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박준규·진송아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법

“서로 마주보면 사랑이 깊어져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사회문제의 화두 중 하나가 이혼이다. 수많은 지인의 축복 속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커플이 언제 사랑을 나눴냐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라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례가 너무 많아 손가락질조차 하지 않는다. 수십년 함께 사는 동안 말하지 못할 사연이 좀 많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갈라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잉꼬부부로 알려진 박준규·진송아 부부가 대표적이다. 결혼 30주년을 넘긴 부부는 여전히 상대를 존중·존경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흔히 ‘시대가 많이 변해서’라는 말을 한다.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의식이나 문화의 발전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일컫는 게 더 정확할 테다. 시대가 변한 만큼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기존의 모든 역할이 바뀌고 있다. 

시대 변해도…
잠재울 매력

특히 세상의 중심이 남자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잊혔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에 진출하며, 남녀의 우열을 가리던 시대는 사라졌다. 이제는 평등한 사회로도 볼 수 있다. 남성 중심사회는 옛 시대의 산물이 됐다.

가정의 가장이 남자라는 말도 이제는 어색하다. 가정 내에서 남녀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 남자도 여자도 누구나 성역 없이 역할을 한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을 성별에 따라 굳이 나누지 않는다. 시간이 남는 사람이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할 일이 있다’며 주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엄청난 경제력을 갖고 있거나, 모두를 잠재울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연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시대의 산물 그 자체로서, 남자와 여자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사는 유명인이 있다. 배우 박준규다. 

여전히 그는 “남자는 밖에서 돈 벌어오고, 여자는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목놓아 외친다. 삼시세끼 아내가 차린 밥을 먹는 것도 모자라, 끼니마다 국은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크다.

“1년에 겨우 두 번 전 부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예쁜 여자 욕하는 여자는 다 못생겼어” 등 논란이 될법한 워딩을 방송에서 강력하게 던지고야 만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며 화들짝 놀라는 그의 친구도 적지 않다. 

박준규는 가정에서도 독재다. 그의 말이 곧 법이다. 그가 하자는 대로 가족이 움직인다. 

이런 말만 들으면 굉장히 문제 있는 집안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빠다. 가족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있길 원한다.

요즘 시대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준규·진송아 부부를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소재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른바 부부 토크쇼의 터줏대감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잡고 애틋하게 상대를 챙겼다.

30년 넘게 사랑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로 존중과 존경을 꼽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혼 30주년이 됐다. 방송에서 봐도 그렇고, 지금 봐도 서로에게 애틋하다. 잉꼬부부의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30년째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진송아(이하 진) : 그건 저부터 말할게요. 어떤 부부도 저희처럼 살면 30년 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제일 중요한 건 첫째 존경심이 있어야 해요. 내 남편이자 내 여자가 정말 멋지고 배우고 상대로 여겨야 해요. 그러려면 스스로 항상 노력해야겠죠. 그게 매력일 수도 있고 능력일 수도 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제 남편은 늘 가족 중심이에요. 며칠 전에도 집에서 술파티를 했어요. 아들 둘이 있는데 첫째는 30세고 둘째는 24세에요. 다 큰 애들이 부모랑 술 먹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근데 우리 애들은 부모랑 파티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부모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즐거운 거예요. 

구심점이 되는 건 남편이에요. 남편이 그런 분위기가 되도록 주도하거든요. 애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낌없이 사랑한다고 표현해왔어요. 저에게도 그랬죠. 그렇게 해주는 남편과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감사할 따름이죠.

심플하게 존중과 존경이 있어야 해요. 모계사회라고 하지만, 가정이 화목해지려면 아버지가 역할을 잘해야 해요. 아내는 서포트하는 거고요. 남편이 아버지 역할을 정말 잘해요.

“사랑스러운 독재자 박준규”
“현명하고 매력적인 진송아”

▲박준규(이하 박) : 제 와이프는 정말 멋진 여자예요. 똑똑한 사람이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도 굉장히 현명했어요. 제가 원하는 걸 언제나 해주려고 노력해요. 또 생각 자체가 특별해요. 

제가 ‘명절이 1년에 두 번인데 전 부치는 게 그렇게 힘드냐’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아내 덕분이거든요. 

