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박준규·진송아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법

“서로 마주보면 사랑이 깊어져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사회문제의 화두 중 하나가 이혼이다. 수많은 지인의 축복 속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커플이 언제 사랑을 나눴냐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라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례가 너무 많아 손가락질조차 하지 않는다. 수십년 함께 사는 동안 말하지 못할 사연이 좀 많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갈라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잉꼬부부로 알려진 박준규·진송아 부부가 대표적이다. 결혼 30주년을 넘긴 부부는 여전히 상대를 존중·존경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흔히 ‘시대가 많이 변해서’라는 말을 한다.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의식이나 문화의 발전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일컫는 게 더 정확할 테다. 시대가 변한 만큼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기존의 모든 역할이 바뀌고 있다. 

시대 변해도…
잠재울 매력

특히 세상의 중심이 남자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잊혔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에 진출하며, 남녀의 우열을 가리던 시대는 사라졌다. 이제는 평등한 사회로도 볼 수 있다. 남성 중심사회는 옛 시대의 산물이 됐다.

가정의 가장이 남자라는 말도 이제는 어색하다. 가정 내에서 남녀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 남자도 여자도 누구나 성역 없이 역할을 한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을 성별에 따라 굳이 나누지 않는다. 시간이 남는 사람이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할 일이 있다’며 주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엄청난 경제력을 갖고 있거나, 모두를 잠재울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연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시대의 산물 그 자체로서, 남자와 여자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사는 유명인이 있다. 배우 박준규다. 

여전히 그는 “남자는 밖에서 돈 벌어오고, 여자는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목놓아 외친다. 삼시세끼 아내가 차린 밥을 먹는 것도 모자라, 끼니마다 국은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크다.

“1년에 겨우 두 번 전 부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예쁜 여자 욕하는 여자는 다 못생겼어” 등 논란이 될법한 워딩을 방송에서 강력하게 던지고야 만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며 화들짝 놀라는 그의 친구도 적지 않다. 

박준규는 가정에서도 독재다. 그의 말이 곧 법이다. 그가 하자는 대로 가족이 움직인다. 

이런 말만 들으면 굉장히 문제 있는 집안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빠다. 가족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있길 원한다.

요즘 시대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준규·진송아 부부를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소재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른바 부부 토크쇼의 터줏대감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잡고 애틋하게 상대를 챙겼다.

30년 넘게 사랑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로 존중과 존경을 꼽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혼 30주년이 됐다. 방송에서 봐도 그렇고, 지금 봐도 서로에게 애틋하다. 잉꼬부부의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30년째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진송아(이하 진) : 그건 저부터 말할게요. 어떤 부부도 저희처럼 살면 30년 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제일 중요한 건 첫째 존경심이 있어야 해요. 내 남편이자 내 여자가 정말 멋지고 배우고 상대로 여겨야 해요. 그러려면 스스로 항상 노력해야겠죠. 그게 매력일 수도 있고 능력일 수도 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제 남편은 늘 가족 중심이에요. 며칠 전에도 집에서 술파티를 했어요. 아들 둘이 있는데 첫째는 30세고 둘째는 24세에요. 다 큰 애들이 부모랑 술 먹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근데 우리 애들은 부모랑 파티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부모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즐거운 거예요. 

구심점이 되는 건 남편이에요. 남편이 그런 분위기가 되도록 주도하거든요. 애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낌없이 사랑한다고 표현해왔어요. 저에게도 그랬죠. 그렇게 해주는 남편과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감사할 따름이죠.

심플하게 존중과 존경이 있어야 해요. 모계사회라고 하지만, 가정이 화목해지려면 아버지가 역할을 잘해야 해요. 아내는 서포트하는 거고요. 남편이 아버지 역할을 정말 잘해요.

“사랑스러운 독재자 박준규”
“현명하고 매력적인 진송아”

▲박준규(이하 박) : 제 와이프는 정말 멋진 여자예요. 똑똑한 사람이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도 굉장히 현명했어요. 제가 원하는 걸 언제나 해주려고 노력해요. 또 생각 자체가 특별해요. 

제가 ‘명절이 1년에 두 번인데 전 부치는 게 그렇게 힘드냐’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아내 덕분이거든요. 

