옆 테이블의 20대 2명을 마구 때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도 받는다. 이때 박씨는 상의를 벗고 문신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위협하고 ‘열중쉬어’를 시킨 뒤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지인 B씨가 싸움을 만류하자 그를 칭찬하면서 환심을 샀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들은 아는 여성과의 술자리에 B씨를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관계를 유도해, 박씨는 여성과 공모해 B씨를 성폭행범으로 몰아붙이며 ‘강간 피해 보상금’을 요구해 26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성남 국제마피아파 후배 조직원을 폭행한 혐의, 호텔 주차장에서 아무 이유 없이 K5 승용차를 때려 부순 혐의(재물손괴), 횟집에서 술을 마시다 후배를 폭행한 혐의, 일행이 탄 택시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3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측은 폭행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을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인수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판사는 “폭력 범행 등으로 다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누범 기간 중에 수회 폭력행위를 저지른 점, 여성과 신체적 접촉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방식,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공갈 범행으로 갈취한 금액이 거액이라는 점 등 범행 방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필로폰을 여러 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피고인이 2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 기간에 도주한 점을 양형 조건에 참작했다”며 “한편 피해자들과 일부 합의한 점, 수사 단계에서 상당수 범행을 인정하며 대체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친부 둘러싼
배후 의문도 

박씨 아버지가 성남시의회 1~3대 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소속 정당인 박용승씨란 점도 눈길을 끈다. 박씨는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지난해 4·15 총선 때 함께 치른 성남시의원 ‘라’ 선거구 보궐선거에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됐다가 피선거권이 상실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출마하지 못했다.

당시 지역 언론에 따르면 그는 다섯차례에 걸친 무면허운전(도로교통법위반)으로 2017년 12월 실형(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피선거권 제한으로 후보등록이 불가한 데도 미래통합당이 공천했다. 박씨는 지난 4월24일,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회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씨와 소통’ 장영하 변호사 누구?

장영하 변호사는 판사(1981년 사법고시 23회) 출신으로, 15년 전인 2006년부터 선거에 출마했다.

2006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성남시장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맞붙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현직 시장이었던 한나라당 이대엽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장 변호사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당적을 바꿔 국민의당 후보로 성남시 수정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성남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석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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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