아내는 명절이 되면 이렇게 말해요. ‘내가 이번에 새로운 레시피를 배워왔는데, 기가 막힌 전을 보여줄게’라고요. 사실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잖아요.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 전을 하나 하더라도 맛있고 멋있게 하려고 해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제가 방송에서 강한 말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내 와이프를 봐라’라는 식으로요.

내 와이프는 제 주변 사람들이 다 좋아해요. 가끔 부부 동반으로 모이면, 남자가 참 괜찮았는데 와이프 만나고 보니, 남자까지 후져 보일 때가 있어요. 저 보면 뭐 그렇게 잘난 거 없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와이프를 만나고 나면 ‘박준규 뭐가 있는데?’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어디를 같이 가도 항상 제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에요. 가끔 저 대신 술자리에 형수를 보내라고도 해요. 그만큼 분위기 메이커죠. 

존중하고
존경하며

- 많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준규는 매우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하는 말은 연기인 건가?

▲진 : 아니에요. 이 사람 진짜 가부장적이에요. 집에서 독재자예요. 이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해요. 미국에서 살다 와서 자유분방할 거 같지만, 안 그래요. 

▲박 : 그 독재가 정말 못된 독재는 아닌 거죠.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하지 마’라고 했어요. 수학 못하면 어때요. 계산기가 다 해주는데. 제가 촬영이 많을 땐 일주일에 하루 들어오고 그랬어요. 다른 날은 다 밖에서 자고요. 그러다 드라마가 끝났어요. 그러면 종방 회식하고 곧바로 여행을 가자고 해요. 그럴 때 애들 시험 기간이랑 겹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제 뜻대로 여행을 가는 거예요. 학교에 말하고요. 

그때 아내가 ‘애들 시험이라 안 돼요’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냥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큰아들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갔고, 둘째는 명지대 연극영화과 갔어요. 그럼 된 거 아니에요?

-부부가 방송에 많이 나온다. 부부가 같이 방송을 하면 피곤하다는 뉘앙스를 풍긴 연예인이 적지 않다.

▲박 : 우리가 나가는 게 일명 ‘부부 토크쇼’인데, 방송 나왔다가 이혼한 사람 많이 봤어요. 부부 사이에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잖아요. 저희는 정확히 알고 하죠. 사실 방송이 대결구도로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게 있어서, 공격하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크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고 하죠. 그걸 모르고 그냥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니까 크게 싸우는 거예요. 

▲진 : 저는 남편 아니면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저를 갑자기 나오라 하지는 않거든요. 방송하게 되면 예쁘게 화장도 하고, 남편과 즐겁게 지내고 오는 거잖아요. 가기 전부터 설레요. 언제나 행복했어요. 피크닉 가는 느낌이라 정말 좋아요.

-그럼에도 방송 전에 다투거나, 혹은 방송 후에 싸운 적은 없나?

▲진 : 왜 없겠어요. 사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혼내지. 서로 싸우지는 않는데, 한 번은 새벽까지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근데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촬영이었어요. 이건 프로의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은 일이고 사는 사죠. 촬영은 모든 사람과의 약속이잖아요. 그걸 해결 못하고 굳은 얼굴로 있으면 아마추어죠. 아무도 모르게 웃으면서 촬영했죠.

부부 토크쇼를 하다 보면 별 걸 다 봐요. 따로따로 촬영장에 오고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둘이서는 말을 안해요.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죠. 분장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조차도 활동 안에 있는 부분이잖아요.

고맙고
미안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을 참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서로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진 : 저보다는 남편이 그렇게 말을 잘해요. 이 사람이 독재를 하긴 하지만 예쁜 점이 있는 게 커피나 물을 한 잔 달라고 해도 ‘고마워’ ‘미안한데’라는 말을 하면서 부탁해요. ‘나 물!’ 이렇게 해도 주거든요. 근데 ‘물 좀 주세용’이라고 해요. 그러면 저도 주고 싶죠. 아이들한테도 말을 잘하고요. 

덕분에 저도 예쁘게 말하는 법을 배웠어요. 애들이 배우를 하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쉬는 날이 많잖아요. 그럼 애들도 늦게 일어나는 날도 있고요. 그럼 저는 ‘어이 꿀벌’이라고 해요. ‘꿀빤다’고요. 잔소리는 안 해요. 농담 한 마디 하고 말죠. 사람 대할 때는 똑같은 표현이라도 예쁘게 하려고 해요. 남편한테 배운 거죠.