아내는 명절이 되면 이렇게 말해요. ‘내가 이번에 새로운 레시피를 배워왔는데, 기가 막힌 전을 보여줄게’라고요. 사실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잖아요.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 전을 하나 하더라도 맛있고 멋있게 하려고 해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제가 방송에서 강한 말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내 와이프를 봐라’라는 식으로요.

내 와이프는 제 주변 사람들이 다 좋아해요. 가끔 부부 동반으로 모이면, 남자가 참 괜찮았는데 와이프 만나고 보니, 남자까지 후져 보일 때가 있어요. 저 보면 뭐 그렇게 잘난 거 없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와이프를 만나고 나면 ‘박준규 뭐가 있는데?’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어디를 같이 가도 항상 제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에요. 가끔 저 대신 술자리에 형수를 보내라고도 해요. 그만큼 분위기 메이커죠. 

존중하고
존경하며

- 많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준규는 매우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하는 말은 연기인 건가?


▲진 : 아니에요. 이 사람 진짜 가부장적이에요. 집에서 독재자예요. 이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해요. 미국에서 살다 와서 자유분방할 거 같지만, 안 그래요. 

▲박 : 그 독재가 정말 못된 독재는 아닌 거죠.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하지 마’라고 했어요. 수학 못하면 어때요. 계산기가 다 해주는데. 제가 촬영이 많을 땐 일주일에 하루 들어오고 그랬어요. 다른 날은 다 밖에서 자고요. 그러다 드라마가 끝났어요. 그러면 종방 회식하고 곧바로 여행을 가자고 해요. 그럴 때 애들 시험 기간이랑 겹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제 뜻대로 여행을 가는 거예요. 학교에 말하고요. 

그때 아내가 ‘애들 시험이라 안 돼요’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냥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큰아들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갔고, 둘째는 명지대 연극영화과 갔어요. 그럼 된 거 아니에요?

-부부가 방송에 많이 나온다. 부부가 같이 방송을 하면 피곤하다는 뉘앙스를 풍긴 연예인이 적지 않다.

▲박 : 우리가 나가는 게 일명 ‘부부 토크쇼’인데, 방송 나왔다가 이혼한 사람 많이 봤어요. 부부 사이에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잖아요. 저희는 정확히 알고 하죠. 사실 방송이 대결구도로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게 있어서, 공격하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크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고 하죠. 그걸 모르고 그냥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니까 크게 싸우는 거예요. 

▲진 : 저는 남편 아니면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저를 갑자기 나오라 하지는 않거든요. 방송하게 되면 예쁘게 화장도 하고, 남편과 즐겁게 지내고 오는 거잖아요. 가기 전부터 설레요. 언제나 행복했어요. 피크닉 가는 느낌이라 정말 좋아요.


-그럼에도 방송 전에 다투거나, 혹은 방송 후에 싸운 적은 없나?

▲진 : 왜 없겠어요. 사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혼내지. 서로 싸우지는 않는데, 한 번은 새벽까지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근데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촬영이었어요. 이건 프로의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은 일이고 사는 사죠. 촬영은 모든 사람과의 약속이잖아요. 그걸 해결 못하고 굳은 얼굴로 있으면 아마추어죠. 아무도 모르게 웃으면서 촬영했죠.

부부 토크쇼를 하다 보면 별 걸 다 봐요. 따로따로 촬영장에 오고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둘이서는 말을 안해요.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죠. 분장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조차도 활동 안에 있는 부분이잖아요.

고맙고
미안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을 참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서로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진 : 저보다는 남편이 그렇게 말을 잘해요. 이 사람이 독재를 하긴 하지만 예쁜 점이 있는 게 커피나 물을 한 잔 달라고 해도 ‘고마워’ ‘미안한데’라는 말을 하면서 부탁해요. ‘나 물!’ 이렇게 해도 주거든요. 근데 ‘물 좀 주세용’이라고 해요. 그러면 저도 주고 싶죠. 아이들한테도 말을 잘하고요. 

덕분에 저도 예쁘게 말하는 법을 배웠어요. 애들이 배우를 하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쉬는 날이 많잖아요. 그럼 애들도 늦게 일어나는 날도 있고요. 그럼 저는 ‘어이 꿀벌’이라고 해요. ‘꿀빤다’고요. 잔소리는 안 해요. 농담 한 마디 하고 말죠. 사람 대할 때는 똑같은 표현이라도 예쁘게 하려고 해요. 남편한테 배운 거죠.

-박준규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예쁘게 말을 한 건가. 언제부터였나. 

▲박: 잘 모르겠어요. 사춘기 때 미국 생활한 게 좀 컸던 거 같기도 하고. 미국에 가면 어떤 매너가 있어요. 뒷사람이 짐이 많고 그러면,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고 있다거나 하는 매너요. 예전 한국은 그런 에티켓이 좀 부족하기도 했죠.

그런 배려를 좀 배워 온 것 같아요. 아내뿐 아니라 코디네이터나 촬영 스태프에게도 최대한 배려하려고는 해요. 대접받으려고 하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난 그게 그렇게 꼴 보기 싫더라고요. 

▲진: 인간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에요. 연극할 때도 굉장히 자유롭게 연기하는데, 멋있었어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리고 늘 주위에 사람이 많았어요. 재밌어서요. 처음부터 확 사랑에 빠졌다기보다는, 보다 보니 그에게 스며들었다는 게 맞아요.

“가정이 화목한 이유는 아빠가 잘해서죠”
“아내 같은 사람 없습니다…다 부러워해”

- 원래는 진송아도 연기를 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꿈을 내려놨다. 그때 아쉽거나 서운했던 건 없나. 

▲진 : 사랑에 빠지면 그 정도야 뭐 포기하고 말죠. 

▲박 : 근데 나는 아내한테 연기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어요. 우리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 거지. 난 아내가 연기하는 거 좋아. 다만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 가서 하루 10시간이고 기다리다 한 컷 찍고 오는 그런 게 싫어서 막는 거지. 연극한다고 하면 난 괜찮아요.

학교 동기들이 그래도 김희애, 박중훈 이런 사람들인데 아내가 가서 자존심 상하게 기다리다 오는 게 싫은 거죠.

▲진 : 그럼 에브리데이 밖에서 연습하다 와도 괜찮아요?

▲박 : 여보 나 완전히 변했어. 왜 그래. 용의 대가리로 못살 바에는 뱀의 머리가 되자는 게 저의 주의예요. 연극계에서 머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난 좋지. 

-어쩌면 드라마틱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배우의 아들에서, 오랜 무명배우 시절을 거쳐 ‘쌍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랩규’ 등 예능판을 휘젓는다. 이제는 배우의 꿈을 가진 두 아들의 아버지다.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아내 역시 드라마의 주연이다. 

▲박 : 사실 저나 애들이나 ‘금수저’로 태어났죠. 그걸 미안해하진 않아요. 잘 베풀고 살자는 마인드만 있죠. 뭐 어떡해요. 그렇게 태어났는걸.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애들이 드라마에 나오면 제가 꽂아준 줄 아는데, 요즘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PD가 알아보고 연락해서, 오디션 보고 마음에 드니까 캐스팅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네트워크가 있다고 해도, 애들이 못하면 캐스팅 안 돼요. 우리 애들은 제 덕을 본 게 거의 없어요. 근데 가끔 캐스팅됐을 때 아버지 덕 봤다고 하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진 : 문화라는 게 인간의 감정과 마음이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져야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시아버지와 애 아빠 세대가 있었으니까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계적인 신드롬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애들은 윗세대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연기하겠죠.

저는 애들한테 ‘네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늘 행복하게 임해야 영광을 얻는다’고 해요. 그 부분을 강조해요.

늘 행복하게
늘 화목하게

▲박 : 아내가 학구파예요. 이게 참 고마워요. 저는 이런 말 못해요. ‘그냥 해’라고만 하지. 애들이 아직은 무명인데, 지금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빛이 오겠죠. 아내는 저한테도 참 좋게 말해줘요. 좋은 운이 세 번 오는데, 저는 ‘쌍칼’로 한 번 왔다고요. 아직 두 번 있다고요. 저도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선배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다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송아가 전하는 ‘연예계 비사’

박준규씨의 부인 진송아씨의 ‘3대에 걸친 연예계 비사’가 연재됩니다.

시아버지(고 박노식)와 남편에 이어 두 아들까지, 3대째 연예인 집안을 꾸려오면서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