-박준규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예쁘게 말을 한 건가. 언제부터였나. 

▲박: 잘 모르겠어요. 사춘기 때 미국 생활한 게 좀 컸던 거 같기도 하고. 미국에 가면 어떤 매너가 있어요. 뒷사람이 짐이 많고 그러면,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고 있다거나 하는 매너요. 예전 한국은 그런 에티켓이 좀 부족하기도 했죠.

그런 배려를 좀 배워 온 것 같아요. 아내뿐 아니라 코디네이터나 촬영 스태프에게도 최대한 배려하려고는 해요. 대접받으려고 하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난 그게 그렇게 꼴 보기 싫더라고요. 

▲진: 인간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에요. 연극할 때도 굉장히 자유롭게 연기하는데, 멋있었어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리고 늘 주위에 사람이 많았어요. 재밌어서요. 처음부터 확 사랑에 빠졌다기보다는, 보다 보니 그에게 스며들었다는 게 맞아요.

“가정이 화목한 이유는 아빠가 잘해서죠”
“아내 같은 사람 없습니다…다 부러워해”

- 원래는 진송아도 연기를 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꿈을 내려놨다. 그때 아쉽거나 서운했던 건 없나. 

▲진 : 사랑에 빠지면 그 정도야 뭐 포기하고 말죠. 

▲박 : 근데 나는 아내한테 연기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어요. 우리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 거지. 난 아내가 연기하는 거 좋아. 다만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 가서 하루 10시간이고 기다리다 한 컷 찍고 오는 그런 게 싫어서 막는 거지. 연극한다고 하면 난 괜찮아요.

학교 동기들이 그래도 김희애, 박중훈 이런 사람들인데 아내가 가서 자존심 상하게 기다리다 오는 게 싫은 거죠.

▲진 : 그럼 에브리데이 밖에서 연습하다 와도 괜찮아요?

▲박 : 여보 나 완전히 변했어. 왜 그래. 용의 대가리로 못살 바에는 뱀의 머리가 되자는 게 저의 주의예요. 연극계에서 머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난 좋지. 

-어쩌면 드라마틱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배우의 아들에서, 오랜 무명배우 시절을 거쳐 ‘쌍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랩규’ 등 예능판을 휘젓는다. 이제는 배우의 꿈을 가진 두 아들의 아버지다.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아내 역시 드라마의 주연이다. 

▲박 : 사실 저나 애들이나 ‘금수저’로 태어났죠. 그걸 미안해하진 않아요. 잘 베풀고 살자는 마인드만 있죠. 뭐 어떡해요. 그렇게 태어났는걸.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애들이 드라마에 나오면 제가 꽂아준 줄 아는데, 요즘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PD가 알아보고 연락해서, 오디션 보고 마음에 드니까 캐스팅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네트워크가 있다고 해도, 애들이 못하면 캐스팅 안 돼요. 우리 애들은 제 덕을 본 게 거의 없어요. 근데 가끔 캐스팅됐을 때 아버지 덕 봤다고 하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진 : 문화라는 게 인간의 감정과 마음이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져야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시아버지와 애 아빠 세대가 있었으니까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계적인 신드롬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애들은 윗세대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연기하겠죠.

저는 애들한테 ‘네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늘 행복하게 임해야 영광을 얻는다’고 해요. 그 부분을 강조해요.

늘 행복하게
늘 화목하게

▲박 : 아내가 학구파예요. 이게 참 고마워요. 저는 이런 말 못해요. ‘그냥 해’라고만 하지. 애들이 아직은 무명인데, 지금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빛이 오겠죠. 아내는 저한테도 참 좋게 말해줘요. 좋은 운이 세 번 오는데, 저는 ‘쌍칼’로 한 번 왔다고요. 아직 두 번 있다고요. 저도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선배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다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송아가 전하는 ‘연예계 비사’

박준규씨의 부인 진송아씨의 ‘3대에 걸친 연예계 비사’가 연재됩니다.

시아버지(고 박노식)와 남편에 이어 두 아들까지, 3대째 연예인 집안을 꾸려오면서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